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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92화 (19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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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가라앉은 그는 떨어져내리는 시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업(業)을 마주했다. 그렇게 많은 것은 이번 인연에서 처음이었기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그는 눈을 뜨며 손을 뻗었다.

오른팔의 손 부분만 생기가 감도는 그 손을 뻗으며 흘러내리는 내장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고 고블린의 머리통이 그의 머리 옆으로 지나갔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이내 무엇 하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

순간적이지만 인연의 힘과 업의 상승으로 순간적이지만 그와 잠깐 연결된 것을 그가 느꼈다.

향상심(向上心)이 가장 먼저 느껴졌고, 그 뒤로는 탐욕과 흥분이 뒤를 이었다.

‘기회가 왔다. 이것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처럼 작은 실이 아니라, 강력한 동아줄로 만들어야 했다. 조금이지만 연결된 지금이 기회였다.

그는 그의 모든 것을 이해했고, 순식간에 깊은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심었다. 그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마음에 반대되지 않고, 편승할 수 있도록. 더욱 한 걸음을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해라.〉

그 한 마디면 족했다. 아마 그는 듣지 못하겠지만, 그 내면에 작게 자리 잡을 것이다. 미묘한 고민, 걱정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가 그와 연결되자마자 그런 씨앗을 심은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나도 빠른 행동력. 예상을 뛰어넘는 업(業)의 축적.’

튀어나온 못은 정에 맞기 쉽다. 그는 웅크려야 할 필요가 있었고, 한 번이라도 멈춰서 세월을 보내야 할 때였다.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을 생각해야 했다. 그런 그를 위해서 그는 〈그런 씨앗〉을 심었다.

물론 큰 힘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격(格)을 이용한 것에 불과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는 힘을 이용한 것뿐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운(運)에 달려있다.’

달리다가 고꾸라지든, 순풍을 만나 너무 앞서나가서 목이 잘려나가든.

결국에는 운이다.

그러므로 그는 그와 연결된 이 짧은 순간에 작은 힘조차 전해주지 않았다. 모든 것은 운. 그를 신뢰하기에는 그가 지금까지 깊게 가라앉은 시간과 부서지고 끊어진 인연이 많았다.

‘······’

그가 눈을 감았다. 그는 제법 잘해주고 있었고, 생각 외로 운이 좋아 보였다. 지금까지 쌓은 업은 지금까지 만난 인연 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 말 그대로 성공으로 향하는 황금 양탄자의 길을 달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대를 품을까? 아니지.’

눈을 떴다가 다시 그가 눈을 감았다. 적어도 자신의 오른팔인 〈전초극(戰超克)의 오른팔〉이 그의 손에 전해지기 전까지는 언제 이 인연이 끝이 날지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빠르게 업을 축적시키는 〈인연〉 덕분에 그는 잠드는 빈도도 줄어들어있었다. 눈을 감은 채 그저 이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런 기분 따위에 다른 행동을 취할 정도로 인내심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몸이 계속해서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조그마한 빛이 그를 비추었다.

〈숲 고블린〉이 아닌 일반적인 〈고블린〉을 드낙은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첫 실전으로 겪었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부산물과 도축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

전투 시간은 짧았지만 몬스터와 휴머노이드 종족의 사이에 있는 고블린과 싸웠기에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 병사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도축도, 마을 내부에 있을 남은 숲 고블린에 대한 토벌도 어려웠다.

“마을 밖에 있는 고블린들의 시체를 가져와서 〈기울어진 목책〉에 쌓아두어라. 마을 안에 있는 시체는 건들 필요 없다!”

드낙의 명령을 수행했다. 드낙 또한 솔선수범하여 시체를 옮겼다. 도축으로 얻을 수 있는 고블린 부산물은 가치가 있었다. 용병단의 규모가 30명 이상인 용병단이 집중적으로 고블린을 토벌한 것을 봤기 때문에 믿을만했다.

그렇기에 시체가 다른 짐승에게 뜯어먹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새들이 주워 먹으러 온다면 오히려 좋았다.

‘식량으로 삼기도 좋고, 병사들의 활 연습에도 좋다.’

목책 밖에 모아둔 고블린들의 시체를 지키기 위해서 불침번을 두 곳에 세워야 했다. 하지만 시체가 있는 곳에만 병사를 세웠고, 다른 곳은 전투에 끼어들지 않은 사람들이 맡았다.

“누구는 하나 깨 있어야 한다.”

드낙은 간부들의 불침번을 정하였다.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드낙 님은 언제 서겠습니까?”

“전 자정을 넘은 새벽에 서겠습니다.”

드낙은 가장 먼저 서기보다는 가장 힘든 시간을 골랐다. 아무래도 자신의 형편이 좋았기 때문에 배려를 해주고 싶었다. 아마 자정을 넘긴 시간에 일어나게 될 것이다. 찌꺼기를 통해서 신체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났기에 사실 수면도 다른 이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뭔가를 죽여서 오는 피로감.

고블린의 악독함에 감정이 질리고 짓눌려서 오는 피로감.

다양한 정신적 피로함에서 벗어나 있는 점도 있었다.

“총관은 늦은 저녁까지 불침번을 서고, 다른 이들은 눈을 감고 있기라도 해라. 순번은 제비뽑기로 하던지.”

자정에는 운 좋게 도렌이 걸렸고, 그다음에는 이스핀. 드낙 다음에 이실레아였다.

드낙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뭐라도 입에 집어넣어야 했다. 고소한 수프가 전부였다. 대부분의 이들이 탈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요리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육포를 알아서 찢어서 넣거나 아니면 그런 것도 넣지 않은 이도 있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술이라도 풀어라. 취한 자가 있다면 엄벌을 하겠다고 전하고.”

드낙은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자 결국 술을 풀어야 했다. 이실레아가 권한 것이기도 했다.

“크! 역시 전투 후에는 술이지.”

전투 노예 하나가 겉멋에 빠진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와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다른 전투 노예도 씨익 웃었다. 그만큼 술맛이 당겼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데 안 취할 수가 없었지만, 딱 조금 부족할 정도로 배분되었기에 억지로라도 제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 잔 받으십시오.”

드낙이 요리에 집중하고 있는 이실레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마치 전투를 앞둔 것처럼 굴었는데 억지로라도 이실레아는 고기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체중은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나 감금 당한 세월이 있었기에 그녀는 현재 기사라기보다는 암살자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육포를 나뭇가지에 걸어서 물을 묻혀 구우며 딱딱한 것을 말랑하게 만들고 난 다음에 그대로 한 입 뜯어먹던 이실레아가 서둘러 드낙이 건네주는 술잔을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입에 문 것을 다 먹고 난 다음에 그녀가 감사를 표했다. 서로 잔을 부딪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친김에 드낙은 자신이 먹을 것도 가져왔다.

거침없이 대식을 하려는 이실레아와 반대로 드낙은 고기를 넣지 않은 것을 시간을 매우 들여서 두 그릇을 먹었다.

“으···”

반면 이실레아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목 밖으로 삐져나오려는 상태에서 식사를 멈추었다. 괴로웠지만 참아야 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동시에 술을 둘이서 한 병씩 총 두 병 비워내면서 오늘 있었던 전투에 대해서 말했다. 드낙은 이것을 위해서 그녀에게 온 것이기도 했다.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기병들을 혼자서 잡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 죽여버렸으니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한 수였습니다.”

“과정은 별로였습니까?”

그 말에 이실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의 행동은 본능적인 것에 불과했다. 만약 제대로 된 군략가나 전술가가 끼여있었다면 역으로 당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그렇기에 미리 짚어가기 충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실레아 경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겠습니까?”

“규모 있는 전투에서는 단신으로 적에게 돌진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일입니다. 병사들의 피해가 있더라도, 기병 돌격을 막고, 적의 대장 목을 취한 뒤에 사기를 역전시켜서 전투의 분위기를 전환한 다음에 적을 무너뜨렸을 겁니다.”

피드백을 받은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러한 것을 귀에 주워 담음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쉬십시오.”

“드낙 경께서도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드낙은 식사를 마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언제나처럼 검은 연기가 드낙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 꿈〉이었다.

드낙은 곧장 검은 문을 오고 가며 능력들을 훑어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상당히 다재다능하다니까.’

드낙보다 실력이 낮은 것이 분명함에도 〈숲 고블린〉의 능력이 있는 검은 문이 몇몇 보였다. 아무래도 〈대량 살상〉을 하면 약한 놈들의 검은 문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못해도 50마리는 죽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대량으로 죽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듯했다. 고블린들의 온갖 기술과 지식은 사실 드낙에게 큰 메리트는 주지 못했다.

‘약초학은 가져보고 싶긴 한데, 지금은 아니지.’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블린들이 인간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약학이었다. 신성력 혹은 민간요법에 그치는 인간들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의료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나 고블린들의 인구는 인간보다 몇 배는 폭증하고, 뭉쳤기에 질병에 대한 약재와 대처 또한 뛰어났다.

‘언제 한 번 고블린을 최대한 많이 죽여야겠네.’

섬뜩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하면서 드낙은 가장 알짜배기들을 정리했다. 〈숲 고블린〉의 검은 문은 일단 제외했다. 궁금해서 본 것뿐이었다.

〈다이어 울프〉들은 검은 문을 내어주기에 충분한 놈들이었다. 드낙은 그들이 자신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전신갑주를 벗은 상태에서라면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고블린 대량 학살〉을 통해서 숫자도 검은 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이어 울프 10마리를 혼자서 모조리 죽인 것이 드낙이었다.

〈다이어 울프의 왕관〉.

‘다이어 울프에 대한 지배력. 통솔력을 가질 수 있다.’

검은 늑대보다 격이 낮지만 그래도 체격이나 체중에서 윗줄인 다이어 울프는 다룬다면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다.

〈거대 늑대의 혈통〉.

포악함을 가지게 되지만 전체적으로 혈맥과 심장이 성장하는 능력이었다.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드낙은 고민 끝에 제외했다.

〈반인반수(半人半獸)〉.

매우 저급한 늑대인간이 되는 능력이었다. 거대 늑대의 혈통보다 더 악질적이었다. 물론 근본적인 스펙 상승에는 큰 역할을 하고 인간의 탈을 벗기 때문에 더더욱 격이 상승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은근히 부작용을 싫어하고 인간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드낙이 선택할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악마의 힘조차도 거부한 겁쟁이였다.

‘고블린 대장놈은···’

〈짝눈 부반탕〉이 보유한 검은 문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뛰어난 탈것 훈련(訓練)〉.

말부터 시작해서 멧돼지, 늑대 등의 탈것을 훈련시키고, 그것을 운용하는 노하우에 대한 것이었다. 기병의 우월한 시야로 뒤로 물러가게 만들거나, 앞다리를 들어 올리고 혹은 뒷발을 걷어차게 신호를 주는 등.

다양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그것은 전투력의 상승이나 다름없었다.

‘중요한 건 그런 노하우를 다른 이에게 전수할 수 있다는 것.’

〈다이어 울프의 왕관〉을 다른 이를 훈련시켜서 가지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완벽한 상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건···’

〈뛰어난 기승(騎乘)〉.

다양한 탈것에 타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범위를 크게 증가시키고, 매우 안정적으로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였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선택해도 나쁘지 않았다. 종마를 계속 개발해서 전투마를 얻게 된다면 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기병을 훈련시키기에도 좋다.’

무엇보다도 자유기사 이실레아와의 경쟁에서 그녀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특히나 이제야 군략에 입문한 드낙으로서는 훈련에 있어서 그녀에게 일임한다면 군권이 그녀에게 치우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배신을 두려워해서 맡기지 않는다면 평가가 나빠질 것이다.’

그릇이 좁다고 여기는 이들도 생길 수 있었다. 드낙은 마지막 남은 검은 문을 확인했다.

〈잊혀진 주술 혈통〉.

고블린 대장은 아무래도 고블린 주술사의 후예인 듯했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며 마력이 상승하고 마력 운용에 대한 선천적인 능력의 상승이었다. 물론 드낙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마력은 이미 충분하다.’

통상 다른 기사보다 2배 많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드낙이었다. 더 이상 마력을 늘릴 필요가 그리 없어 보였다.

‘무엇을 고를까.’

하나하나 어떻게든 써먹을 수는 있었다. 하나하나 깊게 따져봐야할 것이다. 드낙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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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맛있는 점심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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