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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91화 (190/1,239)

0191 <-- 가을을 맞이하며 -->

‘막았···?!’

터엉!

강렬한 금속음이 나면서 단번에 원형 방패에 부딪친 드낙의 롱소드는 결코 흘려내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내려쳐진 검날이 원형 방패를 내려치면서 단번에 방패의 가드를 힘으로 강제로 짓눌렀다.

〈짝눈 부반탕〉의 눈이 아주 크게 떠졌다.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울 수밖에 없었는데, 동글동글한 원형 방패를 강하게, 아주 스피드하게 내려쳤음에도 흘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윽!!!”

젖 먹던 힘을 다했지만 무리였다.

다이어 울프에 올라타있었기에 하반신의 힘을 낼 수 없는 부반탕이 드낙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신장부터 체격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고, 전신갑주를 입은 드낙이 도약까지 해서 기울인 체중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빠각!

숲은 시야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에 코가 크게 발달한 〈숲 고블린〉의 두툼하고 큰 녹색 코가 그대로 강철로 된 원형 방패와 부딪치면서 부러지며 피가 주르륵 흘려내왔다.

콰직!

원형 방패의 가드를 내려버리면서 동시에 〈짝눈 부반탕〉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은 드낙의 몸에 피가 그대로 튀었다. 흠뻑 젖은 드낙은 체감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크아아아!!”

눈에 분노를 담은 고블린 기수들이 느리게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찔러지는 창을 왼손으로 잡아서 당긴 드낙의 롱소드가 순식간에 고블린 기수의 목을 잘랐다. 전신 갑주가 탱크처럼 일직선으로 질주하여 다이어 울프에 올라탄 고블린 기수와 그대로 몸이 부딪쳤다.

튕겨져 나가는 것은 고블린 기수였다. 갑옷을 벗어도 튕겨져 나가야 하는 게 고블린 전사였다.

놈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드낙이 가진 두 자루 남은 투척 단검 하나가 왼손에 쥐어져서는 그대로 다이어 울프의 척추에 콱 하고 찔러들어갔다. 투척하는 것과는 다르게 단번에 쑥하고 들어가서 척추를 분질렀다.

탄력적인 롱소드가 그대로 휘어졌다.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

단번에 꺾인 롱소드에 공격을 하려던 고블린 기수의 눈에 롱소드의 검날이 스쳐 지나갔다.

“끄아아악!!”

그 고통 어린 소리와 겹쳐지듯이 다이어 울프의 아래턱이 그대로 드낙의 발길질에 꺾이면서 덜렁거렸다.

혀가 길게 쭉 내려왔다. 〈짝눈 부반탕〉이 기승한 채로 드낙의 공격을 회피한 것과는 반대로 그가 죽으면서 진형이 흐트러지고, 그냥 무식하게 달려드는 늑대 기수들은 드낙의 상대가 아니었다.

분노에 물들어 짐승처럼 포효하는 고블린 기수들이 10초도 안 되어서 15기가 그대로 부상을 입거나 죽어나자빠졌고, 늑대들은 드낙의 사지를 물어뜯다가 기회가 될 때마다 둔탁하게 후려쳐 맞고 바닥을 기었다.

대장이 있었을 때에는 흥분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와 합격술을 펼치던 고블린 기수들이었지만 구심점이 죽자마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전술을 하나 표현하지도 못했다.

피구덩이가 생기고, 늑대들과 고블린 기수의 시체가 원을 그리듯이 드낙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드낙이 하얀 천을 꺼내어 롱소드를 닦았다.

‘대장이 살아있을 때, 다이어 울프를 모두 잃을 각오로 덤볐다면 고전했겠지만 단기전을 노리지 않은 대가는 크다.’

모든 고블린 기수를 죽이는데 걸린 합은 총 120합.

전투 시간은 그가 원하는 대로 단기전이 되었다. 개인으로 따진다면 장기전이었지만 30기에 달하는 고블린 기수가 덤빈 것치고는 크게 짧았다.

드낙이 대장을 노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천천히 지구력을 빼내고 죽일 생각을 한 부반탕은 죽을만했다.

물론 부반탕으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개인을 확실하게 쳐죽이는 방법은 지구력을 떨구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하고 안전한 정석을 선택했지만 중책(中策)도 못된 결과가 되었다.

드낙은 검에 묻은 피와 기름, 살의 찌꺼기를 말끔하게 닦아내면서 서둘러 뛰어갔다. 피구덩이에서 살아남은 고블린 기수와 다이어 울프는 고통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30마리의 고블린 중에서 10명이 그대로 절명했고, 20명은 중상을 입고 그중에 19마리가 급소를 당했다. 알아서 죽어갈 시간만 기다릴 뿐이었다. 급소가 찔렸기에 몸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크게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착실하게 피가 빠져나와 결국 죽음에 이를 터였다. 또한 다이어 울프 10마리와 갈색 늑대 20마리는 대부분이 머리, 아가리가 곤죽이 되어서 기절하거나 즉사해있었다.

〈킬 더 배틀〉의 능력으로 양학에 특출난 능력을 지닌 드낙이었다. 크게 진형을 갖추고 소극적인 면을 지녔던 것과 다르게 대장이 죽고 나서는 말 그대로 난투(亂鬪)가 일어났기에 압도적인 살상력을 보일 수 있었다.

서둘러 되돌아가는 드낙의 눈에 고군분투하는 이실레아와 부대장 그리고 노예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고블린을 상대하기 위해서 오면서 나무가 보이면 족족 벌목하여 나무 방패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늑대를 안 쓰고 있네.’

이실레아는 피로 전신을 물들고 있음에도 후방에 늑대를 두었다. 적 지휘관에 대한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에 후방에 늑대를 둔 것이다. 전투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후방이었다.

진형이 무너지면 인간은 자신의 목숨부터 챙길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지성을 가진 종족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공통된 것이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중립신(中立神)의 첫 번째 자손이라 불리는 엘프가 있었다.

도노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줄 알았기에 이실레아의 말을 들어준 듯했다.

‘다수 마법을 쓰기에는 너무 붙어있다.’

고블린들과 병사들은 나무 방패를 여럿 두고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물론 큰 피해는 서로 나오지 않았는데, 탐욕적인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챙김과 동시에 〈짝눈 부반탕〉이 기수들을 이끌고 후방을 후려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로 격하게 싸우지 않았다.

반대로 이실레아 또한 병사를 지휘하며 부대장들의 실수를 감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흥분해서 사리분별 못하는 고블린에게 특수장검으로 목을 따버리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었다.

〈브릴리언트 가문〉은 그 가문의 이름답게 귀족으로서의 탐욕보다는 귀족으로서의 명예를 더욱 중시하는 가문이었고, 그 가풍을 그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실레아였다.

큰 공을 하나 세우기 전까지 드낙의 무리에 함께한다는 결정은 범인(凡人)이 선택할 수 없는 결정이었고, 그것만 봐도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억!”

갑자기 돌을 던진 고블린에게 기겁하며 물러서려는 전투 노예의 귀를 스치며 특수장검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돌을 던지며 전투 노예가 뒷걸음질을 치자 그대로 도약할 공간이 생긴 고블린은 마치 그 검에 알아서 뛰어든 것처럼 쩍 벌린 입에 특수장검이 틀어박혔다.

“꺼걱!”

그대로 뒤로 고꾸라지며 입에서 피를 게워냈다.

“돌에 맞아도 된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네가 물러서면 양옆의 전우에게 빈틈이 생긴다!!”

“예!”

이실레아가 호통을 치면서 그대로 지나갔다. 대범하게 주위를 살피는 이실레아를 노려보는 고블린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에 죽은 고블린만 벌써 열다섯을 넘기고 있었고 자연히 후방에 있는 고블린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고블린이 지닌 무기로 〈굴렁쇠 코뿔소 가죽 갑옷〉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그녀는 계속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매우 집중력 있게 눈을 빠르게 움직이며 전황을 계속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그런 이실레아의 눈을 피해 머리에 뭐라도 명중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혼자 다니던 이실레아의 기감은 남들보다 날카롭게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규모 있는 전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석대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자였다.

“도노!!!”

후방에서 들려오는 큰 함성 소리에 도노가 단번에 으르렁거리며 다른 늑대들을 일으켜 세워 그대로 후방에 있는 드낙에게 달려갔다. 그 소리를 들은 이실레아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적의 대장이 죽었다! 드낙 기사가 오고 있다!”

‘고블린 기수들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다니!’

이실레아의 목소리에 격양된 감정이 듬뿍 들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고블린의 조련술은 실로 대단했다. 소문으로는 곰도 타고 다닌다고 말해질 정도였다. 〈다이어 울프〉를 조련하는데 성공한 것을 보면 거짓으로 여기기 힘들었다.

다이어 울프 10마리면 기사도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다수가 가지는 힘은 뛰어났다. 죽이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었는데 드낙은 겨우 120합만에 기병 30을 박살 내고, 대장도 죽였다.

〈짝눈 부반탕〉이 드낙의 공격을 50합이나 버텼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실레아의 짐작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장기전을 노린 부반탕은 비전으로도 죽이기 힘들었다.

〈죽일 상황〉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놈을 죽이는 게 가장 어려웠다.

“우오오오오오!!!”

드낙이 고함을 길게 지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진형의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병사가 단번에 물러났다. 인간의 몸이 컸기에 당연히 시야가 가려져 있어서 드낙의 돌진을 몰랐던 고블린 하나가 그대로 뛰어든 드낙의 무릎에 머리를 부딪쳐서는 뒤로 굴렀다.

측면부터 시작된 드낙의 난입을 막을 수 있는 〈숲 고블린〉은 없었다. 베면 베이는 대로 베였고, 근접하면 오히려 한 걸음 뻗어나가서 몸으로 부딪쳤다. 그것만으로도 바닥에 넘어지는 고블린들뿐이었다.

당연히 드낙의 뒤를 따라온 늑대 열다섯 마리가 쓰러진 고블린의 목을 물어서 고갯짓을 하며 크게 털었다. 목뼈가 부러져서 숲 고블린이 축 늘어졌다.

“크앙!”

도노가 고블린 하나를 덮쳤다. 고블린은 무기를 휘둘렀지만 그전에 도노의 체중에 시야가 크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몸이 멋대로 출렁거려 허공에 무기를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산 채로 목이 물어뜯겼다. 하지만 도노는 끝장을 내지도 않았는데, 고블린 하나가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목뼈를 부러뜨리지 못한 채로 날렵하게 물러난 도노가 있던 곳을 내려친 고블린의 철퇴에 쓰러져 있던 고블린의 팔이 곤죽이 되며 피가 튀었다.

“그릅···극!”

쓰러진 고블린이 피를 입에서 왈칵! 뿜으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쇼크와 호흡곤란으로 그대로 눈이 까뒤집어지면서 기절했다.

“와아아아아아!!!!”

드낙과 늑대가 휩쓸려간 곳으로 병사들이 너도나도 무기를 꼬나쥐고는 달려나갔다. 적을 롱소드로 베어넘기며 몸으로 부딪쳐서 넘어뜨리면서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드낙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을 떨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고블린 새끼들을 다 죽여버리자아아아!!!”

이스핀도 거기에 감화가 되어서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이실레아의 독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에서 분노가 서렸다. 드낙이 처음 물꼬를 튼 곳에서 병사를 지휘했기에 다행이지 그 반대편에서 저렇게 돌진을 했다면 바로 처형을 시켰을 것이다.

“자리 사수!”

산이라도 뒤집을 것처럼 고함을 지르는 전투 노예의 가죽 투구를 검면으로 툭 치면서 이실레아가 자리를 사수하라고 고함을 지르자 금방 열기가 식었다. 그녀는 대하기 매우 어려운 자유 기사였다.

“여기까지 돌진! 드낙 경을 도와라!!”

“우와아아!!!”

이실레아는 냉정하게 드낙의 진행 방향을 통해서 병사들을 잡아두었다가 돌진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중앙에 가서는 모두 돌진시켜야 했다. 고블린들이 동족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도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쫓아라!”

가장 뒤에 있던 이실레아가 고블린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붕괴를 하자 단번에 소리치며 이를 악물고 가장 선두로 향하기 위해서 달려나갔다. 특수장검의 검면을 오른손으로 쥐고, 손잡이는 왼손으로 쥔 채 팔을 미친 듯이 흔들며 내달렸다.

모든 것은 한 번에 결정됐다.

기울어진 목책으로 패주하는 고블린들을 쫓은 거리는 고작 100걸음도 안 되었다. 하지만 전투하면서 죽인 고블린이 40마리였다면 이 추격 거리에서 칼에 베이고, 창에 찔린 고블린의 숫자는 150마리가 넘었다.

몇몇 고블린은 그냥 곧바로 목책 위에서 아래로 뛰었는데, 다리가 그대로 분질러져서는 도망치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 숫자가 20마리는 넘었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도망친 고블린마저 추적해서 목책 밖으로 도망친 고블린 30마리를 추가로 죽였다.

도망친 숲 고블린은 10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확인사살까지 하고 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사방에 피냄새가 가득했다. 피가 안 묻은 사람 하나 없었다.

“헉! 헉! 그으···헉헉!”

드낙은 기진맥진한 채로 숲에서 숨을 골랐다. 그의 두 눈이 시퍼렇게 타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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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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