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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90화 (18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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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게 봤다.’

다이어 울프는 물론, 일반 갈색 늑대 또한 자신을 향해서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하기야···’

돌고래도 자기를 구한 사람을 기억한다. 늑대 또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짐승이었다. 그저 육식동물이라 저급한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고블린과 늑대가 쌓아온 유대.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견고했다.

그것은 드낙의 능력이 있다고 해서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관계를 드낙이 편하게 능력으로 잘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신과 관련된 싸움이었고 늑대들은 인간보다 지독하면 지독했지 정신력이 약하지 않았다.

야생 늑대에게만 통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이어 울프 또한 검은 늑대보다 격이 낮은 존재. 야생 다이어 울프였다면 능히 드낙의 명령을 들었을 터였고, 그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생판 처음 보지만 지배력을 지닌 드낙보다는 그래도 3년이고 7년이고 함께 밥을 먹고 숲을 질주했던 고블린 기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최면과는 달랐다. 드낙의 지배력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관계를 쌓아온 것이 고블린과 다이어 울프 그리고 갈색 늑대였다.

수억을 받기보다는 친구와의 우정을 선택한 늑대라고 할 수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존경스럽지만 드낙의 입장에서는 눈이 찌푸러질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블린 기수〉들의 전투력은 상당했다. 〈정예병〉이라고 명칭을 바꾸어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강하다. 내가 본 정규군이라도 애를 먹었을 수준이다.’

지형에 따라서 패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고블린 늑대 기수들의 백병전 능력은 상당했다. 이런 변방에서 이런 강력한 병과를 만나기는 또 처음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기병의 시야.’

드낙을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시야의 확장이 있었기에 대처능력이 뛰어났다. 특히나 다이어 울프들은 말보다 발이 두툼하였기에 어떤 동작을 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다음으로는 늑대 특유의 민첩함.’

네 발 모두 힘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었기에 뒤로 빠지기도 좋았고, 옆으로 움직이는 것도 능숙했다. 재빠른 것은 물론이고 방향 전환이 말보다 뛰어났다.

‘답답하다. 고블린 놈들이 장기전을 노리고 있고.’

드낙은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를 받아먹은 뒤로 전투에 있어서는 호쾌하게 다 발라버렸기에 이런 팽팽한 전투를 하는 것 자체가 답답했다. 자신의 강함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종 키메라〉 〈일각수〉와의 전투로 무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커져 있었기에 당연했다. 반면 그것은 〈짝눈 부반탕〉도 마찬가지였다.

〈숲 고블린〉들의 특징은 원거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숲에서 고블린 로드가 되기 위해서 다이어 울프를 조련하고 키울 정도로 야망이 있는 고블린이었다. 그것에 위협을 느껴서 고블린 대장끼리 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거기에 쫓겨서 이 마을을 박살 내고 똬리를 튼 것이 〈짝눈 부반탕〉이었다.

당연히, 드낙을 죽이지 못하는 것에 화가 잔뜩 나있었다.

전투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오래 싸워본 적이 없는 서로였다. 물론 드낙은 이후에 그 기질을 얻은 것이긴 했다. 하지만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것은 수많은 고블린 무리와 규모 있는 전투를 한 〈짝눈 부반탕〉이었다.

‘인간 기사. 구전되는 이야기라 허황된 것이라 생각했건만. 엄청나게 딴딴하군! 하지만 상대는 혼자서 무리에 뛰어들어온 멍청이. 전투다운 전투를 한 적이 없는 애송이 대장이다.’

장기전을 통해서 지구력을 소모시킨다면 코를 후비면서도 지친 드낙의 목을 벨 수 있을 것이다. 고블린 기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드낙을 견제하며 갑옷과 투구를 두드렸다.

‘적이 장기전을 노린다면 난 단기전을 노린다!’

50합을 겨룬 드낙이 입을 달싹거렸다.

“〈열다섯개의 화염 깃털(Fifteen Flame Feathers)〉.”

등 뒤에 화염 깃털이 단번에 나타났는데, 고블린 전사들의 대처는 단번에 이루어졌다. 가죽 주머니를 풀어서 던졌는데 그곳에서 굵은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곱게 빻은 마른 변이었다.

“···!”

그 가루는 단번에 화염 깃털과 만나 타올랐다. 명확하게 마법에 대한 대처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고블린들 또한 〈초월의 힘〉인 주술(呪術)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블린 주술사는 매우 희귀하지만 그들이 만든 주술 아이템은 곳곳에 퍼져있었다. 드낙이 마법을 사용하자 부반탕 또한 주술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상대가 마법을 사용했기에 이쪽도 사용해야 했다.

“전력을 다해라! 보통 놈이 아니다! 주술 아이템을 사용해라!”

진흙으로 빚은 단순한 인형이었는데 그것을 손으로 꽉 쥐어서 부숴버리자 그대로 손에 화염이 이글거리면서 들러붙었다.

화르르르!

한 번 크게 타오른 화염이 주먹에서 뻗어나가며 불똥을 다섯 개 순차적으로 드낙에게 쏘아보냈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다른 다이어 울프에 탄 고블린 10마리가 똑같은 것을 쏘아보냈기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다.’

한쪽 방위만 방어할 수 있는 것이 〈다섯 마름모 방패(Five Rhombus Shields)〉였다. 이 상황에는 맞지 않았고, 효율도 떨어졌으며 마력이 아까웠다. 드낙은 자신의 갑주를 믿기로 했다. 대신 〈오아시스의 활력(The vitality of the oasis)〉을 사용해서 찬물을 내부에서 돌렸다.

들러붙은 화염은 소리 없이 타올랐고 온도를 높였지만 드낙에게 뜨거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 모습을 본 고블린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제법 많은 자원을 내어주며 고블린 주술사에게서 구입한 〈화염 토기〉이었기 때문이다.

“철조차 녹이는 것인데!”

부반탕이 경악했다. 그만큼 드낙이 지닌 〈전신갑주(Full Plate Armor)〉에 녹아든 기술은 대단했다. 72년된 것임에도 드낙에게 주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수선을 봤기에 마법 시스템만 옛날식이지 갑옷 자체의 성능은 오늘날의 것이었다.

고작 주술 화염에 녹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토치라이트 가문〉의 명예이기도 했다. 그들이 하사한 전신갑주가 고열이라고 하나 화염에 녹는다는 것은 치욕이나 다름없는 것. 제대로 된 전신갑주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법적인 면에서 하자를 주기 위해서 구식 전신갑주를 억지로 찾아서 수선한 것은 귀족들의 음습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모순된 행위였지만 이것이 귀족의 성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강제로 다수 마법을 뜯어내는 하책(下策)을 쓰기보다는 옛날 것을 내어주는 현명함을 보인 것이다. 드낙의 입장에서는 개 같은 일이었지만 그는 그 내막을 잘 몰랐다.

‘마법이 안 된다면 별 수 없지.’

50합을 겨루며 고블린 기수들의 전투력을 어느 정도 가늠한 드낙은 그중에서도 대장을 가장 먼저 노렸다. 〈짝눈 부반탕〉은 귀신같은 창질과 넓은 시야를 가진 무인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를 따르는 고블린 기수들의 기세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이다.

고블린 정예병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만큼 부반탕을 죽여서 오는 이득이 많았다. 드낙이 휘두른 롱소드의 간합에 단번에 들어간 다이어 울프를 발과 허벅지의 미묘한 신호로 조종하는 부반탕의 눈이 커졌다.

〈파우스트 리바운드(주먹 반동, Faust Rebound)〉.

드낙이 무식하게 휘두른 검의 검면을 주먹으로 후려쳐 궤도를 변경시킨 것이다. 옆으로 베어지던 검이 단번에 내려치기로 변했다. 물론 날이 세워진 부분이 아니었기에 절삭력은 없었다.

하지만 검은 둔기로 쓰기에 충분한 무기였다. 그대로 다이어 울프의 발이 찍혔다.

“깨갱!”

전신갑주를 통해서 체중이 더해진 힘이 가해졌으니 아예 짓이겨졌다. 단번에 한쪽으로 기운 다이어 울프는 최대한 뒤로 물려날려고 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볼 드낙이 아니었다.

“놈!”

하지만 대장의 위험을 가만히 지켜볼 고블린 전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투 상황에 있어서 맹목적인 충성심을 지닌 자들이었다. 탐욕적인 고블린이었지만 그들의 바탕에는 〈강함〉이라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이 여유로우면 남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법이었고, 부반탕은 특히나 부하를 관리함에 있어서 공을 들였다. 〈다이어 울프〉를 탈 기수가 배신을 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것에 불과했지만 고블린 기수들은 진정으로 부반탕을 위해서 목숨을 도외시하고 적극적으로 드낙의 간합에 들어왔다.

비집고 들이밀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로 공격 일변도였다. 하지만 〈깃털 투구〉를 쓴 드낙의 시야는 고블린 기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었고, 그가 겪은 실전은 보통이 아니었다.

〈스트룸 라우치(Sturm rausch, 폭풍 돌진)〉

드낙의 발놀림이 경쾌하게 바뀌었다. 복싱을 본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다른 기사보다 튕기는 맛이 났다. 전신갑주의 무게는 전체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기에 한 점으로 집중시켰을 때를 제외하면 운신이 크게 제한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트룸 라우치를 운용할 수 있었다. 왼발로 대각선으로 전진함과 동시에 오른발로 다시 대각선으로 전진했다. 리치가 긴 창 여섯 자루가 허공을 갈랐다. 크게 근접한 고블린 기수는 2명이었지만 그 뒤쪽에 있는 고블린 기수들이 창을 찌른 것이다.

여섯 자루의 창을 회피한 드낙의 검이 휘둘러졌다.

“컹!”

“키잉!”

탄력적인 롱소드가 위험해 보일 정도로 기울어져서는 다이어 울프 두 마리의 콧등을 베었다. 단번에 다이어 울프 두 마리가 경기를 일으키며 경직되었다.

근접한 고블린 기수 두 기가 그렇게 발이 묶이자 드낙은 오히려 일시적으로 안전해졌다.

“하압!”

기합을 지르며 부반탕에게 뻗어나갔다. 폭풍 돌진을 사용하며 앞으로 두 걸음을 향했기에 거리는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절뚝거리는 다이어 울프가 입을 쩍 벌렸다. 뭐라도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드낙은 어울려주지 않았다. 단번에 다이어 울프의 벌려진 입에 발을 쑥 집어넣었다. 짐승이 그대로 물었지만 강철 방어구는 결코 이빨에 부서지지 않았다.

“흐아압!”

부반탕도 기합을 지르며 창을 미리 찔러 자신에게 덤벼오는 드낙을 막으려 했지만 단번에 검에 의해서 튕겨졌다.

‘빌어먹을! 자세가 안 좋다!’

아무리 기합을 질러도 진작에 부상당한 다이어 울프에게서 내려야 했다. 후회는 아무리 일찍 해도 늦는 법이었다. 그의 창은 진작에 그 예리함을 잃었다. 드낙에게 쉽게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부반탕은 약탈해서 얻은 강철 원형 방패를 들어 올렸다. 다이어 울프의 옆구리에 덜렁거리던 방패를 가죽으로 단번에 잡아들어서 다른 손으로 손잡이를 쥐어서 단단히 받치면서 순식간에 가죽을 쥔 손을 다시 손잡이로 옮겼다.

능숙했다.

‘역공을 노린다!’

팔뚝마저 단단히 원형 방패로 받쳤다. 드낙은 다이어 울프의 아가리를 발로 밟고, 다른 발로 목을 짓누르며 그대로 도약했다.

호흡을 멈추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보통이라면 방패로 저렇게 단단히 방어하고 있다면 측면이나 후방을 노리기 마련이었지만 드낙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 상황, 결코 잊을 수 없지.’

드낙 또한 숏소드와 원형 방패를 주력으로 사용한 때가 있었다. 그 비전을 마주한 뒤로는 결국에는 공격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무장으로 내려놓았지만.

내려치기의 정수.

둥근 방어구, 특히 방패를 파훼하는 반복 행위의 탑. 해골 기사가 보여준 섬뜩함은 아직도 악몽으로 꾸기도 했다. 그만큼 기술로 만들어진 차가운 섬뜩함은 맛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사의 끝없는 수련의 보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지만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를 먹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요령을 쉬이 터득한 드낙이었다.

〈할스 아우스푸렁(Hals Ausfuhrung, 목 처형)〉

불파겐 가문의 비전이며 〈귀족 전쟁〉이라고도 불린 그 시대에서 살아온 세파리아스가 가장 애용했던 비전이기도 했다.

방패에 대한 맹신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강력한 비전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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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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