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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89화 (188/1,239)

0189 <-- 가을을 맞이하며 -->

〈고블린 로드〉.

적어도 부락 다섯 개 이상은 거느리고 있어야 될 수 있다는 고블린 계의 왕(王). 이곳 〈짙은 녹색숲〉은 인간의 발길이 적고, 산맥에서는 황무지를 건너야 했기에 큰 몬스터나 야수가 오기에는 부적합했다.

덕분에 숲에서는 고블린들이 대장 노릇을 했는데, 그 덕에 많은 고블린 부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욕심쟁이 고블린들은 숲의 자원을 독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블린 로드가 되기 위해서 전쟁을 거듭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경계선에서 인간들이 마을을 두고 있었지만, 매우 위태로운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사냥꾼 마을〉이었다.

숲의 경계에서 마을을 건설해서 위험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언제든 악운(惡運)이 낄 수 있었고, 그 악운은 피비린내를 가득 풍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되돌아가서 횃불 성채에서 추가로 구매한 노예들을 이용해서 머릿수를 채워 130명이 넘는 인원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선 드낙은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초록색의 피부에 큰 코. 날카롭게 하늘을 향해있는 큰 귀는 머리 위로 삐쭉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길었다.

짐승 가죽으로 몸을 가린 고블린은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엄폐했다. 그리고는 소리를 꽥꽥 질러대었다.

“적이다! 적! 인간들이 쳐들어왔다!! 멍청이들아! 빨리 튀어나와!!”

초병이 하나인지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나타나는 고블린이 없었다. 드낙은 거침없이 앞으로 가려 했지만 이실레아가 드낙을 부르며 막았다.

“뭡니까?”

“고블린의 숫자를 모르고 무작정 깊이 들어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드낙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정말로 그랬기 때문이다. 특히나 초병으로 보이는 고블린은 딱 봐도 활을 들고 있었다. 집이 많은 이런 마을에서 고블린들의 전투력은 크게 상승하는 법이었다.

〈숲 고블린〉은 특히나 교활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되려 전면전을 벌이면 유리해지는 것이 드낙의 세력이었다.

“마차에 씌워둔 〈화살막이 천막(Arrow protection cloth)〉을 가져와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예!”

드낙의 명령에 전투 노예 셋과 노예 10명이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 사이에 고블린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 숫자가 많아질뿐더러 지붕 위, 뻥 뚫린 창문과 골목길 그리고 무너지거나 기울어진 목책에 거침없이 매달리기도 했다.

“인간이다! 인간!”

“기사다! 기사!”

곳곳에서 인간에 대해 떠들어대었다. 특히나 인간들이 가진 무기나 누가 강한 것처럼 보이냐는 것을 알렸다.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고블린들을 봤다.

〈검은 산골 마을〉에서 본 놈들이랑 큰 차이는 없었다. 펄볼드보다 작은 체격에 시끌시끌했고, 규율이 잡혀 있지 않은 잡병과도 같았다.

‘다른 점 또한 분명하다.’

일단은 동굴 곳곳에 자리 잡았던 일반 고블린과는 다르게 잔뜩 한곳에 모여있었고, 모이는 속도가 비교적 빨랐다는 점이다. 또한 보초를 둔 것을 봐서 구심점(求心點) 역할을 하는 대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근접 무기로는 대거, 단검, 철퇴 등. 온갖 것들을 가지고 있긴 있었지만 방패를 쥔 숲 고블린 하나 없었다. 대신에 화살통과 단궁을 전원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 숫자만 일백이 넘었다.

전투 노예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지만, 이실레아의 표정은 편안했다. 숫자만 많을 뿐, 직접적으로 덤벼들 〈숲 고블린〉이 아니었다. 오히려 혼자서 기울어져서 틈이 보이는 목책을 사수할 생각도 가졌다.

시간을 들인다면 능히 한 마리 남김없이 토벌이 가능했다. 그것을 말로 전해들은 드낙도 괜찮은 방법이라 여겼다.

‘숲 고블린을 두려워 한 이유는 그들이 숲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에서라면 비벼볼만했다. 무엇보다도 포위를 당하지 않은 것이 컸다. 인간들이 공격을 하지 않자 고블린들이 지붕 위에 드글드글 모여서는 온갖 생쇼를 했다. 발가벗어서 그곳을 덜렁거리며 춤을 추거나 온갖 욕을 하며 얼굴을 손으로 주물럭 거리며 모욕했다.

이실레아의 표정에 당혹함이 깃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연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흑마법사의 하수인들에게 유린당했지만 자살은커녕 어떻게 도망칠까 생각하던 그녀였다.

구조당했을 당시에 복받쳤던 마음도 하루도 안 되어서 다시 냉정해졌다.

“지금 공격해봤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뿐이다. 대장을 단번에 격살해서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물론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드낙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당장 장궁으로 고블린을 줄줄이 죽였을 것이다. 또한 고블린의 숫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기에 준비가 필요했다.

고블린 대장이 나오기도 전에 부리나케 달려갔던 노예들이 화살막이 천막을 가져왔다. 흑마법사의 거처에 있던 중형 키메라를 마법사와 교환해서 추가로 얻은 것이었다. 그들은 나무 장대도 여럿 가져왔는데, 천막의 천장처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가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이 간단한 작전 회의를 위해서 모여있었다. 고블린 대장이 나오지 않았기에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고블린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습니다. 뒤를 치려고 하는 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 사이에 부대장들이 병사들을 지휘하고, 드낙 경께서는 대장의 목을 취하십시오.”

드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스핀과 도렌은 긴장으로 땀을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실레아는 부대장들에게 최소한 고려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딱히 드낙이 조언을 하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세 가지를 말해주었다.

“하나는 공을 탐하지 말고, 아군의 피해를 먼저 생각할 것.”

가장 지키기 힘든 일이었다. 자신의 목숨이 아니기에 적병을 잡으면 잡은 만큼 자신의 명예를 높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을 가늠하고, 상벌을 주는 자들은 적을 얼마나 죽인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이와 여자의 코와 귀를 베어서 배에 실어 보내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니다. 공이라는 것은 사람을 악귀로 만드는 것이었다.

드낙이 검은 꿈에 취해 목숨을 내던지는 것과 비슷했다.

“둘은 병사보다 대범하게 나설 것.”

정규군이 아니었기에 지휘관이 겁을 먹거나 고개를 숙인다면 병사들의 기세 또한 위축되는 것은 당연했다. 〈전투 노예〉는 실전을 많이 겪은 것도 아니었기에 이실레아는 이 부분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다루었다.

“셋은 냉정을 유지하고, 흥분한 병사들을 관리할 것.”

더 말해도 입이 아픈 말이었다. 그것을 말한 이실레아는 벌써부터 후방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늑대들 전부가 이실레아를 따라갔다. 진형을 갖추면 방해인 것이 늑대였다. 측후방을 노리는데나 쓸 만한 것이 늑대였다. 또한 그녀와 함께할 나무창을 쥔 노예들이 열다섯 명이었다.

차출된 노예들의 표정은 검게 죽어있었다. 그녀가 함께하고 있든 말든 고블린과 싸워야 한다는 것에 공포감을 느꼈다.

흉폭하게 소리를 지르는 고블린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으으···’

끔찍한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들이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껏 늦장을 부린 고블린이 나타났다. 짝눈을 하고 있는 〈고블린 대장〉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서 얼굴에 주름이 많았다. 그렇다고 늙어서 살이 처지지는 않았다.

“뿌-반탕!”

“뿌-반탕!”

고블린들이 일제히 땅을 치거나 무기를 부딪쳐 소리를 내며 그 이름을 외쳤다. 〈고블린 대장〉 〈짝눈 부반탕〉이 히죽 웃으면서 손을 비볐다. 그는 큰 늑대를 타고 있었다. 배가 하얀털로 뒤덮여져 있고, 몸 자체는 회색털을 띄고 있었다.

〈검은 늑대〉인 〈마브로스 리꼬〉는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격이 낮았지만, 덩치는 큰 〈다이어 울프〉였다.

물론 그 혼자만 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친위대로 보이는 〈고블린 전사〉들 또한 다이어 울프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만 10기가 넘어 보였다. 그 외에는 자잘한 갈색 늑대가 이십여 마리 등장했다.

흉흉한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인간 새끼들! 고작 100명 언저리로 여기에 쳐들어오다니. 간땡이가 붓다 못해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다이어울프 기수만 10기였고, 그냥 갈색 늑대에 올라탈 준비를 하는 고블린도 20마리가 넘었다. 돌진하고 어지럽혀지면 말 그대로 머릿수가 많은 자신들의 승리였다.

특히나 〈짝눈 부반탕〉이 가지고 있는 전력은 실로 대단했다.

〈다이어 울프 기수〉 10기

〈울프 기수〉 20기

〈숲 고블린〉 250마리

반면 인간의 숫자는 많아봤자 100명이었다. 〈버려진 영지〉의 〈짙은 녹색숲〉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기사라는 것은 그저 떠돌이 고블린 무리에게서 주워들은 것이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것뿐이었다.

경계할 만했지만 공포에 젖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획득했던 정보도 세대가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고블린이었다. 기사에 대한 막연한 정보만이 이어져내려오고 있었다. 위풍당당했다.

특히나 다이어 울프의 경우 몸길이는 3미터가 넘었다. 꼬리를 제외한다고 해도 인간의 키보다 길었으며 높이 또한 150cm는 되었다. 체중은 150~250kg 사이로 육중했다.

〈짝눈 부반탕〉을 있게 해준 힘이기도 했다.

이때, 드낙은 고블린의 말을 할 줄 알면서도 대답 하나 하지 않았는데, 결국 고블린은 다 쳐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고블린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탐욕적이고 교활하기 때문이다. 약속이라는 것이 먹히지도 않았고, 이득임에도 뒤통수를 치기를 좋아했다. 그런 것들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들이었다.

“화살을 쏴라!”

부반탕이 고함을 크게 내질렀다. 단번에 곳곳에서 단궁이 쏘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화살막이 천막〉을 뚫지를 못했다. 천막이 막지 못하는 곳으로는 방패를 높이 들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물론 모든 화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화살은 생각 외로 살상력이 낮은 무기였다. 틈으로 들어온 화살은 팔뚝을 스치거나, 허벅지를 긁어 상처 내는 것에 그쳤다.

박힌다고 해도 얕았다. 끔찍한 고통으로 소리를 낼 정도도 아니었다.

고블린의 신체로 대단한 장력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화살 공격을 받으면서 고블린들은 기울어진 목책으로 이동하지 않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고 그런 생각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거리 공격을 좋아하는 〈숲 고블린〉은 공간의 점유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다.

측후방을 공략하여 단기전을 노리기보다는 말 그대로 화살로 장기전을 노리는 놈들이었다. 그렇기에 〈짝눈 부반탕〉이 대장을 먹은 것이기도 했다. 다이어 울프를 타고 숲을 질주하는 그를 화살로 맞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쏴라, 쏴!”

화살비에 잔뜩 웅크린 인간들을 보며 부반탕이 히죽 웃었다. 동시에 늑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정면은 아니었다. 그것은 매우 부담되는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타닥!

단번에 기울어진 목책을 질주하며 다이어 울프들과 갈색 늑대들이 땅에 착지했다. 후방을 노리는 것이었다. 고블린들이 지닌 화살은 10발~15발이 전부였기에 금방 동이 났다.

드낙이 이실레아에게 소리쳤다.

“늑대 기수들은 내가 맡겠다! 이실레아 경은 전방으로!”

“조심하십시오! 고블린 기수들은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드낙은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부반탕과 그대로 마주쳤는데, 무식하게 달려드는 다이어 울프를 확인한 드낙이 정확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대로 달려온다면 다이어 울프의 길쭉한 코가 그대로 베일 것이다.

‘어딜!’

높은 시야를 가진 부반탕이 오른발을 위아래로 비비면서 다이어 울프의 옆구리에 신호를 주며 허벅지에 단단히 힘을 줬다.

훙!

드낙의 롱소드가 허공을 갈랐다. 완벽하게 훈련된 다이어 울프는 고블린 기수가 하는 대로 움직이는 짐승이 되어있었다.

쉬익!

동시에 부반탕이 쥐고 있는 창이 찔러들어왔다. 드낙은 무식하게 전신갑주로 막으면서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못 피할 거다.’

뒤로 물러나기에는 부반탕을 따라온 기수들의 숫자가 많았다. 회피할 공간이 일시적으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 울프는 묘기를 부리듯이 한 발만 쓱 들어 올렸다. 드낙이 경악했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말도 안 된다!’

다이어 울프 위에 올라타서 드낙을 내려다보는 부반탕이 고함을 꽝하고 내질렀다.

“구와아아아악!!!”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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