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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83화 (182/1,239)

0183 <-- 성기사 에이담 -->

〈지하 감옥〉으로 드낙과 이스핀 부대장이 빠르게 향했다. 다른 이들은 오지 못했다.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토성의 인구를 자신의 품으로 안기 전에는 방심하면 안 되었다.

장소를 알려주었던 토성의 시민이 길을 인도했다. 말이 시민이지 이제는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었다.

〈총관 게제라스〉가 3년의 노예 신분으로 지낼 것을 구두계약으로 속속들이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횃불 성채〉에서 사교도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누구나 노예가 되기를 원했다.

“이쪽입니다!”

평범한 집 아래에 지하감옥이 있었다. 이 집의 주인이 피의 신도 중에 하나라고 말하기도 해주었다. 확실히 〈피의 신도〉가 생활하는 곳에 지하감옥을 놓으면 누구도 구출할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숨겨진 입구를 열자마자 피 냄새가 났다. 바가지만 한 곳에 피가 담겨 있었는데, 아마 〈피의 은총〉을 사용하기 위한 피로 보였다.

바닥은 그렇게 질척하지 않았다. 계단 밑의 공기는 매우 정체되어있어서 오염이 심해 보였다. 감옥 자체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잔뜩 녹이 쓴 철창으로 가득했고, 열고 닫는 곳에만 기름칠이 되어있었다.

드낙은 〈깃털 투구〉를 쓰고 있음에도 많은 정보를 얻고 있었다.

‘오물이 가득하네. 제대로 처리를 안 하는가 보구나.’

캉!

단번에 가져온 망치를 휘둘러서 자물쇠를 박살 냈다. 횃불로는 감옥의 안쪽까지 볼 수 없었다. 횃불은 생각보다 가시거리가 짧은 조명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감옥을 열어 안으로 들어선 드낙은 눈을 찌푸렸다.

구석에 웅크린 채 썩은 아기를 감싼 채 죽어서 말라비틀어진 여성의 시체였다.

맥을 짚을 필요도 없었다.

감옥 자체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그냥 굶겨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드낙은 결코 이들이 〈신전의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신성력을 써먹으려고 했을 것이다.

감옥을 샅샅이 뒤져나갔다. 사제나 성기사로 보이는 자들은 보이지 않았기에 드낙은 내친김에 곧바로 가장 끝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중요 인물들은 가장 깊은 곳에 놔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한 감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캉!

자물쇠를 부수자마자 가만히 앉아서 두 손을 모은 채 꿈쩍도 안 하던 깡마른 여성이 눈을 떴다. 드낙은 조금 오싹함을 느꼈다. 푸른 불꽃같은, 새파랗게 타오르는 신념이 깃든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것 같았다.

"··· 누구··· 십니까."

바짝 마른 목소리였다.

“자유기사 드낙이라고 합니다. 가문은 밝힐 수 없지만, 토치라이트 가문에서 토지를 받아서 그곳으로 향하던 도중, 사교도의 토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

드낙은 서둘러 물의 정령으로 만들어진 깨끗한 물을 사제에게 마시도록 권유했다. 그녀는 딱 한 모금만 마셨다. 또한 건네주는 소금도 손으로 찍어서 빨았다. 그것뿐이었고, 더는 먹지 않았다.

순식간에 맨 끝에 있던 감옥 여섯 개에서 사제 다섯 명과 성기사 하나가 구출되었다. 특히나 성기사는 저항을 했는지 온몸이 쇠사슬로 묶인 채 입에 재갈까지 끼워져서는 벽에 들러붙다시피 포박되어있었다.

“으···프···”

침대로 쓰이는 곳에는 음식을 떠먹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재갈을 비롯해서 쇠사슬을 풀어주자 성기사가 감사를 표했다. 딱 봐도 근육으로 다부져 있었는데, 신성력 탓인지 근육이 쪼그라들지 않아있었다.

그 외의 감옥에는 시체뿐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요양에 들어갔다. 〈성기사 에이담〉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사제들은 육체적으로 상태가 안 좋았다.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특히나 거칠게 저항하는 성기사 대신 사제들의 피를 자주 뽑아가서 입술이 파리한 사제도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에 듣겠습니다. 오늘은 따뜻한 불을 쬐고, 천천히 꾸준히 수프를 드십시오. 물도 데워서 드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몸을 추스르고 듣기로 하였다. 물론 그들과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전에 방침을 정하기 위해서 드낙의 무리가 스스로 시간을 후일로 미룬 점도 있었다. 드낙의 판단이었다.

‘신전은 위험해.’

게제라스와 이실레아를 비롯해서 다른 이들은 좋다고 달려갔지만 드낙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지역 신전〉의 봉사와 헌신은 자신의 기반을 흔드는 나쁜 것이 될 수 있었다. 괜히 귀족과 신전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드낙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귀족보다는 아직 세력이 약하고, 기반도 얕았다.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태평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뿐이거나 걱정이 없을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자들의 말이었다. 드낙과 연이 없는 소리였다.

일과를 보고, 저녁 식사 전에 원탁회의가 다시 한 번 열렸다. 〈신전 사람〉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모두 탐탁잖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드낙의 걱정을 이해하는 것은 〈총관 게제라스〉 뿐이었다. 그 또한 〈내정관〉같은 행정과 내정에 있어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자리를 꿈꾸기에 이해관계가 드낙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었다.

“모두 말하고 싶은 바가 많겠지만, 이 일을 허투루 결정해서는 안 된다. 매우 중요하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직 기반을 단단히 하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지역 신전〉이 벌써 크게 발돋움을 한다면 행정을 비롯해서 앞으로 행할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신전이 끼어들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미 늦었다. 민심이 신전에게 향해있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방침을 지금 정해야 한다. 나는 최대한 견제를 하면서 신전의 사람들이 사람들을 돌보았으면 한다.”

어려운 주문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실레아의 눈이 게제라스에게 향했다. 그 눈길을 받은 그가 괜히 얼굴에 웃음기를 띠었다.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큰 재미를 주었다. 이스핀과 도렌은 원탁회의에서 병풍이나 다름없었는데, 노예의 관리를 위해서 있었기에 이곳에서 활약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이 무(武) 아니면 통솔에 대한 것이었다.

가만히 들으면서 배우는 위치에 있었다.

“일단 저희가 왜 신전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제라스의 눈이 부대장들에게로 향했다. 괜히 도렌이 눈을 피했고, 이스핀은 어색하고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질병부터 시작해서 불구가 될 신체도 치유하는 것이 〈신성력(神聖力)〉입니다. 남부 왕국이 아직까지도 망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일 정도로 중립신을 믿는 신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력을 오랫동안 지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 신성력이었다. 죽어갈 사람도 살리고, 때와 운이 좋으면 은퇴해야 할 사람도 살린다. 현실에 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할 수는 없지만 그러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없어서는 안 되고, 필수적으로 품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지역 신전〉을 지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좋습니다.”

인구의 감소를 막아주는 완충제나 다름없었다. 신성력이 없는 마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이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계속해서 뭉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잡아먹고 업(業)이 쌓여져서 변이를 하는 야수.

파괴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야만스럽지만 문화를 가지고 있는 휴머노이드형 몬스터 등.

인간의 적은 수없이 많았다. 기사가 없다면 계속해서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역 신전〉은 대부분 떠돌이의 형태로 돌아다녔다. 횃불 성채에 잔류한 사제와 성기사는 계절마다 다르지만 15~3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드낙 님께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신전의 힘이 강해지면 사사건건 온갖 일에 방해를 걸고 제동을 걸 것입니다.”

게제라스가 손가락을 하나 올리며 말했다.

“예를 들면, 저수지에 관한 것입니다. 보통 노동력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되면 물세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전의 힘이 저희들보다 강해지고, 민심을 이끌고 있다면 물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

이스핀이 특히나 굳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의 압도적인 무력과 출세를 위한 행동력 때문에 돈에 관한 것은 점점 손에 놓은 이스핀 부대장이었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였다.

“제재를 받지도 않고, 견제를 받지 않으며 성장한 신전은 무섭도록 성장할 겁니다. 당연히 제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견제 방법은 실로 간단합니다. 저희들의 형편이 안 좋다는 것을 어필하며 최대한 〈지역 신전〉의 성장을 돕지 않는 것입니다.”

드낙은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거지?”

“땅부터 시작해서 노동력까지. 신전에게 쥐어질 자원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신전의 기반이 성장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저희에게 시간이 생길 것입니다.”

그럴듯한 말이었다. 또한 고작 6명에 불과한 것이 사제들과 성기사였다.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소문이 크게 퍼지기 전까지 〈버려진 영지〉로 올 중립신의 신도들은 적을 것이다.

“신전의 기반이 적정 수준까지 오르는 속도를 저하시키고, 그들이 매년 얻어낼 수 있는 자원량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이 조절이고 균형이지 사실상 이리저리 돌리면서 은근히 적대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반대하지 못했는데 드낙이 애초에 시작부터 명시를 했기 때문이다. 신전은 견제해야 할 대상이라고.

그것을 듣고도 딴소리를 한다면 좌천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렇게 눈치 없는 놈은 도렌 정도였는데, 별말을 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반박할 수 없다면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제들과 성기사가 있는 집으로 늦은 점심때 들어선 드낙을 〈성기사 에이담〉이 크게 반겼다. 이미 아침에 상황을 보기 위해서 게제라스가 먼저 방문하여 대충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피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드낙이 〈피의 사도〉를 토벌했다는 것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피의 성소〉.’

신에게 바치는 성소이기도 하지만 신이 내려주는 성배이기도 한 장소. 그리고 그곳을 소모하여 일시적으로 트롤을 뛰어넘는 힘을 내는 곳.

토성의 중앙이 박살이 나있었기에 중대형급 괴물이 날뛰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을 믿는 성기사에게 있어서 〈피의 악신 아토라신〉의 은총은 잘 알려진 것이었다.

그것을 단신으로 토벌한 드낙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괜히 조심스러웠고, 또 존경스러운 점도 있었다.

“어떻게 〈버려진 영지〉로 오게 되었습니까?”

드낙의 물음에 〈성기사 에이담〉이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마주보았다. 푸른색의 눈동자는 마치 바다와도 같이 넓고 깊어 보였다.

“중립신을 모시는 성기사가 어떻게 버려진 영지를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뜻이 맞는 사제 분들과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에이담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가장 밑에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라. 이것이 우리들이 믿는 신이 행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있는 것이 신성력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했다?”

에이담은 고개를 망설임 없이 끄덕였다. 드낙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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