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8 <-- 바세안 토성 -->
300명이 넘는 자들이 순식간에 악도(惡徒)들로 변하여 단번에 드낙과 입구에서 버틸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덤벼들었다.
“죽어라!!”
그중에서도 인간 같지 않은 스피드를 지닌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피의 악신 아토라신〉의 은총을 받은 신도들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채 다섯을 넘지 못했다. 드낙은 눈에 〈촌장 바세안〉을 비롯한 몇몇 수뇌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다.
‘버리는 패인가.’
자신을 대신해서 싸울 놈을 위해 은총을 받도록 만든 것이었다.
“이야아아아!!!!”
황소를 뛰어넘는 각력으로 땅이 푹 꺼질 정도로 큰 힘으로 달려드는 놈은 마주하는 사람의 기를 질리게 만들 정도로 폭력적인 질주를 했다. 발자국이 선명하게 땅을 파고들어갔다.
하지만 놈은 쥐고 있는 철퇴를 휘두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방패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촤악!
비전을 사용할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찌르기로 보이는 행동 하나. 〈빠름의 묘리〉라 불리며 중단세에서 토해지는 쾌(快)의 수법이었다. 권투의 잽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주고 그 뒤로는 힘을 빼는 것이 중요했다.
힘을 전혀 안 들이면 1.5kg가 조금 넘는 〈탄력적인 롱소드〉의 무게 때문에 검의 궤도가 크게 밑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권투보다 더 어려웠다. 무엇보다 몸의 축을 회전하는 시간이 적었기에 〈힘〉을 요구하지 않아야 함에도 선천적으로 큰 근골과 근력을 기대하는 모순적인 기술이 바로 〈빠름의 묘리〉였다.
힘을 충분히 부과할 시간이 없기에 짧은 순간에 힘을 주기 위해서는 그냥 근골이 좋아야 한다는 소리였고, 태생적으로 근력이 강해야 했다.
말 그대로 〈무재(武才)〉를 위한 비전이 바로 불파겐 기본 비전 칠주(七主) 중 쾌(快)였다. 비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찌르기와는 격이 달랐다.
제법 싸움을 겪어봤을 수밖에 없는 것이 〈피의 신도〉였다. 그럼에도 단박에 목이 찔려 피가 쏟아져 나왔다. 찔렀을 검은 이미 목을 찌르면서 손에 감각이 오자마자 목뼈의 저항력을 이용해서 회수되어 있었다.
목이 베여 고통에 몸이 경직되며 그대로 머리부터 곤두박질치는 신도의 양옆으로 달리던 피의 신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춤하는 놈들을 보며 드낙이 그대로 범(虎)처럼 달려들었다.
“〈열다섯개의 화염 깃털(Fifteen Flame Feathers)〉.”
달려들면서 드낙의 등 뒤로 우수수 화염 깃털이 튀어나와서 사방으로 쏘아졌다.
“흐, 흐악!”
깜짝 놀라서 그대로 몸을 수그리면서 무릎까지 꿇은 시민의 뒤로 멍청하게 앞사람의 등을 받치고 있던 자의 눈에 그대로 화염깃털이 정확하게 꽂혔다. 이어서 주먹만한 마법 불꽃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아아아!!!!!!”
화상의 고통. 그것도 눈을 비롯한 얼굴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발광하면서 몸을 뒹굴었다. 눈이 어쩌느니, 얼굴에 불이 붙었다느니 그런 것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목이 터져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화염으로 일어난 고통은 그것조차도 3초밖에 못 내게 했다.
추욱.
그대로 기절하면서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고 엉덩이가 하늘로 향했다.
타닥.
기절했음에도 화염 깃털은 끝까지 20초를 채우고 사그라들었다. 살이 타는 고기 냄새가 퍼져나갔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뒤에 있던 자들 중 몇몇은 눈치만 봤고, 앞에 있는 자들은 주춤거렸다.
난잡하게 쏘았기에 전방위적으로 적들을 주춤하게 만들 수 있었다.
“씨, 씨발! 이게 말이 되냐고! 저런 괴물 새끼랑 어떻게 싸워!”
곳곳에서 미친 소리라면서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나타났다.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은 것도 없었고, 칼질은 했지만 그것은 대부분 강자(强者)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죽어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고, 전투 끝에 누가 죽었다느니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뿐이었다.
앗하는 순간 〈피의 신도〉가 되었다며 믿을 수 없는 힘자랑을 하던 놈들이 검 한 번 부딪쳐보지도 못하고 낙엽처럼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은 비현실 그 자체였다.
물론 그 사이에 이실레아의 부대 또한 싸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젠장, 저기 가면 무조건 죽어! 신도한테 맡기고 우린 입구에 있는 놈들을 죽이자!”
누구 하나가 인간 같지 않은 강철의 전사를 노리는 것보다는 퇴로를 막고 있는 이실레아의 부대를 노리자고 말했다. 너도나도 동조했다. 그게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었다.
드낙이 오를 수 없는 절벽이라면 이실레아의 부대는 두드릴 수는 있는 문이었다. 이실레아의 부대로 향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순식간에 입구 근처에 잡병들이 모였다.
이실레아가 특수장검을 뽑아들었다. 롱소드보다 길고, 대검보다 얇은 특수장검은 브릴리언트 특유의 무기였다.
“준비이이이이이! 죽인다고 생각하지 마라! 버티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라! 죽이면 너 또한 적의 공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겁쟁이가 되어라! 하지만 도망은 치지 마라!!”
“와아아아아!!!”
형세(形勢)를 본다면 득은 이실레아의 부대가 얻고 있었고, 해는 바세안 토성의 시민들이 받고 있었다. 입구 밑에 있었기에 성문 위를 부수지 않는 이상은 힘들었다. 토성이라고 하나 성문 쪽은 나무와 광석을 녹여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달려들어! 달려들어!”
뒤에 있는 시민들이 닥치는 대로 앞사람을 밀었다. 은근히 즐기는 놈도 있었는데, 그 때문에 무기를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성문 근처가 빡빡해졌다.
“이, 개새끼들아! 밀지 마! 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던 가장 앞열의 시민들은 뒤로 갈 수도 없었다. 겁에 질린 그들의 표정을 보며 전투 노예들이 오히려 입을 쩍 벌려서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고 겁을 주었다. 방패 윗부분을 숏소드로 쾅꽝 내려치고 큰 소음을 냈다.
뒤에서는 나무창을 쥔 노예들이 악다구니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마다 밧줄을 쥔 노예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 밧줄은 전투 노예의 앞까지 뻗어나가 있었고, 방패의 사이사이마다 생포한 마적들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서있었다.
“으, 으흐흐흐···.흐흐흑···.”
땟국물이 잔뜩 있는 그들은 그야말로 인간 방패였다. 또한 저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떤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곳이 있자 울다가도 소리를 꽤액 질러대었다.
“살려줘!!! 살려줘어어!!!”
“저 새끼, 내 동생이라고, 이 개자식들아!!”
하지만 앞열에 있는 시민들은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었다. 뒤에서 계속 밀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노예들을 노려야 했고, 그런 기술을 그들이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전에 화살이 먼저 시민들을 노렸다.
“끄악!”
“뒤에서 누가 화살을 쏘는 거야! 쏘지 마, 이 미친 놈들아!!”
덩.
화살에 깃든 장력은 형편없었다. 좋은 활도 아니었고, 사냥용 활이었다. 이런 황무지에서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게 무게가 많이 약했다. 애초에 나무를 구하는 것이 힘든 〈버려진 영지〉였다.
습기가 스며들든 말든 활은 계속 세월을 탔을 것이다. 기름을 먹이기에 마을의 형편이 좋았을 리 없었다.
오히려 더 악착스럽게 〈바세안 평민 가계도〉가 쥐어틀었을 것이다.
“가죽 갑옷으로 능히 버틸 화살이다! 머리만 보호하라!!”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는 얼굴을 손과 팔로 가리며 양옆을 돌아다니며 얼굴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멍청하고 잘못된 자세를 하고 있는 노예들의 뒷머리를 툭툭 장검으로 쳤다.
“다시! 이 멍청한 놈들아!! 머리 보호는 분명 몇 십 번이고 가르쳐줬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곳곳에서 이실레아의 악다구니가 퍼져나갔다. 워낙 그녀에게 맞은 놈들이 많아서 제대로 자세를 잡은 노예도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팔이 머리 위로 올라가서 근육이 좀 힘들었지만 이실레아에게 혼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그녀의 기세가 워낙 흉흉해서 당장 뽑아든 특수 장검으로 목을 벨 것 같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는 화살을 시작으로 강제로 밀어진 토성의 시민들과 이실레아가 부딪쳤다. 사실 시민이라는 것도 우스웠는데, 대부분이 사교에 물든 놈들이었다. 드낙의 말처럼 모조리 죽여도 상관없는 벌레 같은 자들이었다.
〈지역 신전〉의 희생과 봉사를 생각한다면 다른 종교를 믿는 것 자체가 죄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흐, 흐으! 안 돼. 안 돼애!!”
무기마저 버린 채 몸을 돌려 앞에서 뒤로 도망치려는 놈의 등에 노예들의 나무창이 푹하고 찔려졌다. 이곳저곳 헤지고, 낡은 가죽 갑옷 따위 날카롭게 깎은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나무창에 그 어떤 방호력도 주지 않았다.
“끄악!”
사방에서 사교도들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잘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무식하게 밀기만 밀어대어서 무기 하나 휘두를 자가 없었다. 말 그대로 나무창과 숏소드 그리고 방패를 맞고 싶어서 다가오는 것에 불과했다.
‘이런 병신들 때문에 원형진을 연습하다니.’
이실레아가 사태를 보더니 그대로 진형에서 빠져나왔다. 자신의 몸을 가리는 나무 방패를 들이미는 사교도의 머리통이 장검에 의해서 쪼개졌다.
“꺼걱···”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놈의 옷을 잡은 이실레아가 오른발을 들어 올려서 그대로 힘껏 걷어찼다.
“하압!”
단번에 주르륵 물러나면서 사람 하나 검을 휘두를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장검을 왼손으로 끝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검면을 받치며 활시위처럼 뒤로 장검을 당긴 채 들어선 이실레아를 향해서 족히 다섯은 되는 사교도들이 기회다 싶어서 달려들었다.
다른 곳은 방패와 숏소드 창이 가시처럼 튀어나와있었지만 이실레아는 그곳에서 벗어났기에 누가 보더라도 빈틈이었다.
“놈이 대장이다! 죽이면 끝이야!!”
그녀가 지휘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자가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눈동자가 크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전(祕傳)〉.
〈게보겐 크레이스(Gebogen Kreis, 꺾여진 동심원)〉.
‘온다!’
이실레아는 검 손잡이를 왼손으로 잡고 있었기에 자연히 그녀의 검은 가장 왼쪽에 있는 놈부터 노렸다. 방패를 쥔 사교도는 말 그대로 방패만 믿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방패에 타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특수장검의 검면을 받치면서 검 끝에 엄지 손가락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위아래를 조정하고, 그대로 특수장검이 방패 위를 긁으면서 단박에 목을 베고 지나갔다. 힘이 부족했지만 리치를 짧게 했기에 몸에서 나오는 힘이 더더욱 특수장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쌀포대를 들어 올릴 때 자신과 멀리해서 드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바짝 잡아당겨서 드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 느끼는 무게는 팔에서 1치 늘어날 때마다 1근 늘어난다는 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묘리를 담은 것이 게보겐 크레이스였다. 이것은 오직 여자로 태어난 이실레아의 편법이기도 했다.
비전으로서의 필살성(必殺性)도 가지고 있었다. 굳은살이 잔뜩 베인 왼손. 오른손의 엄지를 통해서 단번에 특수장검의 궤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리치가 정신없이 변했다. 그것에 적응이 되지 않는 이상 이실레아의 검을 한 번이라도 받아내는 사교도가 하나 없을 지경이었다.
변화무쌍했다. 다른 비전을 쓰는 것은 아깝게 여겨졌기 때문이었고, 가장 살상력이 높은 비전을 선택한 것이다. 리치의 변화조차 읽어내지 못하는 적들인데 위아래 양옆으로 베어지는 검의 궤적이 휘둘러짐에도 변했다.
치명적인 뱀과도 같은 특수장검의 일검은 베테랑 용병조차도 간담을 서늘케 하는 기술이 담겨 있었다.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잘 제련된 하나의 비전이었다.
휘릭!
순식간에 역수를 쥐어 대검의 검끝이 땅으로 향하기도 했는데, 그곳에 무기가 알아서 부딪치며 허벅지를 베이고 뒤로 넘어지는 사교도도 있었다.
또한 매우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성공해도 오른손은 계속해서 특수장검의 검면을 잡고 있었기에 상관이 없었고, 되려 사타구니를 걷어차이고 입에서 침을 주르륵 흘리며 웅크러지는 놈이 생길 뿐이었다.
“방패를 들어 올려라! 단단히 쥐고, 적을 밀어낸다!!”
태세의 전환, 그 여파는 대단했다. 수세에서 공세를 취함과 동시에 전투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노, 놈들이 온다!!”
사교도들은 자신들이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그대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5821자
감사합니다.
저도 수익 참 좋아하는데요. 편당결제 거부하실 분이 얼마나 계신지부터 궁금하기 때문에 덧글에 편당결제 가는건 안된다!고 하시는 분들의 인원파악만 좀 해보게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프리미엄 수익이 55%니까 편당 55원 받으니까. 지금보다는 더 받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숫자에 제가 매우 약함. 지나가는 지렁이가 더 산수 잘 할 정도.
쿠폰 수익이 많아서 피볼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제가 숫자에 많이 약해서 이번 편에만 한해서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쿠폰 29개? 25개? 싹다 제 입에 넣어주신 분들은 꼭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세요.
지금도 노블레스 원고료 쿠폰이 계속 들어와져버렷!!!!! 쿠폰 순위 2위로 가버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