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9 <-- 그 후 -->
“거기 전혀 물이 안 막혀있잖아!!”
폭포 위의 상류에서는 한창 둑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병사 하나가 반대편을 향해서 소리쳤다. 틈이 단단히 박혀져 있지 않은 채로 무식하게 나무를 내리꽂은 것을 삿대질을 하며 지랄을 떨었다.
다시 큰 나무판이 밧줄로 끌어올려졌다. 그 사이에 그 부분에 대해서 바위가 가라앉고, 벽을 작대기로 비비면서 잘 막히게 만들었다. 많은 나무를 투입하기보다는 판으로 가로막는 것이 나중에도 좋았다.
많은 나무를 마구잡이로 투입하면 그게 떠내려갈 수 있었다. 당연히 밑은 절벽이었다. 크게 위험했다. 한편 그 옆 땅에는 말뚝을 한 창 박고 있었다.
“에이씨, 모기 새끼들.”
웃통을 벗은 채 거칠게 큰 말뚝을 박고 있는 병사가 짜증을 부렸다.
“조금 더 박아야 하나?”
“버텨야 하니까. 얼마나 깊게 박아야 할지 모르겠네.”
확실하게 해야 했기에 결국 더 내려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만약을 대비해서 대각선 위쪽에 작은 말뚝을 하나 더 박아놓을 생각이었다. 밧줄을 이용해서 내려가는 물의 힘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늘에서는 제법 짬을 먹은 병사들이 손으로 비벼서 밧줄을 만들고 있었다. 옆에는 벌레 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폭포의 물을 막아놓을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의 밑에서는 바위를 뽑아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지반이 워낙 단단하여서 밑에 바위를 빼내고, 나무 기둥으로 받치면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끄르으으읅!”
지렛대의 원리로 통나무를 집어넣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틈의 바닥을 충분히 파고 집어넣어야 했는데, 물이 있어서 미끈거리는 바닥에서 병사들이 작업을 해야 했다. 지독한 노동이었다.
물론 그곳에는 늑대 용병단의 노예들도 참가하고 있었다.
차근차근 흑마법사의 거처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작업은 매일 진전을 보였고, 어느새 지하 2층에 있었던 포박된 키메라들에게 쇠사슬이 채워지고, 밖으로 끄집어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드낙과 토치라이트 가문의 물밑작업은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저 〈집사 젠〉과 담소를 나누는 일이었지만 그 속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 내어줄 수 있는 것의 한도에 대한 것이 이루어졌다.
그 내용은 최대한 자세하게 양피지에 적혀져서 성주에게로 향했다.
“소스가 정말 대단하네요.”
단맛과 스모크향이 강렬한 소스가 뿌려진 구워진 고기를 잘라먹은 드낙이 아주 맛있다고 칭찬했다. 집사 젠은 소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도 때때로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전신갑주는 힘들다고 하십니다. 흑마법사를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점 나오는 전리품의 가치는 대단하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키메라〉들입니다. 흑마법사가 무엇을 꾸미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집사 젠의 눈이 좁아졌다. 정보의 소스는 아마 〈이실레아 브릴리언트〉일 것이다.
‘그녀가 〈늑대 용병단〉에 붙다니.’
확실히 살아있는 키메라의 가치는 대단했다. 벌써부터 수도에 입소문이 퍼져나갔을 정도였다.
〈토치라이트 가문〉 내부에 왕족의 스파이가 있다는 반증이었지만, 잡을 방법은 요원했다. 아마 키메라들은 수도까지 이송될 터였다. 드낙은 확실하게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겠습니다. 아, 이번에 오게 된 것인데···”
집사 젠이 포도주를 꺼냈다. 토치라이트 가문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레드 와인이었다. 포도 특유의 새콤함과 단맛이 거의 없는 깔끔함을 가지고 있어서 특히나 귀족들에게 인기였다.
기름진 고기와 궁합이 최고로 잘 맞았다.
“〈계륵〉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이 왔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반응만으로도 이미 반쯤 성사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고민하는 이유는 어떻게 드낙에게 그것을 건네주냐는 것이었다.
그와의 식사가 끝나자마자 집사 젠은 〈빛의 전령 오메인〉을 맞이해야 했다.
귀족과 신전의 일은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니었다.
‘지나칠 정도의 전리품.’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이 잠들어있었던 〈흑마법사 거처〉가 드낙의 손에 튀어나왔다. 다른 흑마법사의 거처에도 이 정도라면 매우 심각했다. 생포한 제자의 소리로는 못해도 다섯 명이 넘는 흑마법사가 함께 일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메디오 지방의 지하에 숨은 흑마법사들이 무엇을 준비하든지 그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서라도 놈들을 쫓아내야 했다. 그리고 대규모의 신성력을 통해서 흑마법사의 거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신전이 유일했다.
악마의 힘과 신성한 신의 힘은 서로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역 신전〉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정도였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보통이 아니다. 분명 조금만 늦었어도 뭔가 큰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두려움. 흑마법사들이 이렇게나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특히나, 〈지역 신전〉에 속하는 성기사와 사제들이 더했다. 큰일이 터지면 결국 죽어가는 것은 민초(民草) 들이었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공적을 탐하는 귀족들은 이런 신전의 방향성을 존중하고 받쳐주고 싶어 했다.
그게 바로 집사 젠과 빛의 전령 오메인이 마주한 이유였다.
이번 일에서 체면치레밖에 하지 못한 오메인의 강력한 움직임으로 벌써 그 계약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질병 치유 포션을 민간에 풀고, 흑마법사들의 거처가 확인되면 공동으로 토벌.’
가장 주된 것은 바로 한여름 동안 질병의 치유물약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만약 성과가 이루어지면 부상자에 대한 것도 당분간 포션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서 북부 귀족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계급〉을 공고히 다질 수 있을 터였다.
충분히 자원을 사용할 만했다.
“자잘한 것에 대해서는 수정 조항을 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한 계절 이상으로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큰 계획 아닙니까?”
집사 젠의 말에 오메인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성과가 없다면 칼같이 잘라낼 생각을 하고 있군. 어리석기는···’
메디오 지방의 일련의 사태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귀족들은 아직도 그 〈실체〉를 의심하고 있었다. 오메인은 흑마법사의 거처를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의 경험이 그곳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광활한 대지에서도 충분히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었다.
‘이번 일에 성과조차 없는데, 여기서 망하면 〈메디오 지방〉에 대한 중앙 신전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럴 수야 없었다. 오메인은 날카로운 눈을 하며 가계약서를 품에 넣었다. 진짜 계약은 돌아가서 성주와 할 것이다. 그 사이에 귀족들은 가계약서에 담긴 문항을 이잡듯이 보면서 고민할 터였다.
‘반드시 만회한다.’
모든 것은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위해서.
성배를 드높이 올리며 희생되는 인간들의 피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지역 신전〉과 〈중앙 신전〉이 추구하는 것은 땅과 하늘처럼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글거리는 신념으로 오메인의 두 눈이 괴물처럼 변했다.
〈흑마법사의 거처〉. 〈횃불 성채〉에서 일어난 사건은 일파만파로 메디오 지방을 타격했다. 북부의 치안은 급격하게 나빠졌지만, 동시에 수많은 귀족들이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서 자신들의 기반을 더욱 굳히는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들썩 거리는 메디오 지방에서 흑마법사의 그림자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
병참을 하던 병사들까지 합쳐서 총 200명의 병사가 횃불 성채의 남문으로 귀환했다. 거대한 인파가 모여있었다.
“우와아아아!!!!”
우레와도 같은 환호성을 지르는 자들은 사실 키메라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키메라를 생포〉했다는 소문이 워낙 넓게 퍼졌기 때문에 수도에서 온 자들도 많았다.
선두에는 당연히 〈야수 기사〉인 그라돈 토치라이트가 있었다. 그는 전투마에 올라타있었는데, 그 때문에 확연하게 주인공이 누군지 보여주고 있었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전투마를 타고 있던 성채 근위병 20명이 그라돈의 뒤로 2열로 따라섰다. 그들은 모두 토치라이트 가문의 깃발을 올렸다.
그다음에는 신전의 인물들이 배치되었다. 새하얀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단연코 눈에 확 보였다. 오메인은 웃는 표정을 유지했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하였기에 큰 명성은 손에 쥐지 못하는 것을 아직까지도 아쉬워하고 있었다.
〈빛의 전령〉은 결코 2등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 뒤로 병사들이 주르륵 이어서 걸어갔다. 당연히 생체 키메라가 마차 위에 푹푹 꽂혀진 기둥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정말 끔찍하군.”
“저런 놈들이 횃불 성채를 노리고 있었다니.”
“흑마법사는 정말 다 죽여야 해.”
“저거 보라고, 나무뿌리 같은 게 온 곳에 나있어.”
“윽, 징그러.”
어찌나 기괴한 모습을 가졌는지 절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고, 끔찍한 소리를 계속 내었다. 그것을 보며 모든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보기 드문 광경이었기에 눈을 돌리다가도 이내 다시 눈에 담았다.
못해도 1년 동안은 술자리에서 써먹을 경험이었다.
살아있는 키메라는 끝도 없이 이어진 대로를 행진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큰 홍보였고, 단번에 토치라이트 가문의 명성이 높아지는 일이었다. 수도에서는 벌써 왕족들의 군대가 생포 키메라를 양도받기 위해서 출발했다고 말해지기도 했다.
물론 무성한 소문 중에 하나였다.
그다음에는 중형 키메라의 죽은 머리와 가죽을 마차로 싣고 가는 늑대 용병단이었다. 복장부터 남들과 크게 달랐고, 늑대들이 있었기에 시선 또한 제법 받을 수 있었으며 기억에 잘 남았다.
늑대가 조련된 모습은 매우 보기 힘들었다. 당연히 입마개를 하고 있어서 위협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긴 행진 뒤에 드낙은 내성의 1층에 있는 개인실에서 끝없이 대기해야 했다. 수많은 의식이 내성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자신의 차례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영토의 양도는 반드시 성주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했기에 대충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평민〉인 드낙이 내성 지역의 의식에 참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곳에서 관전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성주에게서 뭔가를 하사받는데 그곳에 있다는 것은 신분부터 다름을 토치라이트 가문이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낙이 숨기고 있는데, 그들이 그것을 인정해주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성주와의 만남은 해가 지고 나서 저녁 만찬의 사이에 있는 시간에 조용히 치러졌다.
“성주님을 뵙습니다.”
홀로 성주를 마주한 드낙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드낙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백수 게제라스〉가 일침을 놓은 계획다웠다. 실제로 토치라이트 가문은 북동쪽에 떨어진 영토에 대한 관리가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횃불 성채〉를 위시로 한 이 주변 영토가 그들의 영토였다.
척박한 곳이었고, 방치된 곳이었기에 사실상 들어오는 세금도 없었고, 세금 관리원을 보내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었다. 남부 왕국이 〈횃불 성채〉 그리고 〈엔토르챠(Antorcha, 모순의 횃불)〉를 통해서 몬스터에 대한 이득을 보는 토치라이트 가문에게 내린 견제 수단이기도 했다.
그것을 해결하니, 토치라이트 가문으로서는 응당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고민을 했소. 드낙 용병단장. 비록 내성지역에서 공공연히 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그대가 이해할 것이라고 보고 있소. 안 그렇소?”
“예. 오히려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드낙의 말에 성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말로 명성에 대해서 과감히 포기할 줄을 아는군.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다니.’
내성지역에서의 하사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기분 나빠할 수도 있었고, 드낙의 본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내기 위한 공작이었지만 말 그대로 한순간에 종잇조각이 되어버렸다.
“〈북동 영지〉 중에서 내 가문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네. 그중에서도 가장 변방이지. 정말로 이것을 원한다면, 우리들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네.”
“누가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그 말에 성주가 기분 좋게 웃었다.
“알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이번 공에 대한 진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거래를 했기 때문에 토치라이트 가문의 것으로 여기겠지. 그러니 적어도 보상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것을 주는 것이 옳다.”
그리 말한 〈성주 울베인 토치라이트(torchlight)〉가 집사 젠에게 눈길을 주자 그가 대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성채 근위병 두 명이 거대한 상자를 가져와서 드낙의 앞에 내려놓았다.
드낙의 눈이 빛났다.
‘추가 보상!’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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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