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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68화 (167/1,239)

0168 <-- 그 후 -->

이글거릴 정도의 화력을 가진 나무를 챱챱 #자로 쌓아놓은 곳에 순찰자와 병사들이 도착했다. 늙은 순찰자들이었기에 정규군인 병사들이 그들과 함께 오기에 충분했다. 그 덕에 늙은 순찰자들은 복수를 입에 담지 않았다.

‘젠장.’

그저 속으로 욕을 뱉을 뿐이었다. 그 거대한 불길 속에서 드낙은 베어낸 나무의 밑동에 앉아있었다.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순찰자가 경무장을 한 병사들과 함께 온 것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개새끼가.’

늙은 순찰자들에게 있어서 명백한 도발이었으나 그들은 감히 화살을 쏘지 않았다. 뽑으면 결국 생사결이 될 것이었고, 먼저 쏜 놈은 명분조차 없었다.

“왜 순찰자를 죽이셨소?”

그 말에 드낙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요? 순찰자가 죽었습니까? 오해입니다.”

“······”

오리발을 말끔하게 내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드낙이 했다는 정황만 있을 뿐이었고, 그는 지금 큰 공을 세웠다. 비록 흑마법사는 잡지 않았지만, 정보를 쥐고 있는 자를 생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또한 이미 토치라이트 가문이 그를 눈여겨보고, 제법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작 은퇴한 순찰자들이 어찌해볼 자가 아니었고, 덤빈다고 해도 지키는 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공격할 낌새를 보인다면 따라붙은 병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비스트 나이트. 그래도 기사는 기사라는 것인가.’

그라돈 토치라이트의 대처가 빈틈없었다. 화살을 쏠 틈마저 차단해버린 것이다. 이 원한은 그저 땅에 묻을 원한에 불과했다. 원거리도, 근거리도 모두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앞뒤로 포위된 꼴이었다.

“늑대 용병단의 드낙 용병단장님이 맞으십니까?”

“예. 맞습니다.”

병사들은 확인을 마치고 그대로 대기했다. 주변에 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고, 도렌 부대장과 전투 노예 10명을 대동하고 있는 드낙이었다. 딱히 주변을 정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뒤이어서 야수 기사 그라돈과 집사 젠이 병사 30명을 이끌고 도착했다. 물론 오메인도 함께였다. 후방에 있는 나머지 70여 명의 병사들은 진지를 지키고, 추가적인 보급을 이곳에 가지고 오는 중이었다.

그라돈은 날카로운 눈으로 드낙을 노려보았다. 그 눈총을 정면으로 드낙은 마주했다.

‘강단은 있는 놈이군. 애초에 이미 모든 상황을 훑어보았겠지.’

“행동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군. 그래서 흑마법사의 머리는 얻었나?”

그라돈의 말에 드낙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사는 없었습니다.”

“놓친 것은 아니고?”

“있었다면 많이 죽었을 겁니다. 운이 좋았죠.”

드낙은 자신을 낮추었다. 그라돈은 그 모습에 할 말이 없었다. 손뼉도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제법 큰 키메라가 있었습니다. 아랫배에 나무뿌리가 가득해서는···”

드낙과 그라돈이 이야기의 물꼬를 비틀어 짜내는 사이에 집사 젠은 〈이실레아 브릴리언트〉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미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무리 속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힘을 잃은 그녀였기에 드낙은 항상 곁에 두고 있었다. 노예든 용병이든 여차하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그녀는 확실히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은 그저 보기만 해도 독기가 흘러나왔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분위기와 눈빛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이실레아였다. 하지만 그것도 집사 젠을 보고는 누그러졌다.

“〈트롤 사건〉 이후로 처음이지 않습니까? 어쩌다가···”

집사 젠이 말끝을 흐렸다. 이에 이실레아는 오히려 대차게 힘을 주어 대답했다. 자신을 위한 동정, 여자이기에 가지는 한계, 그런 것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느끼기 위해서 기사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 아니었다.

“트롤 놈의 눈 하나를 찔러 베어 공을 세웠지만 놈이 주는 피해는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애꾸눈 트롤〉를 계속 쫓다가 거짓 정보에 낚여서 납치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흑마법사의 거처에서 농락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었습니다.”

거침없는 말에 되려 집사 젠이 눈을 감았다. 그러나 거기서 느껴지는 결단은 결코 물컹거리는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이 아니었다. 단단하게 뭉쳐진 강철과도 같은 마음이었다.

“··· 이렇게 구조가 되어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혹시 그때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까?”

집사 젠 또한 거기에 맞춰주었다. 그는 노련한 집사였고, 이실레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흉수(凶手)의 모습조차 못 볼 정도로 실력이 미천한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자세히 들려주십시오.”

집사 젠은 감히 위로의 말을 내뱉지 못했다. 이실레아의 기세는 자유 기사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었다. 그만큼 가시밭길을 많이 걸었다는 뜻이고, 〈늑대 용병단〉 중에서도 그녀와 직접적으로 대화할 자는 드낙 혼자뿐이었다.

울고 있을 때는 이스핀이 찝쩍거렸지만 정신 차리고 나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것을 드낙은 잘 몰랐다.

집사 젠과 이실레아의 교류를 드낙이 곁눈질로 확인했다.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조금 오래 지속되었다. 말하는 것은 대부분 집사 젠이었고, 이실레아는 묻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 사이에 오메인이 드낙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절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빛의 전령〉 아니십니까? 당연히 기억합니다.”

드낙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뭘 얻어낼 생각은 하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수박 겉핥기 수준의 대처만 했다. 별다른 수확 하나 없이 이야기가 질질 끌려가다가 이내 집사 젠이 끼어들었다.

“드낙 용병단장. 그라돈 경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흑마법사는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고.”

그라돈은 놓쳤다고 말했지만 집사 젠은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드낙을 위한 말을 해주었다. 어느새 뻗어있는 늙은이의 손을 드낙이 맞잡아서 흔들었다. 오메인이 순식간에 병풍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빠질 생각이 없는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많은 전리품들이 거처에 산재해있습니다. 그중에서 살아있는 것들이 많죠.”

“생포를 했다는 말씀입니까?”

“에. 그중에는 흑마법사가 어떤 놈인지 대충이라도 아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겁이 많은 놈이고, 생각 이상으로 둔한 놈입니다. 잘 대우해주면 모든 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집사 젠의 눈이 커졌다. 벌써부터 전리품들을 보고 싶어졌다. 당연히 드낙에게 확신을 주었다.

“〈토치라이트 가문〉은 결코 이번 일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물이 크면 클수록. 더 큰 것이 주어질 겁니다.”

드낙이 미소 지었다. 서로의 이해는 확실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자유기사인 이실레아의 구조로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명예는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드낙은 잘 알고 있었다.

음흉한 짓을 하기도 하지만 완벽한 비밀, 내세워도 입 막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큰 악수를 두지 않을 자들이 귀족이었다.

“기대한 것 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포로 향했다. 그곳에 병사들이 진지를 다시 세웠고, 그러는 사이에 늑대 용병단도 한 쪽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병사들에게서 추가적인 보급을 따로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대우는 당연한 것이었다.

“정말로 저희와 함께해도 괜찮습니까?”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을 하나 세울 때까지는 함께하겠습니다. 브릴리언트 가문은 은혜는 은혜로,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 가문입니다.”

멋스러움이 쫙 퍼져나가는 말이었다. 실제로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드낙은 잘 알고 있었다. 이스핀과 도렌을 비롯해서 함께 있는 노예들도 속으로 감탄했다.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을 일을 스스로 실천하는 이실레아는 실로 기사다웠다.

드낙은 굳이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함께하면 단번에 전력이 급상승한다.

“장비···부터 숙식까지는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이실레아는 고개를 그냥 끄덕일 뿐이다.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무구와 숙식을 내어주는 것보다 자신이 용병단에서 공을 세우는 것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실레아는 그렇게 진영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선택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늑대 용병단에 잔류했고, 그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기사의 말이었기에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녀의 속내는 달랐다.

‘〈늑대 용병단〉을 이용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서로 상부상조하며 이실레아는 이름을 높일 생각을 가졌다. 그것은 비스트 나이트는 물론이고, 〈집사 젠〉까지 늑대 용병단을 높게 대우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실레아가 늑대 용병단에 남을 이유는 충분했다. 구색도 있었다. 실제로 브릴리언트 가문은 그 가문명처럼 은혜를 잘 갚기로 유명했다.

‘함께하며 협력체계를 추구, 이곳을 발판으로 쓰겠어.’

그녀는 그녀 또한 방법을 다르게 하고 싶어졌다. 다른 자유기사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 일로 인식했고, 기사가 가지는 무례할 정도의 오만함을 버리게 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고, 그것은 용병단에 소속되는 것도 상관없게 만들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전리품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폭포 위쪽에 둑을 건설해서 물의 양이 적게 흐르게 조절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때문에 병사들은 벌써부터 바쁘게 움직였고, 그라돈은 폭포 위로 올라가 있었다.

드낙은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휴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시간이 많을 때 자신이 가진 〈검은 문〉의 능력을 재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1.〈킬 더 배틀〉 - 죽였을 때, 체감 시간 느려짐.

2.〈문화의 오른발, 야만의 왼발〉 - 고블린, 짐승을 손쉽게 다룸. 〈까마귀 카이야(Kaiya)〉 획득.

3.〈늑대 왕관〉 - 〈고블린의 언어와 문자〉 〈갈색늑대 도노(Dono)〉 획득.

4.〈센다빌의 백병전술〉 - 다양한 무기, 다양한 인간 상대 경험. 실전적 경향 매우 큼

5.〈투우(鬪牛)의 중갑운용 노하우〉

6.〈흑마법사의 제자 판데서스의 마력운용〉 - 마력 증가. 마력 운용 가능.

7.〈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

〈기사의 골격〉 〈보다 정밀한 검술〉 〈오거 야크트(Oger Jagd, 오우거 사냥)(완숙)〉

8.〈일각수의 간〉 해독, 혈관+ 혈액+ 혈맥+. 쓸개즙 해독력 강화

9.〈변종 키메라 포낙서스의 찌꺼기〉

〈견습 흑마법사의 마력〉 〈우월한 인자의 신체〉 〈정신 능력 상승〉 〈신체 재생〉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간략화, 숙달)〉

10.〈십년일보(十年一步)〉 - 그 어떤 곳에서도 조용한 발걸음.

총 10개의 능력이 그에게 있었다. 평범한 것도 있었고, 대단한 것도 있었으며 쓰기 나름인 능력도 있었다. 그것은 계속해서 쌓여갈 것이다.

“실례합니다! 폭포 위의 작업에 늑대 용병단의 협조를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병사 3명이 점심이 지나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 뒤에는 집사 젠이 마찬가지로 있었다.

“드낙 용병단장, 그대는 나와 잠시 이야기를 했으면 하네만.”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너희들은 폭포 위로 올라가 일을 도와라.”

“예.”

“알겠습니다.”

이실레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아랫배에 있는 악마의 문양은 못해도 신전으로 향해서 제거해야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신전과 거래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자유기사로 살아가며 도와준 자들이 많았다.

신전은 결코 그녀에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드낙은 집사 젠의 뒤를 따라갔다.

‘거래의 때가 왔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말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전리품을 모두 문서화해서 체감되었을 때, 거래를 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확실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없다.’

말할 때가 있고 말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저 뜸을 들일 때다.

‘집사 젠에게 확실하게 말할 것은 단 하나.’

이번 일에 한해서 자신은 명예를 쥐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또한 은근히 〈북동쪽의 영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와 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드낙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슬쩍 흘리면 그만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토치라이트 가문〉에서 알아서 멋들어지게 가공해서 내어줄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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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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