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2 <-- 흑마법사의 거처 -->
〈악마 아카타베루〉.
〈남부 왕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이 숭배하는 악마였다. 아기를 제물로 바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힘을 이어받을 수 있었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다.
세력을 크게 갖추지 못하는 흑마법사에게 있어서 악마 아카타베루는 든든한 뒷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흑마법사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악마의 호의만큼 검은 것은 없었다.
〈악마숭배자 타탄훔〉은 자신의 성격마저도 변질될 정도로 아카타베루에 의해서 잠식된 흑마법사였다.
그런 그의 〈흑마법사의 거처〉는 당연히 다른 흑마법사에 비해서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았다. 회동에서조차도 성질이 급했던 자였다. 애초에 그렇게 아카타베루가 만들었다.
귀찮고, 다시 자원을 얻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냥 창고처럼 짱박아 둔 것이 많았다. 중요 자료는 모두 소각시켰지만 그 잔재만은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탁! 탁!
단 두 번. 부싯돌이 부딪치며 불똥이 횃불에 있는 기름에 묻었고, 단번에 불이 지펴졌다. 드낙은 횃불을 고쳐잡아 높이 들어 올렸다.
‘응?’
그리고 웅크린 뭔가를 볼 수 있었다. 검게 변질된 피부 곳곳은 쩍쩍 갈라져 있었고, 불똥 같은 것이 그 속에서 들끓었다.
조그만 발은 형체가 크게 무너져 있었고, 고름으로 가득했다. 또한 아기의 몸에 비해서 두툼했으며 부풀어있었다. 손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처럼 갈라지고,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뜨거운 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키, 키에에에에에에!!!!!!”
작은 악마의 모습을 한 아기가 입을 쩍 벌려서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퍼석!
당연히 싸움이 될 리 없었다. 한 방에 아기를 쳐죽인 드낙은 눈을 좁혔다. 재 가루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아기는 그 자리에서 터져버렸다. 피 한 방울 없었다. 말 그대로 바싹 말라있는 숯불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부수면 부수는 대로 쩍쩍 갈라져버리며 재 가루를 토해냈다.
아기의 두개골을 밟아 부수었다.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여나 남긴 것은 없는지 헤집었다.
작지만 위아래로 뽀족한 검은 크리스탈을 드낙은 집어 들 수 있었다.
‘모아놓는 게 좋겠군.’
가져온 배낭에서 텅 빈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혁대에 걸고, 담아 넣었다. 그 뒤로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기어서 들어가는 바위틈에 있는 굴이었지만 내부는 엄청나게 넓었다. 20명의 전투 노예와 15마리의 늑대가 들어오기에 충분했다.
“으스스하네.”
이스핀의 말에 도렌도 수긍했다. 왠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거북함이 아랫배에 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기는 눅눅했고, 썩은내는 당연히 코를 찌를 정도로 강렬했다. 서둘러 천을 둘러야 했다.
드낙은 〈깃털 투구〉를 착용했다. 〈바람 상쇄(Wind Offset)〉 〈경량화(Lightweight)〉. 〈마법 시야(Magic sight)〉. 〈시원한 바람(A cool wind)〉이 주류 마법이었고, 그 외에도 자잘한 편의 마법이 부여된 투구였다.
당연히 썩은내 차단을 비롯한 최소한의 편의 마법이 내장되어 있었다. 마력을 운용 가능한 드낙은 깃털 투구의 마법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마법사가 직접 전투에 나선 꼴이다.
〈굴렁쇠 코뿔소 가죽 갑옷〉은 착용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마법사에게 마법 부여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간략화〉가 가능한 마법사의 수인과는 다르게 마법 부여는 하나하나 피땀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모두 무기를 점검했다. 전투 노예들은 단궁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가져왔는데, 이렇게 넓은 곳이라면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이스핀은 롱소드를 한 손으로 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방패를 팔뚝으로 밀어올려서 횃불을 들었다.
“들어가기 전에 벌써 한 놈과 싸웠다.”
드낙이 밑에 있는 불씨를 꺼뜨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아기 악마〉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명칭은 따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지, 정말로 악마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터무니없이 약했기 때문이다.
“아기 악마의 몸속에는 이런 검은 크리스탈이 있다. 작아서 뒤지는데 어려울 것이지만, 분명 모으면 공적이 될 것이다.”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내부로 들어갔다. 물이 곳곳에서 흘러내렸는데, 괜히 불안하기도 했다. 〈아기 악마〉들은 대중없이 웅크리고 있거나 서로 끌어안고 있다가도 빛을 만나면 발악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방패에 부딪쳐도 몸이 산산조각 났기에 처리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노예들은 그 광경만 보고도 속에 것을 게워냈다.
다른 사람이 게워내자 옆에 사람도 구토감을 느끼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이내 못 참고 같이 안에 것을 게워냈다.
도렌은 실전 경험을 쌓았음에도 공감능력이 남달라, 다른 사람이 하품하면 꼭 하품을 하는 녀석이었다. 같이 안에 것을 게워냈다.
“어휴. 이런 놈이 변종 키메라의 촉수는 어떻게 후려팼냐?”
이스핀이 혀를 찼다. 이제 부대장이 되었는데 다른 노예들이랑 다를 바가 없이 행동하는 도렌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엑. 엑.”
드낙은 그들을 기다려주었다. 이것 또한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정규군을 보고 드낙은 더욱 이들을 그들처럼 만들고 싶어졌다.
‘토치라이트 가문이 계륵처럼 여기는 북동쪽의 영토. 많은 땅은 안 바란다. 마을 세 개만 건설할 수 있는 영토만 얻어도 큰 이득이다.’
구불구불한 통로는 끝을 몰랐고, 그 양옆으로는 수많은 방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새까맣게 타있었고, 검은 재만 가득했다.
‘유황냄새.’
모든 것이 소각된 곳에는 유황냄새가 지독하게 피어 올라왔다. 검은 재 사이로 유황이 보이기도 했다. 벽 곳곳에는 쇠사슬이 있었고, 마치 사람을 매달아 놓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군.’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납치는 굳이 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성인을 잡아채울 쇠사슬이 녹아서 벽에 들러붙어 있었고, 벽과 결합된 부분에서 쇠사슬을 일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소각〉은 방을 확인하면 할수록 줄어들었다. 신경질이 날 정도로 흔적이 대충대충 남아있기 시작했다.
‘성질이 급한 놈이군.’
드낙은 꼼꼼하게 그 흔적을 살폈다. 타버린 인간의 손은 대부분이 여자의 것이었다. 20번째의 방을 확인하고 휴식을 가졌다. 진실을 더듬은 드낙은 정신적으로 피로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원이 10명 정도 수용 가능한 방에는 대부분 여자가 묶여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발견되는 남자의 뼈.
‘마지막으로 아기.’
기분 나쁜 결과가 생각났다. 강제적으로 임신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했을 거라는 결과에 닿았던 것이다. 드낙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이 충격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에 도달하면 할수록 거침없이 드낙이 움직였고, 한숨을 돌리게 계단이 나타난 것이었다. 드낙은 지하 1층을 〈수태실(受胎室)〉이라고 이름 지었다. 인간의 아기를 생산하기 위한 부품으로 인간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노예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상태가 안 좋아.’
말한다면 정신을 못 차리고 도주할 수도 있었다. 그리한다면 죽일 수밖에 없는데,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비틀릴 것이다. 드낙은 따로 이스핀과 도렌을 불렀다.
“지금까지 확인한 방들. 그리고 악마화가 진행된 아기들. 이곳 지하 1층은 수태실이다. 여자를 포박해두고, 아기를 생산하는 방이었다. 지금은 모조리 불타죽었지만 흔적은 남아있다.”
“빌어먹을.”
이스핀이 욕을 뱉었고, 감정을 배출했지만 도렌은 마음속으로 집어넣어 삭혔다. 상반된 반응이었다.
“놈은 흔적을 남겼다. 성질이 급한 놈이라, 분명 건질게 있다. 휴식을 취하고 바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간다.”
꿀꺽.
도렌이 침을 크게 삼키는 소리가 절로 귀에 들려왔다. 그가 볼을 긁었다.
“방침은 수비적이다. 시간을 크게 들여도 최소한의 피해로 적을 죽인다. 부대장들은 노예들을 잘 챙겨라. 내가 선두에 서겠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된다는 것은 드낙이 선두를 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기는 해야 하는 곳이라 넓은 통로에 태울 필요가 없는 가구들이 많았다. 그것을 부수어서 모닥불로 삼았다.
조용히 30분을 불빛을 쬐며 휴식하고는 다시 지하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은 평범했다. 흑마법사답게 따로 가동되는 함정을 판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이제 와서 그런 것도 우습지만.’
〈디텍팅 마법〉 같은 것을 배우지 못했기에 드낙은 돌멩이로 이곳저곳에 던져보았다. 하지만 다른 놈이 걸렸다.
“크르르르···”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후각으로 그것을 먼저 알아차릴 수는 없었는데, 흑마법사의 거처 자체가 지독한 냄새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키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탄훔이 소각하기가 아까워서 남겨둔 놈이었다. 그는 특히나 관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타탄훔의 생각처럼 아랫배에 온갖 나무뿌리가 가득했는데, 지반의 양분으로 생체 활동을 벌이는 키메라였다.
움직임은 느렸지만, 흑마법사의 거처답게 계단으로 향하는 통로마저도 넓었다. 일각수보다는 못해도 중형차 한 대 정도의 크기는 가지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라! 더 넓은 곳에서 싸워야 한다!”
후방을 노리는 것이 불가능한 계단이었다. 당연히 〈나무뿌리 키메라〉에게 유리했다. 드낙은 횃불을 버리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곳곳에 횃불을 일단 던져놓으라고 지시했다.
30걸음 뒤로 물러서고 나서야 횃불의 불빛에 〈나무뿌리 키메라〉의 모습이 온전히 보였다.
아랫배에는 나무뿌리가 빽빽하게 드러나있었고, 잔뿌리는 없었다. 그저 땅에 박아 넣기 용이하게 끝이 뽀족한 나무나 다름없었다.
“그아아!”
사족보행으로 보였지만 곰을 모티브로 한 것이 느껴지는 털가죽을 엎어 쓰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가죽이 앞으로 쏠리면서 뒤의 근육과 뼈가 보일 정도였다. 가죽과 살이 들러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번씩 습관적으로 몸을 일으켜서 가죽을 뒤로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앞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으며 어깨도 구멍이 뚫려져 있었다. 그곳으로는 계속해서 화염이 간헐적으로 토해졌는데, 원거리 공격도 가능해 보였다. 불을 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구멍 난 곳을 조심해라! 불을 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드낙은 단번에 〈나무뿌리 키메라〉의 약점은 놈의 후방임을 알아차렸다. 두꺼운 가죽은 움직일 때마다 앞으로 쏠렸는데 머리 때문이었다. 마리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뒤에 있는 가죽을 당겼기 때문이다.
“화살을 쏘면서 시간을 끌어라! 놈의 머리가 자신으로 향하면 사정없이 도망가고! 난 후방을 노린다!”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좌측으로 뛰어나갔다. 단궁을 쥔 노예들이 화살을 겨누었다. 언제든지 도망가도 된다고 말하니 활을 쏠 생각은 할 수 있었다.
“크헝!”
키메라가 단궁에서 쏘아진 화살을 얼굴에 맞자 귀찮은지 앞발을 휘적거리며 입을 쩍 벌렸다. 이글거리는 화염은 동굴에 내려앉은 어둠 때문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쿠아아아!”
불덩이가 그대로 토해졌다. 노예들이 엉망진창으로 도망쳤는데, 도망치는 법을 훈련하지 않아서 서로 뒤엉킨 노예 두 명이 그대로 넘어졌다. 한 놈은 오른쪽, 다른 놈은 왼쪽으로 갈려고 하다가 머리를 서로 부딪친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화염이 그대로 그들을 후려쳤다. 넘어지거나 날아가지는 않았다. 밝은 주홍빛의 화염은 노예들을 만나자마자 검붉게 변하면서 끔찍한 어둠의 색을 띠면서 타올랐다. 검은 연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한순간에 노예 두 명이 죽었다. 3초 정도 소리를 꽈아악 지르다가 허무하게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쓰러져서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으, 으으···”
그 광경을 본 노예들이 벌벌 떨었다. 온몸이 굳어버린 자도 있었고, 바지가 축축하게 변하는 자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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