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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60화 (15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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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그리고 들짐승의 냄새로 그라돈의 추격대가 드낙의 반대편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보다 확실하게 그들의 장비, 상황 발생시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라돈과 함께 있던 순찰자들이 입고 있는 로브는 달려도 펄럭거리지 않네. 가죽 갑옷처럼 단단해 보인다.’

늙은 순찰자들 중에서 그라돈과 함께 있던 순찰자들의 복장은 굉장히 특이했다. 달리든 말든 형태가 변하지 않고, 부풀러진 상태로 굳은 것처럼 보였다. 내부가 굉장히 더워 보였다.

‘무엇이 있는지는 확인 불가능. 아무래도 순찰자도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군.’

그의 눈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바로 늑대를 쫓아간 경장비를 입은 늙은 순찰자들이었다. 매우 근접한 드낙이었기에 그 과정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헉! 헉!”

냄새가 있는 곳으로 먼저 달린 가벼운 복장을 하고 가죽 장비를 착용한 늙은 순찰자 2명이 서로를 확인했다. 조금만 전력질주를 했는데도 힘에 부쳤다. 늑대의 움직임을 늙은 순찰자들이 따라갈 수가 있을 리 없었다.

다만 냄새를 비롯해서 흔적들은 누구보다 노련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것 또한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어디냐!”

“저곳입니다!”

동시에 그라돈의 탱크와도 같은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전신갑주에 다른 대검보다 검폭이 벌어져 크게 무거워 보이는 중검을 어깨에 걸치고도 상상 이상의 속도를 보여주었다.

‘싸우면 필패.’

전신갑주에 있는 보정과 마법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의 기습도 막힐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드낙과 게제라스의 계획에는 기사가 없었다. 그리고 그 기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그라돈 토치라이트는 늙은 순찰자들이 가르쳐준 곳으로 내달렸다. 나무 뿌리도 그냥 무식하게 밟는 것만으로도 푹 꺼지면서 단단한 지반이 되었다. 험지라는 제한을 힘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었다.

퍼걱!

방해하는 것은 부수고 짓눌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물론 뿌리가 단단한 나무를 넘어뜨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체중이 대단했기 때문에 거침없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기 키보다 두 배는 큰 작은 절벽이 그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 위에 선 늑대 한 마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색늑대 도노였다.

‘건방진 놈이?’

딱 봐도 덩치가 커 보이는 것이 〈늑대 용병단〉의 늑대 우두머리로 보였다. 가만히 내려다보던 늑대는 이내 냉큼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라돈은 한 번 올라서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도구가 없으면 자신의 체중을 넘어서는 무게를 지닌 채 올라가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박아놓은 대검으로 몇 번 시도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제기랄.”

허무하게 놈을 놓쳤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늑대 용병단〉이 자신들의 존재를 먼저 파악했다는 점이었다. 늙은 순찰자가 있었기에 그것만이라도 획득한 것이 중요했다.

그 사이에 병사들은 다른 늑대 두 마리가 이리저리 수풀을 헤집었기에 거기에 묶여있었다.

“기사님의 후방을 지킨다!”

베테랑 병사의 말에 병사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유기적으로 진형을 바꾸기보다는 자신들의 후방을 그라돈이 향한 방향으로 두었다. 늑대들의 스피드가 워낙 빨라서 진형을 늑대들에게 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는데, 베테랑 병사는 실전까지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는 적을 부수는 망치와도 같았기에 지휘관이 없는 소규모의 병사들을 다루는 것은 베테랑 병사가 맡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볼짱 다 봤다. 정면 승부로 싸우면 10번 싸워 10번 진다.’

늑대로 유인하고, 손쉽게 근접 정찰을 완료한 드낙 또한 그늘과 수풀을 통해서 사라졌다. 그는 〈마브로스 리꼬〉를 멘토로 삼아서 어둠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하고, 〈깊은 숲 사냥꾼〉으로 활동한 전적이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순찰자조차도 못 알아차릴 정도로 그늘을 잘 이용하는 자였다.

“상황을 파악하라!”

병사들에게 돌아온 그라돈이 신경질을 내며 크게 외쳤다. 전초전도 아니었지만 패배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화를 내지는 않았고, 신경질만 내는 것에 그쳤다.

늙은 순찰자들은 일단 인원부터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모두를 불렀다. 그러나 한 명의 늙은 순찰자만 오지 않았고, 대답조차 들리지 않았다.

“카에스? 멀리 간 건가.”

〈토끼걸음의 카에스〉는 조용한 걸음으로 매우 유명한 자였다. 그가 뒤로 지나가도 모르는 자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처음 외쳤을 때도,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자가 없었다.

“따로 추적을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까지 용맹한 놈이 아닌데.”

10분이 흘러 조용히 그늘에 누워있는 그를 발견했을 때, 피냄새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섬뜩함을 느꼈다. 기괴하게 꺾인 목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딱딱할 정도로 가죽 갑옷처럼 형태가 굳어있는 로브를 입은 순찰자 두 명이 뒤늦게 그곳으로 향했다. 물론 그라돈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장비를 입은 늙은 순찰자가 카에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일격에 당했다.”

혀가 물린 상처가 있음을 확인하고 은신하고 있다가 급습을 한 것으로 예상했다. 초근접전이 일어났다는 증거였다. 아래턱이 베이지 않고, 멍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죽은건가?”

그라돈의 말에 늙은 순찰자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아무런 소리조차 듣지 못했는데.”

“은신술에 엄청난 실력자입니다. 〈토끼걸음의 카에스〉가 당하다니··· 지금도 침투에는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놈인데···”

아쉬움이 컸다. 슬픔도 있었지만 세상의 풍파에 바람을 너무 맞은 늙은 순찰자들은 타인으로 봤을 때, 무덤덤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감정의 파도가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한 분노를 키우고 있었다.

냉정함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적정 수준의 분노. 엔진을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와도 같았다.

그라돈은 이 카에스라는 늙은 순찰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흔적을 통해서 말하는 것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보통내기가 아니군.’

순찰자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평생 못 찾았을지도 몰랐다.

카에스의 시체는 방치되었다. 되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승에게 뜯어먹히지 않도록, 바짝 눌러놓은 흰 천으로 몇 겹이고 둘러싸서 나무 위쪽에 걸쳐놓았다. 나중에 회수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장례는 순찰자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이다. 소금을 옷 안쪽으로 구석구석 집어넣는 와중에 그라돈이 병사들에게 소금을 더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감사합니다.”

“은퇴했지만 남부 왕국을 위해서 헌신한 그대들에게 소금 한 줌조차도 주지 못한다면 모든 이들이 날 욕할 것이다.”

그라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가진 빻고, 한 번 구워낸 암염까지 건네기도 했다. 시체의 부패를 막기에는 너무 고급스러운 소금이었지만 순찰자는 고개를 숙이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늙은 순찰자 2명이 맡았다. 나머지 2명은 드낙의 흔적을 더듬었다.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간 드낙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150걸음 뒤에는 사라져있었다.

흔적을 지운 것이다. 인근을 수색하기에는 위험이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범한 놈은 아니다.’

흔적을 지웠을 뿐, 헛흔적을 놓지는 않았다. 그 또한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늙은 순찰자가 다시 되돌아갔다. 그라돈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완벽하게 한 방을 먹은 것이다.

“아우우우우-!”

멀리서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마치 자신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그라돈이 흙을 파헤쳤다.

완벽한 도발이었다. 하지만 그라돈은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늙은 순찰자들의 말을 듣기로 한 것이다.

착실하게 이 근방부터 수색 반경을 늘려 나가야 했다. 적은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자신들은 드낙의 거점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무엇 하나 찾지 못한 채 하루가 저물어갔다.

순찰자들은 수색을 하며 새나 작은 들짐승을 잡아서 털과 가죽을 벗기고, 물에 담아 피를 빼어 소금간을해서 나뭇가지를 깎아 매끄럽게 만든 작대기에 꽂아 모닥불에 올려놓았다.

〈토끼걸음의 카에스〉를 기리기 위해 술 한 잔을 나누기도 전에 그들의 모닥불에 그라돈이 찾아왔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놈을 잡을 수 있겠는가.”

늙은 순찰자가 서로를 보았다. 이내 그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자가 입을 열었다.

“힘들 수 있습니다. 거침없이 저희들에게 검을 휘두른 놈입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 말에 그라돈이 눈썹을 긁었다. 드낙의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매우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토치라이트 가문〉 직속의 병사를 건드리지 않고, 늙은 순찰자만 하나 죽인 것이다. 은화로 구매한 자들이었기에 죽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애초에 그를 직접 보지도 못했고, 늑대만 목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말로 드낙이 〈흑마법사의 거처〉를 발견한다면 그 위치만 거래해도 상관 없어질 것이었다.

드낙의 원한은 늙은 순찰자들이 해결해야 할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결코 법정이 열릴 일은 없었다.

‘그들 또한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지.’

평민보다는 자유기사다. 그것을 모르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라돈의 생각대로 순찰자들 또한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놈을 잡을 수는 없어도,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려낼 수 있습니다.”

“횃불 성채 인근 지리는 저희가 가장 잘 압니다.”

늑대를 쫓을 정도로 체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밥벌이를 위해서 횃불 성채 인근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지리에 밝았다.

“늑대 용병단의 인원수를 생각하면 어디에 거점을 삼았을지 짚어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그라돈이 눈을 빛냈다. 늙은 순찰자를 큰돈 주고 고용한 보람이 있었다. 드낙을 쫓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어디에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행운에 기대는 짓이었다.

다음 날, 그들은 〈포인트〉를 돌아다녔고, 3일째 되는 날 5번째 포인트에서 늑대 용병단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울타리까지 해놓다니.”

넝쿨로 울타리가 덮어져 있었기에 이곳에 자연 동굴이 있다는 것을 모르면 지나칠 정도로 잘 엄폐된 곳이었다.

파삭.

넝쿨은 바짝 말라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땅에 묻어놓고 관리는 안 했다는 증거였다. 또한 뿌리째로 뽑아오지 않은 것도 많았다. 은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 한 작업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뿌리째 뽑아온 넝쿨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함정부터 체크했다. 큰 함정은 없었다. 짐승 대용으로 있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도 없습니다.”

동굴은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생활 흔적을 봤을 때, 못해도 20명~30명이 거주한 흔적이 절로 보였다. 2대 정도 텅텅 빈 짐수레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급을 받은 거지?”

그라돈이 텅 빈 짐수레의 바닥을 훑었다. 밀가루가 묻어져 나왔다.

“일단 여기에 자리를 펴고, 보급을 이쪽으로 설정하겠다.”

첫날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늑대는 물론이고 늑대 용병단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았기에 그라돈은 이 주변에서 놈들의 흔적을 추적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드낙이 아주 작정하고 온갖 헛흔적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흔적이 너무 많았으므로 그중에 진실을 찾기란 힘들었고, 애초에 진실된 흔적은 지워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박을 수밖에 없다니.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벌써 발견했나···’

거점을 버렸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성과를 냈다는 의미였다.

무식하게 추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늑대 용병단〉이 〈흑마법사의 거처〉에 대한 공략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늙은 순찰자가 죽어버리면서 다른 순찰자들이 홀로 다닐 수가 없어 탐색 반경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시간은 〈늑대 용병단〉의 편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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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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