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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58화 (15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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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에 능하고 운이 따라주는 것이 자유기사 드낙이었다. 그 때문에 토치라이트 가문은 놈이 빠져나가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공을 독차지하려는 것이겠지. 혹은 거래를 하거나.’

어느 것인지 떡밥도 안 던져주고 무식하게 가버렸기에 불안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백수 게제라스〉의 잘못이기도 했다. 토치라이트 가문에 대한 반감으로 그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책사로서 아주 못된 짓이었다. 감정적으로 토치라이트 가문에 작지만 효과적인 괴롭힘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드낙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첫 의견은 〈그라돈 토치라이트〉가 발언했다. 가장 성질이 급한 자였다. 〈야수 기사(Beast Knight)〉로 유명한 자였다. 성질이 짐승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싸우는 것에 있어서도 진형보다는 스스로 바위처럼 적의 진형을 박살 내는 것을 즐겨 하는 자였다.

아크온 몽펠리에가 전술적으로 적의 진형을 부수고 말고를 선택한다면 그라돈 토치라이트는 우-직하게 언제나 들이박는 자였다. 문인들에게는 하프 오크로 뒤로 까이기도 했다.

하는 짓거리가 도저히 귀족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숫자가 적어도 용병들을 내보내어 〈늑대 용병단〉을 쫓아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거래를 하든지, 잡아죽이든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목은 무엇으로 하는가?”

“그거야···”

그라돈이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는 다른 문인들에게 눈총을 쏘았는데, 도와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이에 문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용병을 당장 푼다면 행정처리가 엉망이 될 것입니다. 당초 예상했던 한 달도 힘들 것입니다.”

600명을 한 번에 내보내는 것과 40명, 60명 식으로 보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문서가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만큼 용병들에 대한 제어력이 낮아진다는 소리였다.

행정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제대로 된 관리 감독 없이 보급품이 지급될 수 있었고, 당연히 도둑들이 밀에 흙이나 모래를 섞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문인이 아니라면 명성과 명예를 좋아하는 인간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돈 한 줌이면 강도짓은 물론이고 아기를 벤 임산부마저 발로 걷어차서 유산시키는 청부업을 하는 깡패들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인들이 그라돈의 의견이 가진 문제점을 짚어내자 성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수비대장이 무기고에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저놈이.’

그라돈이 〈문인 욜렘〉을 노려봤지만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중견 문인이 된 그는 횃불 성채는 물론이고 그 인근의 마을에 대한 관리까지 하는 중간 관리였다. 그야말로 머리가 박 터지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단코 안 된다.’

위로 터지고, 아래로 받히고 아주 난리도 아닌 상황인데 그라돈의 의견대로 용병을 일단 되는 대로 밖으로 보낸다면 머리털이 빠질지도 몰랐다.

〈토치라이트 가문〉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살아야 했다. 무엇보다 욜렘의 의견은 그럴듯했다. 온갖 폐해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백수 게제라스〉에게 줄을 놓는 건 어떻습니까? 놈이 〈용병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그가 드낙 용병단장에게 바람을 넣은 것이 분명합니다.”

“줄을 놓을 필요가 있습니까? 잡아서 고문을 해야 합니다!”

그라돈이 크게 화를 내자 성주가 한숨을 쉬었다. 항상 밖으로 임무를 내보내는 그라돈인데 흑마법사에 대한 소문을 게실리안 지휘관에게서 듣고 나서는 곧바로 횃불 성채에 눌러앉았다.

100번 잘했던 자였기에 1번 못하는 모습에 크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라돈 경. 좀 진정하게.”

가주의 말에 그라돈이 사과 한 번 하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제서야 문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의료사고를 내던 의사들이 감옥에 가지 않듯이 아무리 큰 실수를 저지른 문인이라도 끼고도는 것이 문인이었다.

잘못한 문인을 벌하면 그것이 곧 다른 죄 없는 문인에게 갈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라돈의 발언을 크게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분위기가 냉각되자 성주가 한 소리를 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이 급해서.”

그라돈이 문인들에게 사과하자 문인들도 입가에 웃음기를 묻히면서 사과를 받아들어주었다. 이런 이야기는 길게 지속되어봤자 서로 피해임을 잘 알았다.

“명예롭지 않고, 게제라스의 성격으로 보아 크게 반발할 것이 분명합니다.”

“용병 기숙사는 북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안살림이 썩 괜찮았기에 어느 시간대에나 사람이 있는 것이 북부 구역이었다. 문인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가문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결국 게제라스가 생각한 대로 흘러갈 것입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집사 젠 토치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노림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성주의 말에 집사 젠이 말을 쭉 이어나갔다.

“당연히 거래입니다. 자유기사의 편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저희 토치라이트 가문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뜻입니다.”

“문인이 그에게 들러붙을 정도로 그가 실력이 있기야 하지만, 기반도 하나 없지 않은가?”

성주에게 있어서 드낙이 가진 기반은 기반도 아니었다. 그렇게 말할 만했다.

“드낙 용병단장의 행보는 실로 다른 자유기사와 크게 다릅니다. 홀로 행동하지 않고, 불안하지만 용병들을 이용하고 세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유일한 기사인 그라돈이 웃음소리를 냈다. 용병이 얼마나 나쁜 놈들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건 문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비웃지는 않았다. 사실 자유기사에게 있어서 세력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몰락했지만 귀족이었던 자유기사에게 있어서 용병을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은 큰 결정이기도 했다. 신분에 대한 열등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용병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여겼다.

또한 쥐뿔도 없으면서 명예를 중시하기에 용병과 다툼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었다. 한 마디로 섞일 수 없는데도 한 컵에 같이 넣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드낙은 실로 제법이었다.

‘인원이 적었을 때는 애송이 용병으로 길을 들여 자신의 부하로 삼고, 노예를 통해서 인원을 보충해 충성심을 높였다.’

하도 용병이 도망쳐서 노예를 구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체계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보였다. 특히나 이스핀과 도렌을 계속 곁에 둠으로써 용병단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이 용병단이지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스핀과 도렌은 이미 드낙의 가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내용을 말하자 성주는 일단은 납득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집사 젠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미리 게제라스를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는 차라리 신전이 움직이는 것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를 한다면 어차피 저희와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숲 쪽이나 횃불 성채로 향하는 길목에 병사를 두어 미리 저희의 공처럼 보이게 하면 됩니다.”

“연막을 치자는 소리군.”

방식은 음험했지만 얻는 것은 많았다. 빛과 어둠이 이 세상에 항상 공존하듯이 명예를 쥐고 있는 귀족의 어둠은 온갖 이권을 비롯해서 시민들을 다루는 방식에도 녹아있었다. 모순되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귀족이었다.

“허면 미리 게제라스와 거래를 하면 더 완벽하지 않습니가?”

문인 하나의 말에 집사 젠이 고개를 저었다.

“늑대 용병단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거래를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저희가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것을 문자로 말해준다면 그것 자체로 약점이 잡힐 수 있습니다.”

치밀했다. 하지만 〈성주 울베인 토치라이트(torchlight)〉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등을 긁어주는 것은 현재 횃불 성채에 유일하게 있는 그라돈 토치라이트였다.

“늑대 용병단이 흑마법사의 거처를 찾기 전에 추적하는 것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처를 찾게 해주는 것으로도 공이 되니 그것은 늑대 용병단한테 주고, 거처에 대한 토벌은 저희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성주에게 한 소리 들은 그라돈의 말은 제법 그럴듯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용병이 들어가 있지 않았고, 마치 자신이 나서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병사 열 명과 은퇴한 순찰자 다섯을 붙여주십시오. 그럼 늑대 용병단을 추적할 수 있을 겁니다.”

“늙은 순찰자를 회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큰돈을 써야 할 것입니다.”

〈남부 왕국〉, 국가 소속으로 움직이고 훈련되는 것이 순찰자(Ranger)였다. 은퇴한 순찰자들은 특히나 그 기술에 대해서 함구하고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이번 일에 동원하는 것이 힘들었다.

돈 받고 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순찰자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다. 움직인다면 왕족이 관여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귀족의 말을 어길 수는 없겠지.”

“그렇습니다만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은퇴 순찰자 또한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후하게 쳐주어라.”

성주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라돈이 거침없이 일어났다.

토치라이트 가문의 추적대는 다음날 바로 준비되지 않았다. 그라돈은 철저하게 병사들을 가려내는데 시간을 보냈고, 보급대를 꾸리는데 신중을 가했다. 숲과 산을 누빌 것이기 때문에 병참을 관리하는 병사도 매우 중요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외성과 외성 지역을 맡고 있는 경비대장 세베긴은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기사님. 병참을 위한 병사로 오십을 달라는 것은 너무 힘든 요구입니다.”

“아니, 성주님이 약속했는데 무슨 힘든 요구요? 시끄럽고 병사나 주시오.”

외성문에 바로 붙어있는 병영에서 그라돈이 무식하게 나왔다. 사정해도 통하지 않았다.

“병사 60명이 빠지면 외성지역 치안은 어찌합니까?”

“걱정 말게. 소매치기하는 놈이라도 그 자리에서 손목을 잘라버려도 된다고 곧 공문이 내려올걸세.”

기가 찰 노릇이었다. 피로 범죄자들을 다스린다는 소리였다.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그리된다면 세베긴이 더 이상 병영에서 흉갑의 연결고리를 풀어헤친 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문제가 안 생길 리 없다!’

그렇기에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라돈은 기어코 병사 60명을 받아 갔다. 병참으로 50명. 수색대로 10명이었다. 너무 정석이라서 문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결국 병참은 35명으로 줄어들었는데, 그라돈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다 문인들 탓이라며 크게 내성지역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당연히 성주에게 크게 혼이 났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벌을 내리지는 못했다. 무인이기도 한 것이 성주라서 그라돈의 마음 또한 이해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더 많은 병사를 붙여줄 수는 없었다.

횃불 성채에서 은퇴 순찰자들이 집중적으로 살아가는 곳에는 〈집사 젠 토치라이트〉가 투입되었다. 그들은 결코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의 은화를 손에 쥐게 되었다. 개개인에게 은화 50닢이었다. 총 은화 250닢을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용병단 하나 추적하는 일에 은화 50닢이라니.’

은퇴 순찰자들이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집사 젠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신전에 대해서도 공작이 들어갔고, 횃불 성채 길목에 순찰대가 순찰을 시작했으며 작지만 진지도 구축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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