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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51화 (151/1,239)

0151 <-- 구렁이 오메인 -->

드낙은 신전에 대한 방침을 이미 정해있었다. 그가 풀 플레이트 아머를 탐내면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다.

‘이번 기회는 반드시 큰 성과를 거둬야 한다.’

유지비를 생각해도 일단 전신갑주를 먹는 것이 중요했다. 혼자서도 탈부착이 가능한 것이 기사의 전신갑주였다. 그러면서도 요새와도 같은 방호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했다.

‘신전이 기사의 전신갑주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있다고 해도 불법적인 것일 터다.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신전에서 얻은 것을 고쳐줄 대장장이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신전의 갑옷은 받아도 한계가 있다. 기사의 갑옷과 차이점도 크다.’

무엇보다도 성기사들의 갑옷은 판금 갑옷이 최대였다. 그 판금 갑옷도 신성력이 담겨 있기에 보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금과 마법 그리고 강철로 만들어진 기사의 전신갑주보다는 못했다.

무엇보다 드낙은 마력운용은 되어도, 신성력은 없었다.

‘결국 신전과는 거래하면 안 된다. 하지만 내 보상 목표를 알지 못하기에 귀족도 신전도 안달이 나겠지.’

또한 드낙은 신전과의 거래를 〈집사 젠 토치라이트〉처럼 후일로 미루고 곧바로 다시 내성으로 향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치졸한 계획이었지만 가장 확실한 짓이었다.

‘귀족이 무섭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지.’

마을의 지역 유지도 사람 부리는 것이 쉬운데 귀족을 상대로 이런 저울질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특히나 드낙은 〈남부 왕국〉의 북쪽 지방인 메디오 지방에서 세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었다.

토치라이트 가문과 이게 더 무겁니, 저게 더 무겁니 해서 얼굴을 붉힐 수 없었다. 신전이 큰 것을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무른 것만으로도 도박수지.’

그러므로 드낙이 스스로 찾아가야 했고, 그게 바로 드낙의 최종적인 그림이었다. 스스로 다시 내성으로 찾아가 집사 젠을 찾는 것이다.

몸값을 높이면서 귀족의 편에 서는 것이다. 신전? 시민을 돕는데 신성력을 쓰는 것은 분명 존경스럽지만 자신의 뒷배가 되어줄 리가 없었다.

결국 〈빛의 전령 오메인〉은 자신이 들고 온 것이 무엇이 되든 쫓겨나게 될 판이었다.

그것이 전신갑주(全身甲冑, Full Plate Armor)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면.

1층 집무실에서 드낙과 오메인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사 젠〉에게도 말했던 것이 오메인에게 똑같이 흘러들어갔다. 이내 전령 오메인이 성물(聖物)을 꺼냈다. 그리 대단한 수준의 성물은 아니었다. 급으로 따진다면 하급이었다. 하지만 드낙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성물(聖物) 파수꾼의 성자(聖者)〉

종을 들고 있고, 양치기처럼 아무렇게 생긴 지팡이 하나를 쥔 성물이었다. 백설처럼 새하얗다 못해 작은 백색빛을 내고 있는 귀중한 물건처럼 보였다.

“어떤 것입니까?”

“경계의 종, 치료의 목자(牧者)로 서쪽의 사막에서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가신 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성물입니다.”

성자 알베가인. 평생을 서쪽 사막의 유목민을 위해 헌신한 자였다.

“밤에 사악한 자, 적의를 가진 자가 가까이 오면 종이 울리고, 근처에 다친 이가 있다면 치료를 해주는 성물입니다.”

효과의 정도를 물어본 드낙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드낙의 표정이 그리 대단하지 않자 오메인은 내심 기분이 상했다.

성물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몰랐고, 마법 장비를 뛰어넘어 부서지기 전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성물이었다. 성물의 경우는 신전에게 은혜를 입혀야지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지금이 아니면 얻기 매우 힘든 것이기도 했다.

‘역시나.’

그것을 드낙이 보고 무덤덤했기에 광신도 중에서도 광신도인 오메인의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메인은 구렁이같이 상황을 파악했다.

‘귀족들이 더 좋은 것을 제시했구나. 성물보다 더 좋은 것이라.’

자유기사에게 귀족이 성물보다 좋은 것을 내어준다면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전신갑주였다. 그것밖에 없었다. 타격을 당해서 굽어지면 다시 조정해야 하는데 높은 수준의 장인이 필요한 것이 전신갑주였다.

드낙을 자신들의 말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찌 되었든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 전신갑주였다. 훌륭한 목줄이기도 했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며, 내장된 마법을 사용하면 할수록 마력을 다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자동차처럼 연료가 필요한 것이 전신갑주였다. 특히나 강화, 방어, 공격에 있어서 다양한 마법이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큰 마법을 쓰지 않아도 소모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사의 전신갑주였다.

‘전신갑주를 줄 셈이군.’

신전과 귀족의 알력싸움이다. 오메인의 도발에 그대로 넘어간 것이 토치라이트 가문이었다. 그런 상황에 능히 늑대 용병단의 자유기사에게 전신갑주를 줄만했다. 특히, 겸사겸사하면서 자신들의 가문으로 시간을 거쳐서 방계로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지금 이 기회로 얻어내는 건 이상하군.’

전령 오메인은 이상함을 느꼈다. 활약을 앞으로 계속 해나가면 알아서 방계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을 것이고, 그때 전신갑주가 지급될 터였다.

‘자신의 가문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보다 명예를 아는 자로군.’

오메인은 용병단장으로 살면서 가문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드낙을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변변찮은 비전이 없는 드낙에게 귀족 가문의 방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죽으라고 하는 소리와 일맥상통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 드낙은 최소한의 세력을 키우고, 제국으로 소문을 퍼뜨리도록 횃불 성채에서 〈왕국 야영지〉를 경유해 제국으로 향하는 상인들에게 돈을 쥐여주는 것이었다.

못해도 불파겐의 퀘스트를 완료해 그에게서 불파겐의 비전을 이어받는 것이 드낙의 목표였다. 퀘스트의 내용에는 비전의 전수까지 없었지만 능히 퀘스트를 완료하면 불파겐의 비전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죽어서도 후손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는 세파리아스의 그 미련. 그것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만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드낙이 기사로서 웅크렸던 몸을 일으킬 때였다. 그때가 된다면 분명 용병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것들을 잡아죽여 〈검은 문〉 또한 충분히 물이 올랐을 것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드낙은 당연히 〈빛의 전령 오메인〉의 그 어떤 조건도 심드렁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한다?’

신전으로써는 결국 방도가 없다는 소리와 같았다.

“성물이 아닌 더 가치 있는 것을 제시한다면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러면서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오메인은 스스로 발길을 돌리면서도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드낙 용병단장에게 일단 감시를 붙인다. 그 뒤에 상황을 보는 게 좋겠다.’

지금 자신이 뭘 할 수 없음을 깨달은 오메인은 발 빠르게 용병 하우스를 벗어났다. 〈빛의 전령 오메인〉이 발길을 돌리자 드낙은 곧장 〈횃불 성채〉의 내성벽으로 향했다.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지.’

조금 땀을 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성채 근위병에게서 드낙에 대해서 물을 것이 분명했다. 그의 행동은 치밀했다. 서둘러 달려가며 땀을 냈다.

“정지!”

소리를 치면서도 〈성채 근위병〉은 드낙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늑대 도노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노는 이제는 거의 드낙의 아랫배까지 오고 있었다.

‘이렇게 큰 늑대는 처음 보는군.’

도노를 훑은 성채 근위병이 용무를 물었다.

“〈집사 젠 토치라이트〉님이 저에게 제안을 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성채 근위병은 굳이 드낙의 이름과 신분을 묻지 않았다. 벌써 내성에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있었고, 무력을 중시하는 기사 덕분에 자연히 무인의 대우가 좋은 세상이었다. 근위병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들은 것이 있었다.

“잠시 대기하라.”

“예.”

땡볕을 피해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40분이 넘어서야 드낙은 젠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제가 분명 후일에 찾아간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급히 저를 찾으셨다고 해서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드낙은 냉큼 죄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모두 흑마법사를 토벌하려 하는데 제가 그저 용병 하우스에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서 아닌듯해서···”

그의 기세가 많이 누그러진 것을 본 집사 젠은 서둘러 내성으로 드낙을 모셨다. 1층의 개인실에서 독대를 하였다. 드낙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원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들어주신다면 누구보다 먼저 흑마법사의 거처를 찾아내겠습니다.”

집사 젠이 드낙의 호언장담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신전이 거래를 파토를 낸 듯했다. 하기야, 신전이 내어줄 것이라곤 〈성물〉. 그것뿐이었다.

‘마음에 안 드니, 서둘러 이쪽으로 온 것이군.’

가소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우월감도 느꼈는데, 신전보다 토치라이트 가문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전신갑주라.’

매우 위험한 물건이 바로 기사의 전신갑주였다. 그것을 달라고 말하는 드낙이 되려 무례하게 보일 정도였지만, 드낙은 친귀족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단 2번에 불과한 의뢰였지만 모두 귀족을 위한 행동을 했다.

그렇기에 믿음직스러웠고, 토치라이트 가문 또한 늑대 용병단에게 의뢰를 하기 위해서 그냥 집사도 아닌 방계의 집사를 보낸 것이다. 사실상 집사 중에서는 가장 윗사람이 방계 집사였다.

그만큼 드낙의 용병단은 이용하기 좋았다.

‘〈다수마법(多數魔法)〉을 제거하고 내어줘야 하나.’

집사 젠은 결함이 있는 전신갑주를 내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신갑주에 부여되는 마법들 중에서 공격 마법은 최소 2개 이상인데, 다수를 상대할 다수마법과 개인을 상대할 대인마법의 두 종류를 무조건적으로 하나씩 내장하는 것이 법칙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 다수마법을 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감소를 만들게 했다.

아크온 몽펠리에가 사용했었던 다수 마법 〈요격 물결(Intercept Wave)〉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나 요격 물결의 강력함은 유도가 된다는 것, 마법을 상대할 때 효과적이라는 것, 물속성의 타격 마법이기에 어떤 생물체에게든 일단 통하긴 통한다는 점이 있었다.

그런 마법을 전신갑주에서 파(破)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결국 성주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넉넉하게 3일의 시간을 주게.”

이미 드낙이 신전의 제의를 거절했다는 것으로 보였기에 집사 젠은 무려 3일의 기간을 달라고 했다.

“좋습니다. 저는 일단 먼저 흑마법사의 거처를 수색하고 있겠습니다.”

드낙은 반드시 믿는 것처럼 굴면서 집사 젠과의 만남을 파하고, 곧장 용병 하우스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뜻밖의 인물이 드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새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셨습니까? 제법 오래 기다렸습니다.”

드낙에게는 마치 구렁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빛의 전령 오메인〉이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

빛을 모시는 사제답지 않은 음흉함이 목소리를 통해서 드낙의 목을 휘감는 것처럼 들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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