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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50화 (15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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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전〉에서 〈빛의 전령 오메인〉은 리라엔 사제와 대립을 해야 했다. 귀족과 무엇 하나 결정한 것 없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지역 신전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특히나 용병 600명을 고용한다는 것에 큰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용병놈들을 잘 구슬렸을 테니, 신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지 의심스러웠다.

“어쩌자고 그냥 오셨습니까? 아무리 빛의 전령이라도 이렇게 된다면 저희 신전은 10년 동안 귀족의 개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북쪽 지방은 안 그래도 귀족의 입김이 강합니다.”

야수와 몬스터가 특히나 많고, 인간이 자리 잡은 곳이 적은 지방이 북쪽의 메디오 지방이었다. 괜히 횃불 성채가 전투 요새임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은 산골 마을〉처럼 야수도 몬스터도 잘 안 보이는 곳이나 목책이 없지, 대부분의 북쪽 마을은 목책은 기본이었다. 물론 사람의 이동량이 많은 지역에는 때때로 울타리만 있기도 했다.

당연히 그런 환경에서는 기사가 시민들로부터 대단히 크게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귀족들이 이미 작당하고, 자원을 쓰지 않으려 했기에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이미 신전에게 알아서 하라는데 가만히 수긍했다가는 용병 600명도 동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메인의 말에도 리라엔 사제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오히려 호랑이의 털을 뽑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많이 모여봤자 30명이 전부인 북부의 신전이었다. 대부분의 사제와 성기사가 떠돌아다니며 마을에 신성력을 봉사하기 때문에 모이는 일이 없었다.

그 덕에 횃불 성채에서 병자들과 굶주린 이들을 대하는 리라엔 사제는 귀족들을 두려워하는 면이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귀족을 찍어누르고, 공을 차지한다면 귀족들은 다른 것으로 무마하려고 할 것입니다.”

“찍어 누른다니···”

리라엔 사제가 말끝을 흐렸다. 마치 귀족과 정치적으로 알력싸움을 이번 사건에서, 이 지역에서 한다는 투였다.

끔찍한 기분이 스며들어왔다.

“이미 사제와 성기사를 동원하게 되었으니 신전의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그렇기에 이 수단밖에 없습니다. 각을 세워서 승리해 귀족들이 명예적으로 패배하여 그들 스스로 이번 패배를 지우려고 많은 민간지원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계획입니다.”

“······”

리라엔 사제가 할 말을 잊었다. 만약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유례없을 정도로 풍족한 한 해가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귀족이 명예를 얼마나 추구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우는 방법에도 도가 튼 귀족들이었다.

오메인은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리라엔 사제가 말을 하지 못하자 그게 웃음 지었다.

“날 너무 죄인으로만 생각하지 마시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일이 풀어질지, 걱정입니다.”

오메인은 현재 횃불 성채에 대해서 다양한 것을 그제서야 묻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신전이었다. 수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성기사와 사제들은 빠짐없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사이에 〈집사 젠 토치라이트〉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늑대 용병단.’

게실리안 지휘관에게 큰 공을 바친 용병단이다. 늑대를 부리기에 추적에 매우 능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무엇보다 무력 자체가 다른 용병과 달랐다. 이런 용병단은 특히나 특이했다.

‘신뢰 있는 용병단이라니.’

대부분의 전쟁을 용병이 수행하던 지구의 용병들과는 다르게 이곳에서의 용병은 전쟁을 자기들만으로 수행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신뢰 있는 스위스 용병들 같은 용병이 없었다.

드낙의 신뢰성은 이런 상황 때문에 매우 크게 부각이 되고 있었다.

자유기사가 용병들을 이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웃기는 짓이었다. 그리고 드낙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자유기사였다.

‘나이가 어려서인가? 앞으로 어찌 될지.’

위태로운 줄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집사 젠은 대문에 있는 종에 매달려있는 줄을 잡아당겨 댕댕 울렸다. 균일하게 울리는 작은 종은 제법 값이 나가 보였고, 표면에는 드낙의 이름과 늑대 용병단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종이 울리고 늑대가 컹컹 울었다.

대문을 열면서 이스핀이 고개를 숙였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약간 피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엄청난 강도의 수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예들의 부대장이 되면서 비전을 하나 하사받았고, 숙달하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도렌은 그 사이에 수련하던 것을 그늘로 옮겼다. 땡볕이 내려오는 곳에서 철을 그냥 놔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드낙도 어울렸기에 뒷마당의 우물에서 물을 한 번 엎어 쓰고 서둘러 닦고, 옷을 갈아입으러 뒤쪽 입구로 들어갔다.

“단장님도 땀을 많이 흘려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오신다고 합니다.”

“부지런하군. 이런 무더위에···”

집사 젠은 별말 없이 1층 집무실에서 대기했다. 말이 집무실이지 회의실이나 다름없었다. 드낙은 옷을 갈아입으며 마음을 다 잡았다.

‘무엇을 제시하든지 한 번은 돌려보내자. 나도 이제 그럴 깜냥은 된다.’

물론 대놓고 걷어차면 안 된다. 토치라이트 가문에게는 신전을 빌미로, 신전에게는 토치라이트 가문을 빌미로 깔 생각이었다. 사냥개보다 후각이 좋은 것이 늑대다. 흑마법사의 거처를 확인하는데 늑대 용병단만 한 곳이 없을 것이다.

‘내 가치는 높다.’

드낙은 적어도 〈기사의 전신갑주〉를 얻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그만큼 중요한 주적이었다.

“자주 보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것과는 다르게 드낙은 머리를 꼿꼿이 한 채로 악수를 나누었다. 그 태도의 변화를 〈집사 젠 토치라이트〉가 모를 리가 없었다.

‘신전에서 벌써 줄을 놓으려고 했나?’

지역 유지의 아들한테서도 속앓이를 했던 드낙이다.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드낙이 당당한 모습을 하자 젠이 속으로 긴장했다.

“자주 봐야죠. 용병단 중에서도 특출난 용병단이 아닙니까?”

하압!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전투 노예로 키우려는 노예들의 기합소리였다. 당연히 이제는 부대장이 된 이스핀과 도렌에게 드낙이 시킨 일이었다. 〈총관 베르벤〉만이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

“이쪽 분은 새로 고용한 분이십니까?”

“예. 아무래도 용병단이 커지다 보니 총관을 할 사람으로 구했습니다.”

총관과도 안면을 트면서 용병단의 확장을 은근슬쩍 드낙이 흘렸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군.’

집사 젠은 내어온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요즘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공문에 대해서도 말했다.

“참가하실 생각이십니까?”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새로 온 단원들을 수련시켜야 해서 이번 일은 지켜볼 생각입니다. 특히 용병을 600명이나 뽑는다는 말에 안심했습니다. 신전도 나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신전과 용병을 묶어서 함께 말하며 자신은 손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드낙의 화법은 강력했다. 드낙을 나무라기에는 용병 600명과 신전의 개입에도 부족하다는 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말은 잘하는군.’

드낙의 깍듯한 예절과 때때로 드러나는 빈틈없는 화법은 그를 자유기사로 보이게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흑마법사를 토벌하는 데 있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토치라이트 가문은 〈늑대 용병단〉에게 의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흑마법사에 대한 것입니까?”

“예.”

결국 직접적으로 늑대 용병단을 고용하고 싶다는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드낙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사 젠은 그것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함으로 보았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금맛을 보여주마.’

“금화 10닢을 준비했습니다. 흑마법사의 거처를 가장 먼저 확인해서 토치라이트 가문에 소식을 전하면 금화 30닢을 드리겠습니다.”

“···!”

드낙의 눈이 커졌다. 그저 흑마법사의 입구를 찾는데 30억. 찾지 못해도 10억이라는 소리다. 떡 소리가 났다. 또한 얼마나 귀족이 경제를 쥐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수락할까?’

그가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저것만 있어도 횃불 성채에서 떠나서 자신이 계획하는 드낙만의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금은 피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지역 유지가 되는 것은 드낙이 생각하고 있는 수많은 구상 중에 하나였다.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을 정도의 금이었다.

금화 앞에서 흔들리는 드낙의 눈을 보며 집사 젠이 속으로 웃음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동화로 먹고살고, 은화로 남들보다 좀 편하게 살아도 금화를 많이 쥐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수십 닢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명예보다는 못한 것이었다.

귀족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귀족이 만들어내는 〈명예〉라는 것이었다.

‘내 목적은 기사의 전신갑주다.’

“죄송하지만 이 의뢰는 받기가 힘듭니다.”

드낙의 말에 집사 젠의 손끝이 조금 흔들렸다.

“그럼 힘들 텐데요···”

은근히 협박을 하자 드낙이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신전이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워서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며칠 고민을 하게 해주십시오.”

“신전이? 벌써 왔다 갔습니까?”

“예. 아주 다급해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 말에 집사 젠이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공문을 보고 서둘러 방문하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 발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을 준다고 하였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드낙은 감히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신의에 어긋난다고만 말할 뿐이었지만 집사 젠은 드낙이 저울질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며칠의 고민. 신전이 무엇을 주는지 말하지 않는 것.

‘딱 봐도 더 좋은 것을 들고 오라는 것이군.’

드낙이 말을 그렇게 하고 있었다. 신전을 들어서 귀족의 의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부터 돈냄새가 너무 풍겼다.

‘누굴 바보로 아나.’

“이번 일이 끝나면 어찌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또 한 번의 협박에 드낙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의뢰를 안 들어주면 저를···?”

교과서적인 표정으로 드낙이 크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집사 젠이 손사래를 쳤다. 드낙이 만약 이를 들어서 나중에 딴소리를 하면 토치라이트 가문은, 성주님은 집사 젠을 잘라내어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낙이 평범한 신분이 아니기에 더욱 집사 젠이 놀랐다.

“결코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들렸다면 제 말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에 드낙이 안심하면서 총관과 여기에 있는 집사 젠의 수행원을 보면서 말했다.

“오해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드낙의 오해라고 말해주었다. 총관의 노련미가 특히나 돋보였다. 그조차도 젠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럼 일단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배웅은 총관이 해주실 겁니다.”

집사 젠이 일어났다. 금화 30닢 이상은 성주와 논의를 해야 했다. 집사 젠이 사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서 〈빛의 전령 오메인〉이 종을 울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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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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