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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44화 (14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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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오랜만에 숏소드를 들었다. 그 앞에는 도렌이 잔뜩 긴장한 채 있었다. 〈비전의 전수〉가 이루어지는 뒷마당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도노는 무더위 때문에 앞발을 물에 넣은 채로 하품을 했다.

카이야는 그늘에서 죽은 것처럼 퍼질러져있었다.

이곳에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을 상대할 때 가장 필요한 기술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비전의 이름은 〈행글렝크 지엘(Handgelenk Ziel, 손목 노림)〉이다.”

〈에이네 앙그리프(Eine Angriff, 거짓 공격)〉의 드낙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본래 비전이 〈중대형 생물체〉를 노리기 위한 비전인 것과 반대로 행글렝크 지엘은 대인용 비전이었다.

“간합을 잘못 보는 것은 격렬한 싸움에서 제법 있는 일이다. 체중을 싣고, 빼고를 하면서 상체가 흔들리면서 팔의 길이도 그만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야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드낙은 체중을 실으며 헛스윙을 하는 것과 그러지 않고 헛스윙을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여러 번 다른 방향으로 보여주었다.

“헛스윙 이후, 적은 미친 듯이 달려들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덤빌 수밖에 없지. 그렇기 때문에 사실 체중을 숏소드에 집어넣든 안 넣든 상관이 없어진다.”

상대가 이미 공격을 했는데 그것이 헛스윙이라면? 냉큼 달려들 것이다. 그러므로 체중을 깊게 실어서 헛스윙하며 균형을 잃어도 상대가 달려오기 때문에 그 힘에 의해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고,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적이 도리여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의 실력이 좋다면 체중을 크게 실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싣지 않는다면 상대는 덤벼들지 않을 테지.”

그 적당함을 언제든지 배분할 수 있도록 수련해야 했다. 비전은 끝없는 상황의 시뮬레이션. 그 동작을 실전에서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기술이었다.

말 그대로 필살기.

거짓된 헛스윙으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고, 방패로 막으면서 아래 혹은 회수되지 못한 숏소드로 손목을 베는 것이 도렌에게 주는 첫 비전이었다.

“손목밖에 벨 수 없습니까?”

“회수되지 않았기에 힘을 크게 줄 수 없다. 방어구를 공격할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만약 손목이 글러브로 보호되고 있다면, 겨드랑이를 노리거나 하체를 베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도렌의 날카로운 질문에 드낙이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다음은 이스핀이었다. 롱소드의 비전이다.

“너에게 가르쳐줄 비전은 방패를 든 놈을 죽이는 비전이다.”

“예.”

용병들은 방패를 맹신할 정도로 좋아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흉갑이 정규군의 방어구가 되고 나서는 대장장이들이 비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상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할스 아우스푸렁(Hals Ausfuhrung, 목 처형)〉.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해골의 몸으로 보여준 기술의 정수. 둥근 방어구를 파훼하는 반복 행위로 쌓아올린 탑.

드낙의 둥근 방패를 정확하게 내려쳐서 가드를 풀게 만드는 압도적인 기술의 비전이었다. 힘이 강하고, 기골이 장대하며, 덩치가 크면 클수록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할스 아우스푸렁이었다.

보통은 검으로 내려치면 둥근 방어구에 미끄러지기 쉽다. 하지만 그것을 수련으로 극복한 것이 〈목 처형의 비전〉이었다. 가드를 강제로 박살 내고 그다음은 목을 취하는 극한으로 단조롭고 뛰어난 살인 기술이었다.

이스핀에게 딱 어울렸다. 하지만 그대로 전수할 수는 없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불파겐 가문의 그림자였다. 기사들은 그 꺼지지 않는 불씨를 보며 불파겐 가문의 비전을 익히 들어보고 실제로 대충이나마 시연을 통해서 보거나 실제로 자신이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할트 칠드 스타첼(단단한 방패 찌르기, Hart Schild Stachel)〉.”

목 처형의 비전이 방어구의 부위를 상관하지 않고 내려친다면, 드낙이 어레인지한 것은 오직 방패만을 위한 비전이었다.

“둥근 방패를 성공적으로 내려치는 것이 강제되는 비전이다. 쓰기 어렵지.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이스핀의 덩치는 크다. 대단히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저만하면 출신성분을 빼면 〈성채 근위병〉에 복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는 이스핀에게 그대로 달려들며 간합을 크게 좁혀 방패를 드낙이 내려쳤다.

정확하게 흘리지 않고 내려쳐졌기에 힘이 오롯이 방패를 내리게 만들었다. 이스핀은 버티려고 했지만 〈찌꺼기〉를 받아먹은 드낙이었다. 가진 체격보다 더 큰 힘이 가해졌고, 그대로 가드가 풀렸다.

훅!

롱소드가 그 상태에서 찔러졌다. 이스핀이 놀라서 자빠졌다. 도렌이 실없이 웃어젖혔다.

“이게 네가 가장 성공적으로 비전을 사용했을 때의 모습이다.”

‘미쳤다.’

요령이 좋고, 힘이 좋은 이스핀에게 딱 맞은 비전이었다. 문제는 이스핀의 연습량이었다.

“연습량이 좋지 않으면 비전은 실패할 것이고, 대가는 죽음뿐이다. 명심해라.”

“예! 손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하겠습니다.”

〈총관 베르벤〉은 곧바로 경비를 설 사람들을 데려왔다. 드낙이 원했던 것보다 사람이 세 명 더 많았다.

“5명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하겠습니까?”

〈총관 베르벤〉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남을 배려하는 면모가 강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애들을 굴릴 생각을 가지고 있던 드낙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면서 8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지 베르벤이 입에 침을 묻히며 부연 설명을 했다.

“저 중에 세 명은 〈애송이〉들입니다. 아직 할 일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는 것들이죠. 1인당 100닢만 쥐어져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와.’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현대의 인턴과 같았다. 인턴하면서 돈 하나 못 쥐고 하는 곳도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저들은 교대에 섞어들면서 경비원의 피로도를 줄이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A4용지를 프린터기에 갈고, 창고에서 비품을 꺼내고 잔심부름을 하는 인턴보다는 사택 경비원이 무엇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는 것만은 좋아 보였다.

“급여는 동화 350닢으로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더 쳐줘서 제법 경험 있는 이들을 구했습니다. 북쪽 구역에서는 과분하지만 최근 강도가 들어왔다는 게 알려져서 사택 경비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쯧.”

드낙이 혀를 찼다. 사택 경비원이라는 것들이 강도가 들었다고 일하기를 기피하다니? 미친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5명에게 한 달 동화 350닢. 애송이 3명에게 100닢. 총 한 달에 동화 2050닢이 들어갔다. 하루빨리 의뢰를 해야 하면서도 드낙은 태평했다. 이름 떨치는 야수 하나 잡으면 큰돈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드낙 용병단장님. 저녁에는 식료품 관련해서 시장으로 한 번 방문해야 합니다. 전에 말했던 〈짐꾼〉 때문입니다.”

인원이 많아질 것이기에 아직도 피멍이 사라지지 않은 세아 혼자서는 식료품을 들고 오는 것이 힘들어서 이스핀과 도렌이 동원되고 있는 상황. 그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식료품을 구매하면서 배달까지 해주도록 거래처를 뚫기 위해서 〈총관 베르벤〉이 수를 내본다고 했었다.

당연히 드낙도 가야 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총관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 총관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은 간사하기 때문이다.

사장이 빠진 가게가 얼마나 개처럼 돌아가는지 드낙이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예. 그럼 저녁 전에 갑시다. 미리 알아봐둔 곳이 있습니까?”

“제가 아는 상인이 많습니다. 분명 돈이 급한 이들도 있겠죠. 현물거래가 절반인 곳이 시장이라 분명 좋아할 겁니다.”

물건을 조금 더 주고라도 화폐를 받고 싶은 것이 상인들이었다.

신전 소속의 〈전령 오메인〉의 방문은 〈횃불 성채〉의 빛의 신전에게 있어서 큰 사건이었다. 몇몇 부랑자들은 구역에서 밀려날 정도로 비밀스럽게 그의 방문을 받아들여야 했다.

빛의 신전에서 그 누구보다도 선신을 닮으려고 하는 사제 리라엔은 환자를 돌보는 것도 가로 막힌 채 그의 방문을 맞이해야 했기에 불만으로 가득했다.

“제가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전령〉이 오면 항상 신전에서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성전대가 일으켜질 때 항상 그전에 전령이 그 지방에 왔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사제님.”

엘배인 사제가 쩔쩔매면서도 리라엔 사제를 안내했다. 그녀도 싫은 소리를 냈지만 갈 수밖에 없었다.

신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이 〈빛의 전령〉이었다. 그들이 왔다는 것은 〈남부 왕국〉의 〈북부 지방〉인 〈메디오 지방〉에 어둠이 도래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불안감으로 마음이 조여드는 기분마저 들었다.

리라엔 사제의 눈에 〈전령 오메인〉은 강고한 인물로 보였다. 꾹 다문 입술은 말라비틀어져 있었음에도 두툼했다. 눈매가 특히나 좁고 날카로워서 독수리 같았다.

“리라엔 사제님을 뵙습니다. 메디오 지방에서 그대의 이름을 신처럼 말하는 시민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과찬입니다.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또한 다른 사제들이 귀족들의 돈과 권력에 묶여있어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데 왜 저를 칭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것. 그것이 리라엔 사제가 신성력을 휘두르는 이유였다. 괜히 리라엔 사제를 칭찬했다가 신전의 현재 모순됨을 꼬집는 리라엔 사제의 말에 전령 오메인이 그저 웃음 지었다.

‘추기경은 못 되겠군.’

현실 감각은 신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사회의 기득권층 때문이었다. 그녀는 성인으로 추대 받겠지만, 신전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갈 준비〉는 되지 않았다.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메디오 지방에 흑마법사의 준동에 대한 것입니다.”

〈왕국 야영지〉 그리고 〈세 개의 강가〉에 대한 상세한 정보였다. 직접적인 흑마법사 목격담까지 오메인이 막힘없이 읊었다.

듣는 성기사와 사제들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지금은 여름이라 성기사들을 그런 곳에 투입할 수 없습니다. 지원은 없습니까?”

전염병. 굶주림. 더위. 여름은 인간에게 매우 가혹했다. 전투를 위한 성기사의 신성력조차도 이름 모를 마을에 쓰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전령 오메인〉의 말은 가혹한 채찍과도 같았다.

“없습니다. 〈메디오 지방〉의 일은 〈메디오 지방〉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리라엔 사제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

모두 말을 하지 않음에도 전령 오메인은 거침없이 일을 진행했다.

“흑마법사의 모든 것을 제거하는 것이 신전의 가장 큰 임무. 성기사 열다섯. 사제 다섯 명을 〈빛의 전령〉의 이름으로 징발하겠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죽어갈 것입니다.”

“악마의 화신체가 나타나면 더 많은 이들이 죽어갈 것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메인은 논쟁조차 하기 귀찮은지 자신의 인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제들이 성배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피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성기사 다섯 명에 사제 두 명은 안됩니까? 시기가 시기입니다. 아니면 최소한 수확이 끝난 가을에···”

리라엔 사제의 거듭되는 말에 오메인이 눈을 찌푸렸다.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빛의 전령〉을 사제가 이길 리가 없었다. 이곳에는 추기경조차도 없는 곳이었다.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흑마법사를 처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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