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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41화 (14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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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의 병문안을 끝내고 해질녘에 용병 하우스로 돌아가던 도중 도렌이 입을 열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늑대 용병단은 그녀를 치료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장님한테 〈액체 치료봉〉으로 치료를 해달라고 할까?”

그 말에 이스핀이 칼같이 대답했다. 미친놈 취급을 했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그런가?”

도렌의 태평한 대답에 이스핀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함이 심장을 콱 막는 기분이었다. 주먹을 허공에 흔들어대었다.

단단히 경고했다. 드낙은 결코 착한 남자가 아니었다. 사람을 죽여야 하는 순간에는 거침없이 도살하고, 그러면서도 강자에게는 웃음 지으면서 예와 정성을 다한다. 철저하게 출세길을 달리는 사람이었다.

“마법 장비 가격을 생각해라. 가격을. 구하지도 못할 물건이야! 거기에 네 것도 아니고!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

“그렇긴 한데. 딱하잖아.”

소리를 질러도 도렌은 착실하게 입을 열었다. 이스핀이 강압적으로 보여도 자신에게 한 번도 주먹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도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하다 보니 눈치 없는 도렌조차도 이스핀이 자신을 〈형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 차려라. 도렌아. 네가 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휴! 넌 정말,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넌 여자 만난다고 할 때, 꼭! 꼬옥! 나한테 먼저 소개해라. 다 털리겠다. 다 털리겠어.”

동생 다루듯이 말하자 도렌이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말하는 것이 웃겼기 때문이다.

“웃기냐? 그런 말 단장한테 하는 순간, 진짜 큰일 난다.”

“단장은 해줄 것 같기도 한데.”

도렌은 드낙에게 제법 편애를 받았기에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대련할 때도 사정을 좀 봐준 것이 드낙이었다. 도렌이 워낙 요령 없이 착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훅 간다. 얼마나 비싼 건데! 고작 일당 주는 애한테 그걸 써? 앞으로 곰탱이한테 뺨 한 대 맞을 때 써야지.”

“뺨 맞으면 즉사 아니냐?”

“크흐흐.”

틱틱 거리면서 두 사람은 그대로 용병 하우스로 향했다.

그 다음날부터 드낙은 총관을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원래 〈횃불성채〉에 살았던 이스핀과 도렌 또한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곳곳에 입소문을 퍼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추적 용병단을 〈늑대 용병단〉이라고 알고 있어서 용병단 이름을 그냥 늑대 용병단으로 바꾸어서 수소문을 했다.

“총관? 용병단 총관을 누가 한단 말인가?”

〈피가득 술집〉의 막가넴은 절대 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인(文人)들은 편한 것과 돈을 생각하는 자들이라 용병단의 뒤치다꺼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은 좀 말 좀 퍼뜨려주세요.”

정보를 퍼뜨리기 가장 좋은 목을 쥐고 있는 것이 막가넴이었다. 드낙이 동화 10닢을 내어주자 그가 손짓을 더했다.

“늑대 용병단장. 돈을 그렇게 벌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은화라도 줘야지. 응?”

드낙이 동화 10닢을 더 꺼내주었다. 열린 가죽 주머니에 은화의 모습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 모습에 드낙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귀족이 언제는 돈을 펑펑 씁니까?”

“하긴.”

그 말 한마디에 막가넴이 넘어갔다. 사실 그냥 드낙을 한 번 떠본 것이었다. 귀족이 평민 따위에게 제대로 값을 쳐줬을 리가 없었다.

“현상금 그거 취소해주세요. 강도가 되어서 절 찾아왔거든요.”

“소문은 들었어. 이미 치워놨지.”

역시나 입소문이었다. 말보다 훨씬 빨랐다. 드낙이 괜히 수고롭게 했다며 술 한 잔을 사서 먹었다.

다음은 〈만물 잡화점〉의 여주인 소레도 찾았다. 용병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다양한 방면에 발을 놓고 있는 것이 〈여주인 소레〉였다. 말 대여부터 시작해서 무기의 발주까지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 그녀였다.

“뭐? 총관을 할 사람을 찾는다고? 그거 안 될 텐데···”

바로 힘들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그래도 드낙은 이번에도 동화 10닢을 내어주었다. 냉큼 챙긴 여주인 소레가 큰 입술로 웃어 보였다.

“내가 이래서 드낙 용병단장을 좋아한다니까. 사람이 돈을 쓸 줄을 알아.”

“잘 좀 부탁드립니다. 정말 급해서 그렇습니다. 급여도 든든하게 줄 수 있습니다.”

드낙은 소레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곡괭이를 목록에 은근히 끼워 넣어서 차익을 얻은 것에 대해서 일말 하지 않았다.

여주인 소레의 넓은 발 때문이었다. 그녀만큼 편하게 물건을 구매해서 배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만물 잡화점〉은 부상(富商)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유일하게 마법사 알버트와 교류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드낙은 급여도 든든하게 챙겨준다며 입을 털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급여는 항상 당사자와 합의하에 결정하는 것 아닌가?

〈고르곤 상회〉의 상인 베베닉에게는 먹을 것 하나를 들고 찾아갔다.

“부재중인가?”

문을 두드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소득이 없어서 헛걸음을 해야 했다.

‘오랜만이군.’

〈메르인의 집〉. 〈머리통 용병단〉의 〈정보꾼〉.

끼익.

작게 있는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드낙은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음을 알았다. 나무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에 있는 꽃은 바짝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약속된 곳에서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부터 테이블까지 먼지가 조금 쌓여있었다.

‘어디 의뢰라도 나갔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몸을 돌렸다. 다시 자물쇠로 잠그고, 〈메르인의 집〉에서 빠져나갔다.

‘그녀의 정보라면 단번에 알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간합의 융〉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총관 모집〉에 대해서 연락을 가장 먼저 보내온 곳은 여주인 소레였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만물 잡화점〉에서 드낙은 차를 마시며 그에 대해서 들었다.

“〈백수 게제라스〉라고 아주 유명한 놈이 있어.”

“백수요?”

여주인 소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작게 웃었다. 말만 해도 웃긴 놈인듯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부를 그렇게 해놓고는 한량처럼 태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으름뱅이야. 드낙 용병단장이 그 말을 하고 나서 딱 떠오르더라고. 아마 그 외에는 용병단의 총관할 사람이 없을 거야.”

“게으름뱅이는 좀···”

소레가 손사래를 쳤다.

“아유! 그런 거 아니야. 소문만 그렇지, 원래는 외청에서 일하던 내정관이었는데···”

소레가 괜히 주위를 살폈다. 꽉 막힌 만물점을 누가 훔쳐볼 리 없었다.

“선배들이 아주 그냥 심하게 갈굼을 했다네. 그걸 못 참고 뛰쳐나온 뒤로는 세월만 보내고 있더라고. 가끔 부모님 일도 도와주고 참한 사람이야.”

“정말입니까?”

드낙이 재차 진실을 요구하자 여주인 소레가 의자 뒤로 몸을 빼며 말했다.

“아니! 소개해 달라며? 그럼 내 말을 좀 믿어줘야지!”

“아하하. 예. 믿긴 믿어야죠. 그런데 총관이라는 것이···”

“어차피 용병 3명 아니야? 늑대 좀 고기 주고.”

“그렇게 간단하면 안 구했죠. 앞으로 계속 사업을 크게 벌이려고 구하는 건데.”

짝!

소레가 손뼉을 쳤다.

“그럼 더 딱이네. 외청에도 근무를 해봤으니. 한 번 가봐. 집 주소는 내가 말해줄게. 맨~날 집에만 있다고, 내가 오랜만에 그 집에 찾아갔는데, 어찌나 책이 많은지~ 전부다 필사했다고 그러면서도 딱딱 말하는 것이 재수가 없···는 건 아니고 그래도 부모 마음이라는 게···”

소레의 수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드낙은 서둘러 일어났다.

“그 사람에게 지금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아~ 바쁜 일이라도 있나 봐?”

“예. 사실 용병단을 더 키우려면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요.”

드낙은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백수 게제라스〉는 금방 만날 수 있었다. 그들 가족은 외성지역 서쪽 복합구역에서 살고 있었다. 거주하기도 하고, 상가도 있기도 하고, 그냥 난잡함을 주는 구역이었다.

“우히히히!!!”

아이들 여럿이 미친 듯이 달려가기도 했다. 엄마한테 혼나도 달리다 보면 웃는 것이 애들이었다. 북쪽 구역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은 아니었지만 그 〈여럿〉이라는 숫자가 20명은 넘어 보였다. 말 그대로 소떼처럼 몰려다녔다.

‘뭐 저렇게 몰려다녀.’

어지러운 골목길이라서 악취가 날 것 같기도 했는데 깨끗했다. 쓰레기는 대로 한쪽에 모여있었고, 똥통을 짊어진 나이 든 사람이 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수 게제라스〉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안에서 인기척이 나왔지만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나무 창문이 한 번 들썩이더니 이내 사람 얼굴이 보였다.

반곱슬에 갈색 머리카락. 밝은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수염은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곧게 뻗어있었다.

생각보다 말끔한 얼굴이었다.

“누구시오? 검까지 차서는.”

짧은 순간에 드낙의 차림새에서 가장 포인트를 집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신이 게제락스라는 사람입니까?”

“알면서 찾아와놓고는 묻기는 왜 묻소? 나의 어머님께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당부를 했소. 드낙 용병단장.”

그리고는 창문을 닫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드낙이 입을 열었다.

“나라는 걸 알면서는 왜 문을 바로 열어주지 않았습니까?”

“흐흐.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아니오?”

가식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선뜻 다가오는 모습에 드낙이 조금 놀랐다. 외청에서의 일을 들었을 때, 고집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테이블에 술 한 병을 딱 놓으며 〈백수 게제라스〉가 앉았다. 의자 하나 권하지도 않았고, 술잔도 내어오지 않았다. 그저 술 한 병. 그게 끝이었다. 그러면서 게제라스의 눈이 드낙으로 향해있었다.

표정 하나라도 확실하게 눈에 담는 그 모습에 드낙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총관을 맡기기에는 너무 거침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문인이 아니라 무관을 보는 기분이었다.

‘무슨 문인이 이래?’

“보통 문인이라고 하면, 꼼꼼하고 예의를 잘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당신을 보니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그런 총관을 원하신다면 바로 돌아가시오. 허례허식이 왜 필요하오? 쓸데없는 일이오.”

그 말에 드낙이 반발했다.

“귀족이 용병 하우스에 방문한다고 해도 이렇게 내줄 것이오?”

“하하하! 이런 누추한 곳에 발을 들이미는 사람이 어찌 귀족을 운운하시오? 데려올 수 있다면 여기로 데려올 수 있소?”

“그건 아니지만···”

게제라스가 거침없이 술병에 입을 대어 마셨다. 그리고는 손을 휘휘 저어 변명하지 말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드낙이 입을 다물었다.

‘불쾌감? 아니.’

오히려 큰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는 주위를 훑었다. 책으로 가득한 거실이었다. 신기한 점은 거실에 침대가 있다는 점이었다. 투박한 것이 직접 만든 침대 같아 보였다. 그러면서 드낙은 그에게 물었다.

“늑대 용병단의 총관을 할 생각은 있습니까?”

“··· 그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뭡니까?”

〈백수 게제라스〉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왜 나한테 그렇게 존대를 하는 것이오?”

그러면서 따박따박 말하기 시작했다.

“나무 창문에서 얼굴만 내밀어서 툭툭 쏘아붙이고.”

“문을 열고 대수롭지 않게 그쪽을 대하였고.”

“손님임에도 내어주는 것은 달랑 술 한 병.”

“거기에 앉는 것도 권하지도 않았지 않소? 거기에 작은 말다툼에도 이기려고 들었소.”

게제라스가 드낙의 답을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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