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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39화 (13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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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들의 무기는 단검 아니면 물 먹인 몽둥이였다. 중병기가 아니라면 한 번에 베어버리는 것이 불가능한 물 먹인 몽둥이는 보기에는 허접해 보여도 성능은 뛰어난 무기였다.

면적이 두툼해서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맞추기에 좋았고, 상대의 무기 또한 부딪치기에 좋았다.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평타는 치는 무기였다. 허접하지만 명중률이 좋았다.

한 번 쓰면 그 맛에 다른 무기는 못쓰게 되어버릴 정도!

철퇴처럼 타격력이 좋은 것에 반해서 무게가 적다.

단검과는 다르게 길쭉해서 리치 싸움에서도 먹고 들어간다.

말하면 입이 부족할 정도로 좋은 것이 물 먹인 몽둥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삼류들의 싸움에서나 좋다는 것이다.

“컥!”

단번에 겨드랑이가 롱소드에 의해서 찔린 강도가 경직된 채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목각인형처럼 머리부터 땅에 처박았다. 그리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가죽 갑옷 하나 입지 않은 놈들이었다.

“이야아악!!”

함께 달려들었지만 단검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격 지점까지의 도착이 느린 놈은 드낙의 물처럼 이어지는 롱소드에 손목이 그대로 잘렸다.

“후아아아악!!!”

잘린 손목을 쥔 채 그대로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고통에 소리를 미친 듯이 질렀다. 1합조차 무기를 맞대지 못한 채 2명이 순식간에 무력화되자 뒤에 있던 놈들이 달리는 것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는 세아는 자신이 돈을 모으는 것만큼 일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반들반들한 돌로 된 바닥은 저급하고 오래 신은 신발로 단번에 멈출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주르륵!

미끄러지던 놈이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허우적거렸다. 무더운 날씨 탓에 나무 창문은 대부분이 열려있었지만 드낙은 〈검은 늑대 사건〉 이후로 습관적으로 어둠을 찾았기에 벽의 그림자에 숨어있었다.

그 검은 형체. 그것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 합도 못 넘기고 손목이든 뭐든 잘려나가고 목도 베이는 모습이 달빛에 선명하게 보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허, 헉!”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했다. 겁을 바짝 먹었던 놈의 최후는 목이 베이는 것이었다. 다른 놈은 아예 스스로 넘어져서 네 발 달린 들짐승처럼 기면서 재빨리 멈추었고, 벽을 짚으면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 사이에 화살 세 대를 집은 가장 뒤에 있던 놈이 화살을 빠르게 쏘았다.

“지금이야!!”

합격을 하려면 지금이 최고였다. 그러나 달려들었던 4명의 강도 중 마지막 남은 강도는 이미 자신이 들고 있던 손도끼를 버린 지 오래였다.

콱! 퍽!

“억!”

드낙에게 머리채가 잡히고 벽에 그대로 머리가 부딪쳤다. 힘 때문에 부딪치고 그대로 옆으로 튕겨져나가 엎어졌다. 일어나지를 못 했다. 하지만 드낙은 지나가면서 놈의 발목 힘줄을 잘랐다.

픽!

피 소량이 분수처럼 튀어서 벽에 튀었다. 활을 쏜 놈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드낙은 놈을 쫓았다. 2층, 1층으로 놈이 내려갔고, 드낙은 그냥 2층 나무 창문으로 막힌 창문을 발로 걷어차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헉!”

놈이 뒤로 엎어졌다. 덤빌 생각조차 못 했다.

저벅.

드낙이 다가가자 얼굴을 숨긴 두건을 허둥지둥 벗으면서 손을 내뻗었다.

“저, 접니다! 젠입니다! 살려주십시오, 대장!”

그가 땅에 머리를 찍으면서 사과했다. 〈명사수 젠〉이었다. 드낙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하지만 등지고 내리쬐는 달빛 때문에 얼굴이 검게 보여서 그 표정을 명사수 젠은 볼 수 없었다.

“젠? 정말 젠이냐?”

어둠이 깔린 1층이었기에 드낙이 그렇게 물었다. 목소리가 당황한 것처럼 들리자 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살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일했지만 드낙은 좋은 용병단장이었다. 도망친 자신에게도 잔정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병신 새끼.’

“예! 접니다! 명사수 젠입니다!”

“그렇구나! 무기를 버리고, 이리 나와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고.”

“가, 감사합니다!”

젠은 활을 버리고,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가는 드낙의 뒤를 따라갔다. 기습하려는 생각 따위 없었다. 강도 4명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빙글 몸을 돌려서 입을 열었다. 달빛으로 내려다보이는 젠이 선명하게 보였다.

“근데 늑대들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조용히 들어왔지?”

“〈큰도끼〉라는 뒷골목 건달이 가지고 있는 마법 아이템입니다. 〈고블린 수면향〉이라 불리는 것인데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계속 잠자게 만드는 것입니다.”

명사수 젠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 그래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그게 누구한테 있는지는 말해줘도 괜찮겠지?”

“아, 아닙니다! 제가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저희가 넘어온 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저깁니다.”

명사수 젠은 성큼성큼 걸어서 자신들이 넘어온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밧줄이 내려져 있었고, 날카로운 철조망은 털가죽으로 덮어져 있었다.

‘과연 저렇게 넘어왔구나.’

바닥에 있는 둔탁한 향로를 젠이 집어 들었다. 크기가 주먹 만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래. 잘 했다. 한데, 큰도끼랑은 어떻게 만났지?”

명사수 젠은 짐짓 괘씸한 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표정을 바꾸고 큰도끼를 욕했다.

“놈이 저에게 접근해왔습니다. 아주 큰 의뢰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아주 개새끼입니다.”

그리곤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저는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나 살고 싶은지 흐느끼기까지 했다. 협박을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드낙은 헛웃음을 지었다. 거짓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정말입니다! 으흐흑!”

진실을 말했다면서 외치는 명사수 젠을 보며 드낙이 롱소드를 들어 올리자 그가 손을 싹싹 빌었다. 하지만 드낙은 가차없었다. 양 손목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연골을 지나가며 단칼에 손이 땅에 떨어졌다.

“끄아아악! 내, 내 소오오오온!!!”

그가 눈물을 콸콸 쏟아냈다. 콧물 범벅이 되었다. 이내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수면향〉을 집어든 드낙은 뒷목을 내려쳐서 명사수 젠을 죽였다.

“꺽.”

자신이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는 아직 귀족들만 알고 있었다. 소문이 퍼지기에는 며칠이 남아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뭐라도 주워 먹으려고 온 것이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삐걱거리면서 내려오는 뒷골목 건달들이 드낙이 롱소드로 벽을 치는 소리에 멈추었다. 힘줄이 잘린 큰도끼가 애걸했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드낙이 계단을 올라갔다. 건달들이 뒷걸음질 쳤다. 이내 힘줄이 잘려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큰도끼를 버리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이 개새끼들아!”

그렇게 한 번을 소리친 큰도끼는 차가운 검의 감촉이 목에 닿자 울음을 터트렸다. 죽음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폭력에 노출된 자라도, 사람을 제법 묻어본 놈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했다.

“그, 그놈이! 그놈이 모두 시킨 겁니다! 명사수 젠인지 코사슴 젠인지 그 개새끼가, 저를 꼬드겼습니다. 단원들이 피가득 술집에서 질펀하게 마시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좀 더 말해봐.”

“의뢰하면서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서 해볼만했습니다. 여자를 주물럭거리면서 그 씨발놈이 자기 의뢰주를 죽이고 얻어서 확실하게 효과를 보장한다고 했습니다!”

“마법 아이템 이름이 뭔지는 알고?”

“〈잠자는 이들의 향로〉라고 돈 있는 상인들이 편안하게 잠을 자게 만드는 거라고 했습니다!”

드낙은 서로 말이 맞지 않는 것을 느끼며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너희들이 살아서 뭘 하겠냐?”

“아, 안 돼!”

힘줄이 끊겼음에도 큰도끼가 손으로 롱소드를 쥐려고 발악을 했다.

“으그윽!”

단단히 롱소드를 손으로 베이면서도 쥐고 있자 드낙은 발로 놈의 가슴을 걷어차며 밀었다. 하체에 힘이 없는 큰도끼는 그대로 자빠졌다.

“크악!”

목이 베였다. 그럼에도 살아있었지만 드낙은 그를 지나갔다. 건달들은 3층 복도의 끝에 있었다.

“젠장! 젠장!”

욕을 하면서 크게 흥분한 놈들은 드낙을 보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골치 아프게 하는군.’

손목이 잘린 건달 두 명이 3층에서 뛰어내렸다. 드낙은 서둘러 내려갔다. 놈들은 다리가 분질러져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소리를 지르면서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기어가고,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그 두 명은 운이 좋았다.

대문에 병사들이 횃불을 든 채 자물쇠를 부수고 단번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검을 내려라!!”

피칠갑을 한 드낙을 보며 병사들이 창을 들이밀고, 방패로 자신들을 보호하며 말했다. 반항하면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낙은 롱소드를 한 번 휘적거리며 피를 걷어내고, 팔뚝에 검신을 단단히 고정해서 당겨 이물질을 닦고 검집에 넣었다.

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집의 주인입니다. 〈추적 용병단〉의 용병단장 드낙이라고 합니다.”

“〈늑대 용병단〉? 이 상황은 대체 무엇입니까?”

병사가 깍듯하게 존대했다.

밤근무는 병사들에게 소문이 가장 왕성하게 퍼져나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늑대 용병단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워서 시간 보내기도 좋았다. 그래서 모르는 이가 없었고, 정보 갱신도 빨랐다.

반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늑대 용병단의 위상을 볼 수 있었다.

“강도들입니다. 워낙 숫자가 많아서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사는 해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드낙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병사들은 가장 먼저 다리가 분질러진 건달 두 명에게 다가갔다. 손목이 잘려 있던 놈들은 입이 새파래져 있었다. 과다출혈 때문이다. 그렇게 소리를 박박 지르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사라져 있었고, 이내 어기적거리던 놈들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죽었군.”

혼잣말을 하는 병사에게 드낙이 추가로 시체가 있는 곳을 말했다.

“저쪽 마당과 3층으로 가는 계단, 3층 복도에 1명씩 있습니다.”

“다섯 명을 혼자서 상대하셨습니까?”

“예. 다른 단원들은 외박을 해서···”

“허.”

병사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시체를 끌어와서 마당에 놓았다. 값어치가 나가는 것은 드낙에게 건네주었다. 따로 착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병사들에게 드낙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다.

〈버팔로 나이트의 추천서〉를 얻은 용병단장이었다. 하지만 별로 돈 되는 것이 없었다. 소지금이라고 해봤자 동화 100닢을 넘기지 못했다. 단검 3자루, 손도끼 한 자루가 전부였고, 활과 회수한 화살까지 합해서 15발이 끝이었다.

시체를 담기 위해 병사들이 가져온 짐수레에 시체가 얹어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람을 죽여도 강도 높은 조사 따위는 없었다. 드낙은 새삼, 자신의 아래를 보게 되었다. 항상 위를 쳐다보면서 자신의 신세를 탓했지만 자신의 아래도 충분히 많이 있음을 느꼈다.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자. 난 잘하고 있다.’

병사 하나가 가기 전에 드낙에게 다가왔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예. 여기에서 잡일을 하던 세아라는 여성이 지금 신전에 있습니다.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예? 그게 어떻게 된 겁니까?”

드낙이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저 강도 놈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사제님의 연락을 받은 병사가 지금 밖에 있습니다.”

드낙이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소식을 전한 병사는 피칠갑을 한 드낙에 대한 것을 들었는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아의 상태는 보셨습니까?”

“아닙니다! 사제님의 말씀으로 누군가가 자신이 일하는 곳의 상황을 물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신전에서 치료를 받고 쉬고 있습니다! 〈사제 리라엔〉님을 찾으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드낙은 뒷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대충 물로 피를 씻어내고, 곧장 〈빛의 신전〉으로 향했다. 매우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고용한 직원이 폭행을 당했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5570자

너무 더워요. 태···태풍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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