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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37화 (13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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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수가 된 붉은털의 곰가죽을 짐수레에 실을 준비를 하며, 드낙은 홀로 은화를 들어 올려 짐마차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못 살겠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진 놈이 더한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드낙이었다.

지독한 현실이다. 3년 동안 이력서를 넣으며 다니던 때가 기억이 났다.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던 삶. 그때가 불현듯 마음속에 찾아와서 가슴을 쿵쿵 때리고 들어왔다.

‘빌어먹을.’

드낙이 한숨을 내쉬었다. 불쾌감이 잔뜩 치솟았다.

‘확, 불파겐의 이름을 팔까?’

세파리아스 불파겐이라는 이름을 훔치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충동에 불과했다. 대책 없는 계획이었다. 1년만 해도 들통날 것이다.

〈불파겐 가문의 비전〉을 오롯이 세파리아스에게서 얻기 위해서는 제국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파겐 가문의 생존자를 찾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기본적인 대련, 뜬구름 같은 조언을 주긴 하지만 비전만큼은 오우거 사냥 외에는 하나 얻은 것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불파겐의 이름을 판다면 그 이후가 어찌 될지 눈 감고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니.’

〈횃불 성채〉는 최전선 요새이며, 전투 요새였다. 외성벽, 외성지역, 내성벽, 내성지역, 내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성벽과 내성을 관리하는 〈수비대장〉은 영주 직속이었으며 수비대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토치라이트 가문의 방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자와 각을 세우는 것은 결코 좋지 않았다. 특히나 강압적이었기에 고기를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가자.”

“예.”

이스핀과 도렌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준다면 금화로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은화로 바꾸면 2000닢이 아니라 2200 아니면 2500닢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푸륵!”

“어어. 이거 못 가네.”

준마는 은화에 가죽까지 싣자 움직이지를 못했다. 이스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이런 빌어먹을.’

결국 다시 짐수레를 인력으로 끌어야 했다.

“끙!”

추적 용병단은 아크온도, 마부 센도, 집사 젠과도 다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배웅 하나 받지 못한 채 〈용병 기숙사〉로 향했다. 늑대들로 끌기에는 자리가 없었고, 말이 놀랄 수 있었다.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뒤에서 미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용병 기숙사〉에 도착한 드낙은 벌써 자신들을 기다리는 방문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지나칠 정도로 비대한 로브를 입고 있는 마법사였다. 소식을 빠르게 듣고 먼저 〈용병 기숙사〉의 대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법사 알버트 스펜서(Albert Spencer)〉였다. 멀리서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고, 사람들이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혹은 반대편으로 건넜다.

괴팍하기로 유명한 것이 마법사 알버트였다.

“왜 이렇게 늦게 오는가. 한참을 기다렸다.”

칼처럼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드낙이 이마를 긁었다. 반항할 생각도 못 했다. 토치라이트 가문에 스며들지 않고,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알버트 스펜서였다.

“기다리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애초에 약속도···”

허공에 푸른빛이 반짝이자 드낙이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 알버트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뒤를 보고 눈을 빛냈다.

“이게 〈일각수의 가죽〉인가? 호오. 실로 거대하군.”

거침없이 짐수레로 향하려는 것을 드낙이 막지를 못하고 지켜보았다. 마법사 알버트는 가장 먼저 발톱과 몰캉몰캉한 발바닥을 만지작거렸다.

‘엄청나군.’

곰이 두 번의 변이를 통해서 일각수가 된 만큼 보기 힘든 마법 재료가 되어있었다. 〈붉은 털〉조차도 따로 뽑아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성〉과 〈힘〉이 느껴졌다.

다음은 가죽 두께를 살폈다. 물질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수식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마법이었다. 두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허. 이렇게 굵은 건 또 처음이군.”

무두질을 하면 조금 얇아지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구매하러 온 사람이라면 값이 내려갈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또한 드낙이 월급제로 돌린 이상 가죽에 대해서 이스핀과 도렌이 왈가불가할 입장도 아니었다.

‘뭘 저렇게 살피지?’

드낙이 가만히 있는데 입을 놀릴 사람이 있다면 도렌이었는데, 도렌은 마법사 알버트가 가죽 두께를 가늠하는지도 몰랐다.

“흠. 흠.”

마법사 알버트가 움직일 때마다 크게 부풀어 오른 로브는 안에 공기가 든 것처럼 기괴하게 쑥 들어가거나, 옆으로 쏠리기도 했다.

“일각수를 잡은 것이 사실이군. 가죽의 두께. 발톱의 길이에 따른 체구의 비율이 어느 정도 맞군.”

말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더해서 희귀하게 〈붉은털의 곰〉으로 변이하면서 생긴 새빨간 털이 가진 희귀도가 높았다.

‘용병들이 그걸 알 리가 없지.’

“얼마를 원하나?”

마법사 알버트의 말에 드낙은 어깨를 으쓱했다.

“돈으로 판다는 말씀은 안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만.”

“용케도 기억하고 있군.”

누구를 치매환자로 여기며 마법사 알버트가 대문을 발로 쿵쿵 걷어찼다.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예.”

귀족 작위를 받은 마법사는 깡패나 다름없었다.

짐수레가 마당에 놓이고, 드낙이 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스핀, 너는 〈피가득 술집〉에서 젠에게 현상금을 걸어라.”

“예.”

“도렌, 넌 세아를 불러와. 이제부터는 밀은 안 사도 된다고 말하고.”

“예!”

두 사람을 보내고, 은화 포대를 든 채 드낙이 안으로 들어가서 1층 집무실에 들어섰다. 기숙사였기에 방이 큰 곳은 모두 1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도 드시겠습니까?”

“아니. 요즘 바빠서.”

손을 휘휘 저으며 그가 먼지를 털고 앉았다. 큰 로브가 뒤로 밀리면서 머리 위로 두툼하게 올라왔다.

‘큽.’

풍선에 들어간 것처럼 보여서 드낙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웃지 말게.”

“예. 죄송합니다.”

마법사 알버트가 손을 테이블에 올렸다. 새하얗고 긴 손가락이었지만 굵은 뼈가 확연히 보였다.

“〈파이어볼〉을 막을 수 있는 마법 장비를 원하는 것이겠지?”

“주실수 있으시다면 꼭 얻고 싶습니다.”

그 말에 마법사 알버트는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방어 마법을 새겨주는 것은 어렵지 않아. 하지만 그 마법을 새기는 것이 힘들지. 보통 가죽 방어구로는 하기가 힘들어.”

그 말에 드낙은 자신이 입고 있는 가죽 갑옷을 벗었다. 〈굴렁쇠 코뿔소 가죽 갑옷〉이었다. 제국 공방에서 만든 것이기도 했다.

“혹시 이 갑옷은 되겠습니까?”

마법사 알버트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만지작거리더니 혀를 내둘렀다.

“가죽 갑옷인데 가죽 두께가 제법이군. 거기에··· 가슴 쪽에는 따로 철판까지 넣은 것 같은데.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짓을.”

“제국 공방에서 만든 실패작이라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죽과 가죽을 연마하는 곳의 마감 처리가 실로 대단했다. 마력을 통해서 내부 침투를 하여 철판에 마법 수식을 추가로 쓴다면 얼추 견적은 나왔다.

“자동으로 발동되는 기능은 넣을 수 없는데, 괜찮겠나?”

“예. 괜찮습니다.”

“〈강화 화염 방패(Reinforce Fire Shield)〉 마법을 부여해주지.”

“어떤 것입니까?”

그 말에 마법사 알버트가 마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파이어 쉴드는 파이어볼의 대항마로 개발된 마법이지. 화염계 계통에 강력한 방호력을 제공해주지. 하지만 마법 장비에 넣기엔 아쉬운 마법이라 별 효용성이 없지. 그래도 파이어볼 막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드낙이 눈을 찌푸렸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인포스 파이어 쉴드는 그 단점을 해결한 내가 〈개발한 마법〉이지. 물리력을 크게 지니고 있다는 점이 아주 좋지.”

단점이 사라지면 좋았다. 어디서든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해서 다른 단점이 생기지는 않았습니까?”

“좋은 질문이네. 마력 소비가 크지.”

“······”

드낙의 표정이 미묘해졌음에도 알버트는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아마 한 번 사용하면 다시 나한테 와서 충전을 해달라고 해야 할 텐데, 그 정도는 해주지. 걱~정말게. 대신에 이 갑옷에 조금 다른 마법을 추가해볼까 한데···”

자신이 개발한 마법의 하자임에도 오히려 그것을 자신이 덮어준다면서 생색내는 꼴이라니. 드낙은 머리가 뜨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마법을 더 추가합니까?”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갑옷에 어떤 충격이 왔는지 테스트하는 것인데. 자료 수집용으로···”

드낙이 헛웃음을 지었다. 횃불 성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했다. 그 웃음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마법사 엘버트가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하나 보여주었다.

“그래도 공짜로는 안 되겠지? 몸에서 울리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충격 흡수 반지(Body Absorber Ring)〉를 주지. 자네가 하는 의뢰를 내가 좀 조사를 해봤는데, 제법이더군. 다른 용병과 확연히 달라.”

마법사 엘버트가 드낙에게 베풀어주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활동에 도움이 될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늑대인간 다수와 싸운 전투를 경험한 용병이고, 그다음에는 일각수까지. 나중에 변종키메라와 싸웠다는 것도 알게 된다면 또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도 대단한 놈들과 싸울 생각인데, 아닌가?”

출세를 향해 달려가는 드낙은 자신의 내심이 들키자 턱을 손으로 문대며 마법사 알버트를 노려보았다.

“남의 뒷조사는 왜 합니까?”

마법사 알버트는 당당하게 나왔다. 철면피를 얼굴에 발랐다.

“하면 안 되나? 오히려 자네에게는 좋은 것 아닌가. 따로 마법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모습에 드낙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칠 노릇이었다. 횃불 성채에서 뺨까지 한 대 맞고 왔기에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그 자료를 쌓는 마법은 어떤 방식입니까?”

숨길 것이 많은 드낙이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 강화 화염 방패에 가해지는 충격량에 대한 것. 가죽 흉갑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이 갑옷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것도 수집할 수 있지.”

“그것뿐입니까? 속인다면···”

“다른 것을 넣을 공간이 없는데 뭘 속이겠나? 좀 남는다면 그 순간의 시각 정보를 담는 것 정도?”

“거부하겠습니다.”

“그럼 거래를 파토 내겠다는건가?”

“예.”

그 말에 마법사 알버트의 눈이 활처럼 휘었다. 간사한 눈웃음에 드낙의 손에 괜히 땀이 차올랐다.

“그러지 말고 하는 게 어떤가. 결코 나쁜 제안이 아닐 텐데? 드낙 용병단장. 자네의 신분으로 얻을 수 없는 힘이야. 방어 마법이라서 들켜도 마법사에게 은혜를 강제로 입었다고 하면 될 뿐이지. 문제 될 소지도 없어.”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십니까?”

드낙의 물음에 마법사 알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낙이 그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괴짜이기에 내가 이용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하나만 더 주십시오.”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내가 관대한가.”

물리 방어력이 강화된 파이어 쉴드. 혹시모를 타격에도 충격을 줄여주는 반지. 거기에 하나를 더 달라고 요구한다? 도가 지나쳤다.

========== 작품 후기 ==========

5357자

고구마 이야기가 많은데, 개연성을 부수고 토치라이트 성씨를 쓰는 사람을 엿 먹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어서···주인공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주셨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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