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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31화 (13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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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닫힌 문을 보며 다섯 명의 남자들은 크게 화가 났다. 표정도 붉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먹을 것이 부족해서 구매하려고 왔는데, 이렇게 처참하게 쥐어터지다니. 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 먹고 들어가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는가.

“용병 놈이 더위를 먹었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감히 문을 두드리지는 못했다. 단번에 샘을 제압하는 것을 봤고, 거침없이 롱소드를 뽑아드는 것을 보니 두려움이 생겼다.

‘어린 놈들이기에 정말로 막 나갈 수 있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모습은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들이 생각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려서 죽일 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돌아가자. 카딘 형님에게로 가자.”

“뭐?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거 아니야?”

카딘은 〈카레스 촌장〉의 둘째 아들로 목재소를 운영하고 물레방아를 아주 큰 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였다. 아버지를 좋게 둔 덕이었다.

부업으로는 썩은 나무를 가져와서 지하창고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것과는 반대로 몸에 좋은 것도 집착적으로 찾는 자였다.

“그게 나을 것 같은데.”

동조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부모 덕을 보지 못하고 젊어서 뭐 하나 모은 것이 없는 이들 다섯이 그나마 발붙일 연줄이었다.

이들이 촌장의 차남과 엮어진 데는 카딘과 술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거친 술잔 술집〉에서 일주일에 세 번은 모이는 아주 친한 사이였다.

‘분명 도와줄 것이다.’

돼지고기보다 조금 비싸게 사더라도 좋았다. 또한 놈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괘씸했다. 수많은 용병단도 마을에서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의뢰를 받고 온 것이 아니라면 조용히 지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솜털도 안 난 새끼가.’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에서는 입조차 굳어버렸던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기세〉를 느끼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똑똑똑.

아침 일찍 그를 찾는 젊은 남성들 다섯 명을 보고는 카딘의 아내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또 술 한 잔을 하러 가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문이 조금 열린 채 시간이 흐르고, 대충 옷을 입고 수염에 물기가 있는 카딘이 나타났다. 급하게 세안만 하고 나온 듯했다.

척 봐도 숙취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 어제도 술을 마신 것 같았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랑 그렇게 마셨습니까?”

〈둘째 아들 카딘〉이 웃음 지었다. 자신만이 가득했고, 의기양양했다. 뭐라도 큰일을 말하는 것처럼 굴었다.

“흐흐. 기사님을 보좌하던 마부가 있지 않았더냐. 실상은 집사더군. 그래서 분위기 띄워준다고 마셨지.”

“오···”

모두가 감탄했다. 기사의 집사와 술 한 잔을 걸치다니? 그저 분위기 띄워주기 위해서 갔다곤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냐?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형님!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개 같은 용병이 저희들에게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쌤! 너, 이리 와서 이야기해라. 어서!”

된소리를 뱉으면서 샘을 불렀다. 샘이 앞으로 나와서 멍이 든 손목을 보여주었다. 잠깐 잡아서 비틀었을 뿐인데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퉁퉁 부어있었다.

드낙의 힘은 평범한 마을 사람이 버티기에는 힘들 정도로 커져있었다. 카딘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감히!’

“이런 미친 새끼들이? 마을에서 검을 뽑아? 칼밥 먹으며 사람들, 피 빨아먹고 사는 것들이!”

신명 나게 욕을 내리깔며 말하자 모두가 크게 분개해서는 너도나도 드낙의 오만방자함을 이야기했다.

“별 시답잖은 작은 마을에서 깝죽거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화를 내니 문을 쾅 닫아버리면서 창문도 가구로 막으면서 입만 털어내던 놈입니다!”

“샘 보고는 아비가 없다고 지껄이기까지 했습니다. 남자답지 않다고요!”

“아주 비열한 놈입니다!”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하지만 과학 수사대도 없는 것이 이 바닥이다.

진실과 거짓 따위 분쟁이 생기고 나서는 의미가 없었다. 힘 있는 놈이 곧 진실이었다.

〈세 개의 강가〉는 특히나 많은 이들이 다니는 길이었고 당연히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없던 죄도 만들어서 범죄 노예로 순찰대가 오면 넘겨버리기도 했다.

“운 좋게 고기를 얻은 용병단이 기사를 등에 업었다고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군! 잡아서 손목을 하나 자르고 평생 마을 밖 광산에서 죽게 만들겠다!”

카딘이 뻥뻥 소리를 질렀다.

드낙이 아크온의 호감을 받고 있다는 가정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용병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돈만 보는 짐승에 비유하기도 했다.

카딘은 곧바로 〈촌장 카레스〉를 찾아갔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재력가이며 이곳저곳 손을 빌려주고 발을 넓힌 카레스는 〈봄녘 마을〉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세금 징수원이 와도 항상 카레스의 집에서 삼일을 머물며 환대를 받았기에 마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카레스의 부하나 다름없었다.

찍히면 마을을 떠나야 할 정도였다.

카레스는 막내 제니가 끓여주는 차를 후후 불었다. 반대편에는 자신과 비슷하게 일어난 〈마부 센〉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앞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가 있었다.

“어떻습니까? 직접 재배해서 맛이 형편없지요?”

카레스의 말에 센이 크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향이 특히나 강한 것이 아주 좋은 차입니다.”

“장마철에는 말리기가 힘들어서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름은 특히나 날씨가 궂어서···"

웃음소리가 작게 거실에서 퍼져나갔다. 전날 마부 센은 따로 거처를 옮긴 카레스와 술 한 잔을 걸쳤다. 집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이곳에서 정보를 건네주어 〈세 개의 강가〉 주변 마을로 퍼져가게 만들어야 했다.

생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누가 매듭을 지었는지 확실히 지역에 알리는 것은 정보가 퍼지기 힘들고, 변질되기 쉬운 상황에서는 확실히 가닥을 잡아주는 것이 좋았다.

이 때문에 촌장의 권위도 높아지는 면도 있었다. 통보를 받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교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촌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에게 마을의 영향력 증대를 도와주는 것이라 매우 중요한 자리로 여겼다.

처음 도착했을 때 자리를 갖는 귀족도 있고 안 갖는 귀족도 있지만 일이 끝났을 때는 무조건 적으로 집사를 통해서 통보라도 하도록 하고 있었다.

아크온은 자신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그런 일을 마부 센이 도맡아 했다.

북부 귀족 출신인 아크온 몽펠리에는 왕족의 개입으로 남부에서 활동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1왕자에 대한 북부 귀족들의 반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큰 이슈였던 적이 있었다.

작은 것까지 소문으로 퍼지다 보니 이골이 난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는데, 파이룬 가문의 잘 나가는 귀족에게 시선이 몰렸기 때문이다.

‘놀랄 노자로군. 〈추적 용병단〉이라···’

차를 마시는 도중에 카딘이 문을 두드렸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런하게 왼쪽으로 땋아서 조신함을 부각시킨 〈막내 제니〉가 문을 열었다.

“오빠. 무슨 일이야? 이 사람들은 왜 모여있고?”

카딘은 손을 휘적거렸다. 여자가 끼어드는 상황이 아니었고, 여동생에게 말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아버지는?”

“집사님과 계시지.”

“큰일이 났다고 말씀드려라.”

“응.”

제법 무례한 행동에도 제니는 그러려니 했다. 워낙 자주 당해서 그런 무례함에 무뎌져 있었다.

“저···아버지.”

“밖에 누가 왔느냐?”

“카딘 오빠가 왔는데, 일이 좀 생겼다고···”

〈촌장 카레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예. 저는 괜찮습니다.”

말과는 다르게 거실에서 보이는 문쪽으로 마부 센의 눈길이 고정되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조금 이야기를 듣자 카레스가 아예 밖으로 나갔다.

철썩!

“억!”

밖으로 나가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자마자 〈촌장 카레스〉가 카딘의 뺨을 후려쳤다.

마을의 농사를 계속 부흥시키려고 수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추가적인 저수지까지 만들 생각을 하며 직접 노역도 하는 촌장 카레스였다. 힘이 어찌나 강한지 무방비라고 해도 덩치가 제법 있는 카딘이 그대로 엎어졌다.

“어어어! 왜, 왜 이러십니까! 차, 참으십시오!”

남자들은 카레스를 말리듯이 소리를 지르긴 해도 촌장에게 손 하나 대지 못했다. 시늉만 했다. 카레스는 술 냄새를 맡았고,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런 미친놈이! 아직도 술에 취했느냐?”

“아, 아닙니다!”

헐레벌떡 일어난 카딘을 보며 카레스가 주위를 훑었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였지만 멱살이 잡혀서 그대로 싸대기를 한 대씩 맞았다.

특히나 농사를 짓는 집안 쪽의 샘은 뺨을 네 대나 맞아야 했다. 봄녘 마을의 농사 진흥 정책과 맞물려서 자주 일을 하던 착실한 놈으로 봤었던 샘이었다.

“착실한! 놈이! 어디서! 네 아버지가! 엉!”

“컥. 어흐흐.”

손목에 피멍까지 든 샘은 양쪽 볼이 벌겋게 부었다. 이를 앙다물고 있어서 이빨이 부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물을 왈칵 쏟았다. 너무 아팠기 때문이었다.

손이 정말로 매서운 것이 카레스였다.

“씩. 씩!”

카레스가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일각수의 고기가 용병단 것인 것을 잘 알면서도 천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머리에 똥만 찬 쓰레기 같은 것들!”

귀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용병단에 쥐여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잔뜩 화를 토해낸 카레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마부 센에게 그렇게 보이면 잘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하루도 안 가서 이 지경이구나.’

용병단 같지 않은 용병단이었다. 카레스도 사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기사의 공을 훔치는 용병단이라니? 듣도 보지도 못했다. 이야기꾼이 지껄이는 헛된 이야기로 재미로만 들은 것이 전부다. 당연히 허구였다.

근데 그게 현실에 일어났다. 이들이 잘못해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용병단이 쥐기에는 과분한 것이 바로 일각수의 고기였으니까. 눈독을 들일만했다. 무엇보다도 절박했을 것이다.

“이 문제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예! 바, 반드시 수습해 보이겠습니다.”

벌이 끝나는 말에 냉큼 카딘이 대답했지만 뺨을 한 대 더 맞아야 했다.

“네가 가능하겠느냐? 기다려라!”

그리 말하며 카레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촌장〉이라는 감투가 필요함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작은 마을임에도 유동 인구가 많아 인연을 제법 쌓은 카레스였다.

그것은 곧 경험이었고, 드낙에게 찌를 구석이 있다고 여겼다.

‘강단은 있지만 어린 놈이다. 선물을 들고 가야 한다.’

용병에게 줄 선물은 당연히 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멍청한 짓이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사과의 의미로 그냥 주다니? 나이가 오십 줄에 닿은 카레스는 결코 그런 선택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강자와 약자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선물이었다.

‘다행히, 센에게 많은 것을 들었다.’

자주 보기 힘든 기사보다는 자주 보는 용병이 더 궁금한 법이었다. 그 덕에 제법 〈추적 용병단〉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센 또한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다면 드낙에 관해서였다. 추천서를 받았다는 것만 알려준 것이 전부였다.

〈자유 기사〉를 직접적으로 운운하는 것은 〈마부 센〉에게도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촌장 카레스는 평민이다. 평민 앞에서 기사급 무력을 지닌 인물에 대해서 입을 털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물론 친분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촌장 카레스와 마부 센의 접점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용병단에 대해서는 잘 알았지만 드낙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흉갑 하나면 족하겠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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