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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30화 (13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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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두고, 드낙은 의뢰금을 이야기 마치고는 곧바로 〈샘물 단지〉를 보여주었다. 찰랑거리는 물이 자세히 보면 눈에 보일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느리다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와.”

신기해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드낙에게 설명으로 들었지만 직접 보니 또 달랐다. 이스핀이 가장 좋아했다. 물을 가득 담은 큰 가죽 포대만 5개였다. 그것이 모두 필요가 없어졌다. 두 명이서 들어도 무겁게 느껴지던 것들이었다.

짐수레의 무게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던 것이 단지 하나로 퉁치게 되었으니 실로 엄청난 마법 아이템이었다.

뒷골목에서 워낙 온갖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스핀은 입에 침을 묻히고는 값어치를 대충 매겼다.

“보통 금화 10닢까지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하찮은 마법이라 해주는 마법사는 명예를 잃었다고 큰 욕을 심심찮게 먹습니다.

견습 마법사들도 스승의 명예를 생각해서 해주지 않거나 몰래 한다던데, 지방에도 몇 없고 있다고 해도 귀족 가문에 소속되어 있어서 구하는 이가 조금만 겹쳐도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실로 그럴듯했다. 직접적인 전투를 하는 귀족들은 〈남부 왕국〉 특성상 대부분이 현장직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크온 몽펠리에든 게실리안 지휘관이든 현장에서 활약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명예가 지켜지는 것이었다. 자연히 마법사에게도 그런 문화가 흐른 것일 터였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마법사들이 마법 상점에서 견습 마법사 하나 놓고 하는 짓거리를 본 드낙은 겉으로만 마법사들이 귀족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반대로는 평민을 하찮게 여기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저렇게 비싸게 팔리든 말든 상관없어 하는 것일 테지.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

마법 수련 자체도 고된 일이었기에 물독 채우는 마법을 새겨 넣는 일에 동원될 리가 없었다. 농사짓는 일과 다름없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모두 추측에 가까웠다.

이스핀과 도렌은 치료 도구에도 관심이 많았다. 〈액체 치료봉〉은 충전식이라고 말하니 기겁하며 잡는 것조차 꺼려 하게 되었지만.

“그럼 저희들은 물 채운 가죽 포대를 모두 비우겠습니다.”

“그래라.”

가치 있는 마법 아이템까지 포상을 받았는데, 드낙이 말하지 않아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드낙은 〈생필품 마법 아이템〉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금화 5닢만 받아도 떼돈을 번다.’

물론 적당히 안 하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아주 위험한 행위였다. 돈이 많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벌써 몇 번이고 깨달았기에 짧은 생각에 불과했다.

촤라라라락!

물 버리는 소리가 들리는 사이에 드낙은 〈액체 치료봉〉을 꾹 쥐어서 나온 불투명한 액체를 텅 빈 작은 가죽 주머니에 담았다.

‘이게 만약 된다면 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되겠지.’

내상과 외상. 모두 효과가 좋은 것이라 들었다. 무조건적으로 호전되고, 즉효성이 뛰어난다는 점에서 최고의 치료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의뢰는 제법 큰 이득을 보았다. 게실리안 지휘관보다 아크온의 인품이 높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제법 시간이 흘러도 드낙은 아크온을 기억할 것이다.

〈깃털 투구〉는 당연히 드낙의 소유였다.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아크온이 드낙만 불렀기에 그럴 껀덕지도 없었다. 용병단의 이름이라고 보기에는 〈일각수〉의 싸움에서 단원이 본 드낙의 반쯤 정신 나간 용맹함 때문이었다.

‘물맛이 살아있다!’

단지의 물은 시원했다. 한여름 계곡의 물처럼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름에 마시기 딱 좋았다. 드낙도 한 바가지를 그대로 비웠다. 오랜만에 맛보는 〈맛있는 물맛〉이었다.

“햐. 물이 참 맑고, 맛있습니다.”

이스핀은 드낙이 제법 맛있게 먹자 그다음 바가지로 단지에 있는 물을 떠서 벌컥 벌컥 마셨다. 물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 그는 바가지의 물을 모조리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퍼서 도렌에게 건네주었다.

“음, 음.”

도렌은 큰 리액션 하나 없었다.

‘물맛이 물맛이지. 난 또 꿀맛이라도 나는가 싶었네.’

술이 돌았다. 내일부터는 부지런히 가야 했다. 비가 온 뒤 쌀쌀한 숲의 밤공기는 술 없이는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흐. 좋다.”

데운 독한 술을 후후 불어서 마시며 이스핀은 기분이 좋아졌다. 매번 이렇게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낙 또한 한 잔을 비웠다.

“후···”

데운 술의 뜨끈함이 입안에 잔뜩 피어올랐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2군이다.”

“언제 말씀하시나 했습니다.”

이스핀이 재빨리 대답했고, 도렌도 실실 웃었다. 사실 그들조차도 일각수의 싸움에서 자신들이 맞서 싸운 것에 대해서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변종 키메라〉와의 전투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무식하게 땅을 두들기던 촉수를 베었던 것이 이스핀과 도렌이었다. 당연히 2군으로 올라설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 대장님. 앞으로도 계속 용병을 영입하실 겁니까? 놈들 하는 짓이 동네 깡패나 다름없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는 말이 딱 맞았지만 이스핀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일단은 노예를 구해보려고 한다.”

괜찮은 방법이었던지 반론을 하는 단원은 없었다. 이스핀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크게 찬성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여자 노예도 구매하실 생각이십니까?”

광대뼈가 두툼해진 이스핀의 말에 드낙은 칼같이 잘라냈다. 노예의 위생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전투 노예로 쓸 놈들을 구매할 것이다. 노예 가격이 대충 얼마인지는 아나?”

“예. 술자리에서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은화 1닢에서 10닢까지 다채롭습니다. 하자가 큰 놈은 동화로도 팔린다고 합니다.”

“은화 1닢? 너무 싼데.”

드낙이 놀랐다. 이스핀이 흘흘 웃었다.

“비싸면 누가 삽니까? 대부분 낙인이 찍혀 있어서 도망도 포기한 놈들입니다. 도망칠 걱정도 없는 놈들이죠.”

이스핀은 노예에 대해서 제법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도렌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전투 노예로 만든 뒤에는 어찌할 생각입니까?”

“그때가서 이야기해주지. 하지만 다른 용병단이 못 잡을 야수나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위험한 만큼 큰돈이 들어오기 때문이지.”

그 말에 다른 두 사람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은 향후 용병단 의뢰의 방향에 대해서는 거짓을 보태지 않았다. 남으면 남는 것이고, 포기하면 포기하는 것이다. 붙잡을 이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단단히 쇠사슬로 목줄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드낙의 하루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검은 꿈에서 드낙은 오랜만에 세파리아스 불파겐과 검을 부딪쳤다. 꿈이었기에 롱소드 하나 쥐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난 드낙은 〈액체 치료봉〉에서 뽑아낸 액체를 담은 가죽 주머니를 확인했다. 텅텅 비어있었다.

‘사라지네.’

아쉬움이 컸다. 〈2제자 판데서스〉를 죽이고 얻은 〈판데서스의 마력운용〉을 이용해서 능숙하게 마력을 다시 충전시켰다. 빛이 은은하게 나왔지만 망토 속에서 했기 때문에 빛이 흘러나가지는 않았다.

마력 소모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애초에 쓸 수 있는 마법은 현재 〈벤쉬 에로우〉 정도였는데 그 모습 때문에 다른 이들 앞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 마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굳이 숨겨야 할 필요도 없었지만 굳이 크게 알릴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다시 〈봄녘 마을〉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서는 6두 마차를 멀리서부터 보자마자 저급한 종을 울려대었다. 전혀 일정한 소리를 내지 않는 종은 그야말로 저열한 품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리를 울리는 용도로는 완벽했다.

딩댕덩!! 당둥덩!!

문이 곧바로 열렸다. 장애물 하나 없는 문은 기사가 방문한 것만으로도 봄녘 마을의 민심이 좋아졌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불안함을 보여주는 마을의 입구에 단단히 틀어막혀진 장애물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와아아아!!!”

마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마차 위에 있는 고기와 그 위에 덮어진 붉은곰의 털가죽 때문이었다. 머리가 없어도 소리를 질러대었다.

손에 흙을 묻힌 채 서둘러 달려오는 〈촌장 카레스〉가 보였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었기에 목책 밖에서 수로를 보수하고 있던 참이었다.

마차에서 내리며 환대에 손을 올려 응해준 아크온은 거침없이 촌장 카레스의 흙 묻은 손을 잡으며 웃어 보였다.

“앞으로 세 개의 강가 주변 마을은 안전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는 그의 정수리에 빈 공간이 제법 있었다.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이 절로 보였다. 전처럼 똑같이 아크온은 촌장 집을 빌리고, 용병단은 빈집을 얻었다.

축제를 벌일 정도로 자원이 넘쳐나는 마을이 아니었기에 해질녘의 마을은 들떠있으면서도 조용했다.

“뭐라도 큰 환대라도 할 줄 알았더니. 소리 지르는 게 끝인가 보네.”

이스핀은 뭘 기대했는지 툴툴거렸다. 드낙은 피식 웃었다.

“일백야수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던 마을 사람들인데, 남는 것이 뭐가 있겠어?”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그때 문에 노크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스핀이 나가서 문을 열었다. 무기에 손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술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젊은 여자였다. 주근깨가 있었지만 입술이 굉장히 붉었다. 이스핀의 눈이 그 입술에 고정되어있다가 이내 고개를 까딱거리며 술 한 병과 과일을 조금 받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 뒤로 몇몇 여유 있는 집에서 술과 먹거리를 보내주었다. 이스핀은 노크가 들릴 때마다 벌떡 일어나서 나갔는데 찾아오는 이들이 모두 예쁘장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맞았는지 제법 오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꾸 그러지 마. 먹거리를 주려고 온 것뿐인데···"

도렌이 한 소리를 하자 이스핀이 눈을 부라렸다.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찍어보지도 못한 놈이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냐?”

“무, 뭐?”

도렌이 당황해하자 이스핀이 킬킬거렸다. 더 놀리려고 했지만 드낙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는 남자들이 찾아왔다. 제법 여럿이 찾아왔기에 〈추적 용병단〉은 잠이 확 깰 수밖에 없었다.

“뭡니까?”

드낙이 나서서 말했다.

“이른 아침에 미안합니다. 〈붉은털의 곰〉의 고기를 대량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시길래···”

촌장을 통해서 아크온에게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 고기는 〈추적 용병단〉의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구매하시려고 하십니까?”

“예. 1kg에 얼마입니까?”

“〈일각수〉의 고기이니···”

드낙이 이스핀에게 눈길을 줬다. 이스핀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도 가격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각수의 고기〉를 본 적도 없고,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도 고기가 얼마인지는 몰랐다.

이야기 대부분이 누가 잡았니~ 누가 일각수의 뿔을 손에 쥐었니~ 같은 것뿐이었어 때문이다. 추적 용병단이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자 봄녘 마을의 장정들이 냉큼 가격을 제시했다.

“1kg에 동화 30닢 하시오. 양도 엄청나던데.”

“돼지고기 값을 왜 일각수에 붙이시오? 미치셨소?”

이스핀이 바로 반박하며 삿대질을 했다. 그에 마을 사람이 문으로 달려들었는데 드낙에게 단번에 손목이 꺾이고, 발이 옆으로 차여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팔이 꺾여있어서 옴짝달싹도 못한 채 머리조차 들지 못했다.

“끄으으···”

드낙은 꺾인 손을 풀어주고, 그대로 발로 가슴을 밀어서 넘어뜨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거침없는 드낙의 모습에 장정들이 분노로 가득 찼다. 그러자 드낙이 검을 뽑아들었다.

“어어!!”

마을 사람들이 크게 놀라며 물러섰다.

“일각수의 고기를 돼지고기처럼 팔라고 말했고, 알아서 덤벼들었는데 그럼 가만히 맞고만 있나?”

지역 유지고 나발이고 자신에게는 버팔로 나이트의 추천서도 있었고, 바로 촌장집에 아크온 몽펠리에가 잠자고 있었다.

뒷배가 있는 드낙이 전처럼 똑같이 지역유지를 대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봄녘 마을은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지역유지라도 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흉흉한 기세 속에서 누구 하나 말하지 못하자 드낙이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거래는 할 생각이 없으니, 돌아가시오.”

쿵!

문을 그대로 닫았다. 아무리 효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1kg에 은화 1닢은 받아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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