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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29화 (12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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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이 고민하는 사이에, 〈마부 센〉은 지켜보는 아크온에게 술과 안주를 가져다주었다.

“웬일인가? 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모든 일이 끝났는데 안 줄 이유가 없습니다. 드낙 용병단장이 결정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하.”

마부 센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크온의 관심을 술과 안주로 돌렸다.

〈머리통 용병단〉은 많은 의뢰 경험을 한 융과 수많은 도시에서 정보꾼으로 활동한 메르인 때문에 극단적으로 짐을 적게 가지고 다니는 용병단이었다. 드낙은 그것을 보면서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말은 쉽지 실천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이었다.

소스 하나 만드는데 8시간이 넘게 걸리는 떡볶이를 만드는 걸 TV로 보고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당장 〈머리통 용병단〉보다도 숫자가 적은데도 준마가 짐수레를 끌 정도니 말 다 했다. 북부 지방에 대한 물을 획득할 수 있는 정보를 잔뜩 가지고 있는 것이 〈간합의 융〉이었다.

그런 노련함이 없는 드낙은 항상 짐 때문에 고생했었다.

‘역시 편의성이 좋지.’

나중에 가서는 비가 올 것을 대비해서 부싯돌만 준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름이나 목탄을 따로 휴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향후를 대비한다면 편의성을 주는 마법 장비를 노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그런 것으로 사용하기에는 아깝다.’

확실한 전투용 마법 장비는 엄격하게 구매가 제한되어있었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방어용 혹은 마법 저항을 올려주는 마법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좋아보였다. 〈횃불 성채〉의 마법 상점에 편의성을 위한 마법 아이템을 분명 팔고 있을 것이다.

그리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어볼을 막을 수 있는 마법 장비가 있습니까?”

하나하나 확인하고 선택해야했다. 또한 이스핀과 도렌은 마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이스핀이 모닥불의 독대에서 못을 박았기에 꼼꼼하게 생각을 해야했다.

“전신갑주가 아니라면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정확히는 효율이 나지 않죠. 큰 상자만큼 커다란 물체에나 새길 수 있을 겁니다.”

〈마부 센〉은 마법 장비에 대한 지식도 제법 깊었다. 드낙이 원하는 것에 대한 정답을 바로 알려주었다. 그런 소리를 마법 상점에서 듣지 못했기에 드낙의 눈이 빛났다.

“반지나 목걸이에 크게 새기지 못합니까?”

“제가 말을 조금 다르게 했군요. 크든 작든 새길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마력이 적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반지나 목걸이에는 많은 마력을 담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곧 대단한 마법 장비가 아니라는 소리지요.”

“전신갑주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드낙의 중얼거림을 단번에 알아들은 마부 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견습 마법사〉란 년이 마부보다(실제로는 아크온의 집사지만) 지식이 얕을 리가 없었다.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군.’

하도 통수를 당해서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차갑게 식을 뿐이었다. 법도, 무엇도 없는 것이 이 세상이었다.

계곡에서 자릿세를 내라고 윽박지르고, 모래사장에서 파라솔 하나 세우는 것도 막아서는 한철장사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드낙은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파이어볼〉이 기준이구나.’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기준선. 그게 바로 파이어볼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방패는 어떻습니까? 〈용트림 마름모 방패〉라고 하는 것입니다.”

마부 센이 고민하는 드낙에게 하나의 마법 장비를 들어올리며 주욱 설명을 늘어놓았다. 파이어볼을 막을 수 있는 방패였다.

“단점은 공격 마법처럼 시동어를 외쳐야지만 막을 수 있습니다.”

〈용트림〉이라는 마법을 통해서 막아내는 것이었다. 강력한 충격파를 토해내는데 시전자로는 충격이 오지 않았기에 무식하게 적이 쏜 마법을 박살내며 흐트러뜨리는 마법이었다. 물론 방어적으로 쓰는 것 외에도 공격적으로도 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마법 파훼는 강하지만, 신체에는 큰 충격을 못 준다는 것입니다.”

드낙은 애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저딴걸 왜 선택해. 딱봐도 어중간해서 하자가 있는 마법 방패다.’

공격마법을 방어마법으로 쓰라는 소리였고, 마법 파훼에 특화된 것이라 자주 사용할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귀족처럼 온갖 마법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좋은 것이다.

위력이 좋은 방패는 보이지 않았다.

‘미리 치워둔건가? 이런 씨.’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반지나 목걸이를 하기에는 형편없는 마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위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끽해야 온기를 주거나 냉기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거 한 방 당했구나.’

아크온의 계획이 아닐 것이다. 마부 센이 농간을 부린 것이었다. 빛으로 가득한 길을 걷는 아크온의 그림자. 아크온을 뒤따르며 이득을 취하려 노력하는 것이 마부 센이었다. 아크온이 모르는 곳에서 아크온이 못하는 일을 하는 역할을 했다.

그것은 아크온이나 몽펠리에 가문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었다. 아크온이 안다면 실망하겠지만 그것을 대놓고 말한 놈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부가 아니다. 아크온의 심복이였군.’

게실리안 지휘관과는 다르게 마차를 통해서 움직이는 기사는 처음봤기에 마부 센을 낮게 잡아본 드낙은 뺨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숨겼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구나.’

아쉬움이 커도 드낙은 깔끔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마부 센을 한 번 노려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덤덤했다. 버팔로 나이트의 집사라면 그보다 뛰어난 기세가 아니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한 칼에 죽을 목숨임에도 그러했다.

‘용병에게 기사급의 전투력을 낼 수 있는 마법 장비의 유출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무리 자유 기사라도 아크온 몽펠리에에게 리스크를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마부 센이었다. 그가 전투력이 높아지는 마법 장비를 강력한 수납 마법 아이템에 집어넣어 숨긴 이유였다.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큰 무례였기에 드낙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유기사로 아크온에게 제법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객관적으로는 평민이었다. 아크온이든 생각보다 큰 힘을 지닌 마부 센이든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부 센도 사람이었다. 적어도 하나는 제대로 된 것을 줘야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건네주는 투구를 보곤 드낙이 물었다. 날카로운 이미지의 강철 투구였다. 뒤통수는 맨들맨들했고, 광대뼈 위쪽에 추가로 덧댄 강철깃털이 박혀있다. 특이한 디자인이었다. 약간 내려간 눈처럼 보이기도 했다.

“〈깃털 투구〉라는 것입니다. 가볍고, 안쪽에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바람이 돌고 있어서 강철 투구라도 쓰기 편합니다.”

이 투구의 특이점은 눈구멍이 없다는 점이었다.

“마법 시야로 투구를 쓰지 않은 것처럼 시야가 넓습니다. 옛날에 아크온님께서 쓰셨던 투구입니다.”

“다른 기능이 있습니까?”

“충격에 좋습니다. 〈바람 상쇄(Wind Offset)〉이라는 마법인데, 주기능입니다.”

투구 안에서 도는 바람이 충격이 가해지면 그곳으로 모여서 반대로 충격을 주면서 상쇄한다는 것이었다. 드낙은 거침없이 가죽 투구를 벗으며 〈깃털 투구〉를 썼다. 확실히 눈구멍이 없음에도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람 상쇄(Wind Offset)〉 〈경량화(Lightweight)〉. 〈마법 시야(Magic sight)〉. 〈시원한 바람(A cool wind)〉. 그 외에 몇몇 마법까지 걸려있는 깃털 투구는 확실히 철 지난 것이지만 좋은 투구였다.

깃털 투구를 곧바로 정했다. 드낙 또한 이것이 마부 센의 최소한의 성의임을 알아차렸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는 을이었다. 말이 타협적이지 이 상황에서 드낙은 그저 받아들여야하는 입장이었다.

구색처럼 내세운 〈선택권〉을 진짜라고 생각한 그의 잘못이었다. 아크온은 정말로 선택권을 주었지만 마부 센이 그것을 변질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했다. 물론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깨끗한 물을 얻는 마법 아이템이 있습니까?”

포기한 모습에 마부 센이 싱글벙글하며 몇 가지 아이템들을 보여주었다.

“물의 정령을 포획해서 마법으로 제련함과 동시에 단지에 섞어 만든 〈샘물 단지〉입니다.”

알아서 물이 차오르는데 물의 정령이 지닌 정령력으로 차오르는 것이라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위생에 있어서 이것보다 안전한 것은 없었다. 단지의 크기는 사람 상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충 사람 10명은 감당할 수 있어보였다.

‘물만 해결해도 짐의 절반은 줄어든다.’

또한 더럽게 무거운 것이 물이었다. 그것만 해결되어도 큰 이득이었다.

“치료 도구 같은 것도 있습니까?”

그 다음에는 당연히 치료였다. 인간의 내구력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가만히 지켜보던 아크온은 자신이 제법 사용하던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마부 센이 답하기도 전에 아크온이 그를 불렀다.

“센. 너는 나가 있어라.”

“예?”

아크온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겨 마차 밖으로 내보냈다. 차마 드낙이 보는 앞에서 추궁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에 침뱉기였다. 부하직원을 다른 이 앞에서 면박주는 것은 그의 명예를 생각했을 때 선택하기 힘든 것이었다.

결국 크게 본다면 자신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치료 도구라면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이 있지.”

그러더니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하나를 꺼냈다. 위아래로 두툼한 루비가 부착되어있는 작은 금속으로 된 봉이었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여기 중앙 부분을 손으로 잡으면 〈치유의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그것을 받아마시거나 상처에 흘리면 되는 간단한 것이지.”

〈액체 치료봉〉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위력을 보여주는데 단점이라면 사용하고나면 마력을 충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돈은 제법 들지만 이만한게 없지. 견습 마법사에게 따로 청탁을 넣어도 좋지. 구하기 힘든 질좋은 포션보다는 큰 돈을 들이지는 않을걸세.”

귀족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포션이었기에 밀거래로 구매해야하는 것이 질 좋은 포션이었다. 그것 또한 사기를 당할 수 있어서 매우 위험했다.

안전을 중시하는 드낙에게는 안성맞춤이었고, 무엇보다도 〈마력 충전〉을 드낙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확실하고 안전한 것이 중요한 법이죠.”

드낙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크온이 권해주는 것이라 거부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드낙은 〈깃털 투구〉과 〈샘물 단지〉, 〈액체 치료봉〉을 선택했다.

마차 밖으로 나온 드낙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부 센을 보며 어깨를 두드렸다. 사실 그가 견제해도 어차피 큰 이득인 것이 드낙이었다. 〈횃불 성채〉에서 거의 독점하듯이 물건을 파는 것이 마법사였다.

부르는게 값이었다.

“와우. 정말로 마법 아이템입니까?”

드낙이 하사받은 것을 보며 이스핀과 도렌은 들뜬 채로 훑어보았다.

“신기하냐? 한 번 써봐라.”

드낙은 그들에게 〈깃털 투구〉를 한 번 써보라고 했다. 도렌은 한 번 쓰더니 곧바로 신기해했지만 금방 벗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쓰면 쓸수록 신기함보다는 거북함이 마음에 생겼기 때문이다.

이스핀은 드낙이 달라고 할 때까지 쓰면서 고개를 움직였다. 드낙은 지금까지 얻은 수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처음에 받은 의뢰비가 은화 5닢. 변종 키메라의 싸움으로 개개인이 받은 것이 은화 5닢. 총 은화 15닢.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나?”

“돈으로 받은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도렌이 그렇게 말했고, 이스핀은 이제 부산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드낙은 독대에서 이야기한 〈금화 30닢〉에 대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화로 30억이었고, 그것을 단원들에게 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유기사〉였기에 얻은 돈이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아크온이 자유기사인 드낙과 공을 돈으로 구매한 비용이었다. 마법 장비 3가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용병들은 꿈도 못 꾸는 것이었기에 거기에 대한 소유권을 이스핀조차도 주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이곳에서는 당연했다. 보너스로 금일봉은 원해도 억을 요구하는 직장인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분수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라 보고 있었다. 은화를 공평하게 1/N하는 것과는 금액 자체가 달랐다.

수천만 원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조차도 나중에는 공금을 넣으며 나눠준 드낙이었다. 몇 천만 원은 나누는 것이 가능하지만, 30억을 공평하게 나눈다? 금액 단위가 다르면 마음도 달라지는 법이었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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