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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5화 (1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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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의 이족보행형 종족이 바로 〈크놀(Knoll)〉이었다. 수많은 소설과 게임에서 놀로 말해지는 존재와 닮았지만 그 습성, 재능, 지닌 문화는 드낙이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달랐다.

고블린보다 인지도 낮은 놈들인데다, 한국 소설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보인다고 해도 전투력 측정기 혹은 단역이었다.

아무튼 이놈들은 〈광산의 몬스터〉라 불리며 광부들에게 자주 보이는 놈들이었다. 이런 깊고 긴 동굴에 서식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능이 낮아도 〈휴머노이드(Humanoid)〉에 속하고 있는 크놀이다. 체력이 낮아져있는 〈붉은털의 곰〉보다 더욱 경계하는 것이 맞다. 위험은 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철퇴로 무식하게 투구를 후려쳐도 멀쩡할 정도로 방호력이 좋은 마법 장비를 입고 있는 아크온이 크놀의 위험성을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위협이었다.

꿀꺽.

언제나 처음이 위태로운 도렌은 마른침을 삼키며 크게 긴장했다. 고블린도 보지 못한 도렌이었다. 크놀을 봤을 리 만무했다.

또한 아크온의 말은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추적 용병단〉이 피를 볼 것이라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을 상기시켜주면서 용병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위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는 크놀과 일백야수에게 양동을 당할 수 있다. 상황은 언제나 최악으로 치달을 때가 있는 법이지.”

도렌은 입이 근질거렸다. 최악이 있다면 최고도 있는 법이었기 때문이지만 기사님과 대화를 할 정도로 간이 크지 않았다.

“물론 어부지리로 좋게 좋게 마무리될 수 있겠지. 하지만 붉은털의 곰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어부지리를 계획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그렇게 상황을 이끌어갈 인원수도 부족해. 너무 운에 기댄 생각이지.”

아크온은 희망적인 것을 모두 부순 다음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크놀들이 여러 곳에 뚫어놓은 굴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놈들에게 뒤가 잡히고 싶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

“힘든 작업 아닙니까?”

드낙의 말에 아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굴을 다시 뚫는 것보다는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장대를 쑥 넣어서 위아래로 털다 보면 굴이 무너진다. 반드시 장대를 깊이 넣어서 흔들어대야 한다. 안 그러면 금방 크놀들이 다시 굴을 뚫고 나타날 것이다.”

고블린보다 질 좋은 제련술을 지닌 크놀들이었다. 그들은 두더지처럼 굴 뚫는 것이 느렸다. 그렇기에 미리 아무 곳이나 굴을 뚫는 습성을 지녔는데, 반대로 그 굴들을 무너뜨리면 놈들의 이동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일은 이스핀과 도렌이 해야 할 것이다. 상당한 전투력을 지닌 드낙이 하는 것은 심각하고 비효율적인 체력 낭비였다.

‘젠장. 겁나게 힘들 것 같은데.’

이스핀이 속으로 불평했다. 제대로 안 해서 크놀이 뒤에서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안 그래도 3군에 머물고 있는 이스핀이었다. 그의 눈이 도렌을 향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저 생각 없는 놈.’

“종유석으로 막아놓으면 안 됩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놀의 체구는 고블린만 하던데, 굴에 있는 상태에서는 힘도 제대로 못 쓰지 않습니까.”

요령을 피우려는 이스핀의 말에 아크온은 굳이 쓴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상식적인 말을 내뱉었다.

“돌을 옮기는 것보다는 장대로 지지대 없는 굴을 무너뜨리는 것이 더 쉬울 텐데. 차라리 근처의 돌을 대충 옮겨서 막아놓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일이 되려 늘어나버렸다.

‘젠장할···’

이스핀이 고개를 숙이자 아크온이 말을 이어나갔다.

“크놀들은 보이는 대로 섬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도록 할 것이고, 〈붉은털의 곰〉과 빠르게 조우했을 시에는 후퇴한다. 단기전을 노릴 수 있는 놈이 아니기에 크놀들이 소란을 듣고 달려오면 상황은 안갯속을 헤매는 것처럼 변수로 넘쳐날 것이다.”

드낙은 그 말에 크게 동의했다. 하지만 곰에게서 도망치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했다.

“함정을 구간마다 설치를 해야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아크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까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식량이 문제였다.

“내가 놈을 맡지. 약속하네.”

기사의 약속은 국가가 발행한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약속을 잘 하려고 하지 않았다.

‘전에는 버텨주었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못 미더우니, 별 수 없지.’

그렇게 희귀한 〈기사의 약속〉을 용병들을 붙잡는데 사용해야 했다. 혼자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크놀과 일백야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본래라면 붉은털의 곰이 크놀들을 크게 약화시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가야 하지만···’

아크온은 곁눈질로 드낙을 보았다. 마법 장비 하나 없는 주제에 용맹했다. 용병 두 놈까지 드낙을 받쳐준다면 지금 전력은 기사 둘이나 다름없었다.

이스핀과 도렌의 생존율을 무시한다면 크놀과 일백야수와 맞짱을 떠도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만큼 〈용병〉과 〈기사〉의 격차는 컸다. 단순히 기술만으로도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났다.

특정한 상대를 특정한 상황에 반드시 죽이는 기술이 바로 비전이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뽑아낼 수 없는 이곳에서는 비전은 그 자체로 강력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드낙처럼 어레인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현대가 인간에게 부여해주는 수많은 매체에서 뽑아지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 힘(力)이라 말할 수 있었다.

“또한 결코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크놀들을 섬멸하며, 붉은털의 곰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작전이다. 무리해서 상황을 좋게 만들 필요가 없다. 명심하라.”

“예.”

모두가 일시에 대답했다.

“크놀들의 대장과 붉은털의 곰 중에 무엇을 우선시하시겠습니까? 먼저 죽일 수 있다면?”

“당연히 크놀들의 대장이다. 대장을 죽이면 놈들의 개입을 일시적이지만 완전히 끊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의 변수는 끔찍할 정도로 편차가 컸다. 군사학을 깊게 배운 아크온에게 있어서 목표물을 처형하는 것보다 전투 변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했다.

그 대답에 드낙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온은 그 모습에 자신이 시험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괘씸하다고 말하기에는 〈자유 기사〉니까. 나의 역량을 가늠할 수는 있지.’

그저 싹이 나있는 용병이었다면 무안을 줬겠지만 드낙은 이름 모를 기사 가문의 후예라고 보고 있는 아크온이었다. 손쉽게 넘어갔는데, 드낙에 대해서 호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 열다섯에 출가해서 출세를 꿈꾸다니, 보통 사내가 아니었다.

‘5년정도 살아만 있어도 제법 이름을 빛낼 수 있을 것이다.’

1. 크놀 대장 척살이 붉은털의 곰보다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

2. 붉은털의 곰과 조우했을 때, 단기전을 노릴 수 없고 크놀의 개입이 있으므로 입구까지 후퇴.

3. 보이는 크놀을 최대한 섬멸.

이 정도가 그들이 생각한 방침이었다.

“다른 질문이 있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연 던전 진입을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장시간 휴식 후에 들어가겠다.”

드낙은 용병단원에게 명령했다.

“이스핀과 도렌은 장대와 여분의 밧줄, 횃불을 만들 준비를 해라.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늑대들을 데려오겠다.”

“예!”

아크온은 벌써부터 휴식에 들어갔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기가 스며든 장작을 들고 와서는 가죽 주머니에 단단히 봉해진 목탄과 부싯돌, 마른 풀들을 이용해서 모닥불을 지폈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지만 불 자체는 계속해서 타올랐다. 보통 나무보다 300도 이상 더 높은 온도를 내는 목탄 덕분이었다.

데운 돌까지 바닥 곳곳에 묻으면서 나름 용병들이 쉴 자리를 만들었다. 물론,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투두둑. 투둑.

비는 가랑비처럼 내렸지만, 나뭇잎을 지나며 모아진 물들이 떨어졌기에 땅에 떨어지는 물은 양이 많았다.

“아우우우~!”

도노를 비롯한 늑대들이 동료들을 불렀다. 비가 내리는 숲에서의 소음은 상당했기에 늑대들의 하울링은 멀리까지 퍼져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소리는 소리였다. 여럿이 내고 있었기에 하나의 늑대 무리와 접선할 수 있었다.

6마리로 이루어진 늑대 무리였다. 홀로 다니는 〈마브로스 리꼬〉였기에 〈검은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온다면 홀로 찾아올 것이고, 늑대의 하울링으로는 불러올 수 없었다.

놈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드낙과 눈과 눈으로 마주쳐야 했다.

애초에 같은 늑대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동물과 야수(동물의 몬스터 화(化))로 나누어져 있었기에 아예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도노를 포함해서 11마리의 늑대를 대동하고 동굴로 돌아왔다. 이스핀과 도렌은 손바닥을 비비며 밧줄을 만들고 있었다. 땅은 뜨끈뜨끈했다. 모닥불에는 돌이 계속해서 추가로 달구어지고 있었다.

드낙은 빗물에 달구어진 돌을 씻었다.

치이익!

수증기가 크게 발생했다. 검과 검으로 들어 올린 채로 물을 담은 냄비에 넣었다.

부글부글!

물이 단번에 끓어올랐다. 다른 냄비에 따르고, 수프를 만들었다.

모두 온기를 보충했다. 드낙은 작업을 함께 마무리하기 위해서 여분의 횃불을 만들었다. 비가 워낙 심하게 내렸었기 때문에 까마귀 카이야는 이곳에 없었다. 하지만 늑대들이 있었기에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귀가 밝은 늑대들은 충분히 믿음직스러웠다.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다른 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게 적었다.

한숨을 자고 난 뒤에 드낙을 선두로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인간 진형의 순서는 드낙, 아크온, 도렌, 이스핀 순이었다.

도렌을 가장 후방에 두기에는 잔실수를 하기 때문에 중앙에 배치되었다. 늑대들은 뒤로 일렬을 유지하며 따라붙도록 지시했다. 유일하게 도노만 드낙과 딱 붙어서 이동했다.

‘검은 늑대를 잡고 얻은 〈늑대 왕관〉 스킬은 정말 보면 볼수록 대단하네.’

인원수가 적은 용병단의 전력을 단번에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어디에서든 늑대는 보였기에 전력을 보충하는데 어려움도 없었다. 하울링 한 번이면 족했다.

크놀들이 뚫어놓은 굴에 이스핀이 장대를 최대한 깊이 쑤셔놓았다. 막히기도 했지만 위아래로 흔들면 어떻게든 쑤셔들어갔다.

“일직선으로도 안 뚫어놓아서 깊이 넣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결국 장대를 전부 넣지도 못했다. 하지만 1미터는 넘게 집어넣었기에 그대로 위아래로 크게 흔들어대었다. 곧 흙이 무너져내렸다.

그 사이에 도렌은 주변에 있는 돌을 발로 차면서 가져와서 무너진 굴 입구에 놓았다. 단단히 박아 넣었다. 그리 큰 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스핀과 도렌은 번갈아가면서 굴을 무너뜨렸다. 이동속도는 느렸지만 안전이 최고였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일도 아니었다. 파괴하는 것만큼 빨리할 수 있는 것도 찾기 힘들었다.

〈깊은 공동(空洞)〉에 도착하기 전에 갈림길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제법 좁아 보이니, 크놀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놈들을 섬멸하는 것이 좋다.”

조금 좁아 보이는 갈림길로 향했다. 드낙은 자신의 횃불을 도렌에게 건네주었다.

“먼저 앞서나가서 어둠 속에서 놈들을 확인하겠습니다.”

“괜찮겠는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크온의 몸은 드낙을 말리는 제스처 하나 취하지 않았다. 말리지 않겠다는 몸짓언어를 드낙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걱정 말라 말하며 도노를 이끌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검은 늑대 사건 이후로 어둠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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