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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7화 (107/1,239)

0107 <-- 일백야수 토벌 -->

형편없는 결집력을 보여주는 〈추적 용병단〉이었지만 그래도 개개인의 실력은 괜찮았다. 적어도 다른 용병들에 비해서 한 수 위였다. 짧은 기간에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두 사람은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드낙에게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는 돈을 주고 배워야 했기에 배울 기회가 있어도 배우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기에 드낙의 가르침만으로도 실력은 급상승할 수 있었다.

또한 〈훈련〉과 〈수련〉을 체계적으로 병행했기에 신체능력도 소폭 상승했다. 그 덕에 촉수에게 죽는 용병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직 용병들의 실력만으로 촉수 공격을 버티는 것은 아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함성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두성(頭聲)이 아크온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변종 키메라 포낙서스〉의 경계심이 올라갔다.

바로 옆에 있었다면 귀를 막을 정도의 대단한 성량이었다.

휘둘러지는 전투 망치에서 〈파이어 블래스트〉는 자주 터지지 않았지만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어서 화상의 고통을 주었기에 키메라는 안 그래도 아크온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탱커의 교과서다.’

칼침 맞으면 죽어야 하는 것이 이 바닥이었지만 기사의 전신갑주와 마법 장비는 그런 현실적인 법칙을 뒤엎고 있었다. 척 봐도 수백 kg은 되어 보이는 촉수 공격을 맞으면서도 멀쩡했다.

제법 뛰어난 드낙의 동체 시력은 촉수 공격이 갑옷을 비껴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공격을 흘리고 있었다.

‘저게 가능한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말하자면 〈비전〉같았다. 갑옷으로 만들어내는 비전은 드낙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닐 수도 있었다. 마법일지도 몰랐다.

“2인 1조로 촉수 하나씩 끊어내라아아!!!”

드낙은 계속해서 2인 1조를 강조하며 뛰어다니며 촉수를 베고, 후려치고 다니며 용병들에게 여유를 주었다. 거침없이 움직이는 드낙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주었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만들어냈다.

“이런 씨! 붙어!”

정신없이 구르고 몸을 던지며 흉악한 소리를 내며 내려쳐지는 촉수 때문에 온몸이 진흙으로 가득 찬 이스핀이 드낙 덕분에 여유를 찾으며 주위를 훑었다. 바로 옆에 도렌이 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귀가 안 들려!”

먹먹함을 느끼는지 도렌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스핀은 도렌의 몸에 붙으면서 손가락으로 촉수 하나를 가리켰다. 그제서야 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몇 번이나 삼키고 나서야 귀가 다시 들려왔다.

베리븐과 젠도 드낙이 촉수를 베고 지나가고 나서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촉수는 무조건 내려치기만 한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촉수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자신이 활약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롱소드는 거침없이 촉수를 베어냈다. 〈탄력의 롱소드(Longsword of elasticity)〉는 드낙의 손에서 그 사용법을 100% 발휘하고 있었다. 위아래로 휘적휘적 탄력 있게 기울어지다가 단번에 촉수를 깔끔하게 베어냈다.

하지만 굵기가 대단해서 피만 쏟아져 나올 뿐이었고, 촉수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촤아악!

슬라이딩을 하며 진창인 곳에서 드낙은 숨을 차는 것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후우우···”

심호흡을 하면서 격렬하게 움직였던 몸을 다스렸다. 완급 조절은 반드시 필요했다.

‘도렌과 이스핀의 차이가 이젠 거의 없네.’

드낙의 가르침을 FM대로 철칙처럼 여기며 수행했던 도렌의 역량은 그 성격과는 정반대로 가장 잘 성장한 케이스였다. 이스핀과 이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뒷골목에서의 실전으로 얻어진 요령과 노하우조차도 드낙의 가르침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무엇보다도 신체능력에서 근력을 제외한 모든 움직임이 도렌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새벽 훈련에 이스핀이 뭉그적거렸기 때문이다.

‘젠은 이번에 상성이 안 좋다.’

활과 대거가 장비의 전부였다. 이제는 아예 대거와 활을 버리고 곡괭이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상황 판단력이 좋았다.

‘정규군처럼 결집력을 원한 건 내 욕심이었나.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니. 짜증 나네.’

그간 노력 속에 〈결집력〉에 대한 것도 있었기에 아쉬움보다는 짜증이 컸다. 시간이 버려졌기 때문이다. 용병들에게 그런 종류의 훈련은 필요 없는 부분인 것을 깨달았다.

‘얘들은 그냥 적과 붙여주고 개개인의 역량에 기대야 한다. 그게 용병이었던 거다.’

또한 용병에 대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드낙이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촉수는 빠르게 박살이 나고 있었지만 포낙서스의 맹공은 그칠 줄을 몰랐다. 키메라의 몸체에서 계속해서 촉수가 돋아났기 때문이다.

“계속 몰아붙여라!!!”

아크온의 말에 모두가 악을 질렀다. 드낙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아크온의 귀를 울릴 정도로 잘 들려오는 명령어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깃들어있었다.

“크아아아아!!! 다, 다아아!!! 전부우우우!!!!”

〈변종 키메라 포낙서스〉가 소리를 지르며 목을 휘둘렀다. 아크온이 전투망치를 끝까지 들어 올려서 팔 뒤로 보내며 기합을 내질렀다.

“흐아압!!”

사람 키만 한 전투망치가 다시 위로 원을 그렸다. 그 상황에서 한 걸음 뻗어나가며 아크온의 체중까지 실어졌다. 당연히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였다. 170cm에 망치의 윗부분의 무게만 해도 롱소드의 10배와 비슷한 15kg.

170cm의 거리에 15kg의 중심축. 무식한 기사의 떡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골반에서 나오는 힘! 상체가 그대로 천천히 붕 떠올랐다.

“미친!”

드낙의 경악 서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 무례했지만 아크온은 짜릿한 미소를 투구 속에서 지었다.

〈리즈 져슐라겐(거인 박살, Riese Zerschlagen)〉. 170cm에 15kg 짜리 망치의 윗부분이 축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며, 높은 근력이 필요한 무지막지한 비전이었다. 몽펠리에 가문은 아직 트롤 슬레이어나, 오우거 슬레이어를 배출하지 않았지만, 능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게 만드는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전투망치 비전이었다.

전투망치가 정확하게 놈의 목을 내려쳐서 바닥에 찍어버렸다.

쿠웅!

흙먼지가 튀었다. 무지막지한 근력이었다. 아무리 기린의 목이라지만 체중과 길이에 따른 원심력을 생각해도 반동이 무서워서 회피했을 것이다. 휘둘러지는 힘과 부딪치지 않고, 내려찍었음에도 그 반동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아크온은 그 반동을 회피했다. 상체가 있었던 곳을 목이 진창 된 흙을 긁으며 흉악하게 지나갔다. 내려쳐도 그 힘에 휩쓸려 큰 피해를 받았겠지만 공중에 떠있는 아크온은 멀쩡할 수 있었다.

‘저게 기사.’

늑대인간 25마리를 기사 혼자서 다 잡았다는 말에 게실리안 지휘관의 전공 욕심이라고 생각했던 드낙이었다. 그 전투 장면을 못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등골이 서늘했다. 픽션이나 다름없는 삼국지연의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괴물을 압도하는 인간이라니?

‘장비 빨이지만 심하다. 저기로 발을 들이밀어야 하는데, 턱이 너무 높아 보인다···’

드낙이 이를 악물었다.

추적 용병단의 다구리 때문에 키메라의 촉수가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수였다. 이 상황을 계속해서 끌고 나간다면 인간 측의 승리였다.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괴성은 통로를 타고 올라가며 넓은 동굴 입구에서 더욱 큰 울림이 되어서 뻗어나갔다. 변종 키메라가 된 포낙서스의 괴성이 숲을 울렸다. 그 소리는 더 이상 크지 않았지만, 그 소리의 위협적인 소리에 반응하는 야수가 있었다.

“우웅워어어어어!!!”

자신감이 가득 찬 곰의 울음소리가 숲을 울렸다. 새가 날아오르고, 초식동물은 너도나도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우지끈!

붉은털로 전신이 뒤덮인 곰의 발톱은 굳은 피처럼 새빨간 색으로 되어있었다. 계속해서 인간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눈동자는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일백야수 붉은털의 곰〉이 거칠게 나무를 넘어뜨리며 우직하게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죽음. 포식. 그 두 글자만이 눈에 새겨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뱃살은 축 늘어질 정도로 살이 쪄있었다. 얼마나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집어삼켰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살집에서 튀어나온 발들은 파묻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강력한 근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킁킁.”

코로 다가오는 노린내, 피냄새를 맡은 갈색늑대들이 신경질적으로 콧등을 바닥에 대어서 긁었다. 도노는 혓바닥으로 코를 핥았다. 번들거리며 더욱 촉촉해진 코에서 맡아지는 냄새는 죽음 그 자체였다.

나무를 부수고 모습을 드러낸 〈붉은털의 곰〉은 늑대들을 보더니 이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통나무도 한 방에 어깨빵으로 뿌리째 넘어뜨리는 놈이었다.

보통 곰보다 두툼한 발은 집조차도 박살 낼 정도로 대단히 굵었다.

놈은 엉덩이를 뒤로 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소리를 내질렀다.

“우우워어어어어엉!!!!”

늑대들은 그 괴성에도 전의를 잃지 않았다. 단번에 놈을 향해 조직적으로 뛰어들었다. 도노는 곰의 정면을 향해서 용감하게 뛰어갔다. 곰이 냉큼 달려들며 상체를 내려 앞발로 땅을 짚고 다른 앞발로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도노는 내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늑대들이 뛰어드는 척하면서 곰의 머리가 자신을 향하고 있으면 날렵하게 방향을 틀어서 몸을 뺐다. 그리곤 반대편이나 옆에 있는 늑대가 아가리로 털을 물어뜯거나 피부를 송곳니로 긁었다.

보통 곰이 아니었기에 늑대의 치악력이 확실하게 사용될 정도로 깊게 물어뜯지 않으면 상처 하나 줄 수 없었다.

도노는 몇 번 물어뜯다가 피맛도 못 느끼자 콧김을 내뿜더니 짖어대었다. 그러자 늑대들이 차이는 있어도 한 번에 빠지면서 개개인이 가지는 위험도를 능숙하게 빼내어 그대로 동굴 안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쿠워엉!”

도망치는 모습에 곰이 포효하자 늑대 도노가 도망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더니 한 번 지긋이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늑대의 눈동자 속에는 공포심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에 분노한 곰이 단번에 늑대들을 추격했다. 가죽조차 뚫지 못한 이빨을 지닌 것들이 자신을 개소 따위로 취급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굴의 내리막길을 잔뜩 긴장한 채 미끄러지며 진창 된 흙으로 미끄럼틀을 타듯이 내려간 늑대들을 보며 드낙이 머리를 헝클었다.

“빌어먹을! 또 뭔가 온다!!!”

그 외침을 파묻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가 굴러떨어졌다. 거침없이 뛰어드는 것은 좋았지만 〈붉은털의 곰〉은 몸무게와 다리 힘을 주체를 못 했고, 데굴데굴 굴러서 머리를 흙에 처박으면서 엉덩이를 크게 꿈실거렸다.

쿵!

촉수들이 내려친 흙은 워낙 울퉁불퉁 했기 때문에 깊게 박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금방 대가리를 빼낼 수 있었다. 주위를 훑어보더니 그대로 곰이 겁 없이 자신을 노려보며 도발한 늑대 도노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드낙이 아니었다. 도노는 이미 그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놈의 뒷목을 헥토파스칼 킥으로 양발로 걷어찼다. 앞으로 직진하던 놈이었기에 형편없이 옆으로 비틀거리며 다시 넘어져야 했다.

“단장님! 어떡합니까?”

키메라와 일백야수.

드낙의 눈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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