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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1화 (10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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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찾는 법은 간단했다. 〈갈색늑대 도노〉의 하울링과 도축한 생고기면 족했다. 희멀건 피 뺀 고기는 찾기 힘든 것이 이 세상이었고, 당연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우물가에서 따로 물을 받아서 피를 빼내야 했다.

피를 빼내는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덕에 드낙은 피냄새나는 고기를 단번에 구할 수 있었다.

‘많을 필요도 없지.’

늑대의 후각을 믿었다. 〈늑대왕관〉이라고 이름 지은 능력 덕분에 검은 늑대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고, 일반 늑대를 부하처럼 부릴 수 있는 것이 드낙이었다.

사박.

수풀에서 깡마른 갈색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낙이 쥐고 있는 가죽 주머니에 시선을 보냈고, 이내 드낙을 노려보았다. 갈색늑대 도노가 다가가자 강한 경계심을 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빠르게 다가와서 드낙이 손에 쥔 생고기에 눈이 팔렸고, 던져주자 허공에서 물었다.

속속들이 도착한 늑대는 드낙이 원했던 딱 다섯 마리였다. 암수는 구별하기 쉬웠는데, 덩치 큰 놈이 암컷이었다.

‘되도록이면 암컷을 데려가고 싶지만 그러려면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해.’

언제까지 시간이 허락할지 몰랐다. 느긋해 보이지만 찾아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당장 오늘에라도 찾아올 수 있었다.

배를 채우고, 그대로 돌아갔다. 암컷 2마리에 수컷 3마리였다. 중성화를 시킬 수 없었기에 최대한 격리시킬 생각이었다. 드낙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해질녘 전에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사람들은 드낙과 늑대들을 보자마자 소란을 일으켰다. 단순히 한 마리만 있어도 시선이 모이는데, 여섯 마리나 있으니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늑대다!”

“뭐야!”

드낙이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란은 여름의 담뱃재를 만난 낙엽처럼 확 타올랐다.

“무슨 일이냐!”

소란에 허둥지둥 병사 셋이 뛰어왔다. 검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것이 〈횃불 성채〉의 병사들이었다. 물론 때때로 실속도 없었지만 명확한 소란에 기민하게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드낙은 용병패를 제시했다.

“늑대를 부리는 용병이라도 숫자가 너무 많지 않은가. 목줄을 채우던지 우리를 만들든지 해라."

늑대 도노를 안으로 들이는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주변의 의식 때문이었다. 드낙은 별 수없이 입마개와 목줄을 씌웠다. 대충 만들었지만 주둥이가 묶인 늑대들에게 목줄을 채워서야 검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동 우리라도 만들어야겠네.’

당장은 이렇게 들어왔지만 매번 목줄과 입마개를 하는 것은 귀찮았다.

〈만물 잡화점〉에 의뢰를 할 생각을 가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드낙은 〈북쪽 지역〉의 기숙사로 들어섰다.

저녁 식사를 하고, 격리 울타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늑대들의 날렵함이 워낙 대단해서 늦은 밤에 횃불까지 세우고 천장을 이어붙여서 〈간이 우리〉를 제작해야 했다. 도노는 그 사이에 늑대 수컷을 격하게 한 번 물어서 상처를 내기도 했다.

“크앙!”

우두머리가 되려는 싸움이었기에 알면서도 막지 않았지만 상처가 제법 깊었다. 술을 끓여서 알코올을 농축시킨 것으로 상처를 소독하고, 실로 상처를 꿰매었다. 핥지 않도록 붕대를 감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너는 친구를 물어뜯으면 어쩌냐.”

도렌이 도노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도노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 모습에 콧등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도렌이었지만 생각으로만 그쳤다. 45kg의 체중을 지닌 도노는 높이가 낮았지만 성인 남성만했기 때문이다.

겁 많은 도렌은 건드릴 수 없는 덩치였다.

늑대를 보유하고 있는 소문은 하루 만에 북쪽 지역에 쫙 퍼졌다. 때문에 항상 대문에 어린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항상 눈에 밟힐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늑대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어린아이다운 무식한 짓을 할까 봐 몇 번이고 쫓아보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드낙은 하나의 지표를 획득했다. 말하자면 1:1 무력표였다. 대련 승률이기도 했는데, 그나마 투명한 지표였고 용병단원들이 인정할 정도로 많은 대련을 했다.

드낙은 넘사벽이었고, 목검 때문에 죽기를 각오하고 무리수를 두는 탓에 전승(全勝)을 하지는 못했다. 실전과 대련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드낙의 전체 승률은 78%였다.

드낙 〉 베리븐 〉 이스핀 〉 도렌 〉= 젠이었다. 놀라운 점이라면 도렌이 생각보다 잘 싸운다는 점이었다.

‘꼴찌일 줄 알았는데, 젠과 박빙이네.’

순찰자라고 근접전에 맹탕일 리가 없었다. 숲과 산은 원거리보다는 근거리 접전이 더 잘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체격이 좋은 이스핀이라도 베테랑 용병에게는 한 수 접어주는 것이 맞았다.

이 대련지표는 〈무쇠방패 베리븐〉의 2군 입성에 대한 증거나 다름없었기에 매우 중요했다. 1층의 벽에 걸어놓음으로써 누구나 보도록 했다. 숫자 정도는 읽을 수 있었고, 자기 이름 정도는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다음에 할 일은···’

드낙은 다음 날에 〈마법 상점〉을 방문했다. 복장은 최대한 많은 무장을 했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금화 1닢. 은화 10닢에 동화 550닢.’

추가로 은장신구 9개에 금반지 하나가 있었다. 〈세파리아스 불페겐〉의 관에서 얻은 것이다.

최소 금화 2닢에 은화 40닢 정도라고 보면 되었다.

‘모두 쓸 수는 없다.’

비상금이 있어야 했기에 전부를 마법 장비를 사는데 쓸 수는 없었다. 가죽 갑옷임에도 흉갑처럼 방어력이 좋은 〈굴렁쇠 코뿔소 가죽 갑옷〉이 있었기 때문에 드낙은 중갑옷을 구매하기보다는 마법 장비로 눈을 돌린 상태였다.

물론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파이어볼〉 한 방에 저세상으로 걷어차버렸다. 항마력을 무조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 드낙의 목표가 되었다.

또한 화살을 막아주는 〈트롤의 망토(Cloak of the Trolls)〉까지 있었으니, 거리낌이 없었다.

외청(外廳)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것이 마법 상점이었다. 벽에 걸린 간판에는 휘갈긴 문자가 있었는데 드낙은 서서 그것을 읽어나갔다.

〈일류 마법사 알버트 스펜서의 위대한 연구실의 옆에 있는 하찮은 마법 상점〉

간판이 지랄맞았다. 무슨 의미로 이런 간판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드낙이 계단을 올라갔다. 마법 상점으로 향하는 계단은 100계단이라고 할 정도로 제법 높았다. 기괴한 구조물이었다.

계단과 정면을 하고 있는 곳은 척 봐도 휘황찬란한 대리석으로 된 건축물이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표지판을 봐서 저곳이 〈마법사 알버트 스펜서〉가 사는 곳인듯했다. 그 옆이 〈마법 상점〉이었다.

굳게 닫힌 대리석 저택과는 다르게 활짝 열려 있는 마법 상점은 단순한 목조 건물이었다. 크기도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두툼한 법 관련 전공책처럼 보이는 것을 펼친 채 꾸벅꾸벅 졸던 여성이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주위에 푸른색의 빛무리가 반짝거렸는데 순식간에 물방울을 만들어내 여성의 목을 적셨다.

“허읍! 스응이(스승님)!”

침을 흘리며 졸고 있던 견습 마법사가 소리를 내며 덜컹거리며 일어났다. 졸고 있었기에 뭐라고 하는지 드낙은 알 수 없었다.

“아하하. 마, 마법 장비 보러 오셨어요?”

“네.”

“제가 어제 철야를 해서···”

변명을 하며 그녀가 드낙의 차림새를 훑었다.

“처음 오시는 분으로 보이는데···”

드낙이 고개를 끄덕이자 견습 마법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 오시는 분들은 무조건 하나는 구매해야 해요. 안 그러면 들여보내지 말라고 스승님이 그러셨어요.”

“스승님이라면 알버트 스펜서 마법사님?”

“예.”

미친 가게였다. 첫 방문 고객은 무조건적으로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니···

‘무슨 이딴 가게가 다 있어?’

떨떠름한 드낙의 표정에 견습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래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으면 어떡합니까?”

그 말에 여마법사가 계속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스승님이 만들어주신다고 해요.”

“주문 제작했을 때 가격은 어떻게 정합니까?”

“요구 사항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는데요. 그냥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쓰시면 돼요.”

주문제작의 가격도 장사를 하고 싶은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견습 마법사의 이름은 〈페리에 러셀(Perrie Russell)〉이었다. 성씨를 가지고 있었기에 드낙은 꼬박꼬박 존대를 했다. 신분이 차이남에도 그녀는 최대한 성실하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마법사가 되면서 귀족이 되었기에 신분의 차이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드낙은 그걸 몰랐다. 마법 상점을 가본 놈들은 주변에서 볼 수 없었기에 조언을 얻을 수 없었고, 마법 상점에 갈 정도로 돈이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기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온갖 마법 장비들이 드낙의 눈을 즐겁게 했고, 페리에 러셀의 설명은 귀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효율 좋은 장비 따위 보기 힘들었다.

‘무슨 실험 장비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개판이네.’

천둥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인 〈천둥 화살〉이라는 것은 한 발에 은화 10닢으로 가장 싸지만 가장 쓸모가 없어 보였다. 물론 상황에 따라 요긴하게 쓸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동굴이나 기습 때 적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었다.

바로 근처에서 천둥소리가 터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천둥소리를 내는데 은화 10닢은 드낙에게 거부감만 줄 뿐이다.

“이 〈천둥 화살〉들은 제가 만든 거예요. 대단하죠? 엄청나다고요."

견습 마법사의 말을 들으며 드낙은 입을 열었다.

“항마력을 높일 수 있는 건 없습니까? 예를 들면 파이어볼에 직격당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뭐 그런 거 말입니다.”

“그런 거는 팔 수가 없는데요.”

“예?”

드낙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런 물품은 팔 수가 없어요. 귀족 아니시죠?”

“네. 아닙니다.”

페리에 러셀이 어깨를 으쓱했다.

“민간에 풀리는 마법 아이템의 수준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서요.”

“어떻게 구할 수 없습니까?”

“구하고 말고가 아니라 평민에게는 판매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사유가 있어야 하고, 외청에서 허락을 받아야 해요.”

드낙은 허탈함을 느꼈다. 여기서도 신분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흠··· 그럼 제가 구매할 수 있는 마법 장비 중에 항마력에 관련된 것이 있습니까?”

“있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충격 화살〉정도도 못 막아낼걸요. 전투와 관련된 마법 장비는 엄격하게 제한이 되어있어요. 그것보다 이런 건 어떠세요? 용병들이 그래도 가장 자주 찾는 건데요.”

페리에 러셀이 스크롤을 하나 집어 들었다.

“찢으면 검은 연기를 잔뜩 토해내는 〈악취 먹구름 스크롤〉이에요. 냄새도 아주 고약해서 몬스터에게서도 구사일생할 수 있죠.”

‘연막탄이네.’

쓸만해 보였다.

“얼마입니까?”

“은화 20닢이요.”

드낙은 헛웃음을 지었다. 2천만 원짜리 연막탄이라니!

“그렇게 비싼데 사는 용병이 있다고요?”

“어··· 보통 상인과 함께 오죠.”

상단과 아예 계약서로 오랫동안 함께하는 용병들이나 사는 듯했다. 그것도 상인과의 협력을 받고. 전투보다는 악취를 통해서 몬스터를 쫓아 보내는 데는 이만한 스크롤이 없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파이어볼〉을 막을 수 있는 항마력 아이템입니다만, 그것을 못 사니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도 되죠?”

페리에 러셀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렇게 하면 알람이 울려서 스승님이 오실 거예요. 그때는 강매 당하실 수도 있어요. 어떨 때는 돈만 털리기도 하고요.”

“경비대가 그걸 놔둡니까?”

“뭐, 별 수 없죠. 약속을 어겼으니까요.”

기득권을 위한 법원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귀족 다음은 마법사이니···이런 마법 상점에 올 신분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주문 제작을 의뢰하겠습니다.”

드낙은 양피지에 유려한 필체로 〈파이어볼을 막을 수 있는 항마력을 지닌 마법 장비〉라고 적었다. 주소도 적어나갔다. 마지막에는 최대 금액을 적었다. 금화 2닢을 적었다.

“아!”

양피지를 본 〈견습 마법사 페리에 러셀(Perrie Russell)〉이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하면 난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고, 마법사도 주문 제작을 할 수 없지.’

평민이라는 것도 당당하게 적었다.

“수고하세요.”

“아! 이러면!”

발을 동동 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드낙은 무시했다.

‘다른 방법을 통해서 마법 장비를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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