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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97화 (9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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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개구쟁이 두 녀석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어디서든 장난을 치는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금방 먹고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가버렸다.

서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가족들의 시간을 보내며 저녁식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도렌의 아버지인 〈도르겐〉과 〈추적 용병단〉만 남게 되었다.

그릇 대부분이 치워지고, 안줏거리만 따로 모아졌다.

다시 한 번 식은 고기를 굽는 와중에 도르겐은 자식 걱정을 했다. 부모님이라면 응당하는 걱정들이었다.

“이번에 완전 신생 용병단이라던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중개거래로 제법 돈을 벌고, 농지로 재테크도 하는 도르겐의 말은 정중했다. 드낙에 대해서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도렌에게 쥐어진 은화. 그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돈을 손에 쥐고 그것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도렌처럼 얼빠진 놈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자신의 행복보다는 주변과 함께 행복해지는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바보가 도렌이었다. 용병이 된다면서 설레발치면서 상처도 제법 받아 그것도 이젠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검은 산골 마을〉에서 〈깊은숲 사냥꾼〉이라 불리며 큰 짐승이나 야수 혹은 몬스터를 잡고 다녔습니다.”

늑대 도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드낙이 웃음 지었다. 마브로스 리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어둠을 뚫고 나온 검은 짐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누구도 술잔을 들어 올리거나 음식을 입에 넣지 않았다.

그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 뒤로도 여럿 경험을 하다가 횃불 성채로 와서 용병단을 꾸렸습니다.”

첫 의뢰가 위험해서 다른 의뢰를 하러 갔다는 부분은 필히 말해야 할 부분이었다. 명예, 명성, 돈보다는 위험을 피하는 모습은 도르겐에게 좋게 보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도렌이 너무 큰돈을 가져오길래,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큰 오해를 할 뻔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사실 이번 일이 특이하게 돈이 많이 들어와버렸습니다. 저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죠. 다음은 어림도 없습니다."

“하하! 그것은 또 그것대로 아쉽습니다.”

이스핀은 말을 아꼈다. 추임새를 넣기만 했다. 도렌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게 표정으로 보여서 맞은편의 이스핀은 죽을 맛이었다.

“젊은 사람들끼리 놀게 이제 빠지세요.”

뜨끈뜨끈한 삶은 고기와 야채를 상에 올리며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하는 도르겐에게 눈총을 쏘았다. 아내의 눈총을 버틸 남편이 아니었으므로 웃으면서 아들 부탁을 하며 2층으로 향했다.

행주로 손을 닦으며 도렌의 어머님도 올라갔다.

“휴우! 괜히 긴장되어서 다시는 이런 초대 안 해야겠습니다.”

“하하하!”

드낙도 좋지는 않았다. 항상 이런 자리는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도렌의 성격과 성품을 생각한다면 한 번은 봐야 하는 자리였다.

사막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이스핀과는 달랐다.

이번 의뢰에 대한 추억 이야기를 하다가 드낙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앞으로 용병단은 많이 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일부터 바로 기숙사로 입주해.”

“예.”

거절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앞으로 의뢰비는 점점 달라질 것이다. 두 가지의 기준을 세울 거다.”

드낙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입에 올렸다. 용병단 의뢰금의 배분에 있어서 그는 아주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한국 사회의 정(情)은 드낙에게 벗길 수 없는 옷이었다. 그리고 수천억, 수조원을 가져가면서 직원을 마음껏 부리는 대기업의 사장과 회장처럼 악독한 짓을 할 수가 없었다.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야만적일 정도로 독식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최저시급도 못 받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했을 때, 그래도 내 돈은 받아야겠다고 신고했다가 점주에게 협박을 받고 어린 마음에 신고를 접었던 적도 있었다.

그에게는··· 그 군대 가기 전의 3개월 남짓한 아르바이트 생활에서 입은 정신적 피해는 트라우마처럼 새겨져 있었다.

'연공서열은 아니야.'

연공서열에 따른 금액은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용병 사회에서는 불필요했다. 기수제를 채택하기에는 그 병폐가 심했다. 그리고 이스핀이나 도렌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 다른 용병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스핀과 도렌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달 동안 실력이 급상승한 두 사람이었다. 드낙과 대련을 통해서 백병전으로는 어느 용병과도 부딪쳐볼만했다.

“하나는 실력이다. 실력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 나와의 대련이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다. 약한 놈은 돈을 덜 받고, 대우도 낮게 받을 것이고, 용병단 내에서의 영향력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냉혹한 말이었다.

“그러니, 내일부터 죽도록 수련해라. 나는 단순히 용병질하며 끝낼 생각이 없어. 못해도 하인 수십 명은 거느린 삶을 살 거다."

“굉장한 출세 아닙니까. 이제 부하 두 명인데. 흐흐.”

이스핀이 히죽 웃었다. 드낙은 그에게 벌주를 권하며 말했다.

“네가 가장 문제야. 새벽 수련도 이제부터 나와라. 앞으로 너희 둘이 감당해야 할 용병은 베테랑 용병들이 될 것이다. 그들이 들어오면 너희들은 당장 내려와야 할 거다. 그래도 몇 년을 걸려서라도 다시 내 옆으로 와라.”

“예.”

드낙은 자신이 두 사람을 챙겨줄 수 없음을 말하며 그들이 다시 자신에게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뭔가 사나이들끼리의 약속 같아서 이스핀과 도렌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제법 큰 〈동기 부여〉였다.

“실력 다음은 경험이다. 겁쟁이라도 경험이 많은 놈은 어떤 곳에서도 살아남는다.”

“저희는 경험이 없으니 바로 걷어차시겠네요.”

이스핀이 낄낄거렸다. 그래도 드낙이 자신들을 내치지 않고 기다려준다고 했으며 단련까지 시켜준다고 하니 용병단을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돈을 줬다 뺏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졌지만 드낙같은 용병단장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용병단을 위해서 기숙사를 가지는 용병단은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소규모로 같은 용병단의 단원이 죽어도 땅에 묻어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 3단계로 나눌 것이다. 실력도 좋고 경험도 좋은 놈은 당연히 1군이다. 하나가 부족한 놈은 2군이고, 뭣도 아닌 놈은 3군이다.”

“3군은 필요가 있습니까?”

그 말에 드낙이 웃었다.

“소문이 퍼지면 어떤 놈들이 오느냐에 따라서 너희들이 3군이 될 수도 있고, 2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3군이 있는 것이고. 돈을 적게 받으면서 용병단에 들어올 놈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현대 사회로 치면 인턴이었다.

“의뢰비를 내가 은화 1닢을 받는다고 치면 1군은 동화 700닢을 받고, 2군은 500닢, 3군은 300닢을 받는 식으로 할 거다.”

드낙은 수없이 고민하고, 자신이 아직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배를 입에 올렸다. 15살, 의뢰 하나 완수한 용병단장이 드낙이었다. 세상이 무력 하나로 돌아갈 때도 있지만, 그럴러면 더 큰 힘이 필요했고, 다른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드낙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용병들에게 좋은 방식이 드낙의 입에 거론되었다.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스핀은 불만이었다. 그래도 이스핀은 자신이 2군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드낙보다 50%나 덜 받는 것이었다. 드낙의 인품이 당장에 갈라질 것 같았다.

“다른 용병단은 어떠냐? 제법 팀으로 다닌 지 오래된 용병단은 단장이나 단원이나 균등하게 받는다.”

〈머리통 용병단〉이 그 예였다. 드낙은 그 때문에 처음에 균등으로 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용병단과 〈머리통 용병단〉은 아주 크게 달랐다.

‘격차가 너무 심하다.’

머리통 용병단이 각자 역할이 분명하다면, 〈추적 용병단〉은 드낙이 70%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전투에 어그로를 끌어주고 방패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드낙은 전과 다를 수 없는 편안함과 압도적인 상황의 이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공적이 드낙의 손에서 태어났다. 결국 이스핀과 도렌은 우연찮게 자신들의 가치보다 더 높은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르지.”

드낙은 그 말을 마치고 술을 마셨다. 도렌은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혼을 많이 당했던 도렌이었다. 드낙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알았다. 그러나 이스핀은 아니었다.

‘용병 단장이 1. 내가 0.7 아니면 0.5? 이건 아니지. 그래도 같은 사람인데.’

돈 문제에서는 이스핀은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적어도 항상 제 몫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럿과 싸울 때마다 적과 마주했습니다. 근데 반값? 그건 아닙니다.”

“그럼 비율을 몇으로 했으면 좋을까? 이스핀, 네 생각을 말해봐라.”

“단장님이 가장 많이 받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1군, 2군, 3군. 그런 구분에 따른 배분이 너무 차이가 심합니다. 2군은 0.6은 받아야 합니다.”

“1군이랑 2군이랑 별 차이도 없는데 누가 1군이 되고 싶어 하겠어?”

“어차피 1년 장사 아닙니까? 마음에 안 들면 나가면 되고. 그런 게 용병단 아닙니까?”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기숙사를 구매했다, 이스핀. 나는 그런 단기적인 용병단 운영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말하자면 엘리트 용병단 내지는 전문성이 짙은 용병단을 만들고 싶다.”

“······”

이스핀이 코로 숨을 깊게 내쉬며 고민에 빠졌다.

“보, 보통의! 용병단은 말입니다.”

삑사리를 내며 도렌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고 했다.

“음! 크음! 보통의 용병단은 말입니다. 용병단장이 다 해 먹습니다. 그래서 자주 싸우고, 용병단은 또 해체되고 그럽니다. 의뢰 끝나고 의뢰비도 못 받는 용병도 있습니다. 용병 단장이 의뢰비 들고 튀는 일도 〈피가득 술집〉에서 자주 들었습니다.”

이스핀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용병 길드 같은 것이 없고, 그냥 술집에서 대충 의뢰 뽑아서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용병들의 세계였다.

“그러니까 이스핀이 말하는 건 배가 불렀다는 겁니다.”

“이 새끼가···”

이스핀이 으르렁거렸다. 드낙은 그것을 당연히 중재했다.

“단장 앞에서 욕을 하는 건, 내가 그렇게 만만하다는 뜻이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든. 네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사과하려면 변명하지 말고 남자답게 똑바로 사과해라.”

“죄송합니다.”

이스핀이 고개를 다시 한 번 숙였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핀. 네 말대로 그렇게 많이 받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줄 건 준다. 이번은 처음이라서 여러 가지 실수가 있었던 것뿐이다.”

실수 없는 처음은 없었다.

“〈공금〉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걸 안 거둔다면 기숙사는 내 사비를 털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너희들이 더 안 좋다. 내 말,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공금을 다시 돌려줄까? 나는 상관없다.”

“아! 아닙니다! 무슨 그렇게까지 하시려고 하십니까!”

이스핀이 드낙의 강수에 소리를 질렀다. 만약 그리된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럼 적어도 공금 걷을 때도 그 비율로 하십시오.”

“하하하. 아무렴. 그렇게 해야지. 또 뭐 특별하게 그 의뢰에서 공적이 높은 용병에게는 나처럼 의뢰비를 줄 생각이다.”

돈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 날, 기숙사로 짐을 싸 들고 온 이스핀과 도렌은 드낙의 명령으로 둘이서 적당히 대련을 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잡화상 소레를 찾았다.

“연달아서 웬일이야?”

“여기 싸게 인력도 구합니까? 기숙사 대청소를 부탁하려고 하는데.”

“아무렴! 가장 싸게 해줄게. 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법 큽니다.”

위치를 알려주었다. 대금비는 동화 100닢이었다. 드낙은 선금으로 50닢을 내어주고 말했다.

“청소하는 거 보고 나머지 50닢을 드리겠습니다.”

“철두철미하기도 하지··· 알겠어. 그 외에는? 단장님이 구하시는 물건 있으신가?”

“요리 잘하든 못하든 싼 인력으로 밥해줄 사람··· 알뜰살뜰하고···”

요리사가 필요했다. 물론 대단한 요리사는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이 어딨어. 노예도 은화로 파는 세상인데. 결혼이라도 해.”

말하면서 웃어젖히는 여주인을 보며 드낙도 하하하 웃어주었다.

“하루에 재료값만 해도 동화 50닢은 나가겠는데. 남자 세 명이면··· 일단 찾아보고 가장 싸게 하겠다는 사람을 보내줄게. 판단은 단장님이 하시고.”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 만으로?”

드낙은 어쩔 수 없이 동화 5닢을 건넸다.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레는 좋아했다.

“세아라고 해요. 소레 아주머니 말씀 듣고 왔는데요.”

요리사 면접자는 금방 왔다. 소레 여주인과 지인 사이인 듯했다. 싱그러운 봄날 같이 활발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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