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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5화 (75/1,239)

0075 <-- 강도들의 VIP -->

3일을 돌아다니는 강도들을 잡아들이고, 4일을 강도단 3곳을 습격했다. 총 45명의 강도와 부딪친 〈추적 용병단〉은 그중 30명을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그 1주일이 흐르면서 드낙은 좀이 쑤시는 것을 느꼈다.

오죽하면 잠들기 전에 〈동생 아만투스〉를 생각하며 땀을 내기도 했다. 강도들은 드낙의 힘을 증가시켜주기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남부 황금평야〉로 향하는 길목에서 1주일을 보낸 것은 확실한 단기 목표가 존재했고, 그것을 위해서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스핀은 말할 것도 없고, 도렌도 제법 경험이 쌓였다.’

어디 가든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단 3번의 실전으로 능숙하게 된 이스핀과 이제야 제법 분위기를 풍기는 도렌까지 나이가 어림에도 드낙의 가르침과 실전이 비벼져서 만든 빠르고 확실한 경험의 축적이 이루어졌다.

〈추적 용병단〉은 이제 제법 산과 숲언덕을 제법 잘 타게 되었다. 깊은 곳에서 나 몰라라 하던 강도단의 뒷구멍을 털어버렸다.

〈숲특화〉의 능력을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도 30명이 각기 짐을 짊어진 채 길에 나란히 섰다. 드낙이 가장 후방에 섰고, 〈큰방패 이스핀〉과 〈수염 도렌〉이 선두에 섰다.

많은 강도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고, 최소한의 음식만 주어지며 최소한의 물만 제공됐다. 강도들의 체력을 걷는 수준으로만 만드는 것은 드낙의 생각이었다. 30명은 무서운 숫자였기 때문이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눈이 퀭했다. 배가 고파서 잠조차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볼도 속 들어가 있어서 해골처럼 보였다.

“휴식!”

강도에게 주어지는 것은 물 세 모금 그리고 육포 한 조각이 전부였다. 10분을 휴식하고 또 이동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반복됐다. 휴식할 때마다 음식과 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함과 약함을 생각했을 때, 드낙이 선두에 서는 것이 옳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많은 인원을 이끌고 향함에 있어서 후방이 그들을 관리하는데 가장 편했기 때문이었다.

‘딴 생각을 먹을 수 있으니.’

강도들의 몸짓을 날카롭게 봐야 하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는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도 수송〉은 평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으억!”

피곤과 배고픔 그리고 탈수 때문에 발에 힘이 풀린 강도 하나가 무너졌는데, 목이 연결되어있어서 연달아 앞뒤로 6명이 뒤로 넘어지고, 앞으로 휘청거렸다. 그럴 때마다 드낙은 도노를 대동한 채 주위를 훑으며 강도들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또한 그렇게 멈출 때마다 30명의 강도 중에서 4명은 짐수레에 단단히 묶여서 끌고 있었는데 그들은 선두에서 이스핀과 도렌의 감시를 강하게 받아야 했다. 수북하게 튀어나온 짐수레를 끌어야 했기에 체력을 유지할 만큼 똑같이 먹고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짐수레 쪽에 붙어있는 발 하나가 밧줄로 묶여져 있을 정도였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도렌이 강도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짐수레에 꽁꽁 묶여있는 강도들은 그 위협에 기가 찼다. 척 봐도 애송이 용병으로 보이고, 그리 강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수염 도렌〉의 어리숙한 협박은 장난감이라도 손에 쥐여주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스핀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좋았던 이스핀이었다. 그저 덩치만 좋은 것만으로도 학교짱을 먹고, 선도부에서 활약하듯이 이 세상 또한 다르지 않았다.

뒷골목에서 나뒹굴었기에 아주 가끔씩 선을 넘으면 가해지는 욕은 짧으면서도 강렬한 억양을 가지고 있었고, 뒷골목에서 자주 들었던 것이기도 했다.

소위 〈동류〉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 또한 드낙의 관리법이기도 했다. 배드캅, 굿캅처럼 어리숙한 도렌이 기본을 맡고, 한 방에 팍하고 모기를 잡듯이 쏘아 죽이는 것이 이스핀이었다.

강도들은 도렌의 관리 때문에 마음에 빈틈이 생기고, 이스핀이 그 빈틈을 쿡 찔러서 피를 내 굳히는 것이다. 훌륭하게 강도들을 쪼면서 자연스레 상하관계를 만들었다.

사람을 관리하고, 정치질하는 것에 있어서 드낙은 남들보다 우월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박 겉핥기 식의 괴상망측하고 비틀린 현대지식과 현대에서 알바를 해도 느낄 수 있는 정치질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움직여라.”

드낙이 손을 들어 올리며 신호를 보냈다. 다시 출발하고 수십 분이 지나서 늑대 도노가 으르렁거렸다.

“정지! 엄폐!”

드낙의 외침에 도렌과 이스핀이 짐수레로 이동해서 강도와 수레를 엄폐물로 삼았다.

“어윽.”

거친 이스핀의 손길에 머리를 얻어맞은 강도가 서둘러 도렌의 한쪽 방위를 맡아주었다.

“······”

조용한 상황에서 바람이 한 번 불었고, 수풀이 흔들렸다. 제법 선선했다.

“우, 하하하! 이거 제법이군! 우리들의 매복을 알아차리다니!”

후방에 있는 드낙의 옆에 수풀에서 튀어나온 덩치가 묵직한 양손도끼를 양손으로 움켜쥔 채 대차게 소리쳤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들을 때마다 귀가 깜짝깜짝 놀랐다.

“산적이냐, 강도냐?”

“개새끼면 어쩔 거냐? 킬키키!”

그가 양손도끼를 후웅하고 휘둘렀다. 거대한 무기였기에 절로소리가 컸고, 떨어진 강도들이 움찔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어 보였다.

“용병들을 죽여라!”

7일 동안 이 주변에서 그렇게 깽판을 친 드낙이었다. 십여 명의 강도들이 수풀 속에서 너도나도 나타났다. 그들은 용병을 죽이고, 강도들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그들이 모은 약탈품이 들어있는 짐수레를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신들.’

드낙이 코웃음쳤다. 그가 이렇게 대놓고 움직인 이유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인 〈남부 황금 평야〉 길목에 자리 잡은 강도단이 활과 화살이 없다는 것이었다.

화살을 잔뜩 사들이는 이름 모를 상인 때문이다. 그 덕에 이렇게 대놓고 간 것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드낙이 강도들을 처리하면서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드낙은 3:1로도 상처 하나 없이 강도들을 박살 낸 적이 있었다. 우연히 만들어낸 경합이었지만 그 속은 철저한 실력으로 만들어지는 승리가 있었다.

그 자신감은 대로로 강도단을 이끌고 가는 계획을 세우게 해주었다.

“우워어어어어!!!”

드낙이 강도 두목에게 달려들자 강도 두목 또한 괴물처럼 포효했다. 원체 목소리가 큰 놈이라서 드낙은 귀가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늑대 도노의 보폭이 외침만으로도 줄어들었다.

‘목소리가 왜 저렇게 크지. 〈검은 문〉을 만들어낼 상(相)인가?’

롱소드가 내려쳐지면서 단번에 튀어 올랐다. 그것은 마치 벼락과도 같았다.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 비록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그 비전을 마주한 드낙이었다.

〈탄력의 롱소드(Longsword of elasticity)〉의 휘어짐은 기괴스러움 그 자체였고, 타고난 덩치와 외침으로 강도 두목이 된 놈은 그것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촤악!

양손 도끼를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양쪽 손목이 잘렸다. 뒤이어서 목이 크게 베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피를 분수처럼 한 번 뿜어내더니 그대로 줄줄 피를 흘리면서 뒤집어졌다.

“헉!”

그만 믿고 드낙을 죽이려고 달려오던 4명의 강도가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드낙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도, 도망쳐! 악!”

강도 한 명이 드낙에게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어깨에 롱소드가 쿡하고 찔러지면서 몸을 들썩이며 경직되자마자 목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다른 강도가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다가 늑대 도노에게 뒷목이 그대로 물려서 쓰러졌다.

“흐악, 아아악! 극.”

압도적인 모습에 후방에 있던 강도가 거침없이 죽어나가자 다른 곳에도 그 여파가 퍼져나갔다.

“이, 이런 씨.”

방패를 통해서 눈만 빼꼼해서 강도를 보고 있는 이스핀을 보며 욕을 지껄인 강도는 이내 등을 돌려 도망쳤다. 물론 도망치지 못한 놈도 있었다. 도렌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활로 허벅지를 맞은 놈이었다.

엉거주춤 거리면서 몇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비탈길로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드낙이 한 합만에 강도를 죽이고 다니는데 그 광경을 보고 도망을 안 치면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특히나 〈탄력의 롱소드〉는 단단하면서도 탄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검술 대련〉을 자주 하지 않은 강도들에게는 필살기나 다름없었다.

그저 휘두르거나 찔러도 족족 급소를 맞고 눈을 까뒤집었다. 〈막는 것〉에 대한 연습을 아예 하지 않아서 엉성한 수비 태세를 하고 있는 강도도 마찬가지였다.

드낙의 손에만 4명이 죽었고, 갈색늑대 도노가 도망가는 강도 셋을 뒷목을 물어뜯어 목뼈에 안쪽 어금니를 박아 넣어 죽였다. 나머지 8명의 강도는 그대로 도망쳤다. 그중에서 1명은 다시 끌려와서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치료받고 뒷열에 서야 했다.

“대, 대단하다.”

피로 잔뜩 샤워를 한 드낙을 보며 도렌이 침을 삼켰다. 사실 강도들을 잡았던 7일 동안 제대로 전투를 한 적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대부분이 약화된 채 한 명씩 부딪쳤고, 운이 나빠도 2명이 고작이었다.

3:1을 경험한 드낙은 자신감에 단독으로 척후를 하다가 재수 없게 걸린 것이라 직접 보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저 정도면 기사 아니냐?”

이스핀의 말에 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기사님 같으신데.”

두 명은 〈기사〉라는 단어를 말할 때도 성격이 드러났다. 드낙은 약탈물 중에 거친 마로 만들어진 옷을 꺼내서 피를 닦았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도렌과 이스핀이 도와주려고 하자 그들을 말렸다.

“괜찮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아, 예.”

머쓱하게 어색한 표정을 짓는 도렌과는 다르게 이스핀은 그래도 드낙을 도와주었다. 괜히 눈치가 보인 도렌이 어정쩡하게 손을 집어넣어 도왔다.

피를 닦으면서 드낙은 웃음을 참았다.

‘짜릿하다.’

강함과 약함. 그것이 극명하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드낙은 짜릿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것은 오크 전사와 부딪쳤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워낙 무미건조한 삶이 약속된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런 원초적인 자극마저도 큰 쾌감을 주었다. 마치 중독될 것 같은 감각이었다.

‘죽여도 되는 놈들을 죽여서 그런 것인가.’

평범한 시민도 어느 순간 노예와 농노가 될 수 있었기에 그런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현대에서 맛본 쾌락들을 대체할 것을 은연중에 찾고 있는 것인가.

드낙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죽은 강도들은 당연히 벌거벗겨졌다. 드낙의 흉악한 살인기법은 인간의 급소만을 노렸기 때문에 옷을 수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찢어진 곳이라곤 겨드랑이를 찌른 자국이 전부였다. 또한 동물을 잡아서 만든 털옷이나 가죽갑옷은 자투리 가죽을 덮으면 되었기에 돈이 될만했다.

‘강도를 모아서 잡는 것도 재밌겠는걸.’

강도를 잡는 것은 드낙에게는 지겨운 일이었지만 강도들을 싸잡아서 죽이는 것은 큰 흥미를 주었다. 특히나 자신의 강함에 허겁지겁 겁을 먹고 도망가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내 흥분이 사라지자 고개를 저었다.

‘언제 눈먼 투척 단검에 눈 찔리고 후회할 생각이냐, 드낙아. 정신 차려라.’

그 뒤로도 2번을 길목을 막는 강도들과 만났다. 놈들은 대체로 협박을 하며 항복할 것을 권유했다. 때때로 용병들에게 도망쳐도 된다는 말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모조리 드낙에게 죽임을 당했다.

근거리에서 투척 단검을 날린다면 드낙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지만, 강도들은 드낙이 달려들면 마치 늑대를 만난 양 떼처럼 도망치기만 했다.

11일 만에 〈왕국 야영지〉에 도착했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아··· 예.”

심지어 드낙에게 반말을 거침없이 하던 어중간한 경력의 병사는 드낙에게 존대를 할 정도였다.

‘세상에! 3명만 있는 용병단이 강도 31명을 묶어서 왔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적 용병단〉은 곧바로 〈선임병사 불세벤〉에게 향해야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드낙이 눈을 좁혔다. 그것은 자신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군.’

촉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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