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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3화 (73/1,239)

0073 <-- 강도들의 VIP -->

〈여우몰이〉가 시작되었다. 1:1이라면 자신감이 충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드낙이었다. 〈오크 형제〉는 분명 전투력 차이가 분명했지만 그것을 알 수 없었으므로 〈머리통 용병단〉에게 큰 피해를 준 것과는 다르게 자신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전투력에 자신감이 붙을만했다. 물론 자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도따위에게 겁을 먹을 수는 없었다.

입구가 좁아서 롱소드를 사용하면 안 될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숏소드도 못 휘두르는 곳이었다. 당연히 찌르기로 승부를 봐야 하는 길목이었으며 롱소드가 되려 좋았다. 〈간합〉에 대해서 제법 아는 놈이라도 근접한다면 방패로 밀어내거나 후려치면 될 일이었다.

연기가 자욱하게 토굴 안으로 들어갔다. 남쪽으로 나있는 〈남부 황금평야〉로의 길에 자리 잡은 강도들은 대부분이 토굴과 〈빈나무 굴뚝〉을 사용하고 있었다. 위쪽의 나무 안쪽만 태우고 진흙으로 구우며 형태를 유지시킨 굴뚝 또한 막아놓았기에 매캐한 연기는 계속해서 쌓일 것이다.

5분이 흐르자 안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야 그럴 것이다. 밤에 화덕에 불을 놓고 잤을 텐데 위에 있는 굴뚝을 막아놓고, 길목 안으로도 또 연기를 집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칠게 상체를 굽힌 채 드낙이 있는 곳으로 빠져나오는 놈은 연신 기침소리를 냈다. 눈을 찌푸린 채 손을 이리저리 휘적거리면서 나오고 있었다.

‘무기 하나 안 챙겼네.’

척 봐도 굴뚝이 막혀서 생긴 일인 줄 착각한 것 같았다.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하기에는 야습을 처음 당하는 놈들이라 판단 기준 자체가 없었고, 경험도 없어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억!”

드낙은 롱소드를 땅에 가볍게 꽂고 얍삽하게 생긴 강도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무릎으로 목젖을 후려쳤다. 단번에 강도가 몸에 힘을 잃었다. 복부를 한 번 걷어차도 미동하나 없었다.

뒤이어서 나오는 놈은 그래도 단검 한 자루는 쥐고 있었다.

“누구냐!”

타격음이 들렸기에 그는 쉽사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드낙은 연기 때문에 윤곽이 확연히 보이는 그를 향해 말했다.

“무슨 난리야? 오늘 거래하기로 했잖아. 화살이 많다고 들었는데.”

시답잖은 소리였지만 단검을 쥔 강도가 움찔했다. 잘 생각하면 개소리고,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였지만 척 봐도 배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뭐? 그게 무슨···”

연기 밖으로 나오는 놈의 손목을 롱소드로 찔렀다. 바깥쪽 손이 맞으면서 그가 단검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는데 드낙이 원형 방패로 머리통을 한 대 패버렸다.

머리채로 끌고 온 처음의 강도를 밧줄로 팔과 발을 묶고, 두 번째 놈의 머리채를 잡아당길 때, 연기에서 강도 하나가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우워아아아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어리석었다. 드낙의 신경은 굴 입구로 항상 향해있었으며 곁눈질로도 보고 있었다. 기울어진 상체는 이미 체중이 옮겨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왼발을 다시 한 번 구르면서 속도를 조금 더했다.

뻑!

원형 방패에 그대로 어깨를 부딪친 강도가 그대로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키는 아직 그리 크지 않았지만 골격부터 비대해지고 있는 과정을 밟고 있는 드낙이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Sepharias Bulpagen)〉의 찌꺼기는 키, 골격을 성장하는 성장판 노릇을 해주었고, 무엇보다도 〈추가적인 기이한 힘〉을 주고 있었다.

보통의 체격으로 낼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 상체를 낮춘 드낙의 몸집이 작아 보였기에 강도가 거침없이 달려들었다가 큰 낭패를 본 것이다.

발로 거침없이 걷어찼다. 뱀이 물 것을 염려해서 발목까지 덮는 얇은 철판으로 둘러진 가죽 부츠였다. 보통 아픈 것이 아니다.

“악!”

버둥거리다가 놈의 입에 발길질이 들어갔다. 피가 튀고, 이빨이 여럿 안으로 꺾이면서 빠졌다.

“으흐극.”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다리를 잡아서 당겨 벌벌 떠는 강도를 포승했다. 3명을 내리 잡았지만 또 한 놈이 튀어나왔다. 놈은 밖의 소란을 들었는지 무장을 챙겼다. 롱소드 한 자루 그리고 투척단검을 두 자루 왼손에 쥐었다.

“죽어라!”

흉한 소리를 내며 단검을 던지면서 달려들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매캐한 연기 때문이었다.

텅. 텅.

원형 방패가 능숙하게 던져진 단검을 막았다. 롱소드가 방패를 거세게 내려쳤다. 드낙의 방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드낙의 롱소드가 방패의 위쪽 끝을 살짝 스치면서 정확하게 강도의 목을 노렸다.

“허윽.”

강도가 상체를 뒤로 뺐고, 드낙은 능숙하게 오른발로 놈의 다리를 옆으로 팍하고 쳤다. 다리가 쩍 벌려지면서 그대로 균형이 무너졌다. 롱소드로 목을 겨누자 달빛에 선명하게 내려다보이는 얼굴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롱소드를 조금 힘을 줘서 옆으로 던진 강도가 웃었다.

“헤, 헤헤···”

“몸 돌려서 엎드려. 죽기 싫으면.”

“예예.”

남은 한 놈까지 묶은 드낙은 팔뚝까지 하나로 묶었다. 하루 전날 넝쿨이란 넝쿨은 모두 모아서 손에 불이 나도록 비비면서 만든 밧줄이 몽땅 사용됐다.

그다음에 이스핀과 도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도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 드낙과는 다르게 강도들은 모두 정신을 잃고 있었다. 뒷출구라서 그런지 확실히 강도가 많이 향했다.

6명의 강도가 얼굴이 새까맣게 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강도가 한꺼번에 몰리자 이스핀이 사각 방패로 그냥 입구를 막으며 버틴 것이다. 연기에 노출된 강도들은 하나씩 정신을 잃었고, 그제서야 한 명씩 끄집어내었다.

‘쯧.’

안쪽에 있던 강도 3명은 이미 죽어있었다. 나머지 3명은 후유증이 제법 심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여우몰이〉가 끝났다. 총 10명 중에 7명을 포획했다. 후유증이 있는 3명 중에 한 명은 어깨에 화살도 하나 박혀있었다.

연기가 사라지기 위해서 막아놓은 〈빈나무 굴뚝〉의 진흙을 때려서 아래로 보냈다.

그 사이에 그래도 살아남은 3명의 강도를 간호했다. 물을 마셔주고, 이마를 뒤로 조금 당겨서 기도를 크게 확보해주었다. 드낙은 타는 연기를 마신 이들을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줘야 하는지 몰랐다.

예방따위 밥에 말아서 뚝딱 해치우는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이었다. 예비군을 가서도 조교랑 농담 따먹기를 했지 화재에 노출된 사람에 대한 처치는 배우지 못했다. 말하더라도 폰질 하느라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알아서 살길 바래야지.’

연기가 빠지는 사이에 불을 지폈다. 이 인근에 있는 강도단은 여기 한 곳뿐이었다. 강도단끼리도 서로 간의 영토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불을 붙였다.

모닥불에 앉은 이스핀은 도렌에게 술을 건넸다. 자신이 기절한 강도를 당기고 있을 때,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은 강도가 달려들었는데 어깨에 정확하게 화살을 박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도렌은 괜히 광대뼈가 크게 튀어나왔다.

서로 술을 함께 마시며 화기를 돋아 숲언덕의 차가운 공기를 몸에서 밀어냈다.

“이제 돌아갑니까? 합치면 11명이 되지 않습니까.”

〈큰방패 이스핀〉의 말에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더 잡아서 한 번에 갈 겁니다. 내일은 하루 쉬면서 밧줄이나 만듭시다.”

“너무 모아서 가면 위험한 일이 생길까 봐 조금 두렵습니다.”

“물만 먹이면 죽지도 않으면서 힘이 풀릴 겁니다.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강도들은 한 곳에 모여져서 목만 한 겹으로 묶인 채 하나 되어 있었다. 드낙에게 얻어맞은 놈들은 곧바로 일어나서 눈알만 굴리면서 귀를 쫑긋 세워 〈추적 용병단〉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겁 없는 용병 놈들.’

강도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생각하며 탈출구를 생각했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손, 팔뚝 그리고 임시적으로 발이 묶여있었고 목도 한 겹으로 묶인 채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밧줄을 어찌나 많이 만들었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제법 분위기가 훈훈해 보이자 강도 하나가 외쳤다.

“용병 나으리! 팔에 피가 통하지 않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조금만 풀어주십시오.”

그 말에 드낙이 다가가서 팔을 확인했다. 손으로 잡아서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척 봐도 힘을 꽉 줘서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힘 빼.”

“아, 안 주고 있는데요.”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다. 같잖은 수를 쓰다니, 드낙이 얼마나 어리숙한 놈으로 보이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강도가 그제서야 힘을 뺐다.

새하얗게 질린 피부가 구릿빛으로 다시 변했다.

“잘 통하네. 힘 너무 주지 마. 다 보여.”

“예······”

휴식을 취한 뒤에 야간임에도 거침없이 되돌아갔다. 물론 강도들은 어깨에 하나씩 자신들이 모은 약탈물을 짊어져야 했다.

‘못해도 30명을 모아서 가야지.’

그래야 〈선임병사 불세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드낙은 지겨운 마음이 들었다. 강도들과의 싸움은 형편없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된 자신이 놀라웠다.

‘체육 시간에 벤치에서 수다나 떨던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사람, 참 변하기 어렵다고 말해지지만 변할 때면 다른 사람으로 된다는 말도 있었다. 드낙은 무엇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지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손에 잡힐 정도로 강렬한 기억은 없었다.

약간의 이질감이 그의 머리에 묻었지만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그날 밤, 드낙은 〈검은 꿈〉을 꾸었다. 〈검은 문〉은 하나도 없었고, 가만히 서있는 〈세파리아스 불파겐(Sepharias Bulpagen)〉과 중앙에 있는 잘린 오른팔만 있었다.

‘뭐지?’

선택해야 할 검은 문이 있을 때만 검은 꿈을 꾸었던 것과 대조되는 일이었다.

[무슨 일로 온 거냐?]

“나도 모른다.”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웃었다.

드낙은 바닥에 내려앉아있는 잘린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손가락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면 지금은 손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저것이 다 올라오면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이 드낙에게 생겼다.

“세파리아스 공.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비전이나 그런 것 좀 알려줄 수 있소?”

드낙이 농을 던졌다.

[싫다. 일에 진전이 있다면 생각해보지.]

“내가 하는 일이 보입니까?”

[감각의 공유? 너에게 내 남은 것을 줬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추 볼 수 있다.]

“아···”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이제부터 매일 검은 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선임병사 불세벤〉은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군막 밖으로 향했다. 병사 하나가 따라붙었다.

“됐다. 전쟁상인을 보러 가는 것뿐이다. 숫돌을 다 써서 말이지.”

“아, 예.”

〈전쟁상인 판파넬〉은 장사를 할 것도 없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왕국 야영지〉의 하루는 지겨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불세벤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선임병사가 아닙니까?”

“오랜만입니다.”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판파넬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일〉 이후로 딱 한 달 만입니다.”

“드낙 용병대장에게서 들었습니다. 제법 재미난 일을 계획하고 있으십니다.”

판파넬이 군막 안으로 그를 안내했다.

“자, 들어가서 한잔하면서 말해봅시다.”

〈선임병사 불세벤〉이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판파넬은 주위를 살피고 따라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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