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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1화 (71/1,239)

0071 <-- 강도들의 VIP -->

드낙은 〈수염 도렌〉과 〈큰방패 이스핀〉에게 적당히 휴식을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도박과 과음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간단한 놀이, 몇 푼 버리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적정선에서 물러서라는 둥 상냥하게 말하지 않았다.

“술을 하십니까?”

“예. 조금 합니다.”

테이블에 술과 안주를 가져오며 〈전쟁상인 판파넬〉이 앉았다. 그가 가져왔으니 드낙이 따를 차례였다. 술잔에 술이 차올랐고, 서로 한 모금을 마셨다.

저녁은 화기애애했고, 서로에 대한 배경을 아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제법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시간이었다.

‘뭘 원해서 날 부른 것일까.’

그저 친목을 위해서라면 저녁시간으로 끝내야 했지만, 〈전쟁상인 판파넬〉은 술을 원했다. 의도가 있다는 뜻이었다.

“전부터 그런 게 좀 있었습니다. 강도들 말입니다. 매번 죽임당하고, 약탈품은 이곳으로 흘러들어와서 장물이 되어서 팔리죠. 병사들에게 가거나 용병이나 뒷골목으로 흘러들어갑니다.”

“······”

"한데 이상한 점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어떤 점입니까?”

판파넬이 손을 테이블에 놓으며 상체를 바짝 당겼다. 매우 비밀스러운 것을 말하거나 중요한 것을 말하는 듯했다.

“전리품 중에서 유독 수량이 다른 것이 있습니다. 옷 종류는 30벌이나 되는데 롱소드나 대거는 합쳐봐야 13자루죠.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이 말입니다.”

드낙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강도들의 약탈품이 다른 곳으로 팔리고 있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한 것 아닙니까.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놈들이지 않습니까.”

약탈한다고 똑바르게 균일한 약탈품이 나올 리가 없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전쟁상인으로 돌아다니면서 본 것이 많습니다.”

떠돌이들, 의문스러운 무리, 보부상과 상단 그리고 목적성을 띤 다양한 순찰대와 용병단···기사.

“롱소드는 비싸죠. 하지만 밖을 향하는 이들은 적어도 대거는 챙깁니다. 단검과 대거는 체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제서야 드낙이 굳은 얼굴을 했다. 6명으로 이루어진 강도단을 털고 얻은 대거의 숫자는 고작 3자루였다. 돈이 적은 이들이 절대적 다수인데 롱소드보다 대거가 적게 나왔다. 그것은 통상적인 것이라 보기 힘들었다.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보통이라면 대거 20자루에 롱소드가 5자루~10자루 나와야 하는데 심각하게 차이가 났다. 롱소드 10자루에 대거 3자루를 가져온 것이다.

“관리가 어렵긴 해도 활도 하나 가지고 않은 것도 우습죠. 특히 화살도 없지 않았습니까.”

드낙은 또 다른 부분을 〈전쟁상인 판파넬〉이 꼬집자 더욱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강도의 장물을 받는 놈들이 화살을 비싸게 쳐준다는 뜻이군요···”

그 말이 드낙의 입에서 나오자 판파넬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살짝 쳤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다.

“그게 중요합니다. 활과 화살! 특히 화살은 보통 물건이 아닙니다.”

최소 5종류에서 최대 10가지의 부품이 필요한 화살은 지방마다 지역마다 국가마다 제각각이었다. 기계식 화살이 있는가 하면 고대에서 사장된 비효율적인 화살을 계속 쓰고 있는 곳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화살은 절대로 〈일회용 소비품〉이 아니었다. 쏘면 주워 쓰고, 갈라지면 바꿔썼다. 화살의 몸체에 균열이 있으면 부품만 쏙 빼고 새로 보수하기도 하거나 되팔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 화살을 톡톡히 쳐준다는 뜻은 위험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

“위험성이요. 보통 일이 아닌 것임을 깨닫지 않았습니까?”

드낙은 그 말에 맥이 탁 풀렸다.

“제가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전리품 대거 3자루보다 많은 롱소드. 단검 15자루와는 다르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숫자. 그리고 있어야 하는 활과 화살이 없는 강도단.

인위적이었다. 무엇보다 드낙은 또 다른 추론도 할 수 있었다.

‘놈들, 화폐를 숨겼구나.’

거래를 했다면 돈을 얻었을 것이다. 암염은 말해놓고 숨긴 돈의 위치는 말하지 않았다. 하여간 영악한 것들이었다. 풀려나면 앞으로 살아갈 것을 염려해서 하나같이 입을 다문 것이다.

그 속에서도 암염에 대한 정보를 토해내서 다른 놈들보다 생존율을 높이려고 한 강도까지 있었다.

교육 하나 받지 못해도 잔머리 하나는 비상했다. 또한··· 음험했다.

우월한 교육과 발전된 문화를 맛봤다고 까불었다가는 그대로 뒤통수 당할 것이다. 무법이 난무하고 위법이 바탕에 깔려있으며 기득권의 손에 단단히 쥐어진 금권까지 생각하면 더욱 경계하며 살아야 했다.

“그렇긴 합니다. 드낙 용병대장이 들어도 별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지휘관(指揮官) 게실리안 파이룬(Gesilian Faerun)〉님이 듣는다면 어떻습니까?”

“전쟁상인과 애송이 용병단의 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선임병사 불세벤〉을 아십니까?”

드낙이 숨을 크게 내쉬면서 말했다.

“예···그는 게실리안 지휘관님의 유일한 선임병사가 아닙니까?”

“불세벤에게 이 의혹을 진작에 말했습니다. 믿기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인 적은 없었습니다.”

드낙이 몸을 뺐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소극적이고 물러나는 모습에 판파넬의 표정이 찌푸러졌다.

“선임병사가 알아도 내뺐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이미 끝난 이야기였다. 그리고 드낙은 하나의 질문을 더 던졌다.

“왜 그런 것에 〈전쟁상인〉인 당신이 열성입니까? 이상하지 않습니까?”

판파넬이 눈두덩을 문질렀다. 드낙은 그를 노려보았다. 상인이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의혹을 파헤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제법 경험을 쌓아본 드낙에게 경계심을 크게 주고 있었다.

‘그는 게실리안 지휘관이 아니다. 주제넘은 짓을 하고 있어.’

그나마 영주와 연이 닿아있기에 목이 달아나지 않은 것이다.

“제 돈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파넬이 연거푸 술을 두 잔 마시고 진실을 이야기했다. 어지간히도 드낙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애송이 용병이지만 강도단 6명을 처리했다. 그중 2명이 죽은 것을 저녁식사 때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실적이 있다면 애송이 용병단이라고 농담으로나 말할 수 있었지 어엿한 용병단이었다. 특히나 하나도 죽지 않은 것이 신뢰도를 높였다. 보통은 어느 용병단이든 죽는 용병이 제법 보았기 때문이었다.

‘운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것을 증명할 시간은 충분해.’

“돈을 빼앗긴다고요?”

판파넬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

“강도들은 약탈을 자행하죠. 그리고 그 약탈품은 토벌되면서 자연히 저한테로 옵니다. 마진의 일부분은 영주님에게로 향하죠.”

드낙은 그제서야 〈전쟁상인 판파넬〉의 의도를 파악했다.

‘참나.’

강도들이 쥐고 있는 장물을 다른 놈이 낚아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꼬리를 잡고 싶어 하는 것이 단박에 이해되었다. 납득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판파넬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 그렇다면 저를 고용하는 겁니까?”

“하실 마음은 있습니까?”

“목이 날아가는 것은 사양합니다만, 노력은 해볼 생각은 있습니다.”

그 말에 판파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무런 영향력 없는 드낙이었다. 그는 그저 판파넬 자신의 의견에 대한 약간의 믿음을 받쳐주면 되었다.

“선수금을 먼저 드리죠. 일이 좋게 끝나면 더 드리겠습니다.”

“안 좋게 끝난다면···”

“그리 많은 돈은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좋습니다. 계획이 뭡니까?”

판파넬이 손을 비볐다.

“선임병사 불세벤에게 〈활과 화살〉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십시오. 전공을 세운 용병단의 말을 무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화살에 대한 것은 병사들이 더 잘 압니다. 경계심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 뒤로는 어찌합니까?”

“강도단을 하나만 더 잡으십시오. 이번에도 화살이 없거나 적은 수라면 불세벤이 스스로 게실리안 지휘관님에게 보고를 올릴 겁니다.”

그 말에 드낙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의 저희 용병단이 물꼬를 트는 것인데···”

“저는 그동안 모은 장부를 정보로써 타이밍 좋게 갖고 불세벤 선임병사에게 찾아갈 겁니다. 그다음에 보다 〈정치적인 내용〉을 말할 것입니다.”

드낙이 흥미를 가졌다.

“말해줄 수 있습니까?”

믿음의 문제가 담긴 질문이었다. 판파넬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꽤나 값이 나가는 것이라 여겼다.

“듣는다면 반드시 함구해야 합니다. 어디서든 듣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한 배를 탔는데 이번 일이 끝나도 어디 가서 입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

과장스러운 드낙의 말에 그가 말이 없자 드낙이 사과를 하고 나서 진지하게 답변을 하고 나서야 그에게 〈정치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삼거리 언덕〉의 〈왕국 야영지〉입니다. 전략적 요충지죠. 〈남부 왕국〉의 중요한 거점 중에 하나인 〈횃불 성채〉 그리고 〈남부 황금평야〉와 제국으로 향하는 〈제국도로〉가 한곳으로 모이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이곳에 임명되는 지휘관들은 대부분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야망을 가진 지휘관만 이곳으로 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세욕이 강한 귀족을 찾는다면 이곳에 임명된 적이 있는 귀족을 찾으면 될 정도로 확실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경력이 느는 곳이었다. 하지만 위험했으므로 아무나 오려고 하지 않았고 생활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열악했다.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피하는 곳이었다.

“화살을 몰래 모으는 의문의 상단 그리고 확실한 거래 품목이 적힌 저의 장부.”

“훌륭하군요.”

드낙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판파넬이 이렇게 일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근거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게실리안 파이룬에게 확신만 줄 수 있다면 그는 병사를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 조금 커지는데···’

드낙은 확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판파넬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뛰어났다. 〈추척 용병단〉이 할 일은 한 번 더 강도단을 잡으면 되었다.

“선수금입니다.”

판파넬이 제법 가벼워 보이는 가죽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드낙은 그 자리에서 금액을 확인했다. 은화가 10닢은 보였다.

‘이렇게 사건이 꼬리를 물고 또 물어도 되는 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돈복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소설의 주인공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건이 굴러들어오면서 자연히 돈줄도 끌려왔다. 하지만 이내 부족함을 느꼈다.

“귀족과 연관이 되는 일인데 고작 은화 10닢이라니.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일이 끝나고 더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쁘지 않게 주십시오. 저는 평범하게 살다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렴요.”

그것으로 술자리는 끝이 났다. 돌아온 드낙을 늦게까지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저녁을 그렇게 오랫동안 먹습니까?”

“소 한 마리라도 잡아먹었습니까?”

드낙이 웃었다.

“아주 큰 놈을 잡아먹었습니다.”

곧바로 앉아서 이야기를 풀었다.

〈활과 화살〉이 전리품에 없다는 것. 옷가지류와 단검의 숫자에 비해서 대거의 숫자가 매우 부족한 것. 롱소드에 비해 대거의 숫자가 적은 것.

판파넬의 제안과 의뢰. 딱 거기까지만 말했다.

자세한 내막은 말하지 않았다. 〈어리숙한 수염 도렌〉 때문이었다. 말실수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불세벤 선임병사와 만날 겁니다.”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이스핀이 히죽 웃었다. 큰 사건에 말려드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반면 도렌은 침을 꿀떡 삼켰다. 이야기만 들었는데 벌써 긴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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