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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70화 (70/1,239)

0070 <-- 삼거리 언덕길 -->

〈신병 로벤〉의 안내로 〈추적 용병단〉은 전쟁상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병사들을 호위로 쓰며 병참을 맡거나 전투 이후의 부산물을 판매하는 이들이었다. 영주가 국가라면 전쟁상인은 공기업이었다.

용병이 아니라 병사를 쓴다는 점에서 보다 호위에 돈을 쓰지 않았고, 상인이었으므로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하기에 영주의 손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영주의 가호를 받고 있었기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영주의 깃발은 어느 마을에서든지 볼 수 있었기에 누구든지 아는 것이었다.

상인답게 훈훈한 얼굴이었고, 병사들과 어울리다 보니 몸도 제법 단련된 모습을 하고 있는 전쟁상인은 제법 값이 나가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붉은색의 실크가 양팔에 화려하게 달려있었고 가슴팍에는 황금색의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척 봐도 공을 들인 옷이었다.

‘돈이 많나 보네.’

“동화 50닢 받으려고 온 용병단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늘로 단칼에 잘릴 소문이겠습니다. 판파넬이라고 합니다.”

눈웃음을 가득 지으면서 40대로 보이는 중년인이 악수를 드낙에게 건넸다.

“추적 용병단의 용병대장 드낙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친 사람이 없어 보이는군요.”

드낙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도렌을 보았다. 엉거주춤하고 있는 그가 사람 좋게 실실 웃었다.

“다친 분이 여기까지 짐수레를 끌었습니까?”

“화살 한 대 맞은 거라 움직일만합니다.”

이물질을 남김없이 빼내고, 술로 세균을 박멸했기에 금방 딱지가 생겨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드낙이 밤마다 붕대를 갈아주기 때문에 치료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위생만 잘 관리되어도 인간의 상처는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팍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물론 완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판파넬은 거침없이 약탈물을 꺼냈다. 그의 뒤에 있던 직원 두 명 또한 열심히 물건을 꺼냈다.

‘말을 하지 않는 걸보니 일을 배우는 입장인가?’

드낙은 판파넬이 손님과 대화하지 말라고 언질을 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롱소드가 10자루. 근데 활은 없고 단검이 15자루에···”

[롱소드 10

단검 15

대거 3

가죽갑옷류 8

옷종류 30

총 49]

“많기도 참 많습니다. 제법 큰 강도단은 아니었을 텐데···”

판파넬이 말끝을 흐렸다.

“6명 되는 소집단이었습니다. 안 잡히고 살았으니 그렇게 모인 것이겠죠.”

“음··· 그렇습니까.”

값은 하나씩 결정해나갔다. 드낙이 대놓고 말했다.

“롱소드 한 자루에 은화 1닢에서 2닢 나가니, 장물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동화 700닢은 받아야겠습니다. 마진으로 300닢 가져가는 것이니 결코 손해가 아닐 겁니다.”

“하하하.”

판파넬이 드낙의 합리적인 가격 제시에 웃음소리를 냈다. 그것은 스스로 꼬리를 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은 대체로 〈겁쟁이 같은 선택〉으로 보였다.

양보와 배려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쟁상인 판파넬〉이 강하게 나갔다.

“동화 400닢에 매입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횃불 성채〉에 가서 동화 500닢이나 600닢에 파십시오.”

이기적인 놈들답게 자신들이 피를 보며 가져온 것도 아닌데도 수익의 반절을 넘게 먹으려고 했다. 마치 플랫폼에서 3할, 출판사에서 3할을 가져가서 자기가 써도 5할도 못 먹는 어느 세상의 작가와 같았다.

“그러지요.”

롱소드 10자루를 드낙이 안아서 짐수레에 다시 넣었다. 가장 돈이 되는 물품을 가장 먼저 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초장에 발라먹을 탐욕 그 자체였지만 되려 약점이 되었다.

‘어. 이게 아닌데.’

“열 자루를 동화 100닢 더 받고 팔면 은화가 1닢인데··· 장사 참 못하시네. 다른 놈한테 600닢에 팔고 자루당 200닢 더 받고 말지.”

드낙은 그리 혼잣말하며 턱짓으로 단검 열다섯 자루를 가리켰다.

“단검은 얼마에 매입합니까?”

“예? 롱소드는···”

판파넬은 롱소드에 미련을 가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쭉했기에 더욱 공이 들어간 물품이었기에 약탈품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 독점이 일상인 이곳에서 롱소드는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었다.

마진이 가장 많이 남는 품목 중에 하나였다.

“아! 됐고, 단검은 얼마에 매입하십니까?”

“얼마를 생각하십니까?”

선제시를 제시하는 판파넬을 보며 드낙이 웃음 지었다. 이런 놈들은 호되게 당해봐야 했다. 온라인 게임을 제법하면서 선제시를 당해본 그는 놈들을 어떻게 조질지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대장장이 말룩산 그리고 횃불 성채를 거치면서 시세를 한두 번 파악한 드낙이었다.

‘단검은 동화 150~300닢.’

가격 편차가 큰 것은 단순히 상인들 마음이기 때문이다. 정신 나간 후려치기가 횡행하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담합을 해서라도 비싸게 팔아버린다.

“동화 300닢이요.”

“예?”

“동화 300닢, 매입 안 하면 또 넣겠습니다.”

드낙이 판파넬의 말조차 듣지 않고 짐수레에 단검을 쏟아 넣었다.

“이게 지금 무슨···”

판파넬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다음은 대거 3자루였다.

“대거는 얼마에 매입하십니까?”

“팔 생각은 있는 거요?”

“적당히 이윤을 남기시면 서로 좋고 좋을 텐데··· 안 그렇습니까?”

판파넬이 콧김을 길게 뿜으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

“롱소드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동화 600닢에 매입하겠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드낙은 거기에서 타협을 봐주었다. 이번이 첫 거래였고, 앞으로도 〈전쟁상인 판파넬〉과 거래를 해야 했다. 강도단을 잡으러 가고 돌아오고 다시 횃불 성채가서 파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렸다.

“좋습니다.”

“단검은 수요가 많습니다. 어디서든 쓸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물량이 많기도 합니다.”

판파넬은 구구절절 단검을 싸게 매입해야 하는 이유를 대었다. 드낙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솔직하게 갑시다. 단검을 얼마에 파십니까?”

“150닢에서 200닢 사이에 팝니다. 사려고 오는 사람마다 또 다르지만 대충 그렇습니다.”

멍청해 보이는 놈이 오면 300닢에 판다는 소리였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200닢에 판다고 치면 그중에서 적어도 반절은 제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갈아야 하고, 새것처럼 만들려면 비용이 듭니다.”

그 말을 드낙은 수용하지 않았다.

“딱 반반씩 나누는 것도 제가 큰 양보를 하는 것인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롱소드에서 100닢을 더 가져갔잖습니까. 이번에는 양보하시지요.”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90닢에.”

“70닢 하십시오. 그것도 대단히 많이 가져가는 겁니다.”

“아니 손잡이 가죽 한 번 바꾸면 짜투리 가죽 잘라서 묶는 게 전부잖습니까? 그게 30닢이라고요?”

"숫돌로 날을 세우고, 흠집이 난 것은 다시 때워야 합니다. 대장장이에게도 품삯이 갑니다.”

그럴듯했다.

“알겠습니다. 70닢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드낙이 큰 배려를 했다. 결국에는 이 시스템에서 드낙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앞의 강한 면모는 일종의 쇼나 다름없었다. 정말로 끝장을 본다면 손해는 드낙이 봤다.

대거는 딱 반절인 150닢을 받았다. 3자루뿐이라서 그나마 판파넬의 욕심이 집요하지 않았다.

가죽 갑옷에서는 또 설전이 터졌다.

“양질입니다. 양질.”

“양질은 무슨,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대체. 여기 안 보입니까?”

“이게 무슨 큰 흠집이라고. 살짝 긁힌 건데.”

“염료를 바르고 다시 사포질을 해야 합니다.”

드낙과 판파넬이 이야기하는 것을 〈수염 도렌〉은 하품을 하며 지켜보았다.

‘그냥 팔면 되는걸, 왜 저러지.’

도렌은 드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팔아도 엄청난 돈이었다. 그리고 계속 〈전쟁상인 판파넬〉에게 전리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자신들의 상황이었다. 저러다가 판파넬이 정말로 강하게 나오면 큰 곤욕을 치를 것은 자신들이었다.

‘뭘 믿고 저러는 건지.’

‘아.’

그러다가 도렌이 엉덩이를 꼼질거렸다. 딱지가 내려앉은 엉덩이는 때때로 간지러웠고, 긁고 싶었지만 드낙이 그럼 흉터가 빨리 낫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간 채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이스핀은 그런 어리숙하고 멍청한 도렌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저런 놈이 자신의 동료라니 기도 안 찼다. 만약 뒷골목에서 봤다면 벌거벗길 놈이었다.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서 흥정하는 것을 보았다.

아주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상인과 저렇게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해.’

배울 것도 많았다. 그저 드낙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었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이스핀이었다. 뒷골목에서 굴렀기에 바닥을 찍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그였다. 어린 나이지만 눈칫밥을 먹고 살아온 그였다.

무엇이 소중하고, 귀한지 정도는 판단이 가능했다.

“시세를 잘 알고 계시지만 파는 것은 또 다릅니다. 언제 팔 줄 알고요? 보관비도 쳐야지요. 말 그대로 하나하나 다 해봅시다!”

“좋습니다. 보관비? 장마철도 지나갔는데 보관비가 동화 100닢입니까?”

“습기가 언제 장마철에만 그리 가득합니까? 여기는 숲언덕이 많고, 높고 낮은 언덕도 많아서 안개도 자주 핍니다. 그때가 되면, 어휴! 말도 마십시오. 새벽부터 온 짓을 다합니다. 가죽에 기름만 칠해도 값이 얼마입니까? 폐기름을 써도 감당이 불감당입니다.”

판파넬은 하나를 지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죽 갑옷 8벌은 롱소드 10자루 다음으로 격전지였다. 결국 패배한 것은 드낙이었다. 어찌나 그리 변명을 잘하는지··· 혀를 내둘렀다.

입이 한 번 뚫리니 신내림 받은 무당처럼 날뛰었다. 롱소드에서 드낙에게 맞은 뺨을 가죽 갑옷에서 풀었다.

“좋습니다. 동화 200닢에 하겠습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나머지 옷가지류 30벌이 남았다.

‘잘 걸렸다.’

여기에 대해서 판파넬은 악의를 품었다. 드낙이 이번에도 치고받으려 한다면 그냥 안 사는 것이었다.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고, 파는 것도 귀찮은 품목이지.’

질 좋은 부츠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지만 드낙이 괘씸한 판파넬이었다.

“한 벌에 10닢으로 떨이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형편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판파넬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예. 그렇게 하지요.”

드낙이 눈웃음 지었다.

옷가지류는 그가 시세도 몰랐고, 애초에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잘 팔릴지 안 팔릴지는 신이 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더기 입고도 잘 만 다니는 놈도 제법 봤기 때문이다. 결국 보관비가 제법 들어가는 것이고 장물로 한 번에 확 파는 것은 어려웠다.

옷가지류에 대해서는 판파넬이 무엇을 제시하든지 드낙은 수용해야 했다. 판파넬이 사지 않을 리스크가 매우 컸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드낙이 생각해도 판파넬이 생각해도 옷은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었다.

생필품이기도는 해도 값이 적었기에 횃불 성채에 가서 팔기도 뭣했다. 손에 쥐어지는 것이 적었다.

“아···예···”

〈전쟁상인 판파넬〉이 드낙의 거침없는 수긍에 괜히 턱을 긁으며 대답했다.

양피지로 계산을 마친 판파넬이 말했다.

“딱 8천이군요.”

드낙이 쌍심지를 올렸다.

“동화 9천 400닢입니다.”

“아! 계산을 잘못했나봅니다. 하..하하.”

‘이 개새끼가?’

드낙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판파넬이 땀을 뻘뻘 흘렸다.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파리아스 불파겐(Sepharias Bulpagen)〉의 〈찌꺼기〉를 받아들인 드낙의 기세는 대단했다.

“죄, 죄송합니다.”

결국 크게 사과를 해야 했다. 두툼한 동화가 드낙에게 향했지만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은화로 주십시오.”

“그럼 또 값이 달라집니다.”

두 사람의 눈에 또 불똥이 튀었다. 도렌은 아예 짐수레에 앉았다. 이번에는 동화와 은화의 시세 차이에 대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미치고 팔짝 뛰겠군. 언제 돌아가나.’

상황은 드낙에게 좋았다. 판파넬이 산수로 수작질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은화 9닢을 받을 수 있었다. 동화로 400닢을 받아챙겼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마지막은 훈훈하게 서로 끝냈다. 결국에는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었고, 어찌 되었든 판파넬은 마진을 남겨 먹기 때문이다. 흥정은 드낙이 얼마나 많은 돈을 받는지를 결정할 뿐이지 〈판파넬의 손해〉는 일절 없었다.

그게 바로 이 세상의 상인이었다.

드낙이 마지막에는 좋게 넘어가는 것에 죽을 잘 맞추자 판파넬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몸을 돌리는 그에게 판파넬이 말했다.

“드낙 용병대장, 저녁이라도 함께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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