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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8화 (6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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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신중하게 과정을 생각하고, 그다음에 단번에 실행에 옮겼다. 가장 먼저 마비, 지혈의 효과가 있는 복합적인 가루를 말려서 가루를 낸 희거나 검은 가루가 섞인 것을 듬뿍 상처 부위에 발랐다.

물론 엉덩이 주위의 옷을 단검으로 잘라냈다.

“하으윽.”

후벼파는 드낙의 거친 치료 행위에 도렌이 온 힘을 주었다.

“힘 빼세요. 안 그러면 치료 가루가 안까지 안 들어가서 더 후벼파야 합니다.”

“후욱. 후욱. 예. 후욱.”

충분히 가루약을 바른 뒤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한 번 열로 소독하고, 끓인 물로 식힌 단검으로 엉덩이에 박힌 화살의 상처 부위를 열었다. 이유는 화살촉 때문이었다. 촉의 조각이라도 남겨지면 죽음 밖에 없었다.

강도들이 제대로 된 제련으로 화살촉을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살을 찢어서 손쉽게 꺼낸 화살촉의 끝부분이 조금 부서져 있었다.

‘쩝.’

그것을 꺼내야 했다. 신속하게 물로 피를 세척하고 모닥불의 빛에 의존한 채 봤지만 볼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여서 철의 감촉을 느끼려고 애를 썼다. 느껴지자마자 투척 단검과 손가락으로 잡아서 빼냈다.

마비효과가 일어났는지 도렌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피가 철철 나왔기 때문에 다시 가루약으로 피를 막았다. 그다음에 약초를 듬뿍 발라서 겉에만 바르고 가죽 주머니에서 실과 바늘을 꺼냈다.

술로 소독하면서 상처 부위에도 술을 부었다. 그리고 상처를 봉합하고 다시 약초 다진 것을 바른 뒤에 붕대를 감았다. 상처가 맞닿는 부분에는 당연히 술을 조금 묻혔다.

“됐습니다. 엉덩이에 맞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드낙은 흥건하게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애써 무덤덤하게 말했다. 도렌의 엉덩이 주위로는 피가 제법 많았다. 건강하니 금방 몸에 부족한 피가 차오를 것이다. 거칠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였다.

피가 빠져나가서 오한이 들었는지 〈수염 도렌〉은 모닥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입술을 떨며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차 감염으로 죽게 할 수는 없었다.

툴툴거리지 않는 도렌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드낙은 부러진 화살촉과 떨어져 나간 철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계속 엉덩이에 있으면 살이 썩어들어 갔을 겁니다. 그래서 엉덩이를 후벼판 것입니다.”

도렌은 말할 힘도 안 나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불을 쬐었다.

치료를 끝낸 드낙은 포승 된 강도들을 끌고 오는데 힘을 보탰다.

6명의 강도 중에서 2명이 죽고 4명이 포획당했다. 드낙에게 화살 세 대를 맞고, 발등이 찍힌 강도는 희망이 없어서 죽였다. 〈칼밥으로 출세〉한다는 것을 결심한 뒤로 드낙은 사람 죽이는 것에 대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기에 거침없었다.

검으로 출세한다면서 사람 죽이는 일에 대해서 갈등한다면 〈검은 산골 마을〉로 돌아가서 농사 지으며 본가인 목장에 건초를 대주며 입에 풀칠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정신 잃은 강도의 상처를 돌봐주었다. 제법 세심했다. 드낙에게 원형 방패로 머리를 맞은 놈이 세 놈이었는데 혹이나거나 머리에 상처가 있었다. 술을 소량을 써서 세심하게 손가락으로 상처를 헤집어서 소독하고 약초 다진 것을 발랐다.

그 사이에 이스핀은 요리를 시작했고, 베드리는 장작을 더 주워왔다. 강도들의 치료가 끝나자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드낙은 칭찬부터 했다. 확실히 6명과 싸우는 것에 있어서 드낙은 안전을 도모하면서 적을 타격할 수 있었다. 이스핀이 한 놈을 잡았고, 드낙이 다섯 놈을 처리했지만 〈추적 용병단〉의 어그로가 없었다면 드낙도 상처 하나 정도는 입었을 것이다.

‘이거지.’

아무리 잡병(雜兵)이라도 징용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전투는 결코 베테랑 전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병이 있고, 징용된 시민이 있다.

〈애송이 용병〉들은 드낙이 효과적으로 상처 없이 그리고 빠르게 적을 타격하는데 가장 큰 일등공신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3명의 뒤통수를 후려칠 때의 그 빠른 제압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했다.

“좋은 싸움이었습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앞으로도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을 겁니다.”

강도와 도적 그리고 산적 상대로는 이 정도면 잘하는 것이었다. 죽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이들은 방패나 다름없었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애송이 용병들은 아닌 것 같았다.

“고작 한 놈한테 병신처럼 맞기만 했는데, 뭐가 잘한 겁니까?”

모닥불의 주홍빛 때문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스핀은 수치심을 느꼈다. 그것은 지난 자신에 대한 경멸이기도 했고, 혐오감이기도 했다.

‘드낙 대장은 고작 열다섯이다.’

그런데 5명을 잡았다. 이스핀은 고작 한 명을 잡았을 뿐이다. 그것도 드낙의 조언이 없었다면 어찌 될지 몰랐다. 어둠 속에서 방패를 두드리고 가죽 부츠를 스쳐 지나가는 투척물의 매서움은 공포 그 이상이었다.

뒷골목에서 터득한 깡과 악이 아니었다면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어둠 속에서, 이런 숲에서 그것도 기습을 당했는데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아닙니까?”

그 말에 도렌이 움찔했다. 화살에 엉덩이를 맞고 도망쳤던 도렌이었다. 드낙의 공격력이 워낙 강해서 강도들을 빠르게 처리해서 망정이지 전투가 조금만 길어졌어도 애송이 용병들은 무너졌을 것이다.

드낙은 도렌이 들썩이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부상을 입었으면 빠져야죠. 그것은 도망이 아닙니다. 후퇴죠. 만약 도렌이 엉덩이에 화살을 맞고 도망치지 않고 잡혔다면 상황은 더 어지럽게 변했을 겁니다.”

드낙은 그들을 다독였다. 그 사이에도 베드리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석궁 한 발 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스핀은 그것을 말할 기회를 기다렸다.

“오늘 느꼈던 것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곱씹으세요. 자신이 어떻게 하면 일이 더 잘 풀렸고, 어떻게 하면 부상이나 상처를 당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세요. 저도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붉은털의 곰〉에 대한 토벌이 언제 시작될지 몰랐다. 그 사이에 〈추적 용병단〉은 제법 이름을 높여야 했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드낙이 용병단을 칭찬하는 것을 마무리했을 때, 이스핀이 말했다. 베드리의 한 쪽 눈썹이 떨렸다.

“예. 말하세요.”

“아까 싸울 때, 베드리는 제 앞에 있었는데 석궁 하나를 쏘지 않고 나무 밑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놈을 용병단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스핀은 도렌을 보며 말했다.

“도렌은 부상을 입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도 베드리는 아닙니다.”

그때를 생각한 이스핀의 언성이 높아졌다. 드낙은 베드리를 보며 말했다.

“저 말이 사실입니까?”

“···그것은···”

어리숙한 베드리는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대답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드낙에게 이스핀의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렌, 어떻게 생각합니까?”

화살이 도렌으로 향하자 〈수염 도렌〉은 엉덩이에 감겨진 붕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저는 뭐···베드리가 잘못했지만 사실 저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드낙은 그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베드리나 도렌이나 이번 전투에서 한 것이 없었다. 게임이라면 도렌은 딜이라도 맞아서 탱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현실이었다.

누가 상처를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석궁 한 번 쏴보지 못한 것은 심하다.’

타닥.

모닥불에서 불똥이 튀었다. 시간은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은 채 흘러갔다. 드낙의 고민은 강할 수밖에 없었다.

〈애송이 용병〉들의 수준 때문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가르친 놈이 아무리 그래도 나았다. 만약 베드리를 내친다면 활이나 석궁을 제법 쓰는 애송이 용병을 또 하나 받아들여야 했다.

‘교육에 있어서는 이스핀이나 도렌을 시키면 된다.’

제법 기가 센 이스핀과 어리숙해도 겁쟁이는 아닌 도렌을 번갈아가며 후임을 양성하는 것은 제법 괜찮은 방법이었다.

한 마디로 석궁 한 번 못 쏜 베드리나 엄폐를 잘못한 도렌이나 드낙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였다. 아직 제대로 판단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할 분이다. 그럼에도 고민하는 이유는 베드리의 성향이 듬뿍 들어간 일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쏘는 석궁을 가진 놈이 이스핀보다 앞에 있었다.

‘야망 혹은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이지.’

문제는 그 야망은 전투가 시작되고 쪼그라들었다는 것이었다. 꿈은 큰데 역량이 좁다. 반대로 도렌은 착실하게 우회했다. 엄폐가 허술해서 돌에 머리를 맞고, 흘린 피 때문에 왼쪽 시야가 가려져서 추가적으로 실수가 나왔을 뿐이었다.

“음···”

소리를 내며 드낙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자리 잡았다. 베드리는 용병단에서 방출시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해도 드낙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방출시키는 것에 있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방출한다면, 인원이 하나 줄어든다. 그렇다면 위험부담은 커지겠지.’

그렇다고 이번 일이 끝나고 방출한다? 베드리가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문제에 대해서 그냥 기다려달라고 말한다면 〈큰방패 이스핀〉은 드낙에게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누가 생각해도 명확한 것이라 여길 수 있는 문제였다.

“베드리, 당신은 도렌과는 사뭇 다른 상황입니다.”

“대장.”

베드리가 호소했다. 하지만 드낙은 멈추지 않고 말했다. 확실하게 맺고 끊음을 하는 것은 드낙도 거북한 마음을 느꼈다. 만남과 헤어짐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베드리와는 제법 잔정이 쌓여있었다.

“이스핀의 앞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스핀의 앞으로 크게 근접한 놈에게 석궁을 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죠.”

“이스핀이 맞으면 어떡합니까?”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사람을 뚫고 방패까지 뚫는 석궁 볼트? 있다면 금화를 주고 사야 하는 아티팩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강도가 접근하기 전에 쏴야죠. 각도는 충분히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드낙은 빼도 박도 못하는 이유를 말했다.

“이스핀보다 왜 먼저 갔습니까? 〈기습전〉을 연습할 때 분명 그의 뒤나 옆에 서라고 했을 텐데요.”

“그것은···”

드낙은 〈수염 도렌〉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는 오른 편에 있었습니다.”

“저도 봤습니다.”

드낙은 다시 베드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약속했던 위치조차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이스핀은 원했던 백업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숨어서 도렌은 더욱 많은 적의 표적이 되었었죠.”

그것으로 끝이었다. 드낙은 〈피가득 술집〉에 오늘 얻은 강도 4명에 대한 포상금 동화 40닢 그리고 일주일 동안 양피지에 기록된 동화 350닢. 총 390닢에서 그 몫을 떼서 맡기겠다고 말했다.

베드리가 받을 몫은 동화 97닢이었다.

“〈왕국 야영지〉로 돌아가면 그대로 횃불 성채로 가십시오. 올 때 무엇 하나 만나지 못했으니 안전하게 혼자서도 갈 수 있을 겁니다.”

베드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 싱숭생숭한 채로 아침을 맞이했다. 강도들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드낙은 아침부터 그들을 심문했다.

“너희들은 모두 〈왕국 야영지〉로 끌려갈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광산이나 국농지(國農地)에서 몇 년이고 일을 하게 되겠지. 물론, 그것을 피할 방법이 있다.”

“너희들을 바쳐봤자 두당(頭撞) 동화 10닢밖에 안 줘. 수급은 돈조차 안 쥐여준다. 어디 마을이나 떠돌이를 죽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너희들이 우리에게 보너스를 준다면 풀어주겠다.”

“정말입니까?”

“믿고 안 믿고는 너희들 마음이다. 우리는 어차피 떠돌아다니는 용병단이다. 너희와 접점이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드낙이 어깨를 으쓱했다. 강도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누구 하나 말을 못하는 것을 보니 강도단을 이끌던 대장이 드낙에게 죽은 듯했다.

“빨리 결정해! 대장님은 결코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신다!”

이스핀이 타이밍 좋게 소리를 크게 질렀다.

“말, 말하겠습니다!”

한 놈의 입이 뚫리자 다른 놈도 말하겠다고 소리쳤다. 드낙이 고개를 호쾌하게 끄덕이며 강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물론 놈들을 풀어줄 생각 따위 요만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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