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66화 (66/1,239)

0066 <-- 삼거리 언덕길 -->

아침 일찍 산을 타고 숲을 타는 이유는 간단했다. 실력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드낙의 없던 기대감은 더욱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은신과 엄폐를 전혀 모르는 것은 공통된 속성이나 다름없었다.

숲에서 가져야 할 시야에 대한 것도 고려되지 않은 움직임이었고 함께 기습할 수 없는 상황이기까지 했다.

‘처참하군.’

드낙이 날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가져야 하는 것이 걸음마 수준이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준이 제법 높은 수준임을 생각해야 했다.

“거기 가만히 서 계세요.”

드낙은 베드리에게 말하며 다른 이들에게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적이 위에 있다고 생각했을 때, 베드리를 보세요. 어떻습니까?”

“어떻다니. 뭐가 말입니까?”

드낙이 눈을 찌푸렸다.

“다 보이지 않습니까. 전신이 보인다면 당연히 더 잘 보이겠죠?”

그제서야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극한적으로 적은 사회였다. 시야, 각도의 중요성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오고 가면서 온갖 설명을 해주었다.

시야에 대한 것.

그 부분에 대한 숙달이 필요해야 일 인분을 할 수 있었다. 상대를 죽일 순 없더라도 자신이 죽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일 인분을 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드낙이 할 수 있었다. 견제만으로도 능히 〈애송이 용병〉들은 충분한 몫을 했다고 여길 정도였다.

“질문이 있습니다.”

이젠 드낙을 스승님처럼 여기기까지 했다. 질문을 하는데도 묻기까지 했다.

“뭡니까.”

〈큰방패 이스핀〉의 질문을 허락해주었다.

“움직이다 보면 어차피 보일 텐데 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드낙이 양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보세요. 산을 내려가서 여기까지 그냥 올라와보세요. 나머지 두 분은 옆을 보면서 곁눈질로 이스핀을 보십시오. 눈을 돌려서도 안 되고, 몸과 고개는 옆을 계속 향해야 합니다.”

이상한 짓이었지만 그대로 따라 했다. 정말 내려가야 하냐는 질문조차 없이 이스핀이 냉큼 내려갔다. 가르침을 받는 기분은 색다르고 좋았다. 특히나 드낙은 제법 상냥한 구석이 있었다. 보통은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알아서 어깨너머로 배우라고 말하지도 않고 자기 일만 하고 퇴근하기 일쑤다. 그에 비하면 드낙은 확실한 〈목표〉를 보여주었다. 자신을 따르면 이것을 알 수 있다고 표시해주는 것이다.

〈큰방패 이스핀〉이 올라오고 나서 말했다.

“곁눈질로도 충분히 볼 수 있었죠?”

“예.”

“적은 우리가 오는 것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면적만 보여줘야 합니다. 움직이면 당연히 보이죠. 어떻게 완전히 모습을 가리고 가겠습니까? 하지만 충분히 가리고 간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쳐다보는 것은 들켰을 때뿐이니까요.”

이번에는 드낙이 내려갔다. 고개를 돌린 이들에게 반엄폐를 하면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모습을 가리고, 나무의 그늘로 이동해서 색채를 어둡게 만들었다.

“어떻습니까?”

“오는 방향을 알고 있었는데도, 놓칠 때가 많았습니다.”

호평이 이어졌다. 드낙은 반엄폐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냥 이렇게 좀 들어간 곳에 하체만 숨겨도 됩니다. 나무 그늘도 좋은 방법이죠.”

“수풀은요?”

“수풀을 크게 건드리지 않고 앞으로 갈 수 있다면 자신의 앞이나 옆에 두는 것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드낙은 수풀 안에 들어가는 것은 이동에 있어서 큰 위험이라고 말해주었다. 〈추적 용병단〉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적어도 〈붉은털의 곰〉을 추적하며 어쭙잖은 야수에게는 죽지 않아야 했다.

〈숲과 산에서의 시야와 움직임〉 다음은 전투에 있어서 은폐와 엄폐의 차이점이었다. 물론 바로 할 수는 없었다. 〈숲과 산에서의 시야와 움직임〉에 대한 숙달이 필요했다. 첫째 날은 산적 구경도 못했다.

드낙은 수련과 휴식의 로테이션을 짜주고, 점심을 함께 먹은 다음에는 수련을 맡기고 산적을 찾으러 나섰다.

‘여기는 나도 모르는 숲과 산이 있다.’

언덕 때문에 숲이라기에는 산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며, 산이라기에는 높이가 적어서 숲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말 그대로 단어 선택에 있어서 혼용이 심한 곳이 〈삼거리 언덕〉이었다.

통일되어서 딱! 하고 부르지 않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했다. 언덕에 뒤덮인 수풀과 나무는 인간에게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병사들은 결코 그들을 못 잡겠는걸.’

흉갑을 입은 중보병은 절대로 이 지형에서 적을 잡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갑옷을 입기에는 이곳의 주인은 산적과 도적들이었다. 물론 〈왕국 야영지〉의 근처에서 배짱 장사를 하는 놈은 없었다.

‘〈큰방패 이스핀〉이 고역을 치르겠군. 그의 장비를 좀 더 가볍게 해야 하나?’

덩치가 컸기에 방패를 버린다면 좋은 표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소모되는 체력은 클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조금씩 이곳의 언덕 지형에 대한 정보를 습득해나갔다.

인근을 수색한다는 명목으로 밖으로 향했기에 〈왕국 야영지〉에서는 〈추적 용병단〉이 제법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2일차〉에는 〈전투에서의 은, 엄폐〉에 대한 개념과 숙달이 이루어졌다.

〈3일차〉에는 〈숲 언덕에서의 기습〉을 배웠다.

4일차부터는 밖에서 비박을 하며 숲언덕에서 살다시피 했다. 드낙과 까마귀 카이야, 갈색늑대 도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주일 동안의 단기 교육의 효과는 그럴듯하게 자신의 목숨은 챙길 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머리가 비어도 몸을 움직이니 성과가 나왔다. 무엇보다도 드낙의 자세한 〈이유〉를 들은 세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작전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드낙은 초저녁에 밖을 돌아다녔다. 겁 없는 산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성과는 없었다. 모두 자기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내일에는 제법 멀리 나갈 겁니다.”

“드디어 시작입니까?”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구색이 나왔다. 드낙은 일주일 동안 〈제한된 상황에 대한 연습〉을 시켰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돈을 벌기를 원했고, 술집에서 제법 이야기할 것이 필요했다.

자신의 가족에게 뭔가라도 사서 직업을 가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첫 의뢰는 무조건적으로 산적과 도적들을 포획해야 했다. 그게 드낙을 제외한 세 사람의 목표였다. 드낙? 그는 무조건 적으로 세 명을 이용해서 그럴듯한 용병단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것을 원했다.

목표가 서로 달랐다.

화덕이 피워진 군막에서 드낙은 흙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다.

“작전은 지금까지 준비한 대로 상대를 먼저 발견해서 처리하는 겁니다. 간단한 일을 우리는 며칠이나 연습을 했습니다. 결코 다른 행동은 용납하지 못합니다. 만약 다른 일이 생긴다면 몸을 빼야 합니다.”

세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언급을 해야 했다.

“목숨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산적 놈들은 생계가 달려있어서 또다시 보일 겁니다.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아닙니까?”

드낙이 대답을 요구하며 고개를 들자 〈애송이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그렇고말고요.”

살아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이러한 생존 방침은 드낙을 신중한 리더로 보이게 만들었다.

‘죽어도 〈붉은곰 추적〉에서 죽어라.’

“산적은 높은 언덕에 자리를 잡거나 일부러 나무를 베어서 그 옆에 자리를 잡을 겁니다. 제가 사전에 산적을 발견한다면 하나씩 혹은 세 명씩 끊어쳐서 포획할 생각입니다. 그건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달라질 겁니다.”

드낙의 간파가 중요했다. 그다음에는 숫자를 보고 행동할 생각이었다.

“산적을 살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살 놈은 어차피 살고, 죽을 놈은 죽는다고 생각하세요.”

기본적인 정신무장을 도와주기도 했다. 다음 날, 병사들이 아침을 준비할 때 〈추적 용병단〉은 밖에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제법 짐이 있었고, 늙은 당나귀는 데리고 있지 않았다.

“멀리 가나 보군.”

“예. 주변에 좀 익숙해졌으니 이제 제법 멀리 가볼 생각입니다.”

“조심하라고, 애송이들.”

병사가 농담을 걸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곳저곳 많은 병사와 이야기하라고 시킨 명령은 자연히 〈추적 용병단〉이 어떤 용병단인지 퍼지게 만들었다. 드낙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는 애송이라는 말이 그냥 자신을 따라다니는 꼬리처럼 여겼다.

물론 드낙은 〈애송이 시절〉을 보내지 않았기에 쉽게 넘길 수 있었지만 다른 세 명은 모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제법 친한 병사라면 욕도 아낌없이 했을 것이다.

그들은 곧바로 숲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길을 가지 않았는데, 드낙의 생각이었다.

‘체력을 더 높여줘야지.’

험지에서는 자신의 반도 못 따라오는 이들이었다.

“헉. 헉.”

“호흡 조절하시고.”

또한 드낙은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무대로도 사용했다. 용병단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험지에서의 지구력 싸움이 가장 즉효성이 뛰어났다.

“주, 죽겠습니다.”

제법 큰 사각 방패를 쥔 이스핀은 혁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장비를 포기한 채 방패, 외날도 그리고 식료품만 챙겼음에도 땀을 뻘뻘 흘렸다.

2시간을 빡세게 이동했다. 드낙이 앞장섰고, 드낙의 앞으로 100보에는 갈색 늑대 도노가 있었다. 또한 드낙의 가죽 배낭에 까마귀 카이야가 덜렁거림에도 약 먹고 기절한 것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 이틀을 그렇게 이동했다. 2시간 가고, 2시간 쉬고 앞으로 나아갔다.

〈추적 용병단〉은 가장 난이도가 적은 〈남부 황금 평야〉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이 아니라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며 이동했기에 가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가면서 새가 보이면 활로 쏴서 잡아 저녁에 먹었다.

3일째가 되어서 드낙은 멈추었다. 충분히 왔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은신처를 만들겠습니다.”

근처에 물이 있었기에 은신처에 공을 들여야 했다. 들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나무의 밑부분을 파내는 것이었다. 여기에 거의 반나절을 썼다. 세 사람이 모두 들어가서 잘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땅이 좀 무르네. 나무 밑에 자리를 만들기 잘했다.’

뿌리가 받쳐주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따로 흙을 굽거나 밖에 은신처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시작이 좋았다.

“으흐흐!”

물이 있는 곳에서 온몸을 적시고 땀을 씻어냈다. 저녁에는 불빛은 빠져나오지 않고, 연기만 하늘로 향했다. 멀리서는 보이겠지만 다른 강도 그룹으로 오인할 것이다. 강도에게 강도짓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불 피우는 것에 당당했다.

하지만 드낙은 불청객을 맞이해야 했다.

“까악! 까악!”

까마귀 카이야가 울음소리를 두 번내고 날아올라 모습을 숨겼다. 도노가 으르렁거렸다. 서둘러 드낙이 원형 방패를 앞세우며 밖으로 나왔다. 다른 이들도 너도나도 굴에서 튀어나왔다.

‘공격이 없다? 우리가 어딨는지 정확히 모르는군.’

연기를 쫓아서 인근까지 온 것이다. 멀리서 확인할 수 있었던 연기는 이곳 언덕에 오면서 나무에 가려졌을 터였다.

누군가가 나무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자 드낙이 뒤를 보며 말했다.

“흩어지지 말고, 저쪽 방향으로 크게 돌아서 움직이세요. 밤하늘이 제법 밝습니다. 달빛이 내려오는 곳에 발을 들이밀지 마십시오.”

드낙은 그들에게 우회를 명령했고, 자신은 나무에 오르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