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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3화 (63/1,239)

0063 <-- 첫 의뢰 -->

드낙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실전 테크닉을 가르쳐주었다. 비전? 어림도 없었다. 그저 〈손없는 센다빌〉의 실전 무기들의 운용법 몇 가지를 가르쳐준 것이 전부였다. 그것은 상황별 혹은 기본적인 테크닉이었다.

“아쉽게도 석궁은 내가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센다빌의 실전 무기술에도 없는 것이 석궁이었다. 기계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품이 있는 것이 석궁이었고, 생각보다 자주 부품을 바꿔줘야 한다. 골조(骨組)는 그대로 두더라도 자잘한 부품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마적이 쓰기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대신 대거를 제법 가르쳐주었다.

또한 〈수염 도렌〉과 〈큰방패 이스핀〉은 운이 좋았다. 드낙은 검과 방패를 애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다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몇 가지 가르쳐주고 숙달을 요구했다.

그 베풂만으로도 드낙은 〈드낙 용병단〉의 용병대장으로 우뚝 섰다. 강력한 영향력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평상시에 〈애송이 용병〉들이 드낙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이다.

당나귀가 짐수레를 끌고, 사람 한 명이 밀어서 그런지 하루하고도 반나절도 안 되어서 드낙 용병단은 〈봄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1~2일을 가면 〈세 개의 강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드낙 용병단은 〈붉은털의 곰〉을 잡아야 했다. 평범한 곰은 아니었다. 인간의 피를 뒤집어쓴 곰이었다. 덩치도 더 커지고, 흉포함도 커진다. 무엇보다도 〈붉은털의 곰〉은 함정이 통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을의 방비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인근에 횃불 성채가 있기 때문에 순찰대가 자주 방문하여서 목책도 없었고, 간단한 울타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제법 분위기가 있는 사내 두 명이 철통같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엄폐도 확실하군. 활을 다룰 줄 안다는 뜻이다.’

반대로 화살에 좀 맞아봤거나.

“용병단인가?”

“드낙 용병단입니다. 이번에 새로 만들었죠.”

정보는 곧 안정감을 주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드낙은 특히나 자신들이 신생 용병단임을 말해주었다. 단번에 자경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주변에는 곰이 자주 출몰하는데, 위험한 길을 선택했군. 〈신생 용병단〉.”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자경단이 드낙을 보며 물었다.

“사냥꾼인가?”

척 봐도 드낙의 나이가 어려 보였기에 두 명의 자경단 모두 반말이었다. 드낙은 굳이 그것을 걸고 넘어가지 않았다. 필요할 때 툭하고 쏘아붙이면 된다고 여겼다. 중요할 때 저 성급한 반말이 빛을 발휘할 것이다.

자신을 낮게 보는 것은 때때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현대인의 정치질은 생각보다 무서운 면이 컸다. 상대가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듯 하면서도 상대에게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칼로 그 부분을 도려내버리기 때문이다.

“네. 〈검은 산골 마을〉에서 〈깊은숲 사냥꾼〉으로 불렸습니다.”

“거창한 이름이군.”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따로 검문은 없었다.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소리가 전부였다. 〈횃불 성채〉의 존재를 단단히 믿고 있는 모습이었다. 드낙 용병단은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빈집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곳곳에 산재해있는 이 세상에서 마을에 빈집이 없다는 것은 웃긴 농담이나 다름없었다.

“반갑네. 봄녘 마을의 〈촌장 카레스〉라고 하네.”

제법 비싸 보이는 실크로 된 부드러운 옷은 청색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50대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체격이 다부졌다. 그는 물레방아가 인상적으로 큰 곳의 목재소를 운영하는 자였다.

일꾼이 두 명 보이는 것을 보니, 상당히 잘 먹고 잘 사는 듯했다.

‘저 정도로는 만족 못 하지.’

드낙은 〈검은꿈〉을 마주하고 나서 하루가 지날수록 욕망이 커지고 있었다. 금화를 몇 닢을 쓰든 여름에 에어컨 역할을 하는 마법 설비를 갖출 정도로 출세를 하고 싶었다.

“빈집은 마음껏 이용해도 좋네.”

“따로 돈은 안 받습니까? 제법 그런 마을이 있던데요.”

그 말에 카레스가 웃었다.

“하하하. 그런 마을에는 용병이 안 오기 시작하지. 그러다 보면 결국 상인들도 안 오게 돼. 용병단이 오고 가는 길목은 치안이 좋거든. 그런 마을은 대개 어느 순간 사라져 있지.”

제법 좋은 말이었지만 드낙은 이 주변에 마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 푼 받는다고 사라질 마을도 아니었다. 어떤 용병이라도 울타리 안에서 쉬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좋은 말씀입니다.”

“식량을 사고 싶다면 마을 중앙으로 가보게. 수다를 떠는 여자들이 있을 거야. 가격은 1명이 충분히 먹을 것이 동화 1닢이니 아주 싸지.”

드낙은 감사하다고 말하며 촌장이 지정해준 빈집으로 향했다. 상태는 제법 안 좋았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대충 손으로 먼지를 밖으로 밀어냅시다. 여기 거실만요. 잠을 자야 하는데 먼지가 입으로 들어가면 텁텁할 겁니다.”

드낙의 말에 모두가 움직였다. 〈수염 도렌〉은 우직하게 일했고, 〈석궁사수 베드리〉는 건성건성이었다. 〈큰방패 이스핀〉은 요령을 부려서 뭉그적거리면서도 도렌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빗자루 하나 없네.”

빌리기도 뭣했다. 거실에 있는 먼지만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4명이니 금방이었다. 모두 앉았는데 드낙이 〈수염 도렌〉을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있어도 돼요.”

도렌은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바로 벽에 등을 붙였다.

“여기서 〈붉은털의 곰〉에 대한 정보를 모을 겁니다. 놈이 얼마나 덩치가 큰지, 몇 놈을 죽였는지. 이런 거를 모아오시면 됩니다. 아직 시간이 이른 오후니까 충분할 겁니다.”

“밥은 어떻게 합니까?”

“저녁에 모여서 먹겠습니다. 이곳 마을에서는 싸게 식재료를 판다는군요. 동화 1닢이랍니다. 각자 오실 때 구매해서 오시면 됩니다.”

“1닢보다 비싸게 말하면요?”

“그냥 오세요. 우리가 식량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고 갔다. 드낙은 바로바로 말해주었다. 30분 정도 발을 주무르며 휴식을 취한 드낙 용병단은 밖으로 향했다. 드낙은 가장 먼저 식당을 찾았다. 제법 가구수가 많은 마을답게 하나는 꼭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친 술잔 술집〉

‘식당은 없고, 술집만 있네.’

드낙은 그곳에 들어갔다. 대답 하나 없었다. 테이블 한 곳에 남자가 여럿 모여서 도박을 하고 있었다. 카드가 보였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에게 다가갔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예. 드낙 용병단의 용병대장 드낙입니다.”

“이름 센스하고는. 내 이름은 클크다. 〈술대장 클크〉라고 불리고 있지.”

어려 보이는 드낙의 얼굴을 보며 술대장 클크가 이어서 말했다.

“용병대장하기에는 너무 어려 보이는데. 나이가?”

“열다섯입니다.”

드낙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는 17살도 거짓말로 칠 것이다. 볼에는 새하얀 솜털이 빠지지도 않았다.

“허···일찍도 시작하는군.”

드낙의 앞으로 과일주가 올려졌다. 어린애도 독한 술을 마시는 세상이었다. 담배를 살 정도로 돈이 있는 집안이라면 5살 때부터 담배를 물린다. 그나마 달콤한 맛이 있는 과일주를 내어준 것만으로도 〈술대장 클크〉의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은 독한 술을 내놓으며 장난칠 것이다.

“〈세 개의 강가〉에서 출몰하던 〈붉은털의 곰〉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그 말에 〈술대장 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지. 여기서 고작 하루 거리야. 걸음걸이에 따라서는 2일도 될 수 있지만, 생생하게 들려오지.”

“가죽털이 어느 정도로 붉었습니까?”

그 말에 클크가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감탄하기도 했다.

“열다섯인데 〈붉은털의 곰〉에 대해서 잘 아는군. 〈야수 사냥꾼〉의 밑에서 자랐나?”

“아니요. 퇴역 군인의 밑에서 단련 받았습니다. 이것저것 주워들은 게 있었죠.”

“그렇군.”

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드낙처럼 어린놈이 〈붉은털의 곰〉을 잡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 것이다.

“괜히 의뢰가 들어간 게 아니야. 용병대장 친구. 자네 용병단은 경험이 많나?”

“이번이 처음이죠. 하지만 못 잡을 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해가 생길 거야. 되돌아가는 건 어떤가? 다른 의뢰는 많아.”

“왜 그렇게 걱정하시는 겁니까?”

클크가 뒷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도박을 벌이는 이들에게로 눈동자만 쓱 하고 갔다가 다시 드낙으로 향했다. 그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

“의뢰비를 노리고 마을에서 사냥꾼이 제법 나갔지. 반이 돌아오지 못했어.”

그렇게 말한 다음에 드낙이 원하는 정보를 내어주었다.

“곰의 가죽털이 전부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고 하더군.”

“전부라니··· 그렇게 하려면 못해도 백 명은 잡아먹었을 텐데···”

〈붉은털의 곰〉은 본래는 평범한 곰이다. 하지만 인간을 먹으면서 점점 털이 피처럼 새빨갛게 변한다. 가을의 단풍잎보다도 더 새빨갛게 변하는데 아주 인공적인 색채를 지닌다. 하지만 전신의 털이 붉게 변하려면 인간을 백명이나 잡아먹어야 할 것이다.

“동화 500닢이 문제가 아니야. 이젠 주변 마을의 생존까지 위험해.”

“그전에는 전혀 몰랐습니까? 〈야수〉가 출몰한다는 것을요.”

“몰랐지. 〈횃불 성채〉로 향하는 사람들 중에 태반이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아는 사람들은 제법 뭉쳐서 다녀서 그간 안 당한 것이라고 하더군. 이번에 확인이 된 이유도 사람이 8명이나 뭉쳐서 가는데 습격당해서 놈이 확인된 거야.”

“그것도 대낮에 말이지.”

드낙이 침을 삼켰다. 〈검은 늑대〉는 어둠을 이용했지만 〈붉은털의 곰〉은 대낮에 8명을 습격했다.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포기해. 곧 있으면 〈메디오 영주〉께서 기사를 보내주시겠지. 그때 대대적으로 마을 장정들이 징병되어서 붉은털의 곰을 죽이겠지.”

“······”

드낙은 갈등하면서 과일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동화 1닢을 주고 나왔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붉은털의 곰〉을 대단하게 묘사했다. 집채만 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통나무도 한 방에 부순다고 말했다.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되나.’

황당했다. 저녁이 되어서 먹을 것을 동화 1닢에 한 손에 가득 가져온 드낙은 다른 용병단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심각했다.

‘쩝.’

“모두 들었을 겁니다.”

요리를 하면서 드낙이 입을 뗐다. 세 명의 용병단원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사건이 적은 마을이다. 모든 털색이 붉은색인 곰의 등장은 큰 이슈거리였고, 누구에게나 이야기하며 더욱 큰 사건으로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기사Knight〉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사 이야기로 아주 뜨겁던데요.”

〈수염 도렌〉이 말했다.

“백 명을 잡아먹었다고 하더군요. 기사가 아니고서는 못 잡는 야수입니다.”

〈석궁사수 베드리〉가 몸을 떨었다.

〈큰방패 이스핀〉은 별로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돌아가는 게 정답입니다. 목숨은 한 개뿐이기 때문이죠.”

드낙의 말에 모두 고개만 끄덕였다. 분위기가 가라앉아있었다.

“내일 모두 횃불 성채로 돌아가세요.”

뉘앙스가 이상했다. 〈큰방패 이스핀〉은 깡패짓을 하면서 제법 사람의 말에 대한 뉘앙스를 잘 느끼는 편이었다.

“용병 대장님은 안 가십니까?”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만 잡을 수 있는 야수〉는 곧 강력한 야수임을 뜻했다. 그리고 그것은 〈검은 꿈〉을 꾸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세파리아스 불파겐(Sepharias Bulpagen)〉과의 만남 이후로 모든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한 드낙이었다.

‘기사가 잡는다면, 나도 잡을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혼자서 잡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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