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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62화 (62/1,239)

0062 <-- 첫 의뢰 -->

“제가 사냥꾼이기 때문입니다. 놈을 추적하는데 능하고, 놈을 먼저 기습할 수 있는 곳에서 잡으면 됩니다.”

“곰을 잡아본 적이 있습니까?”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위험부담이 적다고 말할 수 있는 스스로의 경험을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베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깨너머로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용병이 〈애송이 용병〉과 함께 하기를 꺼려 했기 때문이다. 경력자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컸다. 그래서 몇몇 애송이 용병은 경력을 속이기도 했다.

“그럼··· 뭐···”

“의뢰비는 얼마라고 쓰여 있나요.”

드낙이 테이블에 의뢰서를 놓았다. 숫자와 함께 동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동화 500닢이야.”

은화의 반값 정도로 50만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염 도렌〉이 말했던 보수보다는 많았지만 그래도 적다고 여겨지는 금액이었다. 적어도 〈머리통 용병단〉은 은화로 놀았고, 소소하게 동화로 놀았다.

드낙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금액으로 횃불 성채까지 그들과 합류하여 도착했는데 그것은 큰 행운이었다. 아무튼, 〈수염 도렌〉이 물었다.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드낙이 빙긋 웃었다.

“곰을 잡는다면 나오는 것을 판다면 은화를 만질 수 있을 겁니다. 부산물도 봐야죠.”

“아!”

드낙은 자신이 의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의 말로도 충분했지만 더 공을 들였다. 오늘은 그들과의 첫 만남이었고, 이 〈어리숙한 애송이〉들을 확실하게 휘어잡기 위함이었다.

“운이 좋다면 10일. 나쁘다면 보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시간도 빨랐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 났다.

“시간이 어중간하긴 하지만, 지금 준비해서 출발할까요. 아니면 내일에 갈까요?”

드낙의 물음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애매모호했기 때문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모두 들떠서 놀지 마시고, 말짱한 기운으로 내일 아침해가 뜨면 동쪽 성문으로 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이도 있었도 고개만 끄덕이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그대로 헤어졌다. 드낙은 그들이 생각보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애송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제법 좋은 시작이었다.

오늘 반나절의 시간이 남아도는 드낙이었기에 짐을 꾸리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은장신구〉 하나를 통해서 〈만물 잡화점〉의 여주인 소레에게 필요한 것을 주문했다. 소레는 여행에 필요한 것을 충분한 수량으로 말해주었다.

“짐수레는 공짜로 빌려줄게. 부순다면 보수는 직접 해줘야 해.”

“감사합니다.”

노쇠한 당나귀를 내어준다고 하며 다치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느긋한 놈이라 잘못 때리면 뼈가 부러질 수 있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은화 몇 닢을 물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드낙으로서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식량부터 시작해서 보름 동안 지낼 것들의 목록을 양피지로 확인했다. 그림으로 그려져있고, 수량은 작대기로 되어있었다. 동화 300닢이 들어갔다. 〈은장신구〉 하나는 은화 3닢을 쳐주었기에 은화 2닢하고 동화 700닢을 받았다.

“내일 일찍 여기 들렀다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감사합니다.”

드낙은 연달아 감사를 표했다. 큰 노력 없이 해결한 것이다. 반대로 소레 또한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동화 300닢 중 마진만 해도 오늘 장사는 다했다. 대부분의 공급을 스스로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식량에 관해서는 육포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1차 생산자이기도 했다. 편의를 봐주는 것만으로도 드낙은 이곳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점심이 오기도 전에 양피지의 목록을 통해서 확실한 준비를 마친 그는 〈횃불 성채〉를 구경하지 않고 그대로 메르인의 집으로 향했다. 구경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본적인 검술 동작을 연습하기도 했는데, 〈사파리아스 불파겐〉의 검술 정확도를 마주하면서 느낀 바가 컸다.

‘그의 퀘스트를 받아들여서 검술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아니다.’

격렬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에 상대 투구를 긁는다? 검술이 한 차원 좋아진 드낙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중한 채 기본 검술을 통해서 〈특정한 공격술〉에 대해서 숙달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정보꾼 메르인〉이 먼저 집에 도착했다.

드낙은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은화를 한 닢 던져주었다.

“어머, 웬 돈?”

“운이 좋았죠. 절 애송이로 보는 길거리 도박꾼이 있어서 따고 바로 왔죠.”

메르인이 키득거렸다. 확실히 드낙의 앳되어 보이는 얼굴은 상대가 방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드낙은 〈은장신구〉를 팔고 남은 돈을 주었을 뿐이었다.

“내일 떠납니다.”

“용병단을 만들었어?”

“예. 애송이들로요. 저까지 합쳐서 4명이요. 곰을 잡으러 갈 겁니다.”

메르인은 이것저것 물었다. 은화를 빌려주면서 드낙은 그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제법 자세히 알려주었다.

드낙은 저녁을 먹으면서 융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구했다. 융은 착실하게 대답해주었는데, 드낙의 역량 때문이었다.

‘언제고 죽지만 않으면 제법 성공을 손에 쥘 것이다.’

지금 정보를 나누어주어서 은혜를 만드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갔음에도 전원이 동쪽 성문에 도착해있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드낙은 손을 내밀면서 악수하며 한 명, 한 명에게 물었다. 대부분 새벽녘에 나왔다고 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게 보편적이었다. 짐수레에 짐을 실었지만 이놈의 늙은 당나귀는 앞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짐을 조금 덜어봅시다.”

드낙이 가죽 배낭을 하나 손으로 집자 다른 이들도 하나씩 빼내었다. 그제서야 눈치 빠른 당나귀가 서서히 앞으로 갔다. 드낙은 귀여움에 살짝 짐수레를 밀어주기도 했다.

“푸힝.”

당나귀가 소리를 냈다. 더 밀어달라는 신호였지만 드낙은 그것까지는 해주지 않았다.

“용병들인가?”

드낙이 용병패를 꺼내자 병사가 능숙하게 말하며 용병패를 확인하고, 천막으로 덮은 짐수레를 펼쳐서 확인했다. 바닥도 확인하는 것은 처음 봤기에 드낙이 물었다.

“전에는 바닥은 확인 안 하던데요.”

“······”

병사는 드낙의 말을 무시했다. 알려지면 안 되는 뭔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세 개의 강가〉로 향하는 길은 평온했다. 적어도 3일은 가야 했고, 하나의 마을을 거칠 것이다.

마을의 이름은 〈봄녘 마을〉이었다. 특이한 이름이었지만 해질녘의 녘자를 쓴 것 같았다.

‘봄이 짧은 마을인가? 봄에는 바쁜가.’

“이 녀석 또 멈췄는데요.”

늙은 당나귀가 가장 말썽이었다. 덕분에 순차적으로 한 명씩 짐을 짐수레에 넣고, 수레를 뒤에서 밀기로 했다. 불평은 나오지 않았다. 뭔가 〈시작하는 용병단〉 느낌이 물씬 풍겨서 되려 즐거웠다.

드낙 또한 그러했다.

까마귀 카이야는 짐수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불침번 때문이다. 아예 야행성이 다 되었다. 가끔 일어나서 한 번 울면 드낙이 말린 산딸기나 건포도 따위를 주었다. 최근 새콤한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카이야였다.

〈석궁사수 베드리〉는 그런 검은 까마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까마귀는 새 중에서도 제법 덩치가 있었다. 비둘기보다 2배는 큰 체격이었다. 물론 독수리만은 못했지만, 가까이서 까마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잡담을 떠들기 바빴다. 여자 이야기가 주류였다.

드낙은 적당히 주위를 살폈다. 사냥꾼은 녹음이 진 곳에서 진면목을 가지는 관찰력을 지녔다. 하도 산과 숲을 다녀서 엄폐한 적도 제법 잘 보았다. 위장만 안 되어있다면 확연한 색채의 차이를 간파할 수 있었다.

〈횃불 성채〉의 근처인지 산적이나 도적, 강도 따위는 만날 수 없었다. 때때로 비탈진 곳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멧돼지나 사슴, 여우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치안이 확실하네.’

열심히 밀어서 가서 야영지를 일찍 만들었다. 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야영지의 흔적이 보이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인근을 수색해서 물을 찾았다. 1시간이면 찾을 수 있었다.

‘끓인 물로 먹어야겠네.’

바위 틈에서 흐르는 물이었지만 아래가 고여있었고, 흐르는 물로 물통을 채우기에는 흐르는 양이 적었다. 드낙은 물을 단번에 뜨고 돌아왔다. 다른 이들은 들은 것이 있었는지, 데울 돌을 두고, 모닥불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불이 지펴지고, 〈큰방패 이스핀〉이 장작을 가진 채 마지막에 도착했다.

“장작을 너무 많이 가져온 것 같은데.”

〈수염 도렌〉의 말에 이스핀은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몰라서.”

3사람은 새벽녘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어느새 반말을 하고 있었다. 드낙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육포가 올라가고, 물이 끓었다. 곡물가루와 야채를 손으로 찢어서 넣었다. 걸쭉한 수프와 소금에 절인 생선이 구워져서 상에 올랐다.

탁탁!

탄 자국을 지우기에는 손으로 치는 게 가장 좋았다. 탄 것을 털어내고 드낙이 생선과 수프를 먹었다. 남들이 먹는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이 먹었다.

“정말 많이 먹네요.”

포만감의 기준이 다르기보다는 체중 때문이었다. 억지로라도 먹는 것이 드낙이었다. 체급 유지를 위해서 오면서도 계속 육포를 질겅질겅 먹었던 그였기에 시선이 절로 모였다.

“불침번은 카이야가 서줄 겁니다.”

“그거는 참 고맙네요.”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데운 술도 한 잔만 돌았다. 애송이 용병들은 드낙에 대해서 가장 궁금해했다. 드낙은 〈검은 산골 마을〉에 있었던 〈사냥 대회와 검은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의 찢어발겨진 시체가 횃불의 빛에 드리워진 상황을 이야기했을 때는 모두가 입을 조금 벌린 채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왁!!”

드낙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모두가 들썩했다. 소리를 같이 지르기도 했다.

“아! 정말! 갑자기 왜 소리를!”

“하하하하.”

분위기가 전환되자 드낙은 주제를 돌렸다.

“모두 자신의 무기를 다룬지 몇 년이 되었는지 저한테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용병대장으로서 첫 번째로 알아야 할 필수 사항이니, 결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연수를 늘린다면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잡아본 적이 있는지, 전투는 해보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추가적으로 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겁니다.”

드낙이 매우 진지하게 말하자 모두 웃음기를 싹 지웠다.

가장 먼저 〈석궁사수 베드리〉가 뒤의 나무 등치로 향한 드낙에게 다가왔다.

“나무를 등지고 서서 말해주세요.”

“예.”

꽤나 긴장한 티가 났다. 그는 18살로 드낙보다 3살 많았지만 갑자기 크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면접 같은 상황에서 긴장하는 성격인듯했다.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 안 되겠군.’

긴장은 곧 실수다.

“석궁을 만진지는 2년이 다 되어갑니다. 12살 때부터 〈피가득 술집〉을 나돌았는데 체격이 좋지 않다고 검보다는 다른 걸 추천한 용병이 있었습니다.”

“대거를 가지고 있던데 그거는요?”

“허수아비한테 연습을 자주 했습니다만···”

드낙은 고개를 끄덕이며 근접 무기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석궁으로는 뭘 잡아본 적 있습니까?”

“새, 작은 동물 따위···”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에 드낙이 칭찬을 하나 던져 주었다.

“움직이는 놈이라도 맞출 수 있겠네요. 좋은 연습을 하신 겁니다.”

“아, 예.”

다른 이들도 하나하나 물었다.

가장 듬직해 보이던 〈큰방패 이스핀〉은 검과 방패를 다룬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17살이 될 때까지 동네 골목길에서 깡패짓을 하고 살았다고 했다. 제법 몸싸움에 능하다고 말했는데 드낙은 그를 나무라기보다는 흡족하게 웃음소리를 내어주었다.

〈수염 도렌〉은 가장 무기를 수련한 시간이 길었다. 제법 끈기가 있었다. 17살임에도 무려 4년 동안 혼자서 숏소드를 다루었다. 하지만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았는지 가지고 있는 활은 쏴 본적도 없다고 했다.

‘엉망진창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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