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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9화 (49/1,239)

0049 <-- 사냥 : 오크? 인간? -->

〈행글렝크 지엘(Handgelenk Ziel, 손목 노림)〉. 비전 : 거짓 공격을 숏소드 용으로 재조정한 것이었다. 일종의 어레인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아이네 앙그리프를 알고 있는 기사라면 무슨 소리!라고 외치며 완전히 다른 비전이라고 말할 것이었다.

상상력이 이 시대의 것이 아닌 박호훈의 쉐도우 배틀은 그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제법 인지도를 높인다면 영지의 교관으로 늙어서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연봉은 금화 1닢을 받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드낙의 상상력은 뛰어났다.

〈중대형 몬스터〉를 잡기 위한 비전을 오크에게 쓴다는 것은 제법 웃긴 일이었지만, 드낙에게는 별 무리가 없다고 여겨졌다.

휘둘러지는 쌍도끼는 정확하게 〈어긋남의 묘(妙)〉를 가지고 있었다. 락손에게서 들었던 내용이다. 제법 출세욕이 있었던 락손은 은퇴할 때 〈범죄 농노〉를 10명이나 데리고 〈검은 산골 마을〉에 왔다.

바닥부터 시작한 병사가 이룩한 것치고는 풍부하다 못해 대단한 일이었다.

당장 현대만 해도 노예처럼 10명을 부리는 사람은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락손은 말 그대로 흙을 한 줌 쥐고 금으로 바꾸어 은퇴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성공한 퇴역군인에게서 흥정 하나 하지 않고, 우직하게 동화, 현물, 노동을 아낌없이 하여 겉으로 웃으면서 저녁식사도 제법 화기애애하게 만든 드낙의 사회생활은 락손의 대부분의 것을 받아먹게 해주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전투술 지식이었고, 다른 하나가 비전이었으며 또 하나는 실전과도 같은 노하우였다.

‘어긋남의 묘.’

다른 방향, 다른 높이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이었다. 쌍수를 다루는 이라면 능히 해내야 할 것이기도 했다. 이론은 물론이고 어설프게 락손이 보여주었고, 화창한 점심 남들은 하품할 때 땀을 빼며 어떤 것인지 체득한 드낙에게는 눈에 익은 것은 아니었지만, 몸에 익은 것이었다.

‘막는 것이 중요하다.’

공세에서 한 걸음 물러나며 수비로 바로 들어갔다. 능숙하게 방패와 숏소드로 막았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뻗어나갔다.

‘어라?’

〈동생 아만투스〉가 드낙이 한 걸음 뻗어나가자 한 걸음 물러서며 도끼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방패를 노렸다. 드낙은 팔뚝을 굽히며 방패를 회수했다. 자연스레 시야가 더욱 가려졌고, 다가가는 것에 주춤했다.

몸이 움직이면서 숏소드가 허공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크 전사 아만투스의 눈이 검을 향했다가 다시 드낙의 몸 중앙에 시선을 두었다.

‘독을 보고 소극적이 되어버렸구나.’

낭패였다. 경갑을 입은 오크에게 있어서 독은 치명적이었다. 그것은 드낙도 바라던 바였는데, 상황이 오묘했다.

달려들어야 할 오크는 달려들지 않았고 격렬한 싸움이 되지 않았기에 확실한 타격이 서로 오가지 않았다. 오직 서로 간 가진 무기의 〈간합〉으로 싸움이 이루어졌다.

당연히 그 간합 싸움에서 드낙이 질 리가 없었고, 〈동생 아만투스〉가 밀릴 리가 없었다.

드낙은 어릴 때부터 이 일, 저 일을 하며 검을 휘둘렀고, 락손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퇴역군인의 수준은 보통은 되었다. 그리고 드낙은 훌륭한 학생이었다.

요행(僥倖)으로 〈히드라 슬레이어(Hydra Slayer)〉가 되었으며 〈히드라의 타투(Hydra's Tattoo)〉를 얻은 〈형 도네투스〉와 어렸을 때부터 투닥거리며 단련하며 끝까지 그가 행하는 것을 따라올려고 노력했던 〈동생 아만투스〉였다.

두 사람은 오크 부락에서 이름을 받기도 전에 부락에서 스스로 나왔기에 서로를 아명으로 불렀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더욱 독이 오르는 것이 오크였다.

보통내기가 아닌 것이다.

지루한 싸움에서 불리한 것은 드낙이었다. 왜냐하면 드낙은 용병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동생 아만투스〉는 형을 믿고 있었다.

그 차이는 드낙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거침없이 방패를 앞세우고 들이닥쳤다.

“라파다아아악!!!!!”

이름 모를 단어를 말하며 거세게 소리친 아만투스의 도끼 하나가 방패를 후려갈겼다. 드낙은 손목이 찢어지는 느낌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엄청난 힘이었다. 방패로 전해지는 힘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했다.

체격이 커도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마치 똑같은 체형이라도 고릴라의 악력과 사람의 악력을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체격에 비해서 보이는 힘이 대단했다.

방패가 옆으로 치워지자 드낙이 숏소드를 하단으로 놓았다. 체격이 큰 〈동생 아만투스〉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달라붙지 못했다.

전과같이, 독에 대해서 민감했다.

‘기사인가?’

〈동생 아만투스〉의 눈이 좁아졌다. 숏소드를 하단으로 내린 것. 그것은 오크 부락에서 수도 없이 들은 인간 기사의 비전. 〈녹색 물결을 잡는 덫(mus yos hav zoov)〉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힘 좋은 오크를 노리는 간악한 뱀의 몸놀림이라고 말해지기도 했고, 이미 오크에게 잘 알려진 인간 기사의 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사마다 사용하는 비전은 각각 어렌인지 되어서 역으로 노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기사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살색 피부 하나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인간 기사였다. 드낙은 기사의 복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기사들이 그렇게 숲에서도 잘 보이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가문의 인장이 찍힌 실크 하나 보이지 않았다.

드낙은 그저 오크의 시야에서 거리가 가장 먼 하단에 숏소드를 급하게 놓은 것뿐이었다. 방패를 재빨리 회수해서 방어를 굳혔다.

‘무기를 쥔 고릴라나 다름없다. 신중해야겠어.’

드낙은 숨을 골랐다. 이번에도 드낙이 먼저 달려들었다. 오크가 소극적이었고, 간합으로 승부를 보지 못할 정도로 숙련된 전사임을 알았다. 그래도 달려들었는데, 드낙은 오크 전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용병과는 다르게 무지했기 때문이었다.

“합!”

기합을 지르며 다시 한 번 파고 들어갔다. 약간 굽혀진 팔뚝을 하고 있는 방패를 다시 한 번 〈동생 아만투스〉가 손도끼로 후려쳤지만 잽싸게 팔뚝을 당기고, 그대로 쭉 다시 뻗었다.

쉴드 차징이었다.

‘어딜!’

〈동생 아만투스〉는 드낙의 방패 치기를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냈다. 여기서 회피한다면 숏소드에 담긴 힘을 제대로 막을 수가 없었다.

쿵!

가슴에 정확하게 방패가 부딪쳤지만 물러남이 없었다. 방패를 후려친 오른 도끼를 회수하기에는 늦었고, 왼쪽의 도끼로 숏소드를 막았다. 그 순간 드낙이 균형을 잃은 것처럼 오른쪽으로 픽하고 기울어졌다.

숏소드의 검날과 왼쪽 손도끼의 도끼날이 서로 스쳐 지나가며 쇳소리를 냈다.

샤가각!

균형을 잃으면서 드낙이 그대로 방패의 밑부분으로 무릎을 내려찍었다. 두툼한 원형 방패의 전면이 아니라 밑부분을 사용했기에 제법 아플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굴렀다. 드낙의 머리카락이 오른 손도끼에 잘려나갔다.

동시에 아슬하게 오크의 오른 손목을 숏소드가 베고 지나갔다. 깊게는 베지 못했다. 하지만 피가 줄줄줄 흘러나왔다.

〈행글렝크 지엘(Handgelenk Ziel, 손목 노림)〉

‘놈이 방패치기를 터프하게 막아서 성공했다!’

드낙이 구르면서 단번에 자세를 잡자마자 투척단검을 쏘아보냈다. 옆구리를 비틀면서 힘이 잔뜩 들어간 투척 단검은 정확하게 아만투스의 옆구리를 노렸다.

“이크!”

〈동생 아만투스〉는 손목에서 피가 검게 흐르는 것을 보자마자 입으로 빨아서 뱉어내다가 구르던 드낙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연계기로 단검을 투척하자 왼손에 쥔 도끼의 면으로 쏘아지는 단검의 점과 같은 공격로를 직관적으로 막아냈다.

‘어마어마한 신체능력이군. 쏘아지는 단검을 방패로 막는건 쉬운데 도끼면으로 막아?’

드낙이 감탄하는 사이에도 아만투스는 입으로 손목에 있는 피를 빨아서 뱉기를 반복했다.

“크!”

역한 냄새가 입을 타고 코를 찔렀다. 얼마나 묵혀두고 숙성시킨 독인지 엄청난 냄새였다. 그리고 그 냄새만큼 가슴이 쿵쾅거렸다.

“흐읍! 욱!”

단번에 효과가 나타났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하자 드낙이 단번에 달려들었다.

챙챙챙!

텅!

세 번의 부딪침 속에서 방패로 한 번 도끼를 막은 드낙이 물러났다. 〈동생 아만투스〉에게 밀린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몸을 내뺀 것이다.

“후우우.”

참았던 숨을 뱉으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호흡을 조절하고, 몸에 힘을 빼며 힘이 꽝꽝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었다.

“악!”

악소리를 내며 기합을 지르며 드낙이 오크 전사의 호흡에 대해서 엇박자로 들어갔다.

“크!”

거칠게 달려들었다. 몸을 빼내며 힘을 쫙 뺀다. 호흡을 하고 다시 달려들었다. 완급 조절은 전투 시간을 크게 결정하는 것이었다. 〈동생 아만투스〉는 드낙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체급에서 지고 들어가고 있기에 자신을 지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구토감 때문에 드낙의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호흡 조절까지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히트 앤 런.

구역질을 할 때에 맞춰서 들어가는 드낙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반드시 어디 한 곳은 숏소드에 긁혔고, 원형 방패에 맞았다. 그와는 반대로 한손 도끼는 단단히 막혀야 했다.

상처투성이의 〈동생 아만투스〉를 요리하는 일은 천천히 하지만 격렬한 속도로 이루어졌다. 마치 바위를 조각상으로 만드는 것처럼 체력을 빼앗았다. 아만투스는 원하지 않는 호흡 때, 드낙의 공격을 마주해야 했다.

“크하아아압!!!”

크게 함성을 내질러도 드낙은 겁먹지 않았다. 되려 파고들어서 방패로 턱을 올려쳤다. 워낙 터프한 놈이라서 아래턱을 방패로 무식하게 올려쳤음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괴물 같은 새끼네.’

되려 드낙이 턱에 짓눌려서 몸이 눌러지는 기분에 뒤로 내빼야 했다. 손도끼가 방패를 두들겼다. 〈대장장이 말룩산〉에게 부탁하고 부탁하고 웃돈도 얹어줘서 만든 철방패였다.

애지중지한 덕분에 결코 부서지지 않았다. 하지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후욱! 후욱!”

드낙에게 한 번 휘둘리면서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싸운 〈동생 아만투스〉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반면 드낙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호흡에 끼어들지 않은 싸움을 했기에 호흡은 가지런했다.

‘끝장을 볼 때가 왔다.’

들썩거리는 오크의 거친 숨을 보며 드낙이 허리를 바짝 세웠다. 지금까지 드낙은 몸길이가 길고 체격이 큰 오크를 상대로 하단과 중단을 노렸으며 방패를 통해서 순간적인 기지로 명치 위를 노렸다.

하지만 처음으로 숏소드가 드낙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후우우우···”

승부수였다.

천천히 눈을 올렸다가 내리는 드낙의 모습은 마치 송곳과도 같았다. 〈동생 아만투스〉는 지금까지 저런 자세를 한 것을 본적이 없었다.

오른 무릎이 조금 기울어져서 절뚝거렸다. 그래도 그는 두 손에 손도끼를 꽉 쥐었다. 드낙의 체중이 담긴 방패에 맞은 무릎은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체중을 실으면 고통을 주었다.

‘놈은 오른쪽을 노릴 것이다.’

체중을 싣기가 어려운만큼 오른쪽이 드낙에게는 공략하기 좋은 곳이었다. 상대의 공격에 체중이 실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동생 아만투스〉 또한 잘 알고 있었지만, 방도가 없었다.

〈멧돼지의 문신〉은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처음으로 홀로 멧돼지를 잡은 어린 날에 위풍당당하게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그 문신은 이곳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뿔사슴의 문신〉은 그에게 민첩함을 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살아있는 뿔사슴의 뿔을 맨손으로 꺾었지만 그 날렵함은 충격으로 욱신거리는 무릎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큰 덩치로 드낙의 맹공을 버틴 것만으로도 용했다.

〈트롤 사냥꾼의 문신〉은 결국 이루지 못한 것이 현재였다.

또한 〈인간 처단자의 문신〉은 이제 윤곽만 나왔을 뿐이었다. 다른 오크와는 다르게 인간과 밀접한 거리에 있는 오크이기에 받은 시련이었다.

가진 기술과 힘에 비해서 문신의 힘이 적은 것이 〈동생 아만투스〉였다. 〈형 도네투스〉와는 다르게 〈쌍둥이〉 중에서도 동생인 아만투스는 수많은 멸시를 당해야 했다.

‘오른쪽을 노리고, 겨드랑이 혹은 다른 급소를 단번에 찌른다.’

지친 오크를 두려워할 드낙이 아니었다. 센다빌 또한 지치게 만들고 싸웠다면 드낙이 백병전으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을 향하는 숏소드의 끝이 오크를 노린 채로 드낙이 방패를 앞세우며 달려갔다.

거칠게 소리를 내뱉으려고 했지만 순간 검은 그림자가 드낙의 앞에서 떨어졌다. 당황한 드낙은 겁쟁이처럼 옆으로 굴렀다. 긴장이 바짝 당겨진 〈동생 아만투스〉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쿵!

육중한 뭔가가 떨어져내렸다. 벌떡 일어난 드낙이 방패를 앞으로 두고, 숏소드를 휘저으며 자신을 방어하며 안전하다고 단번에 판단하자마자 떨어진 거대한 것을 확인했다.

“미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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