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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7화 (47/1,239)

0047 <-- 사냥 : 오크? 인간? -->

산비탈을 올라갔다. 초입에서 다시 중턱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드낙은 그 30분의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가장 먼저 위화감을 깨달았다.

호위를 받는 입장으로 동화 50닢이나 낸 드낙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선두를 서고 있었다.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양보해준 것에서 드낙은 위화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산버섯 마을〉의 강도들을 만났을 때. 융은 드낙에게 함부로 앞에 나서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순.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크가 보통 종족은 아닌가 보구나.’

강도 앞에서 융이 보여준 태도와 지금의 태도는 확연하게 달랐다. 드낙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눈치가 그렇게 없지는 않았다.

산비탈을 올라가는 30분의 시간 동안 드낙은 자신의 행동을 다시 설정하게 해주었다.

‘오크의 전투력에 대한 것은 의문이 남는다.’

오크의 전투력이 적어도 8명의 강도보다 높다고 보기에는 용병들이 너무 대담하게 나왔다. 그렇다는 것은 오크의 전투력에 대편 편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기준이 뭘까?’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용병들이 저렇게 크게 대담하게 나오는 이유는 자신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고, 자신은 용병들과는 다르게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뒤로 빠진다면 용병들도 빠지겠지.’

그러기에는 아쉬웠다. 강력한 오크라도 용병들과 협업을 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용병들이 자신을 선두로 세운 것은 화가 날 일이었지만 드낙은 그런 것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이 있었다.

‘만약 강력한 오크라면 〈검은 꿈〉을 꿀 수 있다.’

오히려 용병들이 걱정하는 그런 오크를 만나기를 원하기도 했다.

드낙은 거칠게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용병들이 백업을 줄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싸우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은 공격성을 버리고, 수비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소리였다.

‘융, 그래도 합리적인 용병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용병과 다를 바가 없다.’

융에 대한 판단도 새로 잡았다. 적어도 용병들을 통솔하면서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제대로 된 놈으로 보였지만 속은 용병처럼 저급했다.

이 세상에서 합리적인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건네주는 그런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도 드물었다.

〈이야기꾼〉이 말하던 〈탐욕의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용병단과는 〈횃불 성채〉에서 갈라지는 게 답이다.’

〈박제사〉 혹은 〈귀족과 연이 닿아있는 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나섰고, 용병패를 겸사겸사 얻기 위해서 함께하려 했고, 락손의 유산을 받으려고 걸음을 나섰다.

물론 융에 대한 호감으로 이 용병대에 속해서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번 상황으로 말끔하게 접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빼낼 것만 빼내고, 배울 것만 배우고 갈라지는 게 답이다.’

이 시대의 용병에 대해서 착착 알아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좋은 신호였다. 적어도 용병들의 생리에 대해서 뼈저리게 깨닫는 기분이 드는 것은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다음 단계가 〈용병〉 그리고 〈용병 대장〉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결코 나쁜 신호가 아니었다.

‘저런 용병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저런 용병을 앞으로 다스리고 함께 해야 한다.’

드낙이 발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작전이 필요했다.

‘강력한 오크가 나온다면,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용병들이 도망치지 않고, 싸우게 해야 했다. 그것은 어려운 작전이었다. 드낙은 별생각이 없었다. 생전에 고대 전술과 전략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있다면 동래성 전투라던가, 임진왜란에 대한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이었다.

여기서는 하등 상관없는 것뿐이다. 충무공이 서양 군사학자들에게 초기에 신화 취급받았다던가 그런 것이 대다수였다.

‘은화 1닢도 놓칠 수 없다.’

또한 돈도 중요했다. 〈귀족〉과 닿아있어서 곰의 통가죽이 큰돈이 된 것은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보부상 요베〉가 입을 털었기에 얻은 지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을 파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무조건 귀족에게 팔아야지만 금화 1닢짜리 가죽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주문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머리통 용병단〉은 통가죽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팔방도가 없고, 있다고 해도 다른 이에게 팔아야 해서 값이 반토막 났기에 은화 10닢도 드낙에게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은 말 그대로 우연에 우연 그리고 행운에 행운이 겹쳐서 만들어진 여정이었다.

만약 보부상 요베가 곰 가죽을 어떻게 파는지에 대해서 말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가 몇 번이나 드낙을 재방문하여 흥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은 또 오지 않겠지.’

귀족과 연이 없는 드낙이었다. 다시는 20닢짜리 곰가죽을 판매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똑같은 품질을 들고 가도 은화 5닢 혹은 그 밑으로 팔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단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귀족과 연이 닿은 이들은 매우 소수였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거기에 반항한다면 하루아침에 도둑으로 내몰려서 감옥에서 몇 달을 보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마을에 파는 것도 어리석었다. 곰가죽을 잘라야 했고, 작은 이불만 한 것이 은화 1닢 혹은 2닢이었다. 그것도 시세가 동화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필요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었다.

오크를 잡고 은화 1닢이 떨어지는 것조차도 드낙에게는 소중한 한 닢이었다. 락손의 수업료 은화 1닢 중에 반절이 노동력 혹은 현물거래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화폐는 그 자체로도 귀했다.

‘용병단도 긴가민가하겠지.’

은화 8닢에서 갈등하고, 오크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드낙이 탱커 역할을 해주고, 드낙을 속이기 위해서 대범하게 나오는 것임을 이제야 깨달은 드낙이었다.

‘탱커 역할 해주마. 대신에 오크의 명줄을 따는 것은 내 일이다.’

중턱에 도착하자마자 드낙은 매우 신중해졌다. 〈까마귀 카이야〉는 숲속으로 사라졌고, 늑대 도노 또한 드낙의 옆에서 땅바닥에 코를 가까이 대거나 이리저리 목을 높이 올려서 냄새를 맡았다.

용병단은 결코 분산하지 않았다. 하나로 똘똘 뭉쳤다. 전투가 시작되고, 상대의 위치를 알면 그때 옆으로 돌아가거나 할 것이다.

멈칫.

〈갈색늑대 도노(Dono)〉가 멈추자 드낙이 멈추었다.

“······”

킁킁킁.

냄새를 맡을 뿐 앞으로 가지 않자 융이 다가와서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나뭇잎으로 위장된 밧줄이 있었다. 만약 발에 밧줄이 걸린다면 알아서 당겨져서 범위가 좁아지고 이내 밧줄에 발이 단단히 묶여져서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넘어질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묶여보거나 당겨봐야지 알 수 있었다.

‘피하는 것이 옳을까, 해체하는 것이 옳을까.’

“숲과 산은 오크의 편입니다. 변수를 줄이려면 함정을 해체하는 게 좋습니다.”

융이 그렇게 말하며 밧줄을 거침없이 당겼다. 애초에 오크가 5명이 한 뭉텅이로 가는데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무가 휘청거렸다. 융은 단검보다 긴 대거로 밧줄을 잘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떤 함정인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드낙은 아쉬워했다. 이것 하나하나 경험이었다. 〈오크의 함정〉은 나중에 두고두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함정은 많았다. 〈오크 나무〉로 된 덫을 나뭇가지로 건드리자 나뭇가지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같은 나무인데도 내구력에서 차원이 달랐다.

‘미친. 티타늄 나무인가?’

드낙은 그 나무 덫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용병들은 그다지 그것을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긴장한 티가 너무 났다.

〈막내 쎈〉은 수풀과 나무가 뒤섞인 곳에 있는 제법 큰 바위의 위에 마치 행위예술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양쪽 손목은 모두 잘려있었다. 또한 발목 하나가 잘려있었다. 처참했다.

새하얀 가루로 범벅이 되어있었는데, 피와 뒤섞여서 마치 반죽처럼 얽혀있어서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입술이 검다.’

또한 뭔가를 먹인 흔적이 있었다. 입을 타고 목까지 검은 액체가 흘러 마른 흔적이 보였다.

“흐으···흐흐···응흐···흑.”

막내 쎈은 눈물을 흘리지도 못한 채 흐느끼고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용병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습이었다.

“주변을 확인해야 합니다.”

“찢어져서요?”

드낙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함께였다. 시간이 걸려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움직이기도 전에 양쪽 방향에서 화살이 쏘아졌다.

“화살이다!”

경험이 가장 많고, 화살 소리는 지독하게 귀에 익으려고 애를 썼던 수련을 한 적이 있던 융이 가장 먼저 소리쳤다.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나무 하나씩 잡았다.

퍽!

나무 깊이 화살이 반이나 틀어박혔다. 보통 장력이 아니고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짓이었다. 〈방패덩치 케르욘〉이 숨은 나무에 정확하게 박혔고, 그것을 옆에서 확인한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판금 갑옷도 뚫을까?’

가지고 있지도 않을 생각을 했다. 철판까지 뚫을 기세를 지닌 화살 한 방에 모두의 움직임이 경직되었다. 그것은 드낙도 예외는 아니었다.

‘활로를 뚫어야 하지만, 방패조차도 뚫는 화살이다.’

드낙은 도박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상대는 두 놈이었기 때문이다.

‘오크가 두 마리!’

강력한 화력을 내는 활로 무장까지 하고 있었으니, 누구 하나라도 나무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이리저리 내밀었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오크를 찾고 있었다.

‘방향은 양쪽.’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서 한 발씩 쏘아졌다. 1마리, 1마리가 싸움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드낙은 좌우를 살피면서 용병들의 모습을 곁눈질로만 확인했다. 그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몇 번이고 오크를 찾는 시늉을 하며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용병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따로 연습을 해야겠는걸. 생각보다 어렵다.’

고개를 움직이다 보니 생기는 어려움이었다. 그렇다고 머리만 내밀기에는 오크들이 자신을 표적으로 삼을 것 같아 두려웠다.

용병들은 드낙이 산비탈을 올라가면서 생각한 것 그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뭉그적 거리는군.’

드낙이 먼저 나서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드낙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또한 그가 가장 고민했던 문제가 스스로 해결되었다.

‘용병들이 도망칠 일은 없겠다.’

오크가 두 놈이었기 때문이다. 드낙을 한 마리가 노린다고 해도 용병들을 잡아둘 오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도 용병들이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먼저 움직이는 놈이 표적이 된다.’

이미 한 번을 화살을 쏴서 대충 가늠을 한 오크들이었다. 다음번에는 결코 적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바람, 위치에 따라서 활의 궤도는 항상 달랐기 때문에 한 전투에서 쏘면 쏠수록 명중률이 높아지는 것이 활이었다.

‘눈치싸움이군.’

용병들은 드낙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고, 드낙은 용병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산을 오르면서 짐작을 했다.

누구 하나도 나서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대학교의 조별 과제를 연상하게 했다.

나서는 순간 조장이 되고, 덤터기를 씌게 될 수 있는 자리.

나이 한 살 많다고 순식간에 조장으로 몰아가는 끔찍한 현대의 사회성! 드낙은 그곳에서도 당하는 입장이었다. 복학생이라서, 나이가 1살 많아서, 심지어는 그냥. 몰아가기로 조장만 5번을 한 것이 그였다.

‘이제는 아니다.’

동물을 도축하면서 손속이 매서워졌고, 검은 꿈을 통해서 야망을 키웠으며, 현대의 문화에 갈증을 느끼는 드낙은 초식동물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든지 지독해질 수 있었다.

인간들끼리의 눈치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혀 생산성 없는 고집의 부딪침이었고, 서로 살려는 못 배운 것들의 싸움이었다. 그것은 결코 〈개인주의〉같은 사상이 아니었다. 교육받지 못한 짐승들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그 속에서 드낙은 오크를 잡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때는 온다.’

또한 오크들과 인간의 싸움도 시작되었다. 날아온 방향, 방위는 알아도 어디에 정확하게 있는지 위치를 몰랐기에 용병들은 오크를 타격할 수 없었고, 오크 형제는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활용해야 했다.

‘처음은 인간들을 경직시키고, 멈추게 하는 화살이지.’

〈형 도네투스〉가 활과 화살을 쥔 채 〈중갑옷을 입은 인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수와 소수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다수를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소수의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목숨을 버리면서 미친 황소처럼 달려오는 다수였다. 그런 행동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인간은 겁이 많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화살의 위력 그것을 나무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결코 인간을 노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인간을 노리는 것은 욕심이었다. 적어도 세 번은 쏴야지 확실한 명중률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무를 통해서 활의 위력을 상기시키는 전략.

그게 바로 〈오크 형제〉가 인간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미리 나무를 조사해서 안이 썩거나 동물들이 둥지로 사용한 곳을 노렸다. 기괴할 정도로 깊이 들어간 이유는 사전 조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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