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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5화 (45/1,239)

0045 <-- 사냥 : 오크? 인간? -->

이른 새벽부터 용병단은 일어났지만 산의 수색에 있어서는 늦장을 부렸다. 출발은 대충 오전 10시가 넘었을 정도였다.

촤르르르.

〈간합의 융〉, 〈머리통 용병단〉의 대장인 자였다. 평범한 체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용병을 이끄는 그의 커리어는 유독 빛났다.

오줌을 누고 있는 그의 옆으로 〈방패덩치 케르욘〉이 함께 오줌을 누면서 말했다.

“〈오크 나무〉가 곳곳에서 보였어. 정말로 갈 생각이야?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다고.”

3년~10년 된 오크 나무를 용병이 모를 리가 없었다. 오크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했다.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은 나중에 늙은 오크의 머리를 가져가면 될 일이야. 부락에서 빠져나와 홀로 살아가는 오크는 대부분 불구거나 늙어서 다른 오크의 물건을 탐하려고 한 놈들이 대부분이지.”

“대장. 나는 내키지 않아. 오크가 어떤 놈들인지 알잖아.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앗하면 사람이 죽을 거야.”

케르욘은 오크의 무서움에 대해서 잘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융은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늙은 오크 하나가 무섭나, 케르욘?”

“혹시나 오크 전사일 수도 있지 않나?”

“전통을 중시하는 오크 사회에서 오크 전사가 부락을 나온다?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사회의 기득권층. 현재의 오크 사회의 중심인 〈전사 계급〉이 스스로의 높은 권리를 걷어차고 인간의 땅으로 섞어들어온다? 개소리 중의 개소리였다.

“걱정하지 마라. 케르욘. 상대 오크는 우리가 온 줄도 몰라. 만약 우리들을 간파했다면, 벌써 도망쳤을 것이다. 오크 사회에서 도망쳤다는 것은 그 다음에도 또 도망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융은 단호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네가 생각하는 오크 전사는 오크 사회에서 살아남은 오크이기에 강한 것이다. 저 야산에 있을 오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오크 전사〉가 만들어낸 그림자일 뿐이지. 허상이다.”

“만약 오크 전사라면?”

오크 전사에 집착하는 케르욘에게 융은 무시하지 않고 그를 설득하는데 신경을 더욱 기울었다. 그만큼 〈케르욘의 무력〉은 〈머리통 용병단〉에게 중요했고, 그의 강함이 걸었던 길에는 〈오크 전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누구냐? 너희들 대장이다. 만에 하나조차도 준비해야 하는 게 옳지.”

그가 능구렁이처럼 말하며 입에 침을 묻혔다.

“희생될 사람은 이미 정해두었다. 오크 전사의 공포를 모르는 놈. 망해버린 기사 가문의 혈통처럼 보이는 놈 말이다.”

은근히 말속에 자격지심이 들어가 있었다. 〈특징적인 굳은살〉을 지닌 드낙을 두고 말하는 말이었다.

“드낙? 그는 누구보다 날아다닐 것 같은데. 도망을 쳐도 누구보다 빠를걸.”

케르욘의 말에 바지를 올린 융이 클클하고 웃었다.

“어둠 속에서 강도를 향해서 달려드는 것을 잊었어? 놈은 오크 전사를 봐도 그게 오크 전사인지도 모를 거다. 오크 자체를 보지 못했으니. 놈이 달려들 때, 우리는 도망가면 된다. 떠돌이 오크를 제법 보고, 늙은 오크도 제법 본 우리는 〈오크 전사〉를 본다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흐흐.”

케르욘이 그곳을 손으로 털고, 바지를 올렸다.

든든한 희생양 아니, 방패 하나가 〈머리통 용병단〉에게 하나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기 때문이었다. 눈치껏 행동했기에 드낙의 앞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 큰 다행이었다.

“준비는 다하셨습니까?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오늘은 능선 반대편까지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굉장히 조심해야겠네요.”

드낙이 그리 말하며 육포를 찢어서 갈색 늑대 도노에게 물려주었다. 도노는 앙앙 물면서 드낙의 옆에 착 달라붙어서 걸어갔다.

태생적으로 눈치가 없던 케르욘이고, 멍청한 면모가 있었지만 용병으로 구르면서 눈칫밥을 제법 먹어서 이번 일을 건너뛸 수 있었다.

작전은 전과 같았다. 〈선제 감지〉를 위해서 정찰병을 두 명을 두고, 후방에는 베듬이 배치되었다. 3명은 뭉쳐서 걸었다.

그 사이에 〈오크 형제〉도 타격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적당한 지점〉을 모색하고 결정했으며 어떻게 놈들을 유인할지를 결정했다. 여기에 있어서 가장 주된 쟁점은 정찰병 2명 중 누구를 노릴 것이냐는 것이었다.

왜 정찰병을 노려야 하는지는 문젯거리도 되지도 않았다. 5:5 한타를 시작하기 전에 1명 자르고 시작하는 게 유리한 것처럼 따로 떨어져서 개인행동을 하는 놈을 죽이는 것이 중요했다.

“사냥꾼은 결코 위험 요소를 선택하지 않는다.”

〈형 도네투스〉는 2명이서 1명씩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 따위를 겁내는 거야? 토끼 잡는데 호랑이가 죽을까?”

〈동생 아만투스〉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결국 형의 말을 따르는 데에는 아만투스의 실수가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흥분했구나. 동생아. 여기를 봐라. 늑대를 부리는 조련사다.”

〈형 도네투스〉가 곧게 허리를 펴고 오만하게 바닥을 검지로 가리켰다. 〈동생 아만투스〉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에 처박아서야 그 흔적을 알 수 있었다.

체중을 4곳으로 분산하기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주 미세한 흙의 짓눌림. 그것도 하루가 지났기에 더욱 희미해진 흔적이었다.

“늑대 조련사가 있다고? 오크나 고블린인가?”

늑대는 개와는 달리 훈련이 안 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말하는 것에 불과했다. 오크와 고블린들은 늑대를 조련할 줄 알았다. 사실 그 〈조련〉이라는 것도 인간의 측면에서 본 조련이었다.

실상은 〈친구 맺기〉 혹은 〈동맹 맺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때때로 늑대의 풍습을 스스로 따라 해야 했다. 늑대처럼 울음소리를 내거나, 늑대와 친구를 맺기 위해서 늑대 굴에서 생활하고, 함께 사냥을 해야 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오크나 고블린이 있는 파티라면 자신들에게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큰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흐흐.”

〈동생 아만투스〉는 실없이 웃으면서 늑대의 흔적을 손으로 훑었다.

“보통 늑대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발자국의 깊이보다 조금 더 깊어.”

“그래도 못 알아차린 게 더 신기할 지경이다.”

〈형 도네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늑대를 떠올렸다.

“보통 늑대보다 덩치가 당연히 큰 놈이다. 앞발에 힘이 더 들어간 것을 보니 자신감도 대단하다. 자기보다 덩치가 크거나 몸길이가 길쭉한 상대에도 달려들어서 뒷다리를 물 정도의 용기는 있어 보이는군.”

“쩝. 그놈은 잡기 힘들겠군.”

늑대의 후각은 바람만 잘 타면 1500걸음 밖에 있는 동물의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물론 제법 역한 냄새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대단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근처에서 보기만 해도 자신들을 찾아낼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바람이 적어. 맞바람이 분다면 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좋겠어. 어차피 1명만 필요하면 된다.”

오크만큼 늑대의 무서움을 잘 아는 두발 달린 종족도 없었다. 검 좀 놀려봤다고 늑대 앞에 거침없이 선 전사도 때때로 목이 물려서 죽는 것이 늑대라는 종족이었다. 그들의 낮은 신장은 민첩했고, 검 하나 잘 못 휘두르는 순간 그대로 목이 따이는 것은 전사였다.

장창을 쥔 병사는 늑대 하나 잡지 못한다. 길쭉한 창이 늑대를 찌르는 일은 상식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늑대의 옆을 노려야 명중률이 그나마 높아지는데 창을 가진 병사가 늑대의 측면을 공략한다?

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쳤다. 창을 한 번이라도 쥐어본 이라면 늑대를 찌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오크 형제에게 있어서 자신들보다 3배는 많은 인원을 상대하는데 늑대와 친구 먹은 인간을 노리기에는 하자(瑕疵)가 많은 행동이었다.

〈막내 쎈〉은 18살로 〈애송이〉를 벗어난지 딱 2년이 지난 정찰병이었다. 활을 다루는데 특히나 재능이 있어서 순찰자를 꿈꾸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고 고되었으며 〈의무〉는 많은데 〈권리〉가 적은 순찰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직업이었다.

결국, 그는 용병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백병전을 하는데 있어서 중장거리로 상대를 노리는 궁수는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메디오(Medio) 지방〉 동쪽 끝 마을인 〈깊은 우물 마을〉 태생으로 〈머리통 용병단〉에 들어온 지는 1년 반이나 되었다.

용병 사람들에게 다양한 것을 배우기도 배워서 이제는 훌륭한 정찰병이었다. 때때로 측면에서 화살 지원을 넣어서 전투의 판도를 바꾸는데 매우 능했다.

〈머리통 용병단〉의 의뢰비에 대한 지분을 당당하게 동일하게 받고 있었기에 용병들이 막내 쎈의 전투력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자부심이 되었다.

‘어제 왔던 곳.’

드낙과는 다르게 10년 묵은 〈오크 나무〉 하나 없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왔던 곳임에도 쎈은 정찰병답게 행동했다. 나무에서 나무로, 수풀에서 수풀로,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으로 움직였다.

주변을 보기 좋은 곳은 다른 곳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기에 피해야 했다. 한 걸음을 더 가는 한이 있더라도 좁은 시야를 유지해서라도 빨빨빨 거리며 수색하는 것이 〈숲의 정찰술〉이 말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용병의 목을 꿰뚫는 화살이라 불리는 순찰자의 가장 기본적인 수업법이었다. 발설하면 들은 이까지 모조리 죽인다는 무서운 〈의무〉가 있었기에 순찰자 수업을 받는 자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정보 자체가 드문 이곳에서는 그런 정보는 하늘에 띄워올려진 수억 개의 풍선처럼 잘 보이는 것이었기에 비밀 유지가 가능했다. 아는 놈은 모조리 죽여버리는 것까지 인력만 투입하면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사삭. 사삭.

그렇다고 해서 항상 발을 열심히 놀려서 많은 지형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에 표식을 해두었는데.’

시각의 사각. 나무의 밑부분을 훑으면서 쎈이 이리저리 오고 갔다. 생각보다 크지 않으면서도 높이 올라설 수 있는 나무가 〈순찰자〉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나무였다.

‘찾았다.’

십자로 선명하게 땅에서 튀어나온 뿌리에 새겨놓은 것을 본 막내 쎈이 나무 위로 거침없이 올라갔다. 나뭇잎이 무성하게 그를 가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수풀 속에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산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오크야, 나와라.’

놈은 자신의 존재를 모를 것이 분명했기에 막내 쎈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진흙으로 얼굴을 팩하듯이 발랐기에 새하얀 얼굴은 조금 더 어두운색을 지녀서 나무를 쳐다본다고 해도 모를 것이라 거침없이 주변을 정찰했다.

멀리 바라보는 인간의 눈동자가 많은 것을 눈에 담았다.

‘바람 한 점 없어서 뭐라도 보여야 정상인데···’

막내 쎈이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번 추가 의뢰는 제법 시간이 걸릴 듯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은화 8닢(그 중에 1닢은 드낙의 몫)은 보기 힘든 의뢰였다. 고작 부락에서 도망친 오크 한 마리를 잡고, 무력도 그리 높지 않은 마을 청년을 풀어주는 대가로 받기에는 과분한 돈이었다.

‘어디 깊은 동굴이 있나 본데.’

과거의 경험이었다. 산에 사는데 보이지 않는다면 동굴에 풍족한 자원이 있다는 뜻이었다.

물도 풍부해서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산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딴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롭게 〈나무의 수풀〉에 숨어서 정찰하는 막내 쎈은 이내 활을 다시 등에 매었다. 내려가서 다음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활이 등걸이에 매어지는 순간 바람 가르는 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렸다. 막내 쎈이 있는 나무의 바로 앞에서 은신하고 있던 오크가 그대로 활을 쏜 것이다. 멀리 보기 위해서 나무에 오른 막내 쎈의 시야는 오직 밖을 보았고, 바로 코앞을 보지 않았다.

봤더라도 못 알아차렸을 것이다. 오크의 피부색 때문이었다.

‘읏!!’

반응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들리는 화살 소리였고, 옆구리에 그대로 화살이 틀어박혔다. 폐가 있는 쪽의 바로 밑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며 쉬어지지 않았다. 폐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폐에도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쿵!

그대로 쓰러진 막내 쎈의 머리를 성인 남성의 두 배는 되는 큰 주먹이 머리통을 두 번 후려갈겼다. 쎈은 고함도 지르지 못했고, 단말마 하나 내지 못했다.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 도네투스〉는 쎈을 엎드리게 한 다음에 허리에 손을 감고 순간적으로 불끈 힘을 쥐었다. 쎈이 들썩거리더니 이내 콜록거렸다.

“크헉! 콜럭! 크···”

그리고 그 소리는 줄어들었다. 바로 앞에 거칠게 용접된 둔하기 짝이 없는 도끼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철을 두드려서 넓게 한 다음에 끼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눈썰미가 좋아서 단단하게 끼워진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한지 알 수 있었다.

계량, 정확한 수치 없이 그저 반복 숙달로 만들어진 부착된 철도끼였다.

막내 쎈이 포인트를 놓은 나무의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서 〈동생 아만투스〉가 툭하고 떨어졌다. 4발로 땅을 짚었기에 무거운 체중이었음에도 큰 소리가 나지 않아서 위화감이 대단했다.

“데려가자.”

“아, 잠.”

인간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막내 쎈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전에 손목 두 개가 그대로 도끼에 찍혀서 잘렸다.

“끄아아아아아! 아아! 아아아! 아악!!!!”

발광을 하며 본능적으로 태아처럼 웅크리려는 쎈의 머리채를 잡고 〈동생 아만투스〉가 쎈을 어마 무시한 힘으로 질질 끌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끝없이 고함을 질렀다. 막내 쎈의 잘린 손목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산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고통의 고함소리는 가장 멀리 떨어진 드낙조차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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