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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40화 (40/1,239)

0040 <-- 횃불 성채로 향하는 길 -->

잡힌 강도의 숫자는 8명이었다. 그중에 부상자는 총 3명이었다. 드낙에게 손목이 깔끔하게 숏소드에 의해서 잘려나간 놈이 하나. 〈방패덩치 케르욘〉에게 방패로 얻어맞고 나뒹굴어서 발목 뼈가 부러진 놈이 하나. 마지막으로 도망치다가 허벅지에 화살이 맞은 놈까지.

수거된 무기는 곤봉이 전부였다.

짙은 색을 지닌 곤봉은 척 봐도 물을 오랫동안 먹인 것이라 검조차도 막을 정도로 단단했다. 손목은 물론이고 팔조차도 단번에 날려버리는 롱소드라도 곤봉을 일검에 베기란 힘들었다. 질 좋은 나무만 있으면 척척 만들 수 있는 것이 곤봉이었다.

강도와 산적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었다.

중국에 죽창이 있다면 유럽엔 곤봉(Club)이 있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곤봉은 없는 놈들이 쥐기에는 최고의 무기였다.

‘쓸모도 없다.’

곤봉은 바로 버려졌다. 상품성이 없었다.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장작용 나무를 사는 것이 나을 것이다.

드낙은 자신을 죽일 듯이 보는 강도의 눈총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놈은 눈을 내리깔았다.

‘죽일까?’

후환이 두려웠다. 평범한 놈도 이곳에서는 10년이고 20년이고 복수를 위해서 살아갈 정도였다. 죽이고 싶다면 죽일 장소도 많았다. 현대사회처럼 즐길게 많은 것이 아니었기에 삶에 대한 미련이 적기도 했다.

그것이 드낙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욱 경계심이 일어났다.

“저들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융에게 다가가서 드낙이 묻자 융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횃불 성채〉로 이송할 생각입니다. 범죄를 저질렀으니 〈범죄 농노〉나 〈범죄 노예〉가 될 겁니다.”

락손에게서 들었던 단어가 나왔다. 〈범죄 농노〉. 결혼도 가능했지만 일해서 벌 수가 없는 삶과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는 쇠사슬에 발이 묶인 삶을 살아가는 벌이었다. 노예는 농노보다 더했다.

“어떤 형벌을 받을지는 법관 마음대로니.”

그 소리를 들은 강도들은 너도나도 엎어져서 벌레처럼 기었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방패덩치 케르욘〉과 〈후장털기 베듬〉이 발길질을 하면서 조용히 시키려고 적당히 폭력을 행사했다.

“하으악!”

“악!”

드낙과는 다르게 밟아도 되는 허벅지나 살과 근육이 두툼한 곳을 노렸다. 부츠의 뒤꿈치로 쿡하고 짓누르면 방금 잡힌 활어처럼 펄떡 뛰었다.

고통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법 상태가 좋고 덩치가 좋은 놈이 악을 질렀다.

“우리는 〈산버섯 마을〉에서 삽니다! 마을에 돌려보내 준다면 몸값을 주겠소!”

덮치기도 못하고 역으로 된통 당했지만 돈을 준다는 말에 융이 혹했다.

“얼마?”

“두당(頭撞) 은화 1닢을 드리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강도짓하는 놈들이 모은 돈 하나 있을까?”

곤봉 들고 다닌 것들이다. 복장을 보아하니 약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해 방어구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돈이 없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마을 회관에 그래도 저희를 살려줄 돈이 없겠습니까?”

장작이라도 팔아서 나중에 마을에 품삯을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드낙은 그 말에 화가 났지만 속으로 삭혔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도짓해서 약탈하면 좋고, 못하면 마을에서 몸값을 내어준다?’

사람 새끼가 지껄일 말로 보이지 않았다. 당장 검을 뽑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 〈머리통 용병단〉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아니라 〈간합의 융〉이었다.

‘내가 나서서 할 수가 없지.’

드낙은 그의 목표를 생각했다. 더군다나 저런 강도를 잡는다고 〈검은 꿈〉을 꿀 것 같지는 않았다. 〈번쩍 두다리 곰〉을 잡았음에도 검은 꿈을 꾸지 않았다. 고작 강도가 자신에게 능력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특별한 놈이 필요하겠지.’

예를 든다면 고블린을 기가 막히게 활로 잘 쏴맞히는 용병 대장. 수많은 무기를 휘두르며 범죄를 일으키며 음지에서 살아간 마적 수괴.

하나같이 드낙을 놀라게 했던 자들을 죽여야만 〈검은 꿈〉을 꿀 수 있다고 추측됐다. 그렇게 본다면 강도는 허접했다.

“두당 은화 1닢이면 은화만 8닢이야.”

메르인이 짐수레에 엉덩이를 기댄 채로 말했다. 당연히 은화 8닢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매우 큰 돈이었다.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면서 한 번에 받아낸 기억이 몇 없을 정도였다. 보통 범죄자들의 머리통도 최소 동화 50닢~은화 5닢 안팎이었다.

‘드낙에게 은화 1닢만 줘도 7닢이다.’

손목을 자르고 선두에 섰기에 드낙에게 안 줄 수가 없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베테랑 용병에게 있어서 〈선두 자리〉는 두려움 그 자체였고, 드낙은 그 자리를 알아서 선택했다. 오지랖 중의 오지랖이었다.

〈어둠〉을 믿고 있는 드낙이었기에 선두에 선 것이었다. 남들은 만용이라고 말하겠지만 숲에서의 어둠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드낙은 〈깊은숲의 사냥꾼〉이었다. 짧은 1년을 기준으로 용병들보다 산과 숲을 돌아다닌 것이 드낙이었다.

그의 자신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드낙은 용병들이 〈강도들의 처우〉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사이에 폐기름을 먹인 멧돼지 가죽을 꺼냈다. 그곳에는 활이 분리되어 있었다. 단궁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장궁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얇지만 붕대처럼 폭이 넓은 것이 있었고, 잘린 활의 끝부분이 부품으로도 있었다.

단궁과 장궁이 필요한 때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드낙이 〈대장장이 말룩산〉과 고민해서 만든 것이었다.

복합궁이라든지, 기계식 활이라던지 그런 것은 꿈에도 못 꾸는 것이 드낙이었다. 현대인의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은 이런 곳에서 가장 형편없었다. 설명해도 개소리였고, 열심히 부탁해서 만들어봐도 개짓거리였다.

결국 선택한 것은 단순무식한 부착형 장궁이었다. 양 끝에 밧줄로 붕대처럼 묶어서 장력에 버틸 수 있도록 하고, 길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시간이 크게 걸리는 일이었다.

습기가 들어가지 않게 멧돼지의 두툼한 가죽에 펼쳐져 있는 곳에 짧은 가죽끈으로 덜렁 묶여있는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기름을 손으로 묻혀서 활대에 한 번 바르고 손질용 헝겊을 들었다. 헝겊은 검은 기름때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자주 사용한 흔적이 절로 나는 손질용 헝겊으로 활을 닦았다. 나무는 수분이 들어가면 팽창하고, 마르면 쪼그라들면서 안쪽에 빈틈이 생기고, 활을 사용하는 순간에 단박에 상처가 늘어나서 활이 부서지는 원인이 되었다.

오래 사용한 활도 습기에 한 번 노출되면 수명이 급격하게 단축되기 쉬웠다. 〈사냥꾼 게릭〉에게 그것을 지독할 정도로 FM으로 들은 것이 드낙이었다. 물론 드낙에게 FM대로 가르쳐준 게릭은 당연히 스스로 활을 대충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귀찮다는 이유였고, 한 달마다 그냥 활대를 스스로 만들어서 교체했다. 목공은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드낙에게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유일하게 게릭이 관리하는 것은 〈활시위〉였다.

활시위만큼은 기름을 먹였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활대의 탄성을 버티기 위해서는 활시위만큼은 좋은 것을 써야 했다. 나무의 탄성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시무시했다.

슥! 슥!

수분을 완벽하게 소량의 기름을 골고루 발라 제거하고 다시 멧돼지 가죽으로 덮었다. 화살을 쏘고 연습하기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숏소드는 진작에 피를 닦고 검집에 넣어두었다. 사실 검집조차도 사치라고 할 수 있었다. 날부분만 가죽으로 덮거나 동여매는 자들도 많았다. 한 푼, 두 푼 모으려면 검집도 대충이었다. 당장 케르욘만해도 검을 손질하는 게 싫어서 헝겊으로 검집을 대체하고 있을 정도였다.

가오를 챙기기에는 용병질을 한 세월이 길었고, 멋보다는 편의성이 더 중요했다.

“활 관리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막내 쎈이 다가왔다. 〈머리통 용병단〉 중에서 활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혼자뿐이었다. 융과 케르욘은 석궁을 애용했다. 굵직한 석궁은 활보다는 내구력이 좋아서 관리도 안 해도 되었다.

미리 당겨놓기만 하면 확정적으로 활보다 빠르게 쏠 수 있었기에 장점도 컸다. 초탄이 빠르다는 점에서 석궁은 포기하기 힘들었다.

“자주 관리를 해서 금방이죠. 그쪽은 활 두 대나 가지고 계시네요?”

드낙이 고개가 돌아갔다. 클래식한 장궁과 단궁을 쓰는 것이 〈막내 쎈〉이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싸울지 몰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에게 융이 다가왔다. 막내 쎈이 미소 지었다.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어요?”

“잠깐 마을 한 번 들러야겠습니다. 그리 크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괜찮으시죠? 드낙 씨에게는 은화 1닢을 드리겠습니다.”

드낙은 흥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용병들이 제법 양보한 것이었다. 강도 8명은 드낙 혼자서는 결코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들을 도살할 수 있어도 포로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한 명씩 일어나.”

대충 밧줄로 팔이 묶여있는 이들을 한 명씩 일으켜서 밧줄의 매듭 하나를 당겼다. 단번에 밧줄이 풀렸다. 새롭게 밧줄을 묶으려는 것이었다.

“팔 앞으로.”

곰 같은 케르욘을 앞을 두고 강도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대답도 곧잘 했다. 중갑옷을 입은 케르욘에게서는 코를 간질이는 철냄새가 나서되려 간담이 서늘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철내음은 곧 피를 연상하게 했다.

밧줄로 팔을 칭칭 묵었다. 그다음에 밧줄을 하나로 잡고, 몸 안쪽으로 향하게 해서 팔꿈치를 통해 몸 뒤로 밧줄을 묶어내어 목으로 향했다.

“읏.”

거친 밧줄이 목을 묶자 강도가 움찔했다. 그렇게 목으로 끝난 포승줄은 다음 놈의 팔로 향했다. 밧줄의 길이가 부족하면 새로 묶어서 길게 만들어서 하나로 만들었다. 팔과 목을 집중적으로 묶는 것에 힘을 준 포승법이었다.

강도 8명이 일렬로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목과 팔에는 밧줄이 두툼하게 엮어져서 다른 곳보다 한 5cm 정도 굵었다. 겹겹이로 엮었기 때문이다.

도망치지 못하게 그렇게 한 뭉뚱이로 만들고, 그다음에 일행은 출발할 준비를 했다. 정리는 용병들의 몫이었다. 드낙은 의뢰주였고, 장작을 줍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 정도였다. 그 스스로 비박할 때 돕겠다고 한 것도 있었다.

“정말로 〈산버섯 마을〉에서 사는 거 맞아?”

“정말입니다.”

“이미 산적 소굴이 된 건 아니고?”

“······”

강도는 입을 다물었다. 드낙과 용병들이 서로 다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드낙에게 감정을 소비하기보다는 용병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했다.

드낙은 그 모습에 코로 숨을 깊게 내뱉으면서 정신을 바로잡았다. 〈산버섯 마을〉은 여기서부터 반나절을 걸어야 했지만 팔이 묶인 채로 목까지 연결되어 하나가 된 강도들 때문에 이동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용병들의 표정은 밝았다.

‘대박이야, 대박. 돈복이 터졌다.’

박제사와 귀족에게 팔면 큰돈을 쥘 수 있는데 거기에다가 몸값으로 은화 7닢까지? 절로 웃음이 삐져나왔다. 앞서 걸어가며 메르인은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조용히 1:1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을로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을 거야. 알고 있어. 강도 한 명만 보내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릴 거야.”

“또 다른 건?”

“일이 잘못되면 곰가죽이 최우선이야. 막내랑 베듬이 숲으로 도망치는 듯하면서 다시 되돌아와서 추적자를 잡을 거고. 그전까지 넌 수레만 생각해.”

케르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잘 된다면 수월하게 풀리겠지만 잘못되었을 때도 생각해야 했다. 용병들은 드낙의 안전을 2순위로 두고, 1순위를 곰가죽으로 두었다. 탐욕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드낙의 의뢰비는 동화 50닢에 불과했다. 반면 곰 가죽은 상처가 하나 생길 때마다 값이 팍팍 깎여나갈 것이다.

“강도들은?”

“허벅지를 베거나, 손목을 베어야 해. 죽이지는 않고,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를 정도면 돼. 피가 제법 나와야 하니까 반드시 핏줄이 있는 곳을 제법 깊게 베라고 하더라.”

융의 조언을 그대로 읊었다.

막내 쎈까지 메르인의 입은 소곤거렸고, 드낙은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괜히 긴장감이 생겼다.

〈산버섯 마을〉은 산의 초입에 바로 있는 마을이었다. 야수를 두려워해서 목책도 튼실하게 있었고, 산적들을 대비하여 목책에는 흙이 곳곳에 발라져서 굳어 있었다. 진흙이 마른 목책에 불을 붙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가서 전해라.”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기 직전에 도착해서 횃불을 만들어 불을 붙이면서 융이 가장 앞에 있는 놈의 밧줄을 칼로 끊어서 밀었다.

“흐으!”

잠시 휘청거리는 것도 잠시 강도가 서둘러 마을 속으로 들어갔다.

“나야! 켄이라고!”

목책의 나무 문이 큰 어려움 없이 열렸다. 드낙의 눈에도 제법 커 보였는데 열리는 모습을 보니 전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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