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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4화 (3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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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출발 준비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애초에 며칠 전부터 이야기가 오고 갔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현물을 가지고 있는 드낙은 제법 뒤에 알아차렸지만, 그도 그럴 수밖에 싸게 드낙의 것을 구입해서 이것저것 만들기 좋았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현대에서도 제법 볼 수 있는 단합이었다.

“천을 뭐 그렇게 준비했어?”

“하다 보니 쌓이더라고. 요즘 비가 자주 내려서 집에만 있었잖아.”

여자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하면서 척척 가신이 가져온 것을 놓았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육체노동이 주류였기에 팔뚝 근육에 선이 아주 선명했다.

“이거 좀 받아줘!”

끙끙거리면서 제법 큰 항아리를 가져오기도 했다. 안에는 전부 기름이라서 단단히 입구가 봉해져 있었다.

“드낙 때문에 동물 기름이 아주 많아. 마을 회관에 이만한 게 두 개나 더 있어.”

“매일 같이 사냥하더니, 엄청난데?”

기름은 마을의 중요한 자원이었다. 드낙이라고 하여도 그것을 홀로 소유할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까라면 까야 했다. 물론 판매된다고 해서 오롯이 드낙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기름 수익의 절반이 드낙에게 떨어질 것이다.

〈마을 공동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지랄 같았지만 개인의 사유재산은 귀족의 전유물이었기에 어디에 토로할 수도 없고, 현대인의 사상을 말하면 미친놈 취급받으며 마을에서 3개월 이내에 떠나게 될 터였다.

공동 소유라는 것이 마을 구성원의 기분 내키는 대로였다. 절반의 수익을 받는 것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대신에 드낙도 힘든 일이 있다면 청년회를 통해서 동원이 가능했다. 기름에 대한 것을 들어서 무료로 몇 번 쓸 수 있었다.

물론 드낙은 한 번도 쓰질 않았다. 사냥에 있어서는 깊은 숲으로 향하였기에 마을 사람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고, 애초에 〈검은 꿈〉을 다시 꾸기 위해서 뭔가를 죽여야 한다는 막연한 조건 때문에 사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부탁할 것도 아니었다.

육포부터 시작해서 곡물가루와 민물고기를 햇빛에 바짝 말린 것이 줄줄이 엮어져서 수레에 놓였다.

마을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몸이 튼튼한 다섯 명의 남자와 드낙 그리고 〈머리통 용병단〉 다섯이 마을 입구에 모였다.

‘음?’

모든 인원이 물품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있었는데 드낙은 의문을 품었다.

“술이 없는데? 아무도 안 팔려고 하던가요?”

“어? 당연하지. 우리가 가는 큰 마을이 어떤 곳인데. 술은 절대 안 팔려.”

“큰 마을 이름이···”

제한적인 정보만 팍팍 주워 먹는 드낙이었기에 〈횃불 성채〉이외의 지리에는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어도 까먹는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게 여겼다.

“〈큰마을 두둔의 큰통〉이잖아. 가장 술통을 많이 만드는 곳이야. 정규군만 30명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사자 삼십대〉라고 유명하잖아.”

횃불 성채 다음가는 인구가 사는 곳으로 무려 500가구, 3600명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추가적으로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4천500명에서 많게는 6천까지 북적거리기도 했다.

“술로 유명한 곳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드낙은 속으로 코웃음쳤다. 마을의 인원과 유동 인구에 비해서 병사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1%도 되지 않았다. 년마다 세금 징수원이 착실하게 인구를 계산하겠지만 여기 사람은 자세히 모를 터이니 거주 인구에 대한 확실함도 없었다.

신뢰 없는 인구였지만 그대로 〈사자 삼십대〉라는 것 때문에 병사가 30명인 것은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었다.

‘병사 숫자가 적은 대신에 명성으로 치안을 확보하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재밌는 일이긴 했다.

식료품과 원자재 그리고 말룩산의 작지만 소비율이 높은 못 같은 공구들이 실렸다. 짐수레만 세 대였다. 두 대는 마을의 것이었고, 하나는 용병의 것이었다. 곰 가죽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접어도 한 수레가 필요했다.

또한 개개인이 10일은 든든하게 먹을 것 또한 실었다. 그 중에 일부는 몇몇 이들의 배낭으로 향했다.

드낙은 여차하면 가장 든든한 전투원이었기에 비교적 가벼웠다. 누구도 드낙을 닦달하여서 무거운 배낭을 들게 하지 않았다.

‘싸움에 대해서 이름을 조금 알렸는 건 확실하네.’

그저 마을에서 내세우는 것이 아니었다. 구성원들이 드낙을 대우해주고 있었다. 〈간합의 융〉은 그것을 보고는 드낙을 슬쩍 바라보았다.

“이제 날아가라. 고만하면 많이 먹었잖아.”

까마귀 카이야는 말린 과일과 곡물가루가 아닌 곡물을 먹고도 성에 안 차는지 육포 주머니를 날개로 가리켰다.

“깍!”

크게 울자 드낙은 귀를 잡으면서 손을 휘저었다. 단번에 날아오른 카이야가 반대편 어깨에 내려앉았다. 드낙은 육포를 건네주었다. 싸워봤자 자신이 손해였기 때문이다.

카이야는 가장 든든한 정찰병이었다.

사람보다 작아서 숨어서 활동하기에 좋았고, 의심도 받기 힘들다. 더 나아가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돌아다니기 좋았다. 나뭇가지 위는 안전한 곳이기도 했다.

마을 밖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카이야였고, 싸우기 전에 활약하는 것이 까마귀였다.

기어코 육포 하나를 물고 사라졌다.

‘제대로 일이나 해라.’

다른 조류도 길들일까 생각했지만 검은 까마귀 둘이 죽이 잘 맞아서 양옆에서 소리를 지를지도 몰랐다. 앵무새는 보이지 않았고, 다른 조류는 크게 똑똑하지 못했다.

“크하앙.”

늑대 도노는 태평하게 하품하며 드낙을 따라나섰다. 하루에도 20km를 걸으며 사냥 다니는 것이 회색 늑대였고, 그것은 인간에 비해서 결코 꿇리지 않는 지구력이었다. 단련된 숙련병에는 물론 못 미쳤지만 이런 작은 마을의 상행에는 뛰어난 지구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까마귀를 날리던데, 까마귀가 정찰도 합니까?”

융의 말에 드낙이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믿을 만한 놈이 아니죠.”

드낙은 한숨도 쉬며 말했다.

“특히, 까마귀 놈들은 어찌나 똑똑한지 제가 화를 내기 전에 제법 이득을 주기도 해서요. 고놈 참. 계산이 빨라서 요즘 걱정입니다.”

“아하하.”

물론 거짓말이었다. 용병은 믿을 만한 자들이 아님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버젓이 구라를 치면서 자신과 첫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후에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되려 〈약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고개를 숙일 자〉로 여기게 만들었다.

처세술이 뛰어났다고 칭찬하고 싶지도 않았다.

융과 드낙은 좀 더 노가리를 깠다. 여기저기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짐마차에 올라갈 속도도 아니었다. 튼튼한 준마는 이곳에서 볼 수 없었고,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말은 마차에 쓰지 않았다.

대부분이 병들거나 곧 죽을 놈 혹은 당나귀를 섰다.

〈검은 산골 마을〉의 경우에는 늙은 말 한 마리에 다리가 다친 적이 있어서 절뚝거리는 말을 썼다. 물론 두 말 모두 준마라고 하기에는 몸집이 떨어졌다.

수준 낮은 말들이 속도를 낼 리가 없었다.

산행을 하듯이 느긋하게 걷는 하루가 계속되었기에 융과 드낙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용병일을 하시는데 방패 하나 없는 게 신기하네요. 롱소드랑 대거만으로도 싸울 만 합니까?”

드낙은 〈간합의 융〉의 장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때가 아니면 답변을 듣지 못할 것 같았고, 가장 궁금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융은 대거와 롱소드만을 허리춤에 끼고 있을 뿐이었다. 방패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어려운 선택이지.’

드낙은 가장 처음에 잡은 것이 숏소드와 방패였다. 방패가 등장한 뒤로는 사실 〈공격 거리〉는 무의미했다. 방패는 상대 전사가 보유하고 지배하고 있는 공간을 무식하게 비집고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방패를 내려쳐서 박살을 내는 방식으로 중병기가 발전하기도 했다. 강철 방패가 그렇게 등장하고, 서로 간의 피해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점점 전쟁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보통 나무 그리고 철도금 혹은 가죽이 덧씌워지는 일반적인 방패는 비싼 중병기가 아니면 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것을 나중에 알게 된 드낙은 고블린 토벌 때 봤던 용병들이 강력한 기반이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기도 했다.

보통은 그렇게 무기를 거칠게 다루지 않았다. 〈머리통 용병단〉이 그러했다.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드낙도 자신의 무기 관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어려운 선택이라고 생각하셨죠?”

드낙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융은 드낙의 싸움 실력이 제법인 것을 알았다.

그 어떤 스승도 없이 칼밥 먹는 용병들은 〈방패의 이점〉을 몰랐다. 겉핥기 식으로 배운 이들은 거리가 길쭉한 것을 최고로 쳤고, 무게가 무거운 것을 그다음으로 여겼다.

“방패가 가지는 장점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게 입 아플 정도죠. 단점이라고 한다면 넓어서 휴대하기가 불편하다는 것 정도?”

무게도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았다. 그저 불편할 정도로 넓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드낙의 그 말에 융이 단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날렵해지지 못하죠. 어디를 달리든 장애물에 부딪치고, 자신의 시야가 방해되죠. 방패는 넓지만 시야를 가리거든요. 버티는 것은 좋지만, 매처럼 쏘아지지 못하죠.”

“흠.”

드낙이 어중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방패 없이 〈매처럼 쏘아진다〉라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 때문에 동의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그것부터 방패를 가지지 못해서 오는 단점 아닌가?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일을 자처하는 일이다.

10개의 낙하산 중에 7개가 펴지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상공 1000미터에서 뛰어내릴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융의 특징적인 싸움법임을 알 수 있었다.

“뛰어드는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난전만큼 큰 이득을 얻는 게 없더군요.”

융의 확고한 말에 드낙은 그의 전투 스타일과 그가 신봉하는 것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 않았다. 만사형통 30년 공무원이 큰 이슈몰이를 한 것처럼 안전한 것이 제일이었다. 방패를 포기했지만 중갑옷을 입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검이라도 들고 올 걸 그랬나?’

드낙은 대검 생각이 나자 자신의 장비를 만지작거렸다. 만약을 대비한 대거는 상대의 간합을 무너뜨렸을 때, 아주 효과적인 근접 무기였다. 그리고 숏소드는 가장 손에 익은 것이기도 했다. 멀리 가기 때문에 무거운 대검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더불어 중갑옷도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

“숏소드도 좋죠.”

드낙이 자신의 무장을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융이 말했다.

“예. 그렇죠. 사실 현상금 사냥꾼이면 다양한 무기를 끌고 다닐 줄 알았는데, 대부분 아주 간편하게 다니시네요.”

“무게가 무거우면 장거리 여행에 너무 불편하더군요.”

드낙은 장거리 여행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물었다.

“저도 나중에는 용병단을 운영하고 싶어서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용병단을요? 많이 힘드실 텐데···”

융은 그렇게 우려를 하면서도 곧잘 이야기해주었다. 드낙과 좋은 인연을 가져도 나쁠 것 없다는 판단이 이미 깔려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은화 22닢에 곰 가죽을 내어주기도 했다. 배려한 것처럼 보일 수는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용병단에게 이득이었다.

그 값을 미리 해주는 것은 드낙이 충분히 교양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용병단을 꾸리는 것은 출세를 벌써부터 생각하고 계획을 짜놓았다는 뜻이다.’

깊은 숲에 늑대 한 마리 대동하고 들어갈 정도니, 그 야욕은 자신의 생명보다도 높았다. 나중에 어디서 마주친다면 특히나 중간관리직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어디서나 한몫은 할 놈으로 클 것이다.’

살면서 가장 안 마주칠 것 같던 놈을 가장 중요할 때 만난 융의 인생에 있어서 인간관계는 적당히 좋은 것이 최고였다. 척을 지면 결국 되던 일도 안 되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죠. 무게가 얼마나 가볍냐에 따라서 용병단의 신속력이 이루어집니다. 5일 거리를 7일에 걸쳐서 갈지. 여차하면 산길을 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거죠.”

“필요가 있다면 모든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생각지도 못한 것인데, 확실히.”

융의 말에 드낙은 단번에 알아들은 것뿐만 아니라, 〈용병단의 신속력〉이 무엇인지 그 맥락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 소리에 융이 드낙에게 자세히 물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신 거 맞습니까?”

“짐마차 하나 없는 용병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죠. 아닙니까?”

“맞습니다.”

드낙은 용병 운영에 대한 것도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왠지 빚을 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융은 베테랑 용병 같은 노련미와 여유를 물씬 풍기고 있었기에 드낙은 스스로 조심하고 물러섰다.

대신에 융이 자신이 용병 활동을 하면서 느낀 〈기본적인 것〉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고, 융에게 있어서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산골 마을의 야망가〉에게는 이런 정보만으로도 은혜를 베푼 것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음을 잘 알았다.

드낙은 이번의 상행으로 〈기본적인 용병단〉에 대한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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