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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2화 (3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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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산골 마을〉의 외곽에 있는 〈흙언덕〉은 대장간이 있어서 쇳가루로 가득해 풀 한 포기 살지 못하는 언덕이었다. 비가 올 때면 철내음이 진동했다.

〈대장장이 말룩산〉은 드낙이 보는 앞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가 드낙에게 눈을 돌렸다.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려고?”

“예. 접쇠나 담금질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따라 값을 다르게 쳐준다고 했잖아요. 그럼 확인해야죠.”

“참 나, 나를 못 믿어?”

“말룩산 님을 제가 어찌 못 믿겠습니까? 하지만 고된 몸은 못 믿지요.”

‘저놈의 주둥아리.’

아침 6시부터 시작된 드낙의 〈클레이모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연히 큰 공이 들어가서 함께 아침, 점심, 저녁을 말룩산과 함께 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크게 걸렸다.

그 값으로 말룩산은 은화 두 닢을 받았다. 두 달은 쉬어도 될 정도의 큰돈이었는데, 당연히 드낙이 가진 비상금의 전부였다. 물론 가진 화폐의 전부였지 현물은 창고에 넘쳐났다.

아직 15살에 불과한 드낙이었지만 서양인의 정신 나간 성장은 한국인이었던 드낙의 계획을 크게 비틀었다.

15살의 키가 170cm. 이미 성인의 몸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죽은 쌓여가는데 찾아오는 상인은 없고, 죽겠습니다.”

은화를 건네주면서 드낙이 한숨 쉬었다. 그것은 말룩산도 마찬가지였다.

“조만간 청년회 차원에서 팔 물건을 가지고 〈횃불 성채〉로 향하면서 마을들을 들려서 물건을 팔 생각이야. 생각이 있으면 최대한 모아놓으라고.”

청년회 활동에 크게 참여하지 않는 드낙이었기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정말요? 아! 어쩐지 며칠 전부터 질 좋은 가죽을 사러 오는 마을 사람들이 제법 되었는데···”

“수공업으로 가공해서 되팔려고 하는 거겠지. 흐흐!”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짓는 드낙을 보며 말룩산이 쾌활하게 웃었다.

“보통은 은화 다섯 닢은 받아야 하지만 남은 강철을 준다고 했으니 싸게 쳐준 거지.”

“싸게는 무슨··· 제가 시세를 모를 줄 알고요?”

말룩산의 말에 드낙이 바로 태클을 걸었다. 〈센다빌의 할버드〉는 보통 할버드와는 다르게 도끼 부분이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시 녹였을 때, 엄청난 양의 강철을 얻을 수 있었다.

무기로 다시 만들어서 되판다면 은화 7닢은 가능했고, 그 이상도 가능했다. 단순 강철 주괴만으로도 은화 4닢~5닢은 받을 수 있었다.

“대장장이가 쓰는 물품에 시세는 어찌 알고 있어?”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드낙을 보며 말룩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청년회에도 자주 나타나지 않지만 이것저것 다 알고 있는 것이 드낙이었다. 마을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지식이 많았다.

특히 돈에 대해서 민감했다. 또한 예전부터 락손의 수업료를 벌려고 이 일, 저 일하면서 수박 겉핥기로 아는 것이 제법 되었다. 모르는 것보다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은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었다.

완성된 클레이모어를 살펴본 드낙이 한 소리를 했다.

“날이 그리 날카롭진 않은데요?”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날을 바짝 세우면 한 번 휘두르자마자 날이 부서질 걸?"

“아하.”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170cm에 달하는 클레이모어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85cm 내외인 장작패기 도끼의 두 배 길이를 가진 것이 클레이모어였다. 날을 세운다면 그냥 날이 찌그러지거나 파편처럼 떨어질 것이다.

만족한 드낙이 밤길을 걸어갔다. 능숙하게 검집에 대검을 넣고, 어깨에 걸쳤다.

‘굉장히 기네.’

할버드를 포기한 이유는 간단했다. 센다빌만큼 큰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클레이모어를 선택한 이유는 중병기의 파괴력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비전 방어술이 아니라면 일검도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

자신조차도 센다빌에게 크게 달려들지 못했다. 그 경험은 그대로 녹아들어서 장비를 변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파괴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히 전투 상황을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드낙은 목장의 앞마당에 섰다. 클레이모어로 한 번은 휘두르고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어우. 상단을 유지하는 게 힘든데?’

대검을 조금 들어 올려서 5초 정도 버텨본 드낙은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비전 대신에 자신의 맛깔대로 바꾼 비전을 사용해보았다. 물론 락손에게서 얻은 12가지의 비전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진 변형 비전이었다.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내려치기!’

대검을 쥔 손을 크게 하늘로 뻗으면서 내려치고, 클레이모어의 끝이 땅에 닿았다. 드낙은 손목을 홱 하고 돌려 손잡이를 고쳐잡고, 그대로 다시 한 걸음 뻗어나갔다. 오른손잡이라면 대검이 무기를 오른 편에서 막을 것이기에 몸은 왼쪽에 둬야 했고, 왼손잡이라면 반대로 해야 했다.

그렇게 초근접하면서 검 손잡이에 가까운 검신으로 겨드랑이를 콱 하고 치는 것이 진짜 의도였다.

일명 〈악셀호헬 오벌(Achselhohle Ober, 겨드랑이 헛상단)〉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본래는 장창을 이용해서 하는 비전이었다. 창대로 땅을 내려치면 그 반동으로 튀어 오르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상대의 겨드랑이와 아래턱을 치는 비전이었다. 〈장창〉이 가진 최악의 단점인 〈공격실패〉를 미끼로 쓰는 비전이었다.

치명적인 장창의 비전의 〈미끼〉는 대검으로 이 비전을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없었다. 대검으로 땅을 내려친다면 튀어 오르기는커녕 쿡하고 박히기 때문이었다.

대검의 공격 실패는 그저 공격 실패일 뿐이었다.

‘또한 대검으로 쓰면 미끼라는 것도 없지.’

그렇기에 초근접하기 위한 일보(一步)를 추가시킨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상대의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권투를 하다가도 서로 너무 들러붙으면 시합이 되지 않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드낙은 달랐다. 접근하며 대검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그대로 대검을 위쪽으로 당겨 겨드랑이를 아래쪽에서 위로 칠 수 있었다.

겨드랑이는 인간의 급소 중에 하나였다. 그것을 대검으로 타격하는 순간부터 승리의 여신이 드낙 쪽으로 바짝 다가올 것이다.

어김없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 한 걸음씩 착실하게 나아가는 드낙의 일상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흘러갔다.

다음 날, 마을의 입구에 도착한 〈머리통 용병단〉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드낙에 대한 명성은 〈검은 산골 마을〉 근처에 자자했고, 안줏거리가 없는 작은 마을들은 드낙의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형과 여자관계가 한 번도 없어서 게이 의혹에 대한 진실과 거짓에 대하여도 깊게 토론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드낙이 〈센다빌〉이 아닌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고, 몇몇은 직접 구경 갈 정도로 큰 곰을 잡은 이야기도 제법이었다.

〈정보꾼 메르인〉은 그 가죽을 매입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을 해놓고도 〈간합의 융〉은 후방에 3명을 빼놓았다.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지.”

융과 메르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산을 타고 올라간 상황이었다.

마을 입구는 제법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망루가 있었고, 그곳에는 거치 된 석궁이 여러 자루 장전된 채 있었다. 위로는 천막이 놔있어, 빛에 크게 시야가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가 되어있었다.

망루 아래에는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고, 위에는 한 명이 망을 보고 있었다. 척 보아도 위쪽이 〈망루잡이〉라서 어린놈이 자리 잡았고, 밑에는 제법 나이가 찬 청년회의 사내가 여유롭게 딴짓을 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처음 보는 사람이신데···”

경계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망루에 있던 놈은 경험이 없는지 석궁부터 손에 잡았다.

“장전한 석궁을 바로 겨누면 어찌하나?”

융이 능숙하게 말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석궁이 은근슬쩍 옆으로 돌아갔다.

“큰 곰 가죽이 있다길래 한 번 살펴보러 왔습니다.”

“수레나 보부상 나무 상자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가져가실려고?”

“뒤에 올 사람이 더 있습니다. 또 은화 수십 닢을 거래하는데 가져갈 것 하나 내어주지 않을 것 같지는 않군요.”

융의 능숙한 말에 마을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시오.”

적당히 말만 섞어도 통과되는 것이 산골 마을의 검문이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무사통과였다.

메르인이 손으로 융을 툭 건드리며 속삭였다.

“검문만 봐도 그냥 산골 마을인데?”

“산골 마을에는 망루가 저렇게 상태가 좋은 게 없어. 석궁 거치는 물론이고.”

〈간합의 융〉은 의심을 풀지 않았지만 3시간도 되지 않아서 의심을 접었다.

“그렇다니까! 아주 큰일이었지!”

대낮부터 술 마시고 있는 마뉴엘에게서 마을이 이번 연도에만 겪은 온갖 것들에 대해서 그 마을 사람의 눈에서 말해지는 것은 특히나 융에게 확신을 주었다.

“마적떼한테 점령당하고 15살짜리가 늑대 믿고 혼자서? 정말이오?”

융이 목청을 높이며 리액션을 크게 했다. 목수 일을 하는 마뉴엘이 더 상세하게 그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메르인은 흥미가 없어서 술잔만 기울었다.

‘맛이 좋네.’

끝 맛이 좋고, 좋은 향이 나는 술이었다. 융이 대화를 그만하면 무슨 술인지 물어볼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은··· 서로 부부 사이인가?”

융이 입을 열기도 전에 메르인이 확하고 팔뚝을 휘감고 당겼다. 풍만한 가슴에 그대로 팔뚝이 묻혔다.

“예! 최근에 결혼했어요. 부부 사이로 보여요?”

“그럼. 아주 잘 어울리네!”

그렇게 말하는 마뉴엘의 눈은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메르인의 가슴에 고정되어 있었다. 척 봐도 뭔가 숨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빈집 하나를 얻은 두 사람은 저녁 준비를 위해서 가정집을 돌아다녔다.

“싱싱하네요~.”

“그럼요. 우리 집 텃밭에서 방금 따온 거예요. 이게 수프에 그렇게 향을 많이 줘요. 구워서 소금 쳐서 먹으면 더 맛있고요.”

메르인이 앞장서서 필요한 식재료를 즉석으로 사고, 동화를 건넸다. 마을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다. 돈이 들어오는데 안 좋아할 수가 없었고, 메르인은 흥정도 하지 않았다. 드낙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악평 하나 없었다.

“출세욕이 제법 있는 놈이라네. 락손이라는 퇴역 군인에게서 제법 수업료를 내고 싸움법을 배웠다던데.”

“지금은 〈깊은 숲 사냥꾼〉이고."

늑대를 부린다는 것은 의심스러웠다. 대형견을 산골 사람들이 늑대로 여길 수 있었다. 육류는 어디에서나 귀했기에 구입하지 않았다. 통밀가루에 미리 끓여놓고 적당히 식어 따끈한 물을 붓고, 반죽을 시작했다.

그 사이에 다른 3명이 도착했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데?”

“통밀빵을 대충 굽고 있어.”

“내가 소스를 가져왔던가?”

“제가 가지고 있어요.”

〈막내 쎈〉이 곧잘 대답했다.

일찍 저녁 식사를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융과 메르인이 마을에 오면서 얻은 정보를 브리핑하는 시간이었다.

고블린 때부터 싹수를 보인 드낙이 큰 이야깃거리였다. 그리고 그가 이긴 상대가 〈손없는 센다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막내 쎈〉은 은근히 질투가 나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하지 못할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혼자서 마적떼를 처리하기 위한 큰 물길을 스스로의 힘으로 거세게 틀었기 때문이다.

메르인은 곰가죽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허탕을 쳤지만 상태 좋은 곰 가죽이래. 보부상 요베라는 놈이 왔었지. 그가 이야기하는 건 모두 사실이었어. 놈과 함께 온 놈이 가죽을 훔치려 했다던데··· 새출발 하는 놈이 혹할 정도야.”

박제사들이 환장을 할 것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며, 연줄만 있다면 귀족에게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낱 용병 나부랭이가 귀족에게서 제값 받고 물건을 팔 정도의 연줄을 알 리가 없었다.

식사를 마쳤을 때에는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냥꾼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드낙이 있는 목장으로 향했다. 그는 편의성을 위해서 독립하지 않고, 할다낙과 세르낙과 아직도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큰형은 드낙이 한 사람 몫을 하자 나가라고 했지만 듣는둥 마는둥 대답만 곧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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