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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1화 (31/1,239)

0031 <-- 찾아다니는 용병단 -->

“컥!”

눈이 번쩍 뜨이는 고통에 요베가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허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어서 침대 아래에 있는 테이블 다리에 퍽퍽 두 번이나 머리가 추가로 더 찍혔고, 그대로 균형을 잃고, 머리부터 바닥에 쓰러졌다.

“허읍, 헉!”

정신 하나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면서 일어나는 요베의 머리채를 솜씨 좋게 잡은 〈간합의 융〉이 다시 침대로 잡아당겨서 쓰러뜨렸다. 눈알을 굴리는 요베가 융이 지닌 대거에 시선이 꽂혔다.

“걱정 말라고, 친구. 우리는 그저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이, 가, 강도 노, 놈들이···”

큰 소리 하나 내지 못하면서도 대담하게 말을 내뱉으려고 애를 쓰는 요베를 보며 방을 이잡듯이 뒤지던 〈정보꾼 메르인〉이 호쾌하게 웃었다.

“원하는, 것이···”

“일단 의자에 앉아봐.”

융은 침착하게 말하면서 요베를 진정시키면서 고분고분 따르게 했다. 무기를 쥐고 있으니 요베는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 자신의 몸에 상처는 내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정신없는 와중에 이마를 책상다리에 찍게 한 것이 융이었다.

밧줄로 꽁꽁 묶인 요베는 침을 계속해서 삼켰다. 긴장한 것이 역력했다.

“내가 찾는 놈은 할버드를 잘 놀려. 근데 그걸 네가 그렇게 안다고 노래를 부르더군.”

쿵.

서랍 하나를 통째로 꺼낸 메르인이 추가로 말했다.

“보통 할버드가 아니지. 도끼 부분이 정말 비대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할버드지.”

도끼 밑의 걸쇠로 적 방어구의 틈에 걸쇠를 걸어서 잡아당기고, 창으로 찌르고 도끼로 내려치는 할버드는 매우 길었기 때문에 도끼날이 두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힘이 강하고 체격이 남다른 〈손없는 센다빌〉은 그런 할버드를 한 손으로 놀렸다.

뱃심. 척추의 힘. 신체중에 중심이라 불려서 〈코어〉라고 말해지는 근력이 높은 드낙 또한 한 번 정도는 한 손을 놀릴 수 있었다. 센다빌은 그런 할버드를 자유자재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요베의 표정이 검게 죽어갔다.

“범죄자랑 잘 놀던데, 센다빌의 부하인가 보지? 표정 관리 좀 해라. 다 보인다.”

융의 말에 요베가 헐레벌떡 입을 놀렸다.

“아, 아닙니다! 센다빌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오, 본 적이 없소!”

“멀리 있는 센다빌이 더 무서운가 봐.”

융이 요베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면서 대거로 요베의 실크 잠옷을 주우욱 잘라냈다. 요베의 목젖이 부르르 떨면서 위아래로 꼴딱 움직였다.

“허으으···”

“멀리 있는 주먹이 무섭소? 가까이 있는 주먹이 무섭소?”

“가, 가까이 있는 주먹이 무섭습니다.”

요베가 냉큼 그 물음에 대답했다. 융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기 싫으면 똑바로 말하시오.”

그때 메르인이 융을 불렀다.

“대장. 이거 받아.”

휙!

검은색으로 도색된 가죽으로 둘러진 책이었다. 안에는 누런 종이가 반듯하게 족히 백장은 끼워져 있었고, 종이의 굵기는 제법 두툼했다. 물론 양피지보다는 얇았다.

“억.”

헛바람 소리를 낸 요베가 입을 꽉 다물었다.

“〈진짜 장부〉군.”

안을 살펴본 융이 거기에 있는 것을 소리 내어 말했다.

"매주 밀주를 10통씩이나? 많이도 벌었겠네.”

가장 먼저 세금 안 내는 밀주를 받았다. 돈 많은 이들이 세금을 절세하려고 아등바등 하듯이 세금을 안내는 술을 팔아서 챙기는 이득은 어마어마했다.

“범죄자들도 제법 많이 오고 가나 봐. 〈사살도끼〉라는 놈에게는 그냥 공짜로 술을 내주나 보군. 이놈이 뒷배인가?”

돈을 안 받고 술을 팔기도 했다. 그게 적나라하게 적혀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금을 내며 따로 술을 매입하면서 〈돈세탁〉도 했다. 제법 수량이 대단해서 때때로는 장물까지 팔아치웠다.

“······”

요베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단번에 머리 위로 장부로 얻어맞아야 했다.

“윽.”

“말을 하시오. 말을. 뒷배냐고.”

“아, 예. 맞습니다.”

그 말에 메르인이 툭하고 내뱉었다.

“와, 지금 방금 자기 〈형제〉를 판거야? 사살도끼의 형제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찌 되려나 몰라.”

요베가 고개를 세차게 돌렸다.

“아, 아닙니다! 그런 게!”

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바지 사장 여럿 둔 〈사살도끼〉라는 놈이 잡혀들어가면 볼만하겠군.”

“배신자를 찾는다며 이놈 저놈 죽이고 다닐걸.”

“한 번 휘저어진 〈화이트 펍〉의 내막을 말하면서 네가 찔렀다고 하면 빼박이지.”

“보증수표지. 상황이 이미 증거야, 증거.”

융과 메르인은 말을 주고받았다. 요베의 입이 달달 떨렸다.

“모, 모함입니다.”

“모함해도 뒤질 껀 뒤져.”

융은 그렇게 말하면서 대거를 집어넣었다. 손으로 요베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리 뒤져도 죽고, 저리 뒤져도 죽을 상황을 벗어나려면 우리를 기분 좋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

메르인은 뒤이어서 가짜 장부도 앞에 두었고, 그다음에는 보석 상자까지 앞에 놓았다. 몰래 숨겨둔 가죽 주머니 다섯 개로 분할된 비상금까지 속속들이 도착했다.

융은 그 물음을 끝으로 요베와 함께 술을 마셨다. 제법 독한 술을 한 병 서로 한 잔씩 마시며 비웠다. 안주 하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요베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살아야 한다!’

“모두 말하겠습니다. 물어만 보십시오.”

“센다빌에 대해서 말해봐.”

“놈에 대한 것은 정말로 거짓입니다.”

“그래. 말해보라고.”

융이 대거로 허벅지를 조금 긁었다. 작은 고통과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그 대거의 끝은 무릎으로 향했다.

“널 죽이고 싶지도 않아. 그저 불구가 되게 해서 어디 농지의 농노로 평생 살게 하는 게 너에게 더 고통을 줄 수 있으니까.”

“마, 말하겠습니다! 말하겠습니다!”

몸을 요동치며 뒤로 물러나자 찾을 만한 것은 모두 찾은 메르인이 발로 의자를 탁하고 밟아 막았다. 융이 대거를 다시 집어넣었다.

“피곤하게 질질 끌지 말자고.”

“예. 예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만 잘한 요베가 입을 다시 열었다.

“저는 산골 마을을 돌며 보부상을 해왔고, 이를 더 확장해서 후미진 마을에서 상업을 하는 〈상단〉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웬 잡도둑놈이 저와 함께 했는데 그만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려고 하다가 딱 걸린 겁니다.”

아주 세세한 것부터 모든 것을 말하는 요베를 보며 융이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계속해보라는 소리였다.

“그 도둑놈 새끼는 통 크게 〈번쩍 두다리 곰〉의 통가죽을 훔치려고 했죠. 마을 사람에게 저희들 또한 끌려가야 했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거대한 할버드로 쇠사슬을 끊고 들어간 드낙이 도둑놈의 뺨을 한 대 후려쳐서 조용히 시켜서 제압했다는 것입니다.”

“힘이 장사로구만. 그 할버드의 특징을 말해줄 수 있겠지?”

“도끼날이 다른 할버드 보다 족히 세 배는 될 정도로 컸습니다.”

요베의 뒤에 자리 잡은 메르인이 그 말을 듣자마자 입술을 움직였다. ‘잭팟’이었다. 융은 메르인의 그 모습에도 웃는 상 그대로를 유지했다.

“손이 없던가?”

“방패 때문에 알 수 없었습니다.”

할버드에 원형 방패.

요베는 피와 비 그리고 번쩍이는 번개···천둥소리에 대한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평범하고 제법 온화했던 드낙의 모습보다도 가장 먼저 그것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요베는 다시 〈검은 산골 마을〉로 가는 일이 없었다. 드낙의 이미지는 지금도 단번에 기억할 수 있는 모습이라곤 그 강렬한 전사의 모습 하나 뿐이었다.

〈간합의 융〉은 단번에 그놈이 센다빌임을 깨달았다.

‘손이 없으니 방패를 팔뚝에 고정시킨 것이겠군.’

쇠사슬을 단번에 끊기 위해서 드낙이 〈데드리프트 용〉으로 사용하던 센다빌의 할버드는 이곳에서 추적으로 사용됐다. 확신을 주었다.

“놈이 어디에 산다고 했지?”

“〈검은 산골 마을〉입니다. 지금은 폐광이라 별다른 자원은 없습니다.”

센다빌의 가명으로 여겨지는 이름을 융이 처음으로 입에 담았다.

“그 드낙이라는 놈은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사냥꾼입니다. 그···〈검은 숲의 사냥꾼〉? 아! 〈깊은 숲의 사냥꾼〉이라고 불립니다.”

“큰 놈을 잡는다는 소리군.”

융이 몸을 일으켰다. 메르인은 능숙하게 보석상자와 비상금을 챙기고, 비상금 가죽 주머니 중에 하나만 남겨주었다.

아주 개짓거리였다. 모두 가져가는 것만 못했다.

복합층으로 개조된 다락방을 나왔다. 2층에는 피떡이 된 〈범죄자 보디가드〉 2명이 기절해있었다. 상처에 흰가루를 뿌리던 〈방패덩치 케르욘〉이 융을 보며 실실 웃었다.

융은 날카로운 눈총을 쏘며 나무랐다.

“깨워서 조졌지?”

“내기 하나 했습니다. 제가 이겼죠.”

케르욘과 베듬이 내기를 한 것이었다. 하여간 사고뭉치들이었다. 베듬은 개인실을 뒤져서 가죽 배낭 두 개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왔다.

“대장 일은 끝마쳤습니까?”

“그래. 깔끔하게 끝냈다. 요베의 입이 생각보다 가벼웠어. 여기서 5일 거리에 있는 〈검은 산골 마을〉이다.”

“그곳은 또 어디야?”

케르욘이 헛웃음을 지었다. 산골이 들어간 마을답게 지독하게도 험악한 곳에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기도 했다.

그들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어서 그냥 1층 창문에 고정된 함정을 제거하고, 창문 밖에 있는 골목길로 나왔다.

“어응?”

부랑자가 놀라면서 옆으로 비실비실 움직였다. 융은 품에서 동화를 몇 개 쥐어서 던졌다.

“만족하시오. 〈도둑신의 동화〉요.”

“내 입은 굳은 진흙이오.”

부랑자가 그리 말하며 엎드려서 땅에 던져진 동화를 줍기 시작했다. 〈머리통 용병단〉은 그길로 빠르게 짐을 정리하고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을 때에 맞춰서 성문 밖에 나가는 줄에 설 수 있었다.

그들 다음에 온 이들은 병사들이 돌려보냈다.

“줄은 여기까지오.”

“하이고. 늦어버렸구나!”

낭패감이 서린 보부상이 곡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뒷돈이 먹히지 않는 것이 〈횃불 성채〉의 병사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베듬이 감탄했다.

“돈 안 주고 물러나는 보부상은 또 처음이네.”

“여기는 검문만큼은 제대로야.”

줄이 줄어들어가는 사이에 퇴근을 하던 경비병 하나가 〈머리통 용병단〉을 보더니 다시 병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비대장이 밖으로 나왔다. 뒤에는 경비병 다섯이 따라섰고, 그중 하나는 몽타주가 그려진 양피지를 여러 장 들고 있었다.

“잠깐. 거기 용병.”

“무슨 일입니까?”

〈간합의 융〉이 나섰다. 그 무리 속에는 〈메르인〉도 함께였는데, 케르욘이 메르인의 앞에 서서 그녀를 가렸다.

“뒤에선 여성분도 나오시오.”

“쩝.”

입맛을 다시며 메르인이 튀어나왔다. 그녀의 몸매에 경비병의 시선이 한눈에 집중되었다. 그것을 뒤로 돌아본 〈경비대장 세베긴〉에 의해서 들켰다. 찔끔하는 경비병들의 모습에 절로 〈머리통 용병단〉 또한 긴장했다.

세베긴을 두려워하는 병사들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강철처럼 병사들을 다루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통 용병단. 영주님께 고용되어서 제법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횃불 성채〉를 드잡이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

“저희들은 그저 메디오 영주께서 원하는 바를 해주고, 돈을 받을 뿐입니다.”

그 말에 세베긴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예가 아닌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놈들이었다. 그렇기에 경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방금 융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융 또한 세베긴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횃불 성채는 결코 용병단 하나를 위해서 배려하지 않는다. 항상 행실에 조심해라.”

그리고는 경비대장 세베긴이 융의 가슴을 검지로 쿡하고 찔렀다.

“〈영주문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징병제와는 다르게 모병된 병사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때때로 자신의 책임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영주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명심하겠습니다.”

“흥!”

경비대장이 되돌아가 병영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단은 결코 그 뒷모습에 엿을 먹이지 않고, 옷차림을 바로 잡는 등 생쇼를 했다.

〈머리통 용병단〉은 그 길로 〈검은 산골 마을〉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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