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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0화 (3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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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보부상이었던 〈요베〉는 〈횃불 성채〉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일이 힘들어서 범죄자들과 으쌰으쌰해서 술집 주인이 되었다.

일종의 〈바지 사장〉의 성격도 있었고, 직접 장사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며 뉴페이스라서 아주 안전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안 터진다면 제법 큰돈을 만지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장사를 위해서 입을 너무 놀렸다. 그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원하는 〈인간 사냥꾼〉. 메디오 지방의 영주에게 고용된 현상금 사냥꾼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그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으음···끅!”

〈간합의 융〉이 뒷골목에서 술병을 쥔 채 주저앉아서 딸꾹질을 했다. 목표인 〈화이트 펍〉에서 빠져나와 밤바람을 쐬며 술로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면서 여자를 따먹는 이야기를 하던 깡패 두 명이 횃불 밑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거리며 까딱이는 그를 보더니 그대로 다가갔다.

“어이, 아저씨.”

“많이 취했네.”

이리저리 보다가 그대로 품 안에 손을 집어넣어서 훑었다. 어찌나 능숙한지 단번에 옷의 안감에 있던 가죽 주머니 하나가 빠져나왔다.

“제법 두툼한데?”

“얼마 있어?”

깡패 두 명은 아주 여유 만만했다. 한 명이 가죽 주머니를 열자마자 날벌레가 좌르륵 날아올랐다.

“어푸흑! 씨발!”

거친 욕을 하면서 가죽 주머니를 던지고 허우적거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깡패는 당연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정확하게 물러난 깡패의 머리 위로 밧줄이 쑥하고 내려와서 당겨졌다.

“허윽. 켁! 흐!”

“쉬이이···그대로 뒈져서 여기에 버려지고 싶으면 소리를 질러도 돼.”

밧줄로 목을 팽팽하게 당기면서 〈후장털기 베듬〉이 말했다.

“······”

어느새 일어난 간합의 융은 날벌레를 보고 기겁한 놈의 다리를 하나 쳐서 벌리게 만든 다음에 어퍼컷으로 아래턱을 날려버렸다. 입에 떨어진 가죽 주머니를 물렸다. 당연히 목에는 단검이 살짝 목을 찌르고 있었다.

뽀족한 감촉과 알싸한 통증. 피가 조금 흐르고 있었기에 쓰러진 깡패도 상황을 금세 파악하고 입을 다물었다.

목숨은 하나뿐인 것이었다.

아주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또한 횃불이 순식간에 치워졌다. 골목이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화이트 펍의 구조에 대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무슨 짓이든 벌일 것 같은 단호한 사내다움이 녹아있는 융의 목소리에 깡패 두 명은 모든 것을 말해주었고, 동시에 경비대에 넘겨져서 일이 끝날 때까지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메디오 지방〉의 영주문장이 박혀있는 용병패로 병사에게 부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영주에게 고용된 〈용병단〉임을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자존심이 높은 〈횃불 성채〉의 경비병들이었다. 경고를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우리들의 선을 넘지 마시오.”

“최대한 조용히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간합의 융〉은 능숙하게 고개를 숙이는 화법을 선택했다. 명예를 아는 저 병사들은 몬스터를 앞에 두고도 도망가지 않는 모병된 병사들이었다. 죽음으로 꺾이는 자존심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다시금 골목의 창문을 통해서 빈집으로 들어간 〈머리통 용병단〉은 〈대충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를 제작하는 것에 있어서는 〈정보꾼 메르인〉이 도움을 크게 주었다.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화이트 펍〉의 크기를 머릿속에 넣고 그렸다.

리얼리티가 가미됐다. 완성된 〈대충 지도〉는 정확한 지도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전을 설명하기 위해서 최대한의 정보를 규합해서 만든 것이었다. 작전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저녁보다는 동이 틀 때를 노린다.”

거진 오후 2시나 3시에 장사 준비를 하는 〈화이트 펍〉이었다. 당연히 그에 맞춰서 장사의 끝물은 새벽 2시가 되어서도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아침 해가 뜰 때면 말 그대로 무방비라고 해도 아깝지 않았다.

강력한 치안은 동시에 범죄자들끼리는 서로 보고도 지나치게 해준다. 그들의 배짱 장사는 횃불 성채의 치안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범죄자에게는 같은 범죄자가 경쟁자인 셈이지.’

“지하실로 갈 필요는 없어. 그곳에서는 술통만 꺼내거든. 위에서 재미를 못 본다면 한 번 볼 정도는 되지만 처음부터 노릴 곳은 아니야.”

메르인의 말부터 시작해서 용병단 전원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의견은 이들 용병단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내용을 〈가지치기〉 하는 것은 〈간합의 융〉의 역할이었다.

“베듬. 창문은 이용하지 못한다고 메르인이 말한 적이 있다.”

“아. 맞다.”

“벌써 치매가 온 거냐?”

"네 굵은 허벅지가 살로 축 늘어질 때까지는 어림도 없지.”

“말은 잘 하네.”

베듬과 케르욘이 티격태격 거렸다. 나이 차이가 무려 7살이나 났지만 둘은 용병단 내에서도 가장 케미가 잘 이루어지는 사이였다. 〈방패덩치 케르욘〉은 전방에 서기 때문에 〈후장털기 베듬〉의 뒤치기를 한눈에 보고 있어서 그를 인정하고 있었고, 베듬 또한 자신의 침입이 전보다 수월해진 것이 케르욘 덕임을 잘 알았다.

그 인정이 바탕으로 깔려 있었기에 말로는 온갖 거친 말을 나누어도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 하나는 벌써 용병단을 떠났을 것이다.

“쎈. 너도 하나 의견을 내봐. 이제 제법 경험도 쌓였을 텐데?”

융이 그렇게 묻자마자 케르욘이 장난기가 차올랐지만 단번에 융이 그 옆구리를 찔렀다.

“에크!”

휘청거리는 케르욘이 격렬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한바탕 떠들썩했고, 쎈은 그 흥겨움에 취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범죄자 두 명은 우리를 보자마자 죽자고 달려들 텐데?”

융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평화에 찌든 놈들이에요. 우리가 조심만 한다면 누구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걸요.”

“요베만 보쌈해서 나오자는 것이군.”

“챙길 것도 챙기고요.”

해볼만했다.

“괜찮은 방법 같은데? 범죄자라도 죽인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까 그 경비병 놈 기억나?”

“여자애도 아니고 줄넘기하면서 선타령 하는 놈?”

흐흐.

하하하.

킬킬킬.

“메르인, 어때? 이번에는 막내 쎈이 말한 것처럼 조용히 하는 게.”

“단검에 피 묻히는 게 뭐가 좋다고. 난 찬성이야.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바로 다음 계획까지는 마련했으면 좋겠어.”

“언제는 사람 안 죽였나? 거기다가 범죄자 놈들이야. 죽여서 감옥에 가도 금방 풀려날 거야. 메디오 영주가 괜히 우리에게 〈영주문장〉을 용병패에 새겨준 것이 아니잖아? 쉽게 가자고.”

케르욘은 모든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선호했다.

융은 턱을 까딱이며 베듬의 의견을 물었다. 베듬은 양다리를 척하고 테이블에 올리고 있었는데, 누구 하나 그의 예절을 탓하지 않았다.

전투는 예절을 잘 지키는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놈이 깨면 걷잡을 수가 없어. 적어도 두 사람은 놈들이 자고 있는 문 앞에서 대기를 하던가 대비를 해놔야 해.”

“그렇게 하면 시간만 흐를 뿐이잖아.”

“해가 중천이 떠도 조용할걸.”

워낙 늦게 장사 준비를 하는 놈들이었다.

“지붕에 미리 작업을 쳐놓고, 다락방 창문으로 빠져나가면 점심때 빠져나가도 무리가 없을 거야.”

베듬이 추가적으로 의견을 보태었다.

순식간에 제1작전은 쎈의 의견이 주춧돌이 되었다.

〈대충 지도〉에서 결국 타격해야 할 곳은 2층의 거주방들과 그 위에 있는 다락방이었다. 1층은 장사를 하고, 지하실에는 술을 보관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협박 도구가 필요해. 놈의 거짓 장부와 진짜 장부를 얻어야 하는데.”

“그건 나한테 맡겨줘.”

〈정보꾼 메르인〉이 그 역할에 제격이었다.

결행인은 메르인이 쉬는 2일 뒤였다. 그동안 염탐을 계속했다. 〈화이트 펍〉의 운영은 실로 형편없었다.

〈지키는 입장〉에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2일 동안 〈화이트 펍〉을 염탐하는 것을 반나절만에 철회시킨 〈머리통 용병단〉은 〈횃불 성채〉에서 오랜만에 평화를 누렸다.

물론 〈막내 쎈〉은 화이트 펍을 지켜봐야 했다. 〈애송이〉에게서 겨우 벗어난 쎈에게 있어서는 무엇이든지 경험이 되었다.

〈간합의 융〉 또한 〈막내 시절〉에 그렇게 시간을 허비한 적도 많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1계획은 조용히 들어가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요베를 보쌈해서 거짓 장부와 진짜 장부를 훔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제2계획은 범죄자 2명을 죽이고 그 시체를 이용해서 요베를 협박해서 순식간에 정보를 취득하고,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태양이 떠오르고, 추위가 서서히 사라질 때, 〈머리통 용병단〉은 당당하게 〈화이트 펍〉의 굳게 닫힌 문 앞에 섰다.

메르인이 자물쇠에 자물쇠따기(Lockpick)을 쑥하고 집어넣어서 귀를 자물쇠에 대었다. 5초도 안 되어서 자물쇠가 풀렸다. 쇠사슬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단단히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도 더 된 자물쇠를 사용하네.”

그다음 닫힌 문 또한 순식간에 따버렸다. 보안에 돈을 쓰지 않은 대가는 컸다.

1층은 청소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역한 냄새가 심했다. 목재 바닥에 음식물이 말라있었다. 닦아도 그 냄새는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직 보부상이라니 관리가 하나도 안 되어있네.”

화이트 펍에 들어가서 염탐하지도 않을 정도로 머리통 용병단은 신중했다. 그 덕에 1층을 둘러보며 한 소리가 툭 하고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작전대로.”

케르욘과 베듬이 2층 개인방에서 자고 있을 범죄자의 상태를 주시하고, 메르인과 융은 요베를 노릴 것이다. 쎈은 2층의 끝에서 활과 화살을 잡은 채 바닥에 털가죽을 놓고, 무릎을 굽혔다.

몇 번 활시위를 당겨보더니 이내 손에 힘을 풀고, 전방을 주시했다.

2개 조로 2층 개인방의 내부를 확인해나갔다.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여관업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빈방일 수밖에 없었다. 끝에서부터 서로 나누어져서 확인했는데, 가장 중앙에 빈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디가드〉 2명이 개인방을 쓰고 있었다.

‘곯아떨어졌군.’

방 하나는 확인할 것도 없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때문에 빈방을 사이에 두고 있는 듯했다. 나머지 방에 조용히 베듬이 몸의 절반만 들어섰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케르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문에 힘을 빡주고 살살 닫고, 손을 천천히 놓았다. 문고리를 다시 돌리는 것도 느리게 했다.

제법 침투를 자주 한 경험이 절로 드러났다. 문고리를 돌리고 그냥 손을 놓았다면 소음이 생겼을 것이다.

침묵으로 중앙을 지켜야 했기에, 쎈을 다시 불렀다.

“1층 테이블 계산대 밑에 있어. 그곳에서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놈의 뒤통수가 정확하게 보일 테니까.”

쎈이 상체를 숙인 채 내려가서 자리 잡았다.

그 사이에 융과 메르인은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2.5층쯤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개조를 했나 보네.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개조한 복층 개념의 다락방의 좁은 통로는 절로 침을 꿀꺽 삼키게 했다.

절로 긴장했다. 특히나 융은 손으로 양쪽 벽을 조금 누르면서 움직였다. 혹시나 모를 함정이 있다면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메르인은 그 뒤에 있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통로에는 어떤 함정도 없었다. 〈화이트 펍〉을 염탐하며 얻은 수준은 안에서도 똑같았다. 안에서도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것처럼 반전 하나 없었다.

문 앞에서는 메르인이 고개를 숙여 앞으로 갔다. 융은 자연스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딸깍.

잠금이 풀렸다.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개조된 다락방의 모습이 들어왔다. 상당한 규모의 개인실이었다.

“크어어···휴우우우···”

요베는 와인색 실크로 된 잠옷을 입은 채 풍성한 이불을 걷어찬 채 자고 있었다. 침대 옆의 테이블에는 새하얀 찻주전자가 있었고, 잔에는 황금 테두리가 있었다.

‘아주 살판났네. 얼마나 검은 돈을 만졌으면.’

간합의 융이 요베를 제압하기 위해 걸어나갔고, 정보꾼 메르인은 수색을 시작했다.

우악스러운 손이 요베의 얼굴을 훅하고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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