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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2화 (2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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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순식간에 오른 드낙은 곧바로 문을 열고 2층에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그곳은 책 냄새가 나는 곳은 아니었고, 무기와 장비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텅텅 비어있었다. 마적들이 일찌감치 선별하여 값이 나가는 것을 빼냈다.

물론 퇴역군인 락손의 무기고인 만큼 하나도 남김없이 철이란 철은 모조리 가져갔다. 그 속에서 드낙은 텅텅 빈 갑옷 거치대를 드러냈다. 바닥에 손을 대니 빙글하고 돌아갔다. 그 속에서 작은 목함을 꺼냈다.

‘락손의 비전서 원본.’

필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안 비밀 장소였다. 드낙은 그것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바락바락 공기를 뒤흔드는 소리가 쩡쩡 울렸다.

“비~겁한 놈들이! 개새끼처럼 피떡이 되어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나무 창문을 우악스럽게 부수고, 단번에 다리를 척하고 내밀면서 술에 잔뜩 취한 〈손없는 센다빌〉이 옆으로 상체를 숙여서 빠져나왔다. 던져지는 불타는 장작은 그의 손 없는 오른손에 끼워진 방패에 막혀졌다.

콰직!

나무창틀이 그대로 딸려 나오는 할버드에 박살이 났다.

“무슨 덩치가···”

앉아있었고, 단상에 올라와서 크다고 생각했던 센다빌의 3m에 근접하는 무지막지한 체구는 두렵기 그지없었다.

“꺼져라! 이 마적 새끼야!”

타오르는 집 전체에 화마가 뻗치면서 대문이 우수수 무너져내렸다. 안에 있는 마적들이 나오려고 했지만 던져지는 장작과 기름을 얻어맞더니 빠져나올 엄두를 못했다.

방패가 있는 센다빌만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방을 훑었다.

‘많다.’

기세에서 진다면 단번에 피떡이 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센다빌은 걸음을 성큼하고 걸으면서 방패를 할버드로 텅텅 쳤다. 금속음이 크게 울렸다.

“덤빌 놈은 덤벼라! 머리통을 반으로 쪼개주마!!!”

제법 덩치 있는 나무꾼 부에릭이 슬금 거리며 거리를 좁혀왔다. 다른 이들도 불붙은 장작으로 따르자 센다빌이 단번에 나무꾼 부에릭이 용기의 구심점임을 알아보았다. 싸움에는 이골이 난 그였다.

특히나 시민들과 맞붙은 적이 많았고, 청년회부터 자경단까지 그럴듯한 전투 집단과 붙기도 하였다.

‘저런 놈을 가만히 두면 큰일 나지.’

사람은 생각보다 겁이 많고, 불의를 아주 잘 참는다. 정의로운 한 명에게 벌떼처럼 모여들기 때문에 용감해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칼을 쥔 3미터에 가까운 거한에 맞설 사람은 많지 않았다.

누구 하나가 나서서 구색을 맞추면 그제서야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이다.

“와아악!”

센다빌이 거칠게 훌쩍하고 점프를 했다. 나무꾼 부에릭이 장작으로 들어 막았는데 엉성했다. 단번에 방패에 팔이 쑥 내려갔고, 마적 두목 센다빌의 박치기가 머리를 후려쳤다. 뒤로 쓰러지는 그의 골통에 할버드가 퍽하고 틀어박혔다.

“걱.”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대로 대(大)자로 양팔이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타오르는 장작불이 재를 토했다.

“헉.”

바로 옆에 있던 남자는 오금이 저리는지 꿈쩍도 못한 채 그대로 즉사해버린 부에릭을 보았고, 그대로 방패에 얻어맞아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이쿠!”

“퉤! 크흐흐. 또 한 놈 나올 놈 있느냐!”

할버드를 쭉 내뻗어서 이리저리 겨누자 너도나도 물러났다. 그때 화염으로 타오르기 시작하며 무너지는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두목! 여기야!”

화상을 입은 세탄이 소리를 질렀다. 어디에서 방 하나 잡고 정신없이 뒹굴었는지 옷 하나 입고 있지 않았고, 피가 묻은 단검 하나가 전부였다.

소란이 일어나자 뒹굴고 있던 마을 여자를 그대로 죽여버린 것이다. 자신이 죽기 전에 한 명 더 죽이자는 생각이 깔려있는 잔혹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왜 죽였냐고 했을 때, 그냥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내면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기심 때문에 마을 여자를 그냥 죽인 것이다. 그것을 〈이기심 때문에 죽였다〉라고 말하기에 그는 스스로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냥 들이밀어!”

“창문을 아래를 부숴줘!”

두려움에 덜덜 떠는 것이 보였다. 이미 한 번 락손의 화공(火攻)에 산채가 타버리는 곳의 속에서 타죽을 뻔했던 것이 〈일그러진 세탄〉이었다. 〈손없는 센다빌〉이 뒤를 돌아보았다.

‘무기 하나 들고 있지 않았네. 세탄만 꺼내서 가면 되겠다.’

그는 중요한 꾀주머니였다. 마을 사람을 남녀로 나누는 것도 그가 만들어낸 노하우(전술)였다. 처음에는 사람을 최대한 죽이지 않는 것도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창고에서 깡그리 태워 죽여야 제맛이다.

“후욱, 후욱, 후욱!”

한 번 그대로 내려쳤다. 창틀을 부수고, 바닥을 이루는 목재가 와르르 무너졌다. 박힌 할버드를 뽑으면서 뒤를 또 한 번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죽고 싶은 놈은 와봐라! 곤죽을 만들어주마!”

소리를 지른 센다빌은 그들의 눈이 자신의 위를 보는 것을 확인했다. 단번에 고개를 올리자마자 눈이 시큰거리면서 오른쪽이 검게 변했다.

“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면서도 그는 반사적으로 원형 방패를 들어 올렸다.

텅텅!

연속적으로 두 번의 충격음이 들려오며 충격이 느껴졌다.

‘화살이다!’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원형 방패에 최대한 상체를 가렸다. 허벅지나 다리는 굽힘으로써 체면적을 줄였다. 드낙은 회심의 공격이 어처구니없이 실패하자 인상을 찡그렸다. 방패를 든 상대에게 화살을 쏘고 싶지 않았다. 화살 수가 이제 6발 밖에 남지 않았다.

옆과 뒤로 무식하게 불에 타더라도 뛰쳐나오는 마적을 처리하는데 8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쉽다.’

보스를 처리하기 전에 잡몹을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마적 조무레기들을 죽이는데 시간을 들였던 것인데, 이미 센다빌에게 한 명이 죽어있었다.

“우윽!”

덜덜 떨면서 뛰어든 세탄이 튀어나왔다. 사타구니가 할버드의 길쭉한 창부분에 얻어맞고 그대로 앞으로 머리부터 처박혔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가 〈불〉에 갖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큰 용기를 낸 것이었다.

웅크린 놈의 옆구리에 드낙은 화살을 하나 먹여주었다.

“포위해!”

늑대 네 마리는 영악하게 드낙이 올 때까지 덤벼들지도 않았고, 시야에 들어갈 짓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전형적으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영약해져야하는 삶에서 배운 치사함이었다.

“컹! 컹컹컹!”

화들짝 놀라는 것은 물론이고 가까이 가면 공기가 쩡쩡 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크게 짖었고 위협적으로 이빨을 가득 드러내었다.

“일어나! 이 새끼야!”

센다빌이 소리를 지르며 할버드를 한 손으로 그대로 끄집어냈다. 그 사이에 세탄이 옆구리에 화살을 꽂은 채로 일어났다. 덜렁거리는 그곳에서는 피가 조금 흐르고 있었다. 입술이 달달달 떨렸다.

고통이 상당한 듯했다.

“흐으으, 씨발!”

그런 세탄은 드낙이 화살을 당기며 몸만 앞으로 쑥 내밀며 쏘는 시늉을 실감 나게 하자 그대로 욕을 하며 굴렀다. 당연히 화살은 쏘지 않았다.

‘저런 놈에게 쏴봤자지.’

무기도 단검 하나다. 늑대 두 마리면 그냥 끝날 놈이었다. 그리 싸움질을 잘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문제는 원형 방패와 할버드를 다루고, 중요한 곳에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센다빌이었다.

화살에 오른쪽 눈이 꿰어졌지만 할버드를 강하게 당기면서 고개를 숙이는 사이에 알아서 눈알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텅 빈 눈에는 피가 차오르면서 움직임에 따라서 출렁거리며 피를 쏟아냈다. 피가 마치 눈물을 펑펑 쏟아내듯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걷다가도 온갖 욕을 씨부려 대었다. 고통이 미칠 것 같아서 뇌가 타는 듯했기 때문에 욕을 안 하고서는 도망칠 기력도 나지 않았다.

“개새끼야! 내려와라!”

드낙은 듣지도 않았다. 거리가 15걸음 정도로 차이가 나자 내려와서 그대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늑대들은 10걸음만 거리를 유지했다.

“이 빌어먹을 늑대가!”

세탄이 돌을 던졌지만 잔뜩 시선이 가있는데 그걸 모를 늑대들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피해냈다. 모르고 있을 때야 얻어맞겠지만 늑대의 눈은 두 명을 향해 있었다.

마을을 벗어났음에도 드낙과 늑대는 그들을 쫓았다. 나무를 엄폐물로 삼으며 센다빌이 숨을 골랐다. 온몸에 열이 풀풀 나고 있었고, 식은땀이 등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나무꾼 뷔에릭의 처참한 죽음은 그들에게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덩치 큰 나무꾼이 한 방에 두개골이 쩍 갈라지고 소리 하나 크게 내지르지 못한 채 대자로 뻗어 죽어버렸다.

〈손없는 센다빌〉은 한 명을 단번에 쳐죽임으로써 추격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그 공포에 물들지 않은 인간이 하나 있었다.

“빌어먹을 놈아! 쫓아오지 마라!”

할버드를 바닥에 꽂고, 나무를 엄폐물 삼은 다음에 왼손으로 약초를 다진 것을 넣은 주머니를 탈탈탈 털며 센다빌이 소리쳤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드낙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사방에서 짖어대는 늑대의 위협적인 소리만이 가득 들렸다.

윤곽이라도 있어야 할 드낙이 수풀에 몸을 숨겼음을 알 수 있었다.

밤바람은 거세고, 거칠어서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사방에 넘쳐났다. 두리번거리는 그들이라도 어둠 속에서 화살을 분간하기가 힘들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덩치 큰 놈이 미련할 줄 알았더니, 가장 까다롭구나.’

나무를 축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불규칙적이었기에 노리기 힘들었다. 화살의 속도는 그런 움직임을 하고 있는 적을 맞추기 힘들었다.

반면 벌거벗은 세탄은 노리기 좋았다. 하지만 드낙은 놈을 노리지 않았다. 그는 센다빌의 훌륭한 짐이었고, 살아있을 때가 더 드낙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센다빌은 그가 있었기에 홀로 빠르게 도망치지 않았다.

드낙과 싸울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고, 그 내면의 갈등이 이곳에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냥꾼 게릭과는 다르게 〈깊은 숲〉에서 활동한 드낙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몸이 안전해야 하는 그는 말 그대로 인간 사냥을 실행했다. 무료하고 나른한 오전에 드낙의 유일한 즐거움이 상상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당연히 〈인간 사냥〉에 대한 것도 있었다. 무법의 시대. 칼 하나 쥐고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려는 그였다. 하나의 시뮬레이션 하나 없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쏴아아아-!

수풀이 바람에 휘날려 큰 소리를 냈다. 조용한 시간이 계속되었고, 컹컹 짖던 늑대들도 어느 순간 몸을 낮춘 채 수풀에 배를 들이밀며 엄폐했다.

달빛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것도 구름에 가려지거나 나뭇가지에 가려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

센바딜이 세탄에게 말했다. 옆구리에서 화살을 부러뜨린 세탄은 몸을 추스른 채 엉거주춤 그의 옆에 섰다.

“어떻게 하려는 걸까?”

“우리를 사냥하는 겁니다. 덤비지도 않고, 계속 시간을 끌겠죠. 먼저 피곤해지는 것은 저희들입니다.”

그 말에 센다빌은 세탄의 의견을 물었다.

“그럼? 놈을 어떻게 떨쳐내지?”

“서로 양쪽으로 찢어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벌거벗은 세탄의 말에 센다빌이 깜짝 놀랐다. 무기 하나 없고 방어구 없는 세탄은 반드시 죽을 것이었다.

“넌 죽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복수를 해주시면 되죠.”

훈훈해 보이는 광경과는 다르게 세탄은 어둠 속에서 헤벌쭉 웃고 있었다.

‘멍청이.’

센다빌은 자신의 무기와 장비 그리고 덩치가 자신을 살려줄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세탄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놈의 그 모든 지표가 놈을 죽일 것이었다.

‘나보다 너를 쫓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위협적인 존재가 〈손없는 센다빌〉이었다. 그의 퍼포먼스로 두개골이 쩍 갈라진 시민이 생겼을 때부터 놈은 반드시 놓쳐서는 안 되는 대물이 되었고, 세탄은 잡졸이 되었다.

‘도망치는 척하면서 엎드린 채 숨죽이며 어둠에 몸을 맡기면 된다.’

“신호를 주면 제가 북쪽으로 뛰겠습니다.”

그가 속삭였다. 센다빌은 다시 할버드를 왼손으로 쥐었다. 오른쪽 눈이 당했지만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이미 오른손이 잘렸는데 오른쪽 눈보다는 왼쪽 눈이 더 소중했다. 그리고 절망에 빠지더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더 먼저였다.

두 사람은 쥐 죽은 듯이 있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속삭였다.

“다음 바람이 제법 불면 바로 나뉘어서 뛰자.”

“예.”

바람이 크게 불었다. 두 사람이 순식간에 뛰어갔고, 드낙은 단번에 명령했다.

“작은 놈은 한 마리만 쫓아가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

늑대 두 마리가 세탄을 쫓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뛰다가 이내 한 마리가 되돌아가서 드낙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세탄의 예상대로 드낙은 그를 놓아주고 센다빌에 크게 전력을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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