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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4화 (14/1,239)

0014 <-- 사냥 대회 -->

치즈를 걸은 나뭇가지가 모닥불 안으로 들어갔다. 겉이 녹다 못해 재가 묻고, 그대로 검게 타버리기 시작했다. 고소한 향과 탄내가 크게 일어났다.

휙! 화르륵!

드낙은 무기를 들기보다는 단번에 장작 하나를 주워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던졌다. 불똥이 튀고, 단번에 수풀이 타올랐고,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보다 많이 던져야 했다.

식물의 속에 습기가 있었기에 검은 연기는 제법 나왔지만 선선하고 때때로 강하게 부는 밤바람 때문에 금방 시야가 트였다.

그 속에서 짐승의 눈동자가 보였다. 검은 늑대가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고, 눈까지 마주치자 드낙은 겁이 났다.

“절 지켜주세요!”

하지만 사냥꾼 게릭을 믿었다. 그는 자신의 몸보다 드낙을 지키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마초적인 삶과 제법 마을에서도 남을 위하기도 했고, 사냥에 있어서도 10의 일 중에 7내지는 6의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자였다.

‘그는 믿을만하다.’

한가득 쥔 장작에 몸을 던지다시피 드낙이 뛰어들었다. 거칠게 사냥꾼 게릭이 검과 나무 장작 하나를 쥔 채로 드낙을 지켰다. 그 사이에 끙끙거리며 전신의 힘을 사용하며 발로 있는 힘껏 장작을 모아둔 것을 밀어서 모닥불에 붙였다.

바로 코앞에서 불길이 일렁였다.

“크르르르!”

짐승소리는 울렸지만 놈은 쉽게 덤비지 못했다. 몸집이 작은 드낙을 노리려고 했지만, 드낙이 장작으로 덮쳐지듯이 움직였기에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목표물은 노리기보다는 쫓아서 기회를 잡는 것이 좋았다.

드낙은 장작을 양손으로 쥐어서 불이 붙어진 것을 이곳저곳에 던져놓았다. 그 난잡함에 게릭이 소리를 질렀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서 잘 놓아야 했고, 탈출구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향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탈출구를 만들어도 불길이 날아가서 불태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풍이다! 드낙!!!”

“예! 알아요!”

드낙은 북쪽으로 더 이상 장작을 던지지 않았다.

‘북쪽은 시야만 트일 수 있게!’

거친 밤바람이 다시 솔솔 불어왔다. 북쪽에서 불어와서 남쪽으로 향하는 북풍이었다. 그곳에 탈출구를 놓아두라는 소리였다. 북쪽을 향해서는 장작이 몇 개 던져지지 않았고, 다른 곳으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놈이 도망칠까?”

크게 산소가 불어닥치자 불길이 굉장할 정도로 커졌고, 서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덕에 게릭이 질문을 던지며 말을 걸었다. 드낙은 쏜살같이 대답했다.

“왼쪽 눈이 완전하다면 저 같으면 여기서 인간을 죽이고 싶을걸요. 놈의 증오심을 생각해봐요!”

거센 불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검은 늑대가 크게 입을 쩍 벌렸다.

“커흐허헝!”

불빛을 피해서 움직이는 놈은 아주 날뛰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수풀을 스치는 소리와 뒤섞였다. 본래라면 놈의 모습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고 소리에 의지해 우왕좌왕하거나 시선이 맞지 않아야 했다.

‘보인다!’

하지만 드낙이 곳곳에 뿌려놓은 장작불이 수풀을 태우면서 검은 늑대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휙! 휙!

살아있는 수풀이었기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로 올라가면서 자연히 불의 세기도 줄어들어갔기에 드낙은 더욱 장작을 던져대었다. 때때로 검은 늑대가 던진 장작에 얻어맞기도 했다.

“크르···”

불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당연히 움츠러들었다.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꼴사납게 물러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이다였다.

“꼴좋다! 개자식아!”

애를 셋이나 잔혹하게 그것도 먹지도 않을 거면서 찢어발긴 검은 늑대, 마브로스 리꼬라고 불리는 몬스터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냉정을 빠르게 되찾았다. 이번은 그에게 있어서 세 번째 실전이었다.

마음을 다스렸다.

불같이 뛰어오르는 분노와 끓어오르는 물처럼 거친 감정을 토해내는 증오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또 다른 것이었다.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현대인의 평화로운 삶에서 나오는 풍부한 감성은 드낙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왼쪽 눈이 제대로 보여요. 상처를 회복했어요.”

그 사이에 눈썰미 좋게 놈의 다친 눈이 피를 흘러내리긴 하지만 똑바로 기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기랄.”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놈이 자신들을 사냥감이라고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명이 있어도 달려들어서 한 놈을 끌어서 죽인 놈이다. 사냥감이라고 생각해도 당연한 것이었고, 결코 만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놈은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다가 불길이 적은 북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한쪽 방위로만 시야를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와라!’

드낙이 검을 쥔 채 놈을 기다렸다. 그것은 사냥꾼 게릭도 마찬가지였다. 불빛 속에서 보이는 놈의 털과 가죽 그리고 덩치는 결코 화살로 뚫을 수 없어 보였다. 노린다면 눈이지만 기습으로 겨우 맞출 수 있었다.

활을 들기보다는 근접을 대비하는 것이 옳았다. 워낙 스피드가 빠르기도 했다.

인내심이 바닥이 나는 것은 검은 늑대 쪽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시간을 허비한 사냥이 없었고, 경쾌하게 숲을 내달렸던 삶을 살았기에 장기전에 익숙하지 않았다.

“크허헝!”

쉭!

덩치가 작은 드낙을 노렸다. 단숨에 드낙을 죽이고, 게릭과 1:1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다. 죽이기도 쉬워 보였을뿐더러 2:1을 1:1로 만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었고, 야생 동물들의 전형적인 사냥 방식이었다.

어미를 노리기보다는 새끼를 노린다.

“이야아아압!”

드낙은 되려 놈에게 뛰어들었다. 발톱을 막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발톱이지만 가죽 방어구가 막아줄 것이라 믿었고, 숏소드로 놈의 아래턱을 올려치는데 집중했다.

퍽!

턱을 올려치면서 그대로 서로 몸이 얽혔다. 드낙은 무지막지한 체중과 더해진 돌진력에 단박에 뒤로 넘어져야 했다. 아래턱을 올려쳐서 아가리가 자신을 노리지 못하게 한 것은 성공이었지만 경직 하나 없었다.

대단한 놈이었다. 그래서 몬스터라 불린 걸지도 몰랐다. 애초에 하루 만에 눈이 재생된다는 것부터가 기괴한 현상이었다.

‘미친! 1초도 못 버티고!’

자신의 성장하지 못한 몸을 탓해야 했다. 하지만 때에 맞추어서 새까만 어둠 속에 숨어있던 검은 까마귀, 〈문화의 오른발, 야만의 왼발〉라고 이름 붙인 고블린의 조련술로 얻은 존재.

“까악!”

〈까마귀 카이야(Kaiya)〉가 총알처럼 튀어나와서 그대로 드낙을 덮친 검은 늑대의 눈을 다시 한 번 부리로 강하게 쪼고 순식간에 도망쳤다.

“크헝!”

강렬한 눈의 통증에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한 번 당했던 곳을 또 당했다. 드낙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엉덩이와 하체를 움직여서 기어올라 작은 공간적 여유를 이용해서 숏소드를 ㅡ자 형으로 대어서 놈의 상체를 단단하게 막아낼 준비를 했고, 그 사이에 게릭이 늑대의 등판에 검을 쑤셔 박아서 당겼다.

푸확!

피가 짧게 분수 치듯이 올라왔고, 주르륵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크하앙!”

발악을 하는 놈에게 단번에 사냥꾼 게릭이 튕겨졌다. 직접적으로 검은 늑대의 힘을 느꼈는데 예상치 못할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릭! 게리이이익!”

드낙이 그의 이름을 미친 듯이 외치는 사이에도 검은 늑대는 드낙의 팔을 할퀴고, 아가리를 들이밀어서 턱을 딱딱 부딪쳤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려내렸다. 상체를 단단히 밀고 있는 숏소드를 양손으로 쥐고 있지 않았다면 단번에 물렸을 것이다.

“큭! 아악!”

하지만 발톱이 워낙 길고 날카로웠으며 다리힘도 강해서 지독하게 양팔이 아팠다. 가슴 방어구는 버텨주었지만 팔 방어구는 얇아서 방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찢긴 것이다.

“죽어어어!!!”

다시 한 번 등판에 꽂힌 검을 양손으로 단단히 쥐고 올라타자 검은 늑대가 요동을 쳤다. 드낙이 그 사이에 엉금엉금 움직여서 벗어났고, 검은 늑대는 등쪽의 고통 때문에 사냥꾼 게릭에게 신경이 집중되었다.

그를 떨구려고 온 지랄을 해대었다. 껑충껑충 뛰거나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쿵!

나무에 몸을 부딪치자 게릭이 억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힘이 풀린 채 땅에 널브러졌다. 그를 마무리하려고 한 검은 늑대를 드낙이 달려들어서 가슴에 칼을 박아 넣었다.

“그륵···끄르릅···”

입에서 피가 질질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갈비뼈를 피해서 절묘하게 검이 심장을 꿰뚫은 것이다. 드낙은 쓰러지는 검은 늑대를 보고 게릭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게릭은 말조차도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충격이 온몸으로 퍼진 것이다. 능숙하게 게릭을 똑바로 눕게 하고 기도를 펼쳐주자 그제서야 게릭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충격에 폐까지 꽉 닫힌 것이다.

“헉. 헉. 숨이 갑자기, 안 쉬어져서. 헉헉. 헉헉헉!”

“천천히 숨을 쉬세요. 천천히!”

패닉에 빠진 게릭을 다그치면서 드낙이 심호흡을 하자 게릭이 그것을 따라 했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쫙 퍼지면서 그는 오한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놈은? 죽었어?”

“예.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어요.”

“못 믿겠다. 심장을 꺼내. 지금 당장!”

게릭이 진지하게 소리쳤다. 드낙도 확신이 필요했기에 숏소드를 이용해서 갈비뼈를 밀어내고 손으로 거침없이 안에 있는 심장을 꺼냈다.

“우와. 무슨 심장이 사람 머리만 하네.”

“하아···”

게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이 번지고 있었기에 게릭부터 북쪽으로 옮겨놓고, 검은 늑대의 시체를 끙끙거리며 끌어내다가 엄두가 안 나서 내장을 긁어내고 다시 운송했다.

“휴! 죽겠다! 아니, 사람이 왜 그렇게 무식해요? 좀 하다가 물러났어야죠.”

어그로를 끄는 것은 좋았는데, 빠질 때를 몰랐던 게릭을 나무랐다.

“그게 쉽냐? 시야가 그냥 휙휙 변하는데. 버티는 것만도 용했다.”

자신마저 칭찬할 정도로 게릭이 느꼈던 검은 늑대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숏소드를 가기 전에 잘 관리한 것이 다행이었어요. 보여요? 기름이 장난 아니에요. 다른 곳을 공격했다가 찔렀으면 심장을 못 뚫었을지도···”

드낙은 숏소드를 뽑아들어서 확인하며 혀를 내둘렀다. 숏소드의 끝은 특히나 찌르기를 위해서 뾰족하게 만들어놓았는데, 벌써 뭉툭해져 있었다. 아마 다른 가죽을 자르거나, 찌르다가 심장을 노렸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상태는 어때요? 통증이 있는 곳이 있나요? 지금도?”

드낙은 막힘없이 말하며 게릭의 전신을 더듬거리며 약간 손으로 압박했다.

“흐으읍. 윽. 빌어먹을!”

등쪽에 손이 가자 단번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봐야겠어요.”

드낙이 게릭을 뒤집었다. 그리고 등을 확인했다. 척 보아도 상태가 안 좋았다. 푸르다 못해 붉은 멍이 등판에 크게 나있었고, 살이 조금 찢겨서 피가 흘러내려 딱지가 지고 있었다.

“흐읍. 아그극.”

드낙의 손길에 게릭이 몸에 힘을 잔뜩 주며 괴로워했다.

‘뼈는 안 부러졌어. 척추도 균일하고.’

“괜찮네요. 약초 다진 가죽 주머니가 뭐죠?”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드낙은 아예 게릭의 혁대를 풀어버리고, 가죽 주머니를 확인했다. 약초 향내가 독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며 가죽 주머니에서 고개를 휙 하고 올렸다.

“윽. 뭐예요? 약초 냄새가 정말 지독한데요?”

“좋은 거 다 때려 넣어서 그래. 외상약이니까 바로 발라 줘.”

응급처치를 하고, 새하얀 헝겊까지 말아주었다. 옷은 입지 못하고 그냥 대충 걸쳤다. 그 자리에서 모닥불을 옮겨 불을 지피고 수면을 짧게 취했다. 아침 해가 뜨자마자 게릭이 겨우 기력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그는 짐을 들었고, 드낙은 검은 늑대를 짊어져야 했다. 놈의 다리가 땅에 끌렸지만 별 수 없었다.

아주 천천히 걸었고, 휴식도 꾸준히 취하면서 체력과 컨디션을 최대한 유지하며 마을로 향했다.

하루하고 반나절만에 도착하자마자 마을은 난리가 났다.

“엄청난 크기잖아!”

“이런 놈을 둘이서 잡았다고?”

“키텐의 복수를 해주다니!”

워낙 끔찍하였기에 메리와 그랜트 그리고 톰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알렉과 그의 아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억지로 수프를 먹으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는 것만 들을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의 떠들썩함은 안으로 들어가서 없어졌다. 알렉을 배려하는 마음이 검은 늑대를 잡은 것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의 술을 빚어내는 기술과 즉흥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다양한 노하우는 이 마을에 잔뜩 퍼져 있었다.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것을 보며 드낙 또한 가라앉은 마음을 지녔다.

‘어?’

긴장이 풀어진 드낙의 몸이 기울었다. 머리가 수축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전신으로 흐르는 혈류가 쪼그라드는 기분에 휩싸였고, 전신에 추위가 느껴졌다.

쿵!

“드낙!”

그대로 기절했다. 그의 팔은 응급처치를 했음에도 13살의 육신은 흘린 피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피가 크게 돌았고, 그 반동으로 뇌에 피가 전달되지 않은 것과 동시에 정신이 마음을 놓으면서 곧바로 기절했다.

검은 연기가 사방에서 흘러내려서 꿈의 세계에 떨어진 드낙을 휘어잡았다.

다양한 검은색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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