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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5화 (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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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푸쉬이이이익!!!!

시끄러운 소리가 웅웅하고 폐광을 울렸다. 통로의 위로는 새까만 연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조세가 손으로 천장을 훑었다. 드낙도 괜히 따라했다. 살짝 점프하면 닿을 수 있었다.

‘새까맣네. 뭐지?’

드낙은 그걸 보고도 뭔지 몰랐다. 웬 유해가스가 올라온다고 생각했다.

푹! 푹!

조세는 갑자기 굴을 파기 시작했다. 다른 용병들도 능숙하게 그것을 도왔다. 고블린이 울퉁불퉁한 동굴 벽을 이용했듯이, 용병들 또한 똑같이 이용했다. 자신들이 상대했던 적의 유용한 점을 핥아먹는 것은 인간의 주특기였다.

굴 속에 쏙 들어가고 흙으로 대충 막아둔 조세가 입을 열었다.

“휴우, 목이 땡기네.”

“아구구. 허리야. 힘을 너무 줬더니.”

휴식 시간이었다. 흙이 아주 잘 부서졌기에 순식간에 공간이 마련되었기에 이런 게 가능했다. 드낙도 앉아서 숨을 돌렸다. 조금 갑갑했지만 그래도 긴장이 풀어지고, 열기가 땀으로 식기 시작하니 추위마저 느꼈다.

지하의 차가움이 옷을 지나쳐 살에 닿았다.

그제서야 편안함을 느끼고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단장, 어떻게 봐?”

물로 목을 축이면서 용병의 말에 조세는 기름 먹인 천으로 활을 꼼꼼하게 닦고, 화살통에 있는 화살을 다시 한 번 손질하기 시작했다. 화살 깃을 잡아당기고, 헤어진 것이 있다면 가죽 주머니에서 새로 꺼내어 교체하였다.

“검은 산골 마을에는 폐광산의 입구가 많다. 거기에 서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확실해. 고블린 보초가 안쪽에 혼자 있는 것부터 여기에는 많이 없다는 소리겠지. 그럼 정답은 퍼져 있다는 거다.”

“다른 조 중에는 벌써 피를 묻힌 조가 있겠네.”

“그렇겠지.”

드낙은 입을 다문 채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으며 목을 축였다. 계속해서 물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충동에 휩싸이면서도 딱 다섯 모금만 하고 가죽을 억지로 묶어서 혁대에 걸었다.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목이 타네.’

그렇게 생각하며 무기를 점검했다. 숏소드에 원형 방패 그리고 투척 단검 세 자루가 전부였다. 만일을 대비한 비상약과 붕대가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도 있었고, 이곳으로 향하면서 들고 온 짐들은 숲속의 나무 수풀에 은폐시킨 상태였기에 다른 짐은 없었다.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조세는 그 소리를 하며 장비를 점검하기 바빴다. 다른 용병들도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았다. 한 용병은 목걸이에 있는 여신에게 입맞춤을 하며 기도했다.

“빛의 여신이시여. 괴물을 죽이는 저에게 빛을 내려주십시오.”

그 기도의 목소리는 중얼거림으로 변했다. 드낙은 오면서 봤던 폐광의 모습을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간격과 높이를 생각하며 움직이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폐광은 좁아.’

용병 일곱이 채 서지 못하는 통로였고, 3명이서 칼부림을 할 수 있었다. 드낙은 뒤로 보내질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드낙은 꼭 실전을 경험하고 싶었다. 용병이라는 든든한 칼쟁이들이 있을 때, 실전을 경험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혼자서 극복해야 할 것이다.

각오를 다졌다. 좋은 난입 방법을 몇 가지나 생각하며 상상했다.

“가자.”

조세가 말하자 용병들이 몸에 힘을 풀며 털털거리면서 밖으로 조세를 따라갔다. 고블린 횃불은 여전히 폐광의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깡! 깡!

이상한 소리도 계속 들려왔다.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소리가 울렸기에 드낙은 그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뭘 두드리는 거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고, 고블린과의 전투도 처음이었다. 처음 부딪치는 것을 보고 눈치껏 할 생각이었다. 용병들도 무슨 전술 같은 것 없이 알아서 하자는 심리인 듯했다.

못 배운 티가 나는 칼쟁이들이었다.

“사르가르(화력)! 케미투 느름(불 크게)!”

고블린 십여 마리가 폐광의 통로의 끝에 있었다. 고블린 몇 마리는 큰 덩어리도 아닌 광물을 캐려고 하고 있었고, 몇 놈은 모닥불에 불을 지핀 채 휘적거리고 있다. 또 어떤 놈은 망치질을 하며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계속해서 입으로 따로 불을 지핀 곳의 구덩이 속에 산소를 넣으며 광물을 녹이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동글동글하게 폐쇄된 화덕은 척 보아도 온도가 천도는 넘어 보였다.

최소한으로 구리를 녹일 수 있다는 소리였고, 그것은 잡광물이라도 금속제를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숫자를 세알린 조세가 활을 허리에 끼고 손을 쫙 편 다음에 다시 손가락 다섯을 폈다.

‘15마리.’

많았다. 족히 두 배는 되었지만 용병들은 동요하나 없었다.

끼긱.

온갖 활동을 하고, 잠도 청하고 있는 고블린들이었기에 조세가 활을 당기는 소리를 누구도 듣지 못했다. 통로의 커브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세가 거침없이 화살을 쏘았다.

쉬익! 팍!

“꺽! ···그윽··· 꺼억! 꺽!”

헛바람을 내며 고블린이 그대로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쳐서 무릎을 꿇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의 화살을 다듬거리며 만졌다. 숨을 쉬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정확하게 화살이 목의 숨구멍을 틀어막았기 때문이었고, 새어 나오는 피 때문에 목젖이 꿀떡꿀떡 움직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서 폐로 피가 계속해서 들어갔다.

숨을 쉬려고 숨구멍을 열었는데, 피가 흘러들어갈 뿐이니, 미칠 노릇이다.

꺽꺽 소리에 고블린들이 소란을 떨며 적이 나타난 것을 알렸다.

망치질하던 놈도, 잠자던 놈이나 휴식하던 놈도 모닥불에 먹을 것을 끓이던 놈이나 잡광물을 녹이는데 화력을 보태던 놈 할 것 없이 모조리 펄떡펄떡 뛰면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을 향해서 온갖 무기를 쥐고 달려들었다.

“후욱! 후욱! 씨발!”

용병이 걸쭉한 욕설을 내뱉었다. 그 경박함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잔뜩 흥분한 기색 속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두려움이 욕설에서 느껴졌다. 그제서야 드낙은 그 용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몸에서 피를 뿜을 상황에서 오는 끔찍한 공포.

상대에 대한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몸을 베고 지나갈 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깃든 외침이었다. 그것은 날이 선 전투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나 〈경박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죽이고 오는 트라우마는 이 상황에서 낄 수가 없었다. 오직 죽여야지만 내가 살 수 있고, 상대가 악착같이 자신을 죽이러 오는 상황 속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 생명의 소중함 따위는 개새끼의 먹이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투가 끝나고 평화 속에서 찾아오는 사신이었지, 죽음이 드리운 이 상황에서는 나타날 수가 없었다.

“키야아아악!!!”

고블린들은 너도나도 뛰었다. 열다섯 마리가 통로 가득히 달려들자 드낙은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전부였지만 뒤에 있는 용병이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아군 용병의 방패 윗부분에 철퇴를 쓱 내밀면서 소리를 지르고 몸을 거칠게 움직였기에 그것에 밀쳐지면서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핑! 핑! 핑!

조세는 순식간에 화살을 쏘아냈다. 고블린의 팔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목은 물론이고 온 곳에 화살이 쏘는 족족 얻어맞았다. 그것은 일발필중의 궁술이나 다름없었다.

“우와아아악!!!!”

용병이 쓰러지는 고블린을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세는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화살을 세 대씩 잡고, 순식간에 쏘아내는 방식으로 1초에 1발씩 쏘면서 뒤로 빠지면서 그 사이에 세 발을 다시 잡아서 쏘았다.

달려드는 고블린은 팔에 화살이 꼬이자마자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옆으로 쓰러지거나 앞으로 쓰러져 코를 박았다.

“껙!”

화살의 장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어찌나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았기에 드낙은 조세의 활이 비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7마리가 죽었고, 고블린들이 방패에 달려들었다.

“키악!”

“크윽!”

방패에 달려들어 들러붙은 고블린이 휘청거리면서도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무기를 휘둘러대었다.

“죽여! 죽여! 죽이라고!!!”

방패를 쥔 채 버티는 용병이 악을 질렀다. 뒤에 있거나 옆에 있는 용병이 거침없이 무기를 휘둘러서 방패를 잡은 손을 베거나 후려쳤다.

“파씨모라아아아!!!”

방패를 들고 있는 용병들이 휘청거리면서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곳에 고블린이 들이밀어졌다. 용병의 무릎이 정확하게 키가 낮은 고블린의 아래턱을 올려쳤다.

“꺽.”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한 고블린의 이빨이 허공으로 올라가며 피가 짧게 터져 나와서 한 줄기로 쭉 뻗어 나왔다.

드낙이 마른침을 삼켰다.

말 그대로 난전이었다. 단검을 던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아군을 맞출까 봐 겁이 났다.

“흐악!”

그 와중에 목을 이빨로 물며 상체에 올라탄 고블린 때문에 용병 하나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구, 구해야 한다!’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현대인으로 살아가면서 배운 도덕심이고, 윤리였다. 남을 구해야 한다는 사상을 주입시키며 유치원을 다니고, 학창생활을 한 평범한 박호훈은 남을 구한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드낙의 방패가 그대로 고블린의 몸에 부딪쳤다. 일직선으로 돌진했지만 옆에서 얻어맞았기에 고블린은 말 그대로 억소리를 내며 엉망진창으로 데굴데굴 굴러서 벽에 처박혔다.

“괘, 괜찮으세요?”

용병이 욕을 씨부리면서 드낙에게 소리쳤다.

“개새끼야! 마무리를 해야지!”

‘아차!’

드낙이 반사적으로 방패를 올렸다. 그리고 뱃심을 주면서 체중을 앞으로 보냈다. 락손에게서 착실하게 배움을 받은 드낙의 무술에 대한 체감은 말 그대로 뇌보다 빨랐다.

깡!

방패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고블린의 잡광석으로 만든 뭉툭한 곤봉을 정확하게 막은 것이다. 체중까지 앞으로 내밀었으니 드낙은 그 어떤 충격도 받지 않았다. 드낙의 몸에서 앞으로 향하는 체중이 만들어내는 힘과 고블린의 곤봉이 전해주는 힘이 서로 충돌하여 드낙에게 큰 반동과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압!”

번개처럼 이어지는 드낙의 숏소드가 고블린의 팔을 갈랐다. 고블린이 고통에 소리를 지르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드낙은 놈의 발을 걷어찼다. 순식간에 30도 정도 몸이 돌려졌고, 그대로 멀리 있던 고블린의 머리통이 옆으로 옮겨지면서 드낙과 가까워졌다.

“개새끼가!”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에 분노를 머금은 드낙이 그대로 골통을 후려치고, 달려들어서 숏소드로 목에 검을 박아 넣었다.

목에 검이 박혔지만 고블린이 버둥거리면서 드낙의 팔과 몸을 휘적거리면서 잡아뜯고 밀치려고 애를 썼다.

뿌드득!

드낙은 체중까지 실어서 말 그대로 목을 절단했다. 수초만에 고블린이 힘을 쭉 빼며 그대로 절명했다. 몸을 일으키자 드낙은 묘하게 고요한 자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 자체가 명확하게 들어오는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휙, 휙, 휙!

투척 단검이 쏘아졌다. 난전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백발백중 그대로 고블린의 목이나 팔뚝 혹은 허벅지에 틀어박혔다.

“억.”

“엑.”

“끅!”

세 마리가 경직되자마자 그대로 용병들의 무기에 베이거나, 방패에 맞았다. 그것만으로도 전세가 기울였다.

싸움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용병들은 미친 듯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엄청난 흥분감과 몸을 격하게 사용했고, 무엇보다도 악착같이 살려고 발악했기 때문에 전신의 힘을 다 써버렸다.

“단검 던진 새끼 누구냐?”

용병들 중에서도 특히나 2:1로 싸우던 용병들은 자신을 도와준 용병을 찾으며 단검을 빼어들었지만 단검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리놈 꺼가 아닌데?”

그들의 눈이 드낙에게로 향했다. 드낙이 손을 뻗으며 단검을 달라고 하자 용병들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내어주었다. 아주 복잡한 눈이었다.

‘뭐지?’

드낙은 단검 투척할 때의 묘한 고요함과 엄청난 자신감을 떠올렸다. 이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뒤진 새끼!”

그 사이에 조세가 소리쳤다.

“없다!”

“다친 새끼!”

“나! 씨발!”

고새 또 다치는 놈에 대한 내기를 했는지 넌 술값 끝장났다는 둥 히히덕 거리기 바빴다.

“휴우!”

드낙은 그제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조세가 그런 드낙의 어깨를 쳤다. 그는 용병을 도운 드낙을 못 보았는지, 드낙에게 큰소리를 뻥뻥쳤다.

“고블린 한 마리? 하이고,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되었겠네. 푸하핫!”

시체는 그대로 버려지지는 않았다. 고블린의 옷은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상태가 안 좋은 것이라도 용병단의 걸레로 사용하려는지 몸을 제외하고 말 그대로 다 벗겨졌다. 또한 고블린을 도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몬스터라고는 볼 수 없었기에 고블린을 도축하는 장면은 처음 보는 드낙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지켜보자 용병이 힐끔 보더니 낄낄거리며 손짓했다.

“그렇게 멀리서 보면 제대로 알겠어? 이리 와봐.”

드낙의 단검을 빼면서 주인을 찾던 용병 중에 한 명이었다.

“아, 예.”

“고블린 도축은 어렵지 않다. 가죽부터가 인간보다 조금 두꺼울 뿐이고, 기름이 적은 놈들이라 저급한 단검의 날만 잘 갈아두었다면 쉽게 베어낼 수 있다.”

용병이 말을 하면서 고블린의 목젖 밑에서부터 그대로 단검으로 죽하고 배끝까지 베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양손으로 양쪽을 잡아서 쭉하고 찢었다. 우두커니 서있던 드낙의 정면으로 튀어진 피가 그대로 드낙을 덮쳤다.

“우악! 에퉤퉷!!!”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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