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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92화 (293/295)

# 외전-삼이 #

외전-삼이

“아빠 같은 느낌을 주는 인간이라니!”

“... 그 침 좀 닦아 줄래?”

“추릅!...헤헤, 슬아~ 어딘데? 어디야?”

“싫어. 안 알려줘.”

“왜에~ 그냥 구경만 하고 올게.”

“웃기시네. 어디서 그런 구라를.”

“그, 그럼 진짜 딱! 한입만 먹고 올게!”

삼이가 냉정한 슬이를 껴안으며 애교를 부렸지만 슬이는 절대 삼이에게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이 녀석에게 한, 두 번 속았어야지...

알려주면 바로 가서 난장판을 만들게 분명했다. 보통은 그냥 이렇게 들러붙는 삼이를 떼기 위해서 알려주기도 했다. 이 거머리 같은 녀석은 정말 끈질기니까.

그런데 이번엔 슬이 본인도 흥미가 있기 때문에 이 거머리에게 절대 알려 주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 그 녀석은 이 무식한 녀석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보이진 않았으니까. 지금 이렇게 애교부리는 한 마리의 냥이처럼 보이는 녀석이 속에는 삼촌의 무식한 힘과 숙모의 냥아치력이 공존하는 괴물이라는 건 반화네 식구들이면 다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맹이한테 혼나서 조금 기죽긴 했지만 여전히 녀석은 사고뭉치였다.

“그 한입에 꿀꺽하려는 거겠지.”

“에이~... 슬이는 너무 나를 잘 안다니까? 쳇. 그럼 너도 한입 줄게!”

“됐네요. 삼촌한테 말하기 전에 빨리 떨어져.”

“힝. 슬이는 너무 냉정해.”“네 애교는 삼촌한테나 부려.”

객관적으로 몹시도 귀여운 애교이긴 하지만 슬이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온 지라 소용없었다. 거기에 고양이의 모습도 아니고 성숙한 여성의 몸으로, 자신보다 더 볼륨 넘치는 몸으로! 큼... 여튼,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젠장... 같이 먹고 같이 놀았는데.’

“쳇... 어쩔 수 없지.”

“??”

슬이의 냉정하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에 삼이가 슬이를 놓아주며 포기를 했다. 그러나 의외로 삼이가 빨리 포기하자 오히려 슬이는 불안해졌다. 이렇게 쉽게 포기할 녀석이 절대 아니었다.

“뭐야? 무슨 생각이야?”

“그냥 포기한다는 건데~?”

“웃기지마. 니가 이렇게 빨리?”

“그럼 알려 주던가?”

“...”

불안했다. 몹시 불안했다. 그러나 저 녀석의 꾐에 넘어 갈 수도 없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삼이를 보며 슬이는 정말 심각하게 그냥 다른 사고 치지 않게 알려 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짜 알려 줄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저 녀석의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슬이는 바로 반화에게 뛰어 갔다. 녀석을 막을 존재는 딱 셋이었다. 반화, 순이, 맹이. 그 중 제일이 반화 삼촌이었다.

...

슬이의 방에서 나온 삼이는 재빨리 공간이동으로 집에서 최대한 멀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슬이가 아빠에게 뛰어 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흐흐흐, 요건 몰랐겠지?”

삼이가 슬며시 쥔 하얀 손을 피며 음침하게 웃었다. 깔끔한 성격의 슬이 답지 않게 이번엔 흔적이 조금 묻어 있었다. 바로 그 자유분방하게 생긴 놈들의 흔적이...

갑자기 나타났던 그놈들을 처리할 때 삼이도 옆에 있었기에 바로 그 놈들의 흔적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슬이 몰래 애교부리는 척하며 몸을 부비다가 슬쩍 가져 온 것이다. 물론 놈들의 흔적일 뿐이라서 제대로 된 추적은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 이미 죽은 놈들의 흔적이고 거의 연결이 끊어져 있어서 추적하는 도중에 끊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일단 놈들이 슬이의 추적에 도망갔던 루트는 대충 짐작 할 수 있었으니까.

슬이가 말하기를 분명 마지막에 남은 놈들을 찾다가 봤다고 했었다. 아빠와 닮은 인간. 그래서 한 번 살펴보려는 것이다. 정말 닮은 건지. 슬이의 말처럼 진짜 먹을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냥 정말 궁금했다.

슬이가 쫓던 놈들이 죄다 형편없긴 했지만 평범한(?) 인간이 처리하기엔 분명 벅찼을 테니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아빠한테 들키면 당연히 혼나겠지? 으음...”

당장이라도 흔적을 따라 추적하려던 삼이지만 역시 반화가 걸렸다.

“야.”

“으엏거억!!!? 뭐, 뭐야??”

“뭘 그렇게 놀라? 뭐 훔쳤어?”

“후, 훔치긴 뭘 훔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잠시 딴 생각한다고 미요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던 삼이가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미요의 의심을 더욱 불붙이는 모습이었다.

“뭐야? 진짜 뭐 훔쳤어? 아님 사고 치려고? 아닌가? 이미 쳤어?”

“안 쳤거든!?”

“아~ 그럼 치려고?”

“...”

이 불여시 녀석... 또 떠보다니.

“그거지?”

“뭐, 뭐?”

“아빠랑 비슷하다는 인간 찾으려는 거잖아.”

“!?!!”

그걸 이 녀석이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

“아까 슬이가 아빠한테 와서 말하던데?”

“이슬! 이 나뿐뇬! 빠르기도 하네!”

“내가 잘 말하면 아빠 꼬실 수 있는데~”

“!!”

불여시의...아니, 미요의 유혹에 삼이는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그렇게 친절한 녀석은 아닌데....

“원하는 게 뭐야?”

“흐응~ 나도 같이 가.”

“어??”

“아빠랑 비슷한 녀석이라니. 궁금하잖아? 같이 가자고.”

“...”

“싫어? 싫으면...”

“아, 아냐! 같이 가자!”“그래. 같이 가줄 게.”

“으으으으....”

또 녀석에게 말린 삼이가 분한 듯 부들부들 떨었지만 미요는 여유롭기만 했다.

스윽...

“아빠한테 뭐라고 말하고 왔어?”

“그냥 니가 심심해 하길래 같이 여행이나 갔다 온다고 했지?”

“어? 그게 다야?”

“그게 다야.”

“...?”

“너랑 나의 신용도는 다르단다?”

“윽!”

미요의 팩트에 삼이가 아파했다.

“자! 가자.”

“바보야. 바로 그 녀석이 있는 곳은 몰라.”

“??”

“좀 돌아 다녀야 돼...”“뭐야 그게. 다 아는 것처럼 실실 웃고 있더니...”

삼이의 말에 미요가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당장 보는 줄 알았더니 진짜 여행을 하게 생겼다. 저 냥아치랑.

“싫음 말아.”

“...”

삼이의 반격에 미요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얘는 정말 가끔 멍충이 같았다.

“아빠한테 말하라는 거지?”

“!! 에이~ 왜 구랭? 장난이야, 장난.”

바로 꼬랑지 내린 삼이를 보며 미요는 한숨을 쉬었다. 다루기 쉬워서 좋은데 얘가 언니라는 건 좀 부끄러웠다.

“가자, 일단.”

“응!”

그래도 같이 다니면 든든하긴 했다. 일단 무식하게도 힘은 쎄니까.

.

.

.

“흐으음... 구라 같지?”

“너무 티나게 구라였는데요?”

“쯧... 쟤도 삼이한테 물든 게 틀림없어. 슬이 너도 삼이 조심해. 바보병 옮는다.”“삼촌도 참... 이미 충분히 조심하고 있어요. 근데 그냥 둘 거예요?”

“놔둬. 그거 일부러 묻혀 둔 거지?”

“크으! 역시 삼촌...”

“어디까지야?”

“음... 대충 절반 정도요? 그 다음부터는 아마 아무리 찾아도 못 찾을 걸요? 아예 제가 흔적이란 흔적은 다 지워 버렸으니까.”

“그럼 냅두지 뭐. 자매끼리 여행도 하고 좋네. 근데 진짜 나랑 비슷해?”

“삼촌도 궁금해요?”

“조금?”

“삼촌이 관심을 가지다니... 그 인간에겐 조금 미안한 일이네요.”“너 지금 굉장히 나를 삼이처럼 취급했다?”

“차라리 삼이가 낫지 않을 까 싶은데요? 안 그래요 숙모?”

나른한 표정으로 반화의 품에 안겨 있던 순이가 슬이의 말에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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