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맹이 #
외전-꼬맹이
흠~ 흐흠~ 흠~
기분 좋은 콧노래와 함께 빛나는 은발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 눈앞의 상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손을 휘둘렀다. 아찔한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얀 바지와 나풀나풀 거리는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은 아주 청초한 여성이었는데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걱!!!
!!!치이이이익!!!!
두부처럼 잘려나가며 환부는 마치 불에 녹은 듯 노린내를 풍기며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그대로 지져졌다. 당한 상대는 몸이 잘려나가는 고통과 함께 극심한 작열통을 느끼며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말 그대로 그러려고 했을 뿐이다. 이미 놈의 머리는 댕강 잘려 나가며 뇌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흐음~ 생각보다 별로 모인 기운은 없네. 쯧... 간식이 어쩌면 모자랄 수도 있겠어.”
은발의 여성은 손아귀에 들린 매끈한 구슬을 보며 아쉬운 소릴 했다. 또 구하기는 귀찮은 모양인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으으으음... 어쩌지? 찾으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에잇!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괜히 억울한 시체에 화풀이 하는 여성의 모습은 어떤 인간이 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행동은 그야말로 싸이코패스 줄 싸이코패스였다. 자기가 죽인 사체에 화풀이를 하며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라니...
외모와 행동이 너무 동 떨어져서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연히 현실이지만.
퍽! 퍼어어억!!!!!!!
한참을 화풀이하던 여성은 그제야 분이 풀렸는지 씩씩 거리던 숨을 고르더니 옷맵시를 한 번 점검하더니 그대로 하얀 불꽃을 남긴 채 사라졌다.
.
.
“응? 맹이 어디 갔다 와?”
“어? 아빠아아! 집에 있었네??”
폴짝!
“다 커서도 이게 뭐야, 아직도 아빠한테 폴짝폴짝 안기고.”
“헤헷.”
반화가 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한 소리했다. 하는 말은 잔소리였지만 표정을 보면 그냥 사르르 녹아 있는 표정이었다.
“아직 다 안 컸어!”
맹이는 반화의 말에 귀엽게 웃더니 인간의 모습에서 강아지의 모습으로 모습을 바꿨다.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맹이의 모습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에 반화의 무지로 맹이에게 한 번에 과한 힘을 아무 생각 없이 줘버리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 물론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면 다 큰 어른이 되긴 하지만 하는 짓은 똑같아서 사실 거기서 거기였다.
스윽,
스윽
“히히, 더 쓰다듬어 줘.”
“아직도 이렇게 애기 같네. 맹이는... 삼이 녀석은 머리 좀 컸다고 집에 들어오질 않는데 말이야.”
“내가 잡아 올까?”
“아니야...”
반화는 맹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간 또 한바탕 할게 분명했다. 둘이 뒹구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둘이 구르면서 주변에 끼칠 영향 때문에 걱정되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맹이의 말이라면 잘 듣던 녀석이 요샌 말을 안 들었다. 연애를 하는 건지..
“맹이는 시집 갈 거야?”
“웅? 아니! 아빠랑 살 거야! 어엉?!!”
쫘아아압!
“반화는 내꺼야. 저리 안 떨어져?”
“시러!”
“이게?? 혼날래?”
“힝...”
언제 왔는지 순이가 맹이의 말을 듣고 녀석의 볼을 쭉쭉 잡아당기며 괴롭혔다. 맹이가 울상을 짓자 그제야 볼을 놓아 준 순이가 맹이를 안아 들고 달래주기 시작한다.
“맨날 삼이랑 다니더니 왜 요즘엔 같이 안 다녀?”
“웅? 삼이가 자꾸 안 놀아줘.”
“안 놀아 줘가 뭐야, 자꾸 애기 같은 말투 쓸래?”
쭈압!
“흐히잉... 쓰꼬야아.”
“에휴...”
순이가 맹이의 볼을 잡아당기며 괴롭혔지만 은근히 고집 쎈 맹이는 이런 건 또 죽어도 말을 안 들었다. 결국 포기한 순이가 한숨을 쉬자 맹이가 또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이리 와, 맹이. 마녀가 또 괴롭힐라.”
“웅!”
“!! 그거 나 말하는 거야?”
“응.”
“뒤질래?”
“아니, 미안.”“...”
순이의 인상 쓴 얼굴에 반화가 바로 꽁지를 말았다. 한번 냥아치는 여전히 냥아지였으니까. 조금 더 긁으면 또 얼굴을 스크래쳐로 사용할 것이다.
어쨌든 순이의 품에서 벗어난 맹이는 다시 반화의 품에 옮겨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순이가 그 모습에 눈을 흘겼지만 애써 무시하는 맹이.
“저거 은근히 여우야. 보면 미요나 령이보다 더 해. 으으으...”
“헷.”
그렇게 반화와 순이에게 재롱을 피우는 맹이였지만 그녀의 다른 모습을 반화만 몰랐다. 순이는 일전에 한 번 맹이의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왜 삼이가 그동안 맹이를 그렇게 잘 따랐는지 이해를 했다. 지금은 뭐에 빠졌는지 그런 맹이의 말도 잘 안 듣는 삼이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말을 잘 들어서 이해가 안 됐는데 그 모습은 그간의 모습이 왜 그랬는지 아주 잘 설명해주었다.
저 순진한 얼굴로 상대를 구타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아주 *년이 되어버리는 맹이의 모습은... 냥아치도 인정할 모습이었다.
이 집에서 오직 반화만 그 모습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순이는 반화만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반화도 가끔 맹이가 무서워서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이 집의 실질적인 미친*은 바로 맹이였다는 걸 반화는 아주 예전부터 알았다... 물론 그렇다고 맹이를 무서워하거나 피하지는 않지만, 아니... 조금 무섭긴 했다. 그래도 자신의 앞에서는 이렇게 애교 많은 녀석이니 가끔 이렇게 피 묻은 옷만 입고 있지 않으면 괜찮았다.
음... 아주 신나게 팬 모양이다. 지운다고 지운 것 같은데 흔적이 아주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발로 찬 것 같은데...
“에휴, 이놈이나 저놈이나 멀쩡한 놈이 없구만.”
순이가 맹이의 다리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왜 자기 소개르으으악!!!!”
꽈아아악!!!!!
“조용히 안 하지?”
“옙! 이것 좀...”
몹시 곤란한 자리를 들어간 순이의 손에 반화가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순이를 바라봤다. 괜히 깐족거렸다가 혼쭐난 반화, 순이가 크게 봐준다는 표정으로 놓아주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둘은 몰랐다.
맹이가 그 모습을 아주 반짝이는 눈동자로 보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