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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90화 (291/295)

# 외전-미요 #

외전-미요

“쯧쯧쯧...”

“조용히 해라? 저리 안가?”

“싫은데? 딱 보기 좋네. 매일 그렇게 있는 건 어때?”

“이게!”

옆에서 계속 약 올리는 녀석의 말에 삼이가 벌컥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약을 오리고 있는 미요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도리어 삼이의 목소리를 들은 반화가 반응을 했다.

“또 시끄러운데 삼이야? 아빠가 반성하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아빠 미워.”

“쓰읍!”

멀리서 들리는 반화의 목소리에 삼이의 표정이 뾰루퉁 해졌다. 옆에 있는 이 불여시같은 녀석만 아니었어도 반화에게 한 소리 듣지 않았을 텐데... 아무리 눈을 부라려도 끄떡없는 불여시(?)였다. 다른 녀석들 같았으면 삼이의 그 살벌한 눈빛에 깨갱하며 바로 도망갔을 것이다.

지금 지하에서 올라오던 노에라가 삼이의 모습을 보고 슬쩍 다시 들어가는 것처럼.

그러나 이 녀석에게는 이게 먹히지 않았다. 자기보다 1년은 어린 녀석이 어찌나 영악한 건지... 일부러 약을 올리며 반화에게 더 혼나게 만들고 있는 걸 보면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 꿀밤을 먹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으으으... 저리 가! 이 꽃뱀아!”

“어머~ 그런 못된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이걸 아빠한테 말해줘야 하나? 흐응~”

“!!아, 앙대...”

“뭐라고~?”

“안 된다고...”

“잘 안 들리는데~?”

“으으... 미아행..”

“에헤이, 20살이나 먹었으면서 아직도 말을 제대로 못하면 어떡해?”

“우!...씨...잉... 미안하다고.”

“풉! 아구 귀여워라~ 그래그래, 그런 못된 말 쓰면 안 되지. 이번엔 내가 봐 준다. 또 그러면 그땐 진짜 아빠한테 말할 거야. 자! 벌 받는다고 간식 못 먹었지?”

“!!!”

채찍과 당근, 완벽한 조련이었다. 미요가 건넨 쿠키를 감격한 표정으로 받아먹는 삼이, 그런 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요염한 자태의 미요, 분명 1살이나 어린 미요인데 언니 같은 느낌이 나는 건 미요였다. 물론 삼이의 머리에서 파닥거리고 있는 고양이 귀 덕분에 삼이가 더 귀여워 보이는 것도 있지만 미요의 외모는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요물에 가까웠다. 만약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나간다면 큰 파장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반화의 딸래미들과 아내, 모두 다 예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미요는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가졌다.

순이는 그런 미요를 보며 반화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고 야단을 쳤는데 알에 있을 때 반화가 몰래 주입했던 그 기운 때문인 것도 맞지만 이건 미요가 타고난 것도 상당부분 영향이 컸다. 반화가 미요에게 준 기운은 검은 바다의 기운을 조금 순화 시킨 기운이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하얀 기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화의 기운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면 미요는 발산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존재를 울렁거리게 하는 그 묘한 기운을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하얀 기운이었다.

그 덕에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에는 미요 덕분에 난리 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미요의 기운은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놈들까지 끌어들였기 때문에 반화가 미요의 그런 기운을 퍼지지 못하게 하는 문신까지 했었다.

조절이 가능한 지금은 귀 뒤에서부터 시작해서 목을 타고 내려와 쇄골, 그리고 날개 뼈까지 이어지는 그 문신이 필요가 없지만 미요가 예쁘다면서 그냥 두는 바람에 외향적으로는 더 요물스러워져 버렸다.

본인은 굉장히 만족하지만 반화의 앞에서는 한없이 다소곳해지기 때문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삼이의 눈에는 불여시의 짓으로 보였지만...

“아그작! 아그작! 마이엉!(맛있어!).”

이렇게 먹이(?)만 주면 조련이 가능하기에 미요는 가끔씩 보이는 삼이의 눈빛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지? 내가 직접 만든 거라고. 훗!”

“...우물우물...”

미요의 말에 삼이는 다시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쿠키의 맛에 그냥 먹기로 했다. 먹는 것에는 아무 죄가 없으니까.

“있지~ 삼이야, 해골씨가 만들었다는 세계.. 어땠어? 재미있었어?”

“웅? 아니, 심심했는데? 너무 심심해서 내가 다시 만들라고 부숴줬는데...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

삼이의 대답에 미요는 뭐 이런 순수한 양아치가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봤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수습하고 다른 질문을 했다. 이 돼냥이 자식을 순순하게 만들 먹이는 많지 않았다. 먹을 게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바로 안면몰수 할 게 뻔했다.

“근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해골씨가 꽁꽁 숨겨뒀는데 그걸 어떻게 찾은 거야?”

“움... 그냥 하면 되는데?”

“아니, 좀 더 자세히 좀 말해줘봐아~”

“...”

미요의 말에 슬쩍 입을 벌리는 삼이.

‘얘는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니까..쳇... 맹이 언니는 안 통하니까 어쩔 수 없지.’

맹한 것 같은 맹이지만 그건 반화나 순이에게 뿐이었다. 미요가 제일 어려워하는 게 바로 맹이일 정도였으니 우리 맹이가 달라졌어요 할 정도였다.

“아아암! 우물...우물... 그겅 구냥...꿀꺽!... 연결된 차원을 열어보면 돼. 먼저 의지를 집어넣어서 그 차원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지! 그 다음에...”

원하는 것을 얻은 삼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미요에게 설명해 해주었지만 미요에게는 그냥 참 쉽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억!하니 쿵하고 쓰러졌다는 거랑 뭐가 달라? 에이씨... 괴물 같은 냥이 녀석.’

다루기는 참 쉽지만 이 녀석도 괴물은 괴물이었다. 점점 힘의 격차가 벌어지는 게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힘에는 별 욕심이 없는 미요지만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먹기만 하는데 뒤룩뒤룩 살이 찌는 게 아니라 힘이 강해지고 있었다. 물론 해골씨의 비밀 차원을 뚫은 건 순전히 센스에 가까웠지만.

미요는 결국 삼이에게서 정보를 얻는 걸 포기했다. 들어봐야 별 도움도 없고 유지비도 너무 많이 들었다.

“더 안 줘?? 아직 할 얘기 남았는데.”“돼냥아, 다 먹어 놓고 뭘 또 달래?”

“우씨! 자꾸 언니한테 그러면!”

“삼이야??”

“..웅?”

“입에 뭐야? 벌을 서라고 했더니 간식을 먹었네? 우리 삼이?”“이, 이건! 불여시가!..헙!...”

“불여시? 아빠가 그런 못된 말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

“!!!”

삼이의 소리에 결국 반화가 귀찮은 몸을 이끌고 나타났고 삼이는 입가에 묻힌 쿠키를 없애지 못해 현행범으로 딱 걸려 버렸다. 거기에 못된 말까지.

팡!!!

팡!!!

“꾸잉!”

“아빠가! 벌서라고 했는데!”

찰싹!!

찰싹!!!

결국 반화에게 궁디 팡팡을 (기분 좋으라고 하는 팡팡이 아니다) 당하는 삼이는 억울함이 표정이 담겼지만 반화는 그런 삼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옆에서 미요가 그 모습을 보며 고소를 짓다가 그대로 빠졌다. 아니, 빠지려고 했다.

덥석!

“어딜 가? 순진한 언니 꼬셔서 또 놀렸지?”

“응? 아, 아빠?”

찰싹!!!

찰싹!!!

미요도 예외는 없었다. 삼이 녀석이 혼자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 리는 없었다. 분명 미요가 옆에서 부추겼으리라. 삼이와 같은 자세로 궁디를 팡팡 당한 미요...

“둘 다 벽보고 손들고 있어.”

“히잉...”

“아빠 미워..”

미요의 입에서도 삼이처럼 아빠 미워가 나왔지만 그 아빠는 그런 것 따위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인간이었다.

괜히 다른 세계에 안전하게 다녀 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려다 혼난 미요... 그녀는 깨달았다. 다른 세계에 가려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반화였다는 걸. 아마 삼이처럼 귀신같이 알고 찾아 올 것이 분명했다.

“에휴... 넌 속 편해서 좋겠다.”

“흥!”

옆에서 어느새 입가에 붙어 있는 쿠키를 핥아 먹고 표정이 풀려있는 삼이를 보며 미요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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