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롭스 #
외전-롭스
차분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 작은 소년이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모습은 부모라면 흐뭇한 모습을 짓게 만드는 그런 모습이었다.
작은 손으로 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까득’하는 소리가 나는 게 조금 이상했지만 소년만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니, 소년도 조금 특이하긴 했다.
외눈을 가진 소년.
그 외눈은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았다. 딱 정중앙에 커다란 눈을 딱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전혀 어색함이 없는 걸 보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처음부터 원래 그런 종족인 듯했다. 인간이 아니라.
외눈 안경을 낀 소년이 불어오는 바람에 삐뚤어져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책에 눈을 집중했다. 성인 인간이 썼다면 한쪽 눈에만 안경알이 위치해 있겠지만 소년의 머리가 작은 탓인지, 눈이 커서인지 외눈 안경이 딱 맞았다.
콰득!!
-...꾸어!?
차분하던 소년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괴상한 소리였다. 분명 미성의 아름다운 소리가 날 것만 같았는데 곰이 놀란 소리가 나다니..
쿠다탕탕!!!
“삼이 너!! 언니라고 부르랬지??”
“시러!! 맹이는 맹이야!”
“이게??”
쾅!!!!
분명 쾅이었다. 꿀밤을 때렸는데 쾅이라니... 근데 왜 저 미친 것들은 여기서 난리인 걸까. 작은 소년 롭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망할 것들... 책 좀 읽으려 했더니.
“아빠아아아!!! 맹이가 때려!! 뿌에에엥!!”
“조용히 햇!
맹이에게 한 대 맞은 삼이가 집이 떠나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맹이는 그런 삼이를 보고도 달래 주지 않았다.
평소라면 누구보다 먼저 삼이를 달래줬을 테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점점 기어오르는 삼이를 한번쯤 눌러줘야 했다. 사실 이건 반화가 말한 것이기도 했다. 사이가 좋은 것도 좋지만 삼이는 조금 눌러줄 필요가 있다고. 그래서 이번에 맹이가 호칭 문제로 삼이를 혼내고 있는 거다.
아직 꿀밤 한 대로는 멀었지만...
반화를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자 씩씩거리며 볼을 부풀린 삼이가 맹이를 보며 흥칫뿡을 시전했다.
사실 원래는 이 집안은 개족보라서 호칭도 애매했다. 맹이는 순이를 언니처럼 따르고 있지만 삼이는 또 동생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또 맹이는 반화를 아빠라고 불렀다.
거기에 반화가 순이랑 결혼하자 이제 본격적인 개족보가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정리한 것이 맹이가 반화를 아빠라고 부르니 그냥 삼이가 맹이를 언니로 부르게 하는 게 좋겠다는 령이의 말에 따라 그러기로 한 것인데 삼이는 또 맹이를 친구처럼 생각했다.
가끔씩 반말로 부르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툭하면 반말하는 게 반화의 눈에 보였고 결국 이 개족보를 바로 잡아야 함을 깨달은 그는 맹이에게 일러 둔 것이다.
삼이가 또 반말로 부르면 혼을 내주라고.
순진한 맹이는 사실 삼이가 뭐라고 부르던 상관이 없었지만 반화나 다른 이들이 봤을 땐 서열을 잡아놓는 게 맞았다.
이 집안은 그냥 평범한 집안이 아니었다. 만약 맹이 위의 반화나 순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들을 맹이가 돌보려면 맹이가 확실히 삼이를 잡고 있어야 했다. 저 녀석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롭스는 그 의견에 몹시 찬성한 녀석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근데 왜 이것들은 또 내 집에서 이러는 걸까? 이 집은 마스터가 특별히 마련해준 나만의 공간인데...
갑자기 롭스는 눈물 젖은 과거가 떠올랐다.
마스터라는 인간의 의해 개판이 된 자신을 집을 순이가 또 다시 뭉개버리고 그 다음은 이 녀석들이었다.
얼굴만 보면 마스터를 빼면(반화는 전혀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 좋게 말해서 양아치 나쁘게 말하면...음...) 죄다 순수해 빠진 녀석들이 아무렇지 않게 집을 박살 내는 걸 보는 집주인의 마음을 과연 저것들은 알까?
-꾸어어어...
“시끄러!”
이미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며 아직도 똥꼬발랄을 뿜뿜하며 치고 박고를 하고 있던 맹이와 삼이가 롭스의 구슬픈 소리에 한 소리했다.
망할 것들... 마스터한테 이를 거다.
이거 마스터가 만들어 준건데... 미안하다고.
.
.
.
찰싹!!!
찰싹!!
“꾸잉!...”
“아빠가 롭스 괴롭히지 말랬지?”
찰싹!
“꾸이이잉!!!...”
꼭 롭스 때문은 아니었다. 최근 반화의 어머니가 롭스의 외눈을 보고 안쓰럽다면서 아껴서 일부러 여기서 둘이서 편히 쉬라고 만들어 준 공간이었다. 사실 롭스의 외눈은 원래 종족이 그런 거라고 말했으나 평범하게 나이를 드신 어머니는 그래도 안쓰러운 모양이라 그냥 이런 식으로 마음이 편하게 해주려고 한 것인데, 그걸 이 말썽쟁이들이 박살을 내버렸으니...
물론 맹이도 같이 혼났다.
아무래도 서열 잡기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눈물 콧물이 다 묻은 얼굴로는...
“쿨쩍...삼이야앙...”
“맹이 언뉘이이...꾸잉...”
“둘이 꼭 껴안고 있어! 아빠 다시 올 때 까지.”
서열 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여기서 그랬는지... 반화는 울먹이는 맹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래가지고 서열을 잡을 순 있을까?
...
-꾸웅.
다시 평화를 찾은 롭스는 읽던 책을 주워들었지만 다시 읽을 수 없었다.
화르르륵!!!
-...
“너, 이 시키... 아빠 가면... 주거써... 니가 일렀지?”-...!
이글이글 타오르는 삼이의 눈빛에 책이 타버렸다. 그리고 복화술을 하듯 웅얼거리는 삼이의 섬뜩한 말은 롭스에게 생에 최고의 공포를 주었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