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루네스 #
외전-루네스
반화가 결국 순이와 연결된 후 루네스는 집을 나왔다.
사실 둘의 연결은 핑계였다. 반화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깊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장난 반 진심 반이었기 때문에 쉽게 털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심심함과 매일 사고치는 저 말썽쟁이들과 있다가는 자신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득 걱정이 들어 집을 떠나게 된 것이다.
거창하게 집을 떠났다고 했지만 그냥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들어간 것뿐이었다. 과거 인간들은 자신을 보고 괴물, 혹은 소유하고 싶은 생명체 등등으로 생각했다면 지금 인간들은 달랐다. 애초에 자신이 다른 종족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 눈에 띄는 외모에도 옛 제국과 같은 반응은 없었다.
각종 매체를 통해, 그리고 여러 가지 가상을 통해서 루네스의 외모는 물론 예쁘지만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그러니 쉽게 물 흐르듯 인간 사회에 흡수가 된 루네스는 나름 인간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상하나 때문에 그녀는 신박한 짓을 시작했다.
“내가 바로! 이 세계의 여신이다!!”
“오오오... 빛! 빛 때문에 보이질 않아...정말 여신님인 건가?? 마왕에게서 벗어난 것인가?”
루네스의 등 뒤로 태양과 같이 밝은 후광이 떠 있어 정확한 식별이 불가능해 아마조네스들은 긴가민가했다. 방정맞은 행동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했는데 그들이 마지막으로 봤던 순이의 모습과는 그리 차이 나지 않아 아리송한 것이다.
저 후광만 없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여신이라고 주장하는 여자의 후광은 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루네스가 일부러 만든 후광이기에 없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동상과는 확실히다르기 때문에 꼼수를 쓴 것이다.
루네스가 생각했을 때 인간적으로, 아니... 신수적으로 순이의 인간화 되었을 때의 모습은 사기였다. 그냥 인간들의 정신을 착란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쓴 건데 이 인간들 의외로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으헤헤헤!!! 내가 여신이다!”
“와아아!!! 여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술과 고기를 가져 와라!!”
“술과 고기를 가지고 오시...? 란다...”
“뭐야? 빨리 빨리 안 움직여?!”
“헛! 예!! 뭣 들 하나!?”
잠시 의심이 싹트려고 했지만 루네스의 호통에 싹이 짓밟히고 다시 찬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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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른 나라에서 자꾸 시비를 건다고?”
“예, 저희가 가진 마정석 광산을 호시탐탐노리고 있습니다. 그걸 빼앗기면... 루네스님께 바치는 공물의 양이 적어 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시비를 건다는 말에는 시큰둥하던 루네스가 여왕의 뒷말에 발끈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직도 그녀의 뒤를 비추는 후광은 여전했기에 ‘지랄발광’이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모습이었다.
“가자!”
“예!!!” 자리에서 일어난 루네스는 아마조네스의 여왕을 앞세워 자신의 것을 탐하는 놈에게 벌을 주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어가는 두 여자의 뒤로 부하들이 마치 짜고 친 듯 따라 붙으며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성문을 나섰을 땐 이미 그냥 군대 그 자체였다. 따라 나오면서 무기도 들고 나온 건지 총, 바주카, 칼, 해머, 파 등등 손에 잡히는 건 다 들고 나온 듯 했다.
“가즈아!!!”
“예!!!”
루네스의 우렁찬 선창에 뒤에 따르던 자들이 일제히 후창을 질렀다. 그 모습이 어째 많이 익숙해 보이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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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아마조네스가 또 옆 나라 두들겨 팼다는데요?”
“...모른 척하세요, 그냥. 어차피 지들 이익 싸움 아닙니까? 혹시 민간인들 피해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그냥 두세요.”
“예.” 뉴스의 화면에서는 루네스가 중년의 한 남자를 발로 밟고 있는 모습이 나왔는데 후광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민회장은 알 수 있었다. 저게 누구 인지.
저 집 식구(?)가 하는 일은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었다. 저렇게 무식해보여도 반화가 소환할 정도로 난동을 부리지 않았으니 자신은 그냥 무시해도 되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반화쪽에서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어째 이 집에서 나가면 다 양아치가 되는 거지?”
심히 걱정되었다.
혹시나 자신의 아들 솔이가 저렇게 될 까봐...
-밟아!!! 이 쉐끼들이 어디서 남의 밥그릇에 손을 대!?
퍽!!
퍽!!!
퍽!!! 뿌직!!?!
“오우...”
터진 것 같았다.
민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화면을 껐다. 이걸 생중계로 내보내고 있는 채널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