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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87화 (288/295)

# 외전-스트로우 #

외전

모기왕의 연구일지.

내 이름은 스트로우. 빨대 같은 녀석이라고 그 놈이 지어 준 이름이다. 물론 그 놈은 기억도 못하겠지만... 아마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것도 모를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다. 이 놈은 이제 보내줘야 하는 건가?”

“왜? 아쉬워?”

“이놈의 피를 마시면 어쩐지 내 힘이 강해지는 것 같다. 좀 더 실험을 하고 싶은데...”

“마스터의 명령이야.”

“어쩔 수 없지...”

나는 해골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마스터는 바로 그놈이다. 나에게 이름을 지어 준 그 괴물 같은 인간.

이반화.

그 놈을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때의 놈은 그래도 조금은 인간 같았다.

아! 성격이 인간 같다는 말이 아니라 힘의 상태가 인간적이었다. 물론 그놈 기준에서 인간적이겠지만 어쨌든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존재였다.

그래봤자 자신 정도는 비 오는 날 먼지 날 때까지 두들겨 팰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었지만... 놈과의 만남은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았다.

놈은 나에게 힘을 주었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고 나는 그의 명령을 들어 주었으니 나름 좋은 관계였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갑자기 미쳐서 놈이 다른 세계로 간 후였다.

그 동안 내 힘, 아니... 내 뒤에 있는 그의 힘에 고개를 숙이던 놈들이 점점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그때 나는 나의 힘에 취해 있어 그 사실을 몰랐다. 결국 나는 봉인이 되었고 또 그놈에게 구해졌다.

다시 만난 그놈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괴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격은 그때 보다 더 좋았다. 비교를 해서 좋다는 거지 지금이나 그때나 양아치인 것은 똑같았지만 그래도 나는 목숨을 구했고 그의 보호 아래 아주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이 해골에게 나를 맡겼을 때 나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이 해골과 계속 대화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신 교육이라는 핑계로 자신을 괴롭혔을 때는 몰랐는데 연구의 보조로 일하기 시작하자 녀석도 나를 제대로 대접해줬다.

지금 와서는 둘도 없을 동업자가 되었지만....

아, 잡설이 너무 들어갔군...

어쨌든 저 토끼같이 생긴 놈의 피 덕분에 요즘 꽤 성장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조금 더 오래 두고 피도 먹고 이유도 연구할 생각이었는데 그놈이 올려 보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아쉽지만 미리 채혈한 피를 이용해서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연구를 하는 수밖에.

이 피를 연구해서 내가 힘을 키운다고 그놈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에게 나의 쓸모를 더 인정받고 싶을 뿐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진짜 노예 같지만 그놈의 아래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 받은 것인지 모르는 놈이 하는 소리일 뿐이다.

저 해골녀석은 물론 노예지만.

......

“토끼, 올라가라.”

“응?? 왜?? 난 여기가 좋은데?”

나의 말에 토끼 녀석이 싫다는 듯 인상을 썼다. 몸의 일부가 잘리고 피를 뽑혀도 놈의 몸은 먹을 것만 공급하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고통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냥 가끔 나와 해골이 놈을 찾아 손이나 발을 잘라 내기만 하면 나머지는 자유시간과 마찬가지니 놈은 올라가기 싫다고 하는 토끼녀석.

이름이 오글리였던가?

자기가 살던 세계가 날아갔다는 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

음... 굳이 내가 말해줄 필요는 없지. 어차피 별 생각 없는 놈 같으니.

“마스터가 오라고 한다. 네 놈도 일을 해야겠지.”

“나, 나는 계속 여기서 실험 당하는 게 좋은데??”

“그건 위에 가서 말하도록. 나는 그 말을 전해 주지 않을 것이다.”

괜히 나에게 불똥이 튈 것이다.

성격이 유해졌다곤 해도 그놈은 여전히 양아치니까. 그리고 위로 올라가고 싶지도 않았다.

위에는 괴물들이 득실거린다.

특히 그 새끼 고양이 녀석은... 가끔 보이는 그 장난끼 어린 눈을 보면 오금이 저렸다.

“...”

나의 말에 저 토끼도 역시 귀를 추욱 늘어트리며 생을 포기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을 모르는 녀석들은 이런 골방 지하에 쳐 박혀서 불쌍하다고 하겠지만 막상 이곳에 살다보면 그런 말은 쑥 들어 갈 것이다. 여기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결국 토끼 녀석은 사형수처럼 위로 올라가고 이제 이 지하에는 다시 나와 해골, 그리고 쥐만 남았다.

.

.

.

“육체는 완성단계야.”

“토끼의 피가 결정적이었다. 영혼까지 재생시켜줄 줄이야. 해골, 그런데 인간의 정신력은 약한데 그것도 재생이 되는 건가?”

“그건 알 수 없지. 영혼이 곧 정신인지, 아니면 별개인지는 실험해 봐야 돼.”

“하지만 실험을 하기엔 이걸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해골과 공동으로 하던 실험에 드디어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있었다.

기회가 단 한번이라는 우연으로 만들어진 이 샘플은 다시 만들 방법을 모른다.

“어차피 재미삼아서 하는 연구다. 마스터도 흥미를 잃었고.”

“그런가? 흐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보고 싶으니 해보도록하지.”

그놈이 결과를 보고 뭐라 하지 않으면 상관없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또 이런 일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시간이.

“세계는 준비 된 건가?”

“조금 시간이 있어야 돼. 망할 냥아치 녀석이 다 만들어 놓은 세계를 다 부셔먹었어.”

“또 그 녀석인가?...”

“일부러 그러는 게 틀림없어. 마스터가 제대로 혼내주기만 하면 될 텐데...”

“불가능하군. 그 고양이 덕후에겐.”

“끄응...”

“그냥 다시 빨리 만들어서 후딱 실험하는 게 낫다. 그래도 지금은 그놈의 눈치를 본다고 날뛰지는 않을 테니.”

“크흐흐, 그럴 줄 알고 하나 더 꿍쳐 놓은 세계가 있지. 일단...”

“뭘 꿍쳐놨다고? 해골?”

흠칫!!

“불 좀 켜, 새끼들아. 멀쩡히 잘 되는 조명은 왜 안 키는 거야? 해골하고 모기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젠장... 이 놈이 왜 갑자기 지하실까지 왔지?

“오늘은 명절이니까 올라와서 놀아.”

“알겠습니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입은 아주 예의바르게 놈에게 대답을 주었다. 아마 내 주둥이는 놈의 구타를 아직도 기억하는 모양이다...

이반화... 무서운 자식...

“아, 빨대.”

움찔!

설마 내 생각을 읽은 건가?“이름이 생각 안 나네. 암튼 빨대 네 피 좀 뽑아서 와인 좀 만들어라. 그때 엄마가 맛있다고 하더라. 젊어지는 느낌이라나?”

“...예에...”

이반화 개객끼!

모기왕은 자신의 등에 새겨진 글자가 욱씬 거렸다.

예전 반화가 새겼던 그 글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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