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
외전1
“칙칙한 동네구만.”
반화가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꼭 지들이 마족이라고 티를 내는 곳에 사네.”
저벅...저벅...
-크르르르...
“?”
황폐한 곳을 걸어가던 중 갑자기 낮은 울음소리를 듣고 반화가 멈춘다. 경계하기 위한 울음이 아니었다.
-크륵....
“응? 뭐야.”
툭!
낮은 울음이 들려오는 큰 바위 위로 올라간 반화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 곳에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식육목 고양이과의 모습을 한 녀석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반화가 바위 위에서 보고 있는 것도 모를 만큼 정신이 혼미한 상태처럼 보였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반화는 한 녀석이 생각났다. 벌써 오래전이 되어버린 자기가 처음으로 책임지게 된 아이가.. 그녀석도 그와 처음 마주했을 때 저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살아보려는 의지로 반화가 동정심에 건네주는 참치 한 조각을 필사적으로 핥아 먹던 그 모습이 생각났다.
“야.”
-!? 크륵!...
반화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지만 이내 다시 주저 앉아버리는 녀석.
“쯧, 어쩌다 그런 거야?”
사실 이런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무뎌졌지만 갑자기 그 녀석과 오버랩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야, 괜찮아? 이거 좀 줄까?”
-크르르...
반화의 손을 경계하는 녀석. 움직이지 힘든 몸을 움직이려 보려 했지만 고통으로 잠시 움찔 거리기만 할 뿐 반화의 손을 피하지 못한다. 녀석의 입 가까이 반화가 푸른 열매를 가져다주었지만 입을 열지 않는 녀석.
“쯧... 먹어야 살지 임마. 자!”
푹!...꿀꺽!
-??!
“맛있지? 이거 귀한 거야. 나도 구하기 힘들었어.”
반화의 손이 순식간에 녀석의 입안을 들어갔다가 나왔다. 목을 단번에 통과해 맛은 전혀 느끼지 못할 테지만 이 열매의 진짜 맛은 목을 통과하며 퍼지는 기운의 느낌에 있었다.
-크르르..
한결 편해진 녀석의 울음소리.
스윽...스윽...
“크기만 크기 우리 순이랑 처음 봤을 때랑 똑같네. 그 녀석도 이렇게 새침 했는데. 굶어서 바짝 마른 주제에.”
잊고 있었던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에 반화가 잠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반화의 손길에 녀석은 자기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감았다.
.
.
.
“야! 망혼이야!”
-안다옹!
“그러면서 왜 이리로 온 거야??”
-다 생각이 있다옹!! 좀 군말 없이 따라오라옹!
“자식, 보면 볼수록 성격이 순이랑 똑같네.”
반화의 말에 버럭버럭 하는 녀석의 모습이 딱 순이었다. 밤이 되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달려드는 망혼들을 피해 옹이가 반화를 이끌고 어딘가로 계속 달렸다.
-!! 젠장... 앞에도 녀석들이!
“쯧쯧, 이럴 줄 알았어.”
어느새 사방을 둘러싼 망혼들에 옹이 녀석이 걸음을 멈추고 당황했다.
“가까이 와.”
-어쩌려고??
“오라면 좀 와 그냥 자식아!”
결국 반화가 녀석에게 버럭 하고 나서야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녀석. 결국 둘의 성격은 똑같았다.
고오오오오....
-...? 저게 뭐냐옹???
반화의 팔과 검을 휘감은 불길한 검은 기운에 옹이가 두렵다는 듯 몸을 움츠리며 물었다.
팟!!!!
...
-헉!
반화가 휘두른 검에서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망혼들의 생기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옹이가 경악했다. 망혼들은 저런 식으로 상대하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자신도 상태가 멀쩡했다면 망혼들을 뚫고 도망가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저렇게 우글거리는 망혼들을 소멸시키는 건 처음 봤다.
“봤냐, 짜샤?”
반화가 생기를 흡수하고 기분 좋은 듯 옹이를 보며 장난을 쳤다.
-... 그거 좀 좋아 보인다옹?
“왜 너도 좀 먹을래?”
-흐...흥! 난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준다면...
“싫음 말아.”
-!!! 아니다옹!! 먹고 싶다옹!!!
반화가 갑자기 자신에게 애교를 피우며 들러붙는 녀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저게 마왕성이라고?”
-그렇다옹!
“저놈한테 당한 거라고? 내가 혼내주마.”
.
.
.
“아, 악몽?!”
“뭐야 그 유치한 말은?”
-반화 너를 부르는 말이다옹. 깨어나고 싶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꿈같다고.
“우엑!... 오글거려.”
마왕이라는 녀석을 앞에 두고 하는 말치고는 너무 가벼웠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요즘 마계를 들쑤시고 있는 소문의 주인공이 바로 그들의 앞에 있었다. 막아서는 모든 것들을 없애며 돌아다닌다는 인간.
“왜...?”
“니들도 그랬잖아. 아무 이유 없이.”
“우린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어미가 자식을 죽이게 하고 자식이 어미를 죽이게 해? 개소리 하지 마 자식아. 생긴 것도 개 같은 게”
“으으으...이대로 우리가 ...!!?!”
“말 더럽게 많네.”
계속 주절거리는 놈의 주둥이에 검을 박아 넣으며 반화는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학살...
....
뚝...
-괜찮냐옹...?
“어, 뭐... 이정도야.”
조금 지친 모습이긴 했지만 아무 상처도 없는 반화의 모습에 옹이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 일곱을 한꺼번에 상대했으며, 그들 휘하의 병력들까지 몰살 시킨 반화는 조금 지쳤을 뿐이었다.
“네 말대로 성은 안 건드렸어. 자식아. 그것 때문에 더 힘들었잖아.”
-....고맙다옹. 이 세계의 바닥에는 불쌍한 놈들이 많다옹. 이제 그들이 알아서 잘 이끌 것이다옹..
“넌 이제 어쩌려고?”
-난... 내 고향으로 돌아 갈 거다옹.
“그래? 같이 갈까? 떠나기 전에.”
-그래!... 떠나기 전에...
옹이가 떠난 다는 반화의 말에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기운을 차리고 반화를 데리고 어디론 가로 향했다. 이미 많은 나이의 자신은 반화를 따라가지 않지만 이 세계에 대한 기억 중 하나라도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자신과 이곳에서 함께 했던 기억도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면서...